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지동이라는 마을은 참 재미있는 곳입니다. 이 마을은 그동안 여러 가지 아픔을 주민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동네에 뿌리는 내리고 사는 사람들은, 이 마을보다 정이 넘치는 곳은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2년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그런 따듯한 이웃들을 보아오기도 했습니다.

 

지동은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도 한 옆으로는 수원천을 끼고 있으며, 수원천의 옆에는 3곳의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지동시장, 미나리광시장, 못골시장이 바로 지동에 소재한 시장입니다. 이 시장은 수원천을 끼고 나란히 형성이 되어있습니다. 말로는 세 곳의 시장이지만, 사실 넓은 시장 같으면 한 곳도 채 안되는 그런 곳입니다.

 

하지만 이 세 곳의 시장은 나름 특징이 잇습니다. 수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이 시장들이 얼마나 후한 인심을 갖고 있는지를.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즐겨찾기도 합니다.

 

 

단돈 만원이면 배불리 살 수 있는 곳

 

사실 이 시장들이 유명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유명한 집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13일(화), 한 가지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이곳에서 과연 단 돈 만원을 갖고 하루를 배불리 먹을 수가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요즈음 음식 가격이 10,000원을 갖고 하루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지동마을의 세 곳 시장에서는 만원으로 하루를 배불리 먹을 수가 있습니다. 그만큼 이곳의 인심도 후하지만, 나름 유명세를 타면서도 값이 착한 집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지동시장은 알다시피 순대타운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건물 1층 거의가 순대집으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동시장 입구 도로변에 있는 장날만두집은 왕만두가 6개들이 한 팩에 3,000원입니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찐빵 등 알아서 취향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모두 6개에 3,000원입니다. 이 6개면 양이 많은 사람들도 배가 부르다고 할 정도입니다.

 

 

미나리광 시장 추억의 도넛도 한 몫 해

 

지동시장과 못골시장 사이에 형성된 미나리광시장. 아마도 예전에 이곳에 미나리광이었는가 봅니다. 이 시장 안에는 ‘추억의 도너츠’집이 있습니다. 40년 전통의 이 도넛집은 날마다 줄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는 것이죠. 이 집의 도넛은 만드는 방법이 특이합니다.

 

우선은 호떡처럼 한편을 기름판에 굽고 난 뒤, 그 안에 팥 속을 집어넣고 다시 기름에 튀겨냅니다. 이렇게 만든 도넛이 1,000원에 세 개입니다. 3,000원이면 9개인데 한 사람이 다 먹기는 버겁다고 합니다. 꽈배기와 손가락도넛 등은 4개에 1,000원입니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도넛은 다 팔려버렸다고 합니다. 남은 것들을 사왔는데, 3,000원에 정말 푸짐합니다. 결국 한 끼에 다 먹지는 못했죠.

 

 

못골시장 칼국수로 한 끼를

 

못골시장 안에 들어가면 ‘통큰 칼국수’집이 있습니다. 이 집 역시 부지런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통큰 칼국수 집의 칼국수는 3,500원입니다. 그 자리에서 직접 반죽을 해서 손칼국수를 만들어 줍니다. 올 초에 가격인상을 한 것이 3,500원입니다. 그 전에는 3,000원을 받았는데, 500원을 인상한 것이죠.

 

결국 세 곳의 시장을 돌면서 만원으로 하루를 살았습니다. 그것도 각각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들에서요. 지동시장 왕만두 3,000원, 미나리광시장 여러 가지 도넛이 도합 3,000원, 그리고 못골시장의 통큰 칼국수가 3,500원. 만원에서 500원이 남았습니다. 이런 곳이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요? 오직 이곳 지동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맛 또한 줄을 설 정도로 일품입니다. 이 정도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단돈 만원을 갖고 하루가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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