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를 그리는 스님이 계시다.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248번지에 소재한 대한불교 조계종 봉녕사. 103일과 4일 봉녕사에서는 62014 봉녕사 세계사찰음식 대향연이 열린다. 3일 이른 시간에 봉녕사를 찾았다. 매년 이곳이 들리면 소요삼장 전시실에서 귀한 전시를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 10시가 채 안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봉녕사 주차장은 이미 차들이 들어차 있다. 숲길을 걸어 봉녕사로 들어가니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른다. 입구에서부터 여기저기 먹거리들을 준비하는 손길들이 바쁘다. 한편으로는 일본, 태국, 인도, 중국, 대만 등 세계 11개국에서 참가해 각 나라마다 사찰음식을 소개하기에 바쁘다.

 

 

소요삼장 전시실에서 만난 불화

 

음식과 여러 가지 불교용품이 전시되어 있는 부스를 지나 대적광전을 향하다가, 우측으로 난 게단을 오르면 소요삼장 전시실로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서 3일과 4일 전시회를 열고 있는 불화 그리는 도일스님을 만났다. 전시실 한편 벽에 걸린 불화들이 마음을 정하게 만들어 준다. 많은 사람들이 스님을 뵙기 위해 찾아와 잠시 기다려야만 했다.

 

도일스님은 불화를 그리신다. 스님의 불화는 전통불화이다. 간단하게 그린 몇 점의 그림들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손목에 걸린 염주는 깊은 고뇌에서 사람을 끄집어 내어줄 것만 같다. ‘염주라는 제목이 붙은 이 그림은 이미 판매가 된 듯 붉은 표시가 되어있다. 그리고 보니 스님의 그림들에는 여기저기 붉은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부산 반야사에 계신 예운 도일스님은 동국대 불교미술학과를 졸업하셨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동국대학에만 불교미술학과가 있기 때문에, 스님은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불교미술을 공부하신 듯하다. 현재는 동국대 불교미술학과 석사과정에 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욕심이 생겼어요. 제대로 된 불교미술을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은 이론으로 택했어요. 이론과 실기를 병행할 때 비로소 온전한 불교미술을 알 것 같아서요.”

 

 

티베트 여행에서 만난 '탕카'에 심취해

 

스님이 이렇게 전통불화를 그리게 된 것은 해외여행 때문이라고. 인도 여행을 갔을 때 마지막 여정은 티베트였단다. 그곳에서 접하게 된 부처님의 모습을 그린 탕카를 만나면서였다고. ‘탕카(Thangka)’는 티베트 불교회화인 축형태의 그림을 말한다. 우리가 사원을 장엄하기 위해 거는 불화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의 탱화(幀畵)’라고 할 수 있다.

 

스님은 이 그림이 마음을 움직여 그곳에서 3개월 정도 스케치와 초 작업을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기도를 하면서 전통불화 작업을 시작했다고. 전시실 한 면에 커다랗게 걸려있는 영산회상도는 스님의 졸업 작품이라고 한다.

 

“1년 정도 걸렸어요. 저 그림을 그리는데, 저 그림을 그리면서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대하죠. 그래서 불화를 그리면서 오히려 제 공부가 더 늘어난 것 같아요. 이번에도 봉녕사 주지스님(자연스님)께서 전시를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셔서 대답을 해놓고 참 많은 공부를 한 것 같아요.”

 

전통불화를 그린다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은 작업이다. 도일스님은 이번 전시회 권유를 받고 전시준비를 하면서 한 점을 찍을 때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고 한다. 스님 스스로 미흡한 상태에서 전시회를 갖게 되었다고 하시지만,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그 앞에만 사도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고 이야기를 한다.

 

스님의 그림을 아침에 보았는데 정말 마음이 편해졌어요. 욕심 같아서는 스님의 그림을 다 소장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한 점만 구입을 했어요. 도일스님께서 이 불화를 그리실 때 얼마나 많은 기도를 드렸는지 그림에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스님의 그림 한 점을 소장했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행복일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줄 수 있는 불화 한 점. 그것이 정말 살아계신 부처가 아닐까? 도일스님의 그림을 다시 한 번 찬찬히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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