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혹은 언론사, 혹은 국가가 수여하는 상중에 봉사대상이라는 상이 있다. 그런 상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저마다 나름대로 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 그런 점에서는 수상을 한 사람들에게 이의를 제기할 필요는 없다. 철저하게 검증을 거쳐서 주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모르고 있는 봉사자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오히려 그 분들 중에서 봉사대상을 받아야한다는 것이 내 속 좁은 생각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매년 천만 원에서 억이 넘는 막대한 돈을 슬그머니 갖다 놓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라는 사람도 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해마다 자신이 많은 돈을 들여 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알지 못해야

 

진정한 봉사는 자랑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세상을 보면 별로 크지 않은(적어도 그 사람의 자산을 보면 큰 것이 아니란 생각이다) 것을 내놓고 있는 대로 내세우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세상은 자꾸만 각박해져 가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자신이 가진 것에 개미 눈곱만큼 내놓고도 엄청 선심을 쓰는 양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 참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는 생각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 남들은 이 사람을 그저 마음 착한 동네 이웃정도로 생각한다. 늘상 이 사람이 하는 일이 그랬다. 한 두 해가 아니다. 자그마치 30년이 넘는 세월을 늘 그렇게 살아왔다. 그저 혼자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남을 위해서 살아가는 생활도 30년 넘게 지속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년을 두고 보았다. 정월에는 떡국을 끓여 동네 어르신들에게 대접을 한다. 초복이 되면 삼계탕을 맛있게 끓여 온 동네 어르신들을 초청해 대접을 한다. 그 삼계탕에 200그릇이 넘는다. 삼계탕 집을 해도 이 정도 그릇을 채우려면 버겁다. 하지만 삼계탕만이 아니다. 음료수에 떡과 과일까지 곁들인다. 이렇게 봉사를 할 때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나와 봉사를 돕고는 한다. 그만큼 주변에서 인심을 잃지 않은 탓이다.

 

중복에는 육개장을 끓여 어르신들을 대접한다. 미처 먹지 못한 어르신들은 나중에라도 드실 수 있도록 그릇에 담아 갖다드린다. 가을이 되면 이 집은 김치공장을 방불케 한다. 웬만한 주민센터보다 김장을 더 많이 담는다. 그리고 그 김장을 한 것을 홀몸어르신들이 사는 집에 배달까지 해준다. 자그마치 700포기에서 1,000포기의 배추로 김장을 한다. 이렇게 30년 세월을 해왔다. 하지만 아직 이런 봉사를 지자체에서도 알지 못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년 경로잔치로 어르신들 위문해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번지(창룡문로 56번길 18)에 거주하고 있는 고성주씨(, 60). 이 집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성주씨의 하는 일은 신을 모시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무속인이다. 하지만 고성주씨는 그냥 무속인이 아니다. 춤은 물론, 소리까지 곁들인 당대의 재인이다. 그런 고성주씨의 한 해는 그야말로 봉사로 시작해, 봉사로 일 년을 마감한다.

 

매년 한 차례씩 이집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든다. 경로잔치를 하기 때문이다. 떡과 과일, 고기, , 전 상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차려놓는다. 그리고 소리꾼들이 모여 소리를 하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 모여 춤으로 흥을 돋운다. 어르신들도 흥이 나면 함께 춤을 춘다. 근동 어르신들은 고성주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주민센터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하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들어 온 쌀은 재포장을 해 이웃에 나누어준다. 오직하면 정미기계를 집에 마련해 두기까지 했을까? 그리고 동짓날이 되면 커다란 가마솥에 팥죽을 끓여낸다. 엄청난 양이다. 이날도 어르신들이 모여 팥죽을 드시고 한 통씩 싸들고 가신다. 한 사람이 일 년 동안 하는 봉사치고는 엄청난 경비를 사용할 것만 같다. 그럼에도 30년 이상을 계속했다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진정한 봉사왕은 바로 이 사람이다.

 

고성주씨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경로당과 불우한 사람들이 있는 곳을 즐겨 찾아다닌다. 그곳에 가서 춤도 추고 소리도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수원 연화장에 왔을 때, 고성주씨는 그곳에서 망자의 넋을 기리는 신칼대신무 춤을 추기도 했다. 누구도 선뜻 나서 춤을 추려고 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만큼 어디나 무엇이나 봉사로 따진다면 그를 따를 자가 없다.

 

그런데 세상은 참 이상하다. 남들에게 그렇게 많이 주는 상. 별로 봉사를 하지도 않은 듯한데 한 사람이 몇 장씩 갖고 있는 그 상장 하나가 없다. 한 마디로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상을 줄 수 있는 사람들 곁에 가서 침에 발린 소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이 좋아서 하는 봉사라고 한다.

 

상을 받기 위해서라면 소문이라도 내었을 것을. 30년 이상의 세월을 핸 해도 거르지 않고 절기에 맞추어 봉사를 하는 고성주씨. 진정한 봉사왕은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본인이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흔한 상 한 장 마련함이 옳지 않겠는가?(신칼대신무 사진은 뉴시스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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