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참사로 인해 많은 행사 및 축제들이 무기연기 또는 취소가 되었다. 수원시의 경우에도 거의 모든 행사가 취소가 된 가운데, 국제적인 행사만 연기가 되었다. 이렇게 행사가 취소가 되었거나 연기가 된 18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매향로 49에 소재한 수운화성박물관 AV실에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딴 모임 같았으면 취소가 되었겠지만 수원평화비(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을 위하여, 영사기(영화사랑 세상읽기 / 회장 정수자)가 주관하는 수원평화비 영화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오후 430분부터 시작한 이 영화제는 1부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지지 않았다가 상영이 되었다.

 

 

이날 기금을 모으기 위한 본 행사인 2부에서는 개막인사와 수원시장 등의 인사말에 이어, ‘다시 필 수 있을까?’라는 시낭송과 죽은 자들을 위한 진혼굿이 이어졌다. 진혼굿은 망자의 넋을 달래는 살풀이와 엇중모리 신칼대신무에 이어 망자의 상을 놓고 바리공주 신복을 입은 만신이 상을 돌아 망자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길 가르기로 이어졌다.

 

슬픔이 더 진하게 밴 진혼굿

 

내 눈에 늘 흐르던 흰 구름을 안고

맨발로 끌려 온 그 들에 닿고 싶어

어머니 눈물로 넘칠 그 개울에 놀고 싶어

군홧발에 으깨진 몸 눈물로 씻고 씻어

그리운 하늘빛에 오래오래 비추면

, 하얀 도라지처럼 다시 필 수 있을까

나직한 산을 닮아 순한 바람들아

설음이 너무 깊어 꽃씨로나 가리니

그 중에 가장 순결한 새 향을 넣어주오

 

 

정수자 시인의 시 다시 필 수 있을까 - 어느 위안부 소녀의 노래를 김애자 시인이 무대에서 낭송을 하자 분위기는 사뭇 엄숙해지고, 누군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사회를 맡아 본 시인 우은숙은

오늘 이 진혼굿은 어린 나이에 먼 타국으로 끌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스러져간, 모든 위안부들을 위한 마음을 담은 정성이다. 이 진혼굿이 엊그제 진도 앞바다 찬 물속에서 아까운 젊음을 잃은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도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고 하자 객석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53일 수원시청 건너편 올림픽 공원 내에 건립 예정인 평화의 소녀상건립기금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마련한 수원 평화비영화제. 인사말에 나선 영사기 정수자 회장은

일본의 침략전쟁에 종군위안부라는 이름으로 끌려간 많은 소녀들. 전쟁터에서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하며 인생을 빼앗긴 조선의 여성들. 참혹하게 유린당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간절히 바란다. 치욕의 역사 앞에서 우리들은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하지만 우리는 말만 그렇게 할 뿐 지속적인 기억으로 그들을 생각해내지 못했다.”면서

 

이 영화제는 뜻 깊은 동참이 있어 가능했다. 위안부 문제를 다큐멘터리영화로 일깨워 준 변영주 감독과, 흔쾌히 문하생들과 함께 진혼굿을 맡아준 고성주 만신, 후원에 선뜻 이름을 적은 많은 분들,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며 격려의 박수를 보내준 여러분들 모두가 있어 가능했다.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연화장으로 오는 어린 죽음을 경건하게 맞이해야

 

바쁜 일정에 오후 7시부터 열린 진혼굿에 잠시 자리를 함께한 수원시장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원시의 모든 행사들을 취소 및 무기한 연기를 시켰다. 작은 모음이라도 인사말이나 축사를 하지 않지만, 오늘은 전쟁 통에 끌려가 어린나이에 이국땅에서 숨져 간 모든 위안부들을 위한 모임이라 인사를 드린다.”면서

 

내일(19)부터 수원 연화장으로 세월호에서 아깝게 목숨을 잃은 학생들의 시신이 들어올 것이다. 그들을 우리 모두가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유족들과 힘께 슬퍼하고 애통해하자. 또한 실종자들의 무사함을 모두가 기원하자.”고 했다.

 

이날 영화제에는 김이환 이영미술관장을 비롯하여 경기도의회 김상회 의원, 박은순 수원평화비 건립 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원미향 정대협 대표, 이덕재 수원화성박물관장 등도 함께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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