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에 오르면 꼭 한 가지 빠트리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전북유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대원사 용각 부도를 찾는 일이다. 고려 중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용각 부도는, 용을 새겨 넣은 조각솜씨로 보아 당 시대의 고승의 부도로 여겨진다. 이 용각 부도를 찾아보는 것은 뛰어난 조각솜씨도 일품이지만, 찾아볼 때마다 조금씩 색다른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다투다

 

이 용각 부도는 모두 세 부분으로 구분이 되어있다. 기단위에 옥신을 얹고, 그 위에 옥개석 상륜부를 올려놓았다. 상륜부는 부분적으로 손실이 되어 정확한 모습을 알 수가 없어 안타깝다. 백색 규암으로 조성한 이 부도는 석질이 연약하여 많이 마모가 되었다. 높이 187cm의 크지 않은 이 부도는 대석은 땅에 묻혀있다.

 

부도 옥신의 위아래에는 띠를 두르고 있으며, 하단의 띠 위에는 18개의 겹으로 된 연꽃을 둘러 새겼다. 중앙에는 두 마리의 용이 새겨져 있는데, 그 조각 솜씨는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하다. 섬세하게 하나하나 금방이라도 곧추세울 듯한 비늘이 온몸을 덥고 있는 용. 두 마리의 용은 그렇게 몸을 비틀고 탑신을 감싸고 있다.

 

두 마리의 용이 옥신을 휘감고 있다. 비늘 하나하나도 섬세하게 조각이 되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두 마리의 용은 발톱을 세우고 여의주를 다투고 있다. 

 

머리는 뿔이 나 있으며 입 부분에는 길게 수염이 나 있는데, 이 또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두 마리의 용은 발로 여의주를 다투는 모습이다. 금방이라도 살아 승천을 할 만한 이 두 마리의 용은 몸으로 부도를 감싸고 있다. 고려시대 최고의 걸작품으로 꼽히는 대원사 용각 부도. 언제나 들러서 돌아보고는 하지만 늘 그 느낌이 달라진다. 그것은 계절이나 일기에 따라서, 그 용이 보이는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모습이 정말 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늘 이 부도가 달라진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용각 부도의 용을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 때문인가 보다.

 

 옥신의 아래는 띠를 두르고 18개의 연꽃을 새겨 주위를 둘렀다

 

이것도 용처럼 생겼는데?

 

대원사의 향적당 뒤를 돌아 부도가 있는 산으로 발을 옮겼다. 대원사에는 모두 6기의 부도가 있다. 향적당 뒤편 모악산 중턱에 용각 부도를 비롯해 4기가 있고, 20m 정도 위에 2기가 있다. 부도는 제각각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보호철책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용각 부도를 돌아보다가 보니, 그동안 보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띈다.

 

용각부도 서쪽 하단부에는 흡사 새끼 용으로 보이는 조각이 있다. 머리와 뿔 등이 보인다.

 

이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은 용처럼 생겼다. 용각 부도에는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다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한편 용머리가 있는 밑으로 영락없는 작은 용 한 마리가 있는 것 같다. 반대쪽으로 가서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모습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조각이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모습은 용의 머리에 뿔이 난 듯한 모습이다.

 

옥신의 상부에도 띠를 두르고, 밑으로는 구름을 새겨 넣었다.

 

대원사 용각 부도를 갈 때마다 살펴보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볼 때마다 무엇인가 다른 점을 발견한다는 것.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가는 몰라도, 문화재는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 재미를 느낀다. 그래서 하고 한날 온 땅을 돌아다니면서 문화재 답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이런 것을 발견할 때마다 신기해 들여다보고는 하는 것도, 아직은 더 돌아다닐 힘이 남아있기 때문인가 보다.

 

부도를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에 괜히 혼자 헛웃음을 날린다. 참으로 허황된 생각을 혼자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용이 새끼용을 낳았나?' 하는 생각 말이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