해가 지는 시간 팔달구 지동 창룡문로 7번 골목길. 이 길은 골목으로 사람 하나가 걸을만한 곳이다. 이 골목은 지난 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확정이 돼, 이사를 간 집들이 많은 곳이다. 그만큼 공가(空家)들이 많아 밝은 대낮에도 이 골목에 들어서면 을씨년스럽다. 입구에 두어 채 헐어내는 공사를 하더니 이제는 그도 그친 상태.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사람이 이사를 간 빈집마다 벽에 누군가 붉은 스프레이로 낙서를 해놓았다, 하나같이 보상에 대한 불만을 적어 놓은 글이다. 글씨체를 보면 한 사람이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왜 당당히 말을 하지 못하고 이런 짓거리를 하는 것인지. 주인이 떠난 벽에 이렇게 낙서를 해 놓는다고 불만이 해소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표현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표현하는 방법은 가급적이면 남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붉은 글씨로 자신의 불만을 적어 놓다니. 이렇게 밖에 마음속에 불만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것일까?

 

 

빈 집들이 많은 골목, 얼른 정리해야

 

해가 설핏한 시간에 누군가 이 골목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손에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있다. 골목 안은 이미 빈집들이 많은데 누구일까?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이웃에 사는 주민이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집 주인이나 세 들어 살던 사람들이 이사를 기고 난 후에, 노숙자들이 빈집에 들어와 묵는 사람들이 있어요. 밤이 되면 술 먹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요. 가끔은 사람들이 무섭다고 해요.”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없다. 이골목이 순찰강화구역으로 되어있어 수시로 순찰을 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골목으로 무엇을 들고 들어가는 것일까? 이상한 생각이 들어 뒤를 따라가 보았다.

 

여기가 쓰레기 적치장입니까?”

 

골목을 걷던 남자가 갑자기 검은 비닐봉지를 빈 집 안으로 집어던진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걸음을 빨리한다. 무엇인가 궁금하여 여보세요하고 부르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서 좁은 골목으로 사라진다. 도대체 무엇을 버리고 간 것일까? 다가가 집안을 보니 여기저기 검은 봉지가 있다.

 

봉지 하나를 집어 안을 보니, 세상에 쓰레기들이다. 재활용품도 아닌 소각해야 할 쓰레기들과 심지어 음식물도 들어있다. 정해진 쓰레기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갖다 버린 것이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골목 안을 돌면서 빈집들을 들여다보았다. 문이 열린 모든 빈집들이 쓰레기가 쌓여있다.

 

 

이 길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이 쓰레기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검은 봉지에 담아 해 떨어지는 시간이 되면 그렇게 빈집에다 갖다 버리고는 해요.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면 참견하지 말고 네 일이나 잘하라고 하고 갑니다.”

 

골목을 돌아 나와 혹 길가에 사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알고 있을까 해서 물었더니 한 두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비싸지도 않은 쓰레기봉투를 사는 돈이 아까워서였을까? 이렇게 스스로의 양심을 팔아먹은 사람들. 정말 자신이 내다버린 쓰레기보다 못한 인간들이 아닐까? 빈집들을 하루 빨리 정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주민들은 이야기를 한다. 해당 관청에서는 쓰레기가 더 쌓이기 전에 조치를 취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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