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유형문화재 제69호인 팔달문 동종. 현재 수원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팔달문 동종은 원래 만의사의 범종이었다. 현재의 만의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화성 용주사의 말사이다. 만의사 동종은 고려 문종 34년인 10802, 개성에서 주조되어 수원 만의사에서 사용되다가, 숙종 13년인 16873월 만의사 주지승 도화가 다시 주조되었다.

 

정조 때 화성축성과 함께 파루용의 기능으로 전락하여, 화성행궁 사거리(종로)에 종각 설치 후 이전되었다. 1911년 일제에 의해 정오 및 화재경보용으로 팔달문 누상으로 다시 이전, 설치되었으며, ‘팔달문 동종으로 불리게 되었다. 197673일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는 수원시 영통구 창룡문길 443 수원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팔달문 동종의 만의사를 찾아가다.

 

대동여지도에 보이는 무봉산(舞鳳山)의 이름은 만의산(萬義山)이다. 신라 때부터 있었다는 만의사가 산 동남쪽에 있었기에 그렇게 불린 듯하다. 13922, 21일 동안이나 계속된 대법회 때 권근이 쓴 '수원 만의사 축상화엄법화회중목기(水原萬義寺祝上華嚴法華會衆目記)’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수원의 동쪽 수십 리 거리에 절이 있으니 만의사라고 한다. 나라의 복리와 비보를 기구하던 옛 절이다. 파괴되고 폐지된 것이 이미 오래되어서 초목이 우거진 황무지가 되었더니, 황경 연간 천태종의 진구사 주지인 혼기 대선사가 옛 터를 와서 보고 새로 절을 중건하였으며, 삼장법사 의선공이 뒤를 이어 절을 주간하였다.’고 적고 있다.

 

 

이런 기록으로 보나 만의사는 비보사찰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무봉산 만의사 사적비>에는, 이후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때에 큰 역할을 한 신조대사의 중건과, 사명당의 제자 선화대사의 주석을 자세하게 적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0월 27일 찾아간 만의사. 팔달문 동종이 달려있던 원 사찰을 둘러보기 위해 오후 늦은 시간에 이곳을 찾았다.

 

만의사는 수원군 동북면 만의리에 있었다.

 

본래의 만의사는 신라 때 창건되었다. 그 후 고려 충렬왕 10년인 1284년에 정길과 현묵이 중창하였고, 충선왕 4년인 1312년 당시 천태종 진구사 주지였던 혼기대선사가 주지로 부임한 뒤 크게 중창하고였다. 혼기대선사는 법화도량을 열어 천태종의 중심 사찰이 되었다. 그의 뒤를 이어 의선이 사세를 더욱 키웠다.

 

 

고려 말 우왕(재위: 13751388) 때부터는 천태종과 조계종에서 주지를 교대로 맡게 되었는데, 이것은 이 절이 사전과 노비를 많이 소유한 부유한 절이었기 때문이다. 나라에서는 두 종파간 다툼이 심해지자 노비를 모두 수원부에 속하게 하고, 절은 천태종이 관할하게 하였다.

 

고려 우왕 14년인 1388년 이성계가 위화도회군을 할 때, 공이 컸던 신조가 주지로 온 뒤부터 다시 노비를 받았으며 사패지 70결도 함께 받았다고 한다. 서산대사 휴정이 이 절에서 수도를 했으며, 사명대사 유정의 제자 선화도 이곳에 머물다가 조선조 인조 22년인 1644년에 입적하였다.

 

조선조 현종 10년인 1669년 당시 수원군 동북면 만의리(현재 동탄면 신리)에 있던 만의사가 우암 송시열의 장지로 선택되자, 현재의 위치로 옮기며 이름을 만의사(萬義寺)’로 바꾸었다. 정조 20년인 1796년 수원화성을 쌓을 때 이 절의 동종을 가져다가 팔달문에 옮겨 달았다.

 

 

구절초에 쌓인 절 만의사

 

만의사를 찾았을 때, 절의 경내는 온통 구절초로 뒤덮여 있었다. 가을이 되면 구절초가 아름다운 절이라고 한다. 절의 경내를 바라보고 좌측 무봉산 기슭에는 구절초 산책로가 나 있다. 장독대며 전각들 주위에 구절초가 아름답게 피어있다. 그저 그 산책로를 걷기만 해도 저절로 힐링이 될 것만 같다.

 

만의사 경내를 천천히 돌아본다. 바쁠 필요가 없는 절이다. 구절초의 향을 마음껏 맡으면서 걷다가 보니 빗방울이 후드득하고 떨어진다. 비가 오는 날이면 꽃의 향이 더 강해진다고 했던가?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꽃잎을 흔들어서인지, 조금 전보다 향이 강해진 듯하다. 아마도 이렇게 가을에 느끼는 구절초의 향이 짙어, 사람들이 이곳을 더 찾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절을 중창할 때마다 새로 주조해 소리를 울린, 범종의 소리가 듣고 싶어서였을까? 가을이 짙게 내려앉은 만의사에서, 깊은 가을의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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