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란 무엇인가?

점, 선, 면의 미술이론을 넘어서는 느낌이요, 그 느낌의 소통이다.(중략)

우리의 환경은 현대화 되고 첨단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수원 화성으로 인해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소외되어 온 지동마을. 그러나 이번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수원시와 함께 추진한 커뮤니티 아트 사이트 조성 계획 중, 지동 프로젝트 ‘생태 골목에 심다’ 벽화 프로젝트는 수원화성이 애물단지가 아닌 자랑거리가 되고, 세계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마을이라는 자부심을 되찾게 해주었다.

주관단체와 작가, 마을 주민들의 진정한 커뮤니티 아트가 아닐까 생각한다(하략)‘

 

김수현 창룡마을 창작촌 고문(조각가. 현 충북대 명예교수)이 ‘커뮤니티 아트 사이트의 본 고장이 될 착한 지동을 기대하며’라는 글에 적은 내용이다.

 

지동 벽화작업 일일이 기록

 

올 6월에 발간한 책이다. 정확히 말하면 7월 지난주에 책이 배달됐고, 11일(목) 오전에 본 기자의 손에 책이 들려졌다. 그저 평범할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그러나 그 책을 받아든 순간 눈을 딴 곳으로 돌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 책이 만들어지기 까지 숱한 땀 냄새가 그 안에 배어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진 위. 좌측은 벽화길 조성 전 더럽고 습한 골목. 우는 벽화길 조성 후 달라진 모습

사진  아래. 좌측은 벽화작업 전 정비를 하는 벽. 우측은 현재 벽화 조성 후


 

‘생태 골목에 심다’라는 100P 남짓한 이 책은 그동안 지동골목에서 1년 6개월을 지내오면서 벽을 뜯어내고, 다시 바르고, 칠하고, 또 밑칠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코팅을 한 내용이 그대로 한편의 드라마처럼 엮어진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동안 지동을 찾아와 숱하게 땀을 흘리며 봉사를 한 면면이 들추어져 있다.

 

지동마을 사람들을 변화시킨 벽화

 

이 책에는 지동의 모든 벽화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나비를 그리고,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린 꼬마들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담겨져 있다.

 

 벽화골목에 많은 꼬마들이 모여들었다(위). 벽화를 그리기 위해 지동 골목에 온 자원봉사자들(아래)


 

‘지동골목에는 아이들이 없는 줄 알았다. 몇날 며칠을 골목을 다녀도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찌된 일일까? 동네에 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내 눈에만 그리 보이는 것은 아닌 것같다.

벽화는 유한하다. 그러나 벽화가 하는 일은 무한하다. ‘생태 골목에 심다’라는 주제로, 지동 골목에 녹색 비람을 일으키며 마을 주민들과 청소년, 꼬맹이들을 골목으로 쏟아져 나오게 하는데 성공...‘

 

지동 프로젝트 총괄작가 유순혜의 편집후기에 적힌 글들이다. 그리고 이어서 주민들의 말을 달아냈다.

 

“엄마, 고양이가 날 쫒아와”

“오빠! 자전거 타고 경주할까? 난 빨간 자전거, 오빤 파란 자전거”

“나는 포도 따다가 팔아야겠네..호호호”

“우리 집 꽃게는 해물탕 끓여서 동네잔치 해야지...하하하”

정말 그랬다. 지동마을에 대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골목에 자리를 깔았다. 그 자리에 앉아 삼겹살을 구우며, 정담을 나누는 모습들이 보인다. 삭막하고 음습한 지동골목이 변화한 것이다. 꽃길이 조성되고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지면서, 그렇게 지동 사람들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연 것이다.

 

계절별로 정리한 프로젝트는 압권

 

지동 프로젝트 - ‘생태 골목에 심다’는 계절별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그 계절에 따른 벽화와 함께 계절별로 찾아 온 아마추어 화가들의 얼굴이 그득하다. 골목에 질펀하니 눌러 앉아 손을 흔들고, 벽에 착 달라붙어 열심히 그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담았다. 서울여자대학 미술학과 학생들이 MT를 마다하고 지동으로 달려왔을 때, 지동 사람들은 맛있는 비빔밥으로 그들을 대접하였다.

 

지동은 이제 정이 넘치는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사람들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부분 부분에 신문에 났던 기사를 실었다. e수원뉴스 하주성 기자의 글이 중간 중간에서 그림의 설명을 도와주고 있다. ‘벽화골목의 꼬마화가들’, ‘지동벽화골목의 자원 봉사자들’, ‘MT대신 벽화봉사를 하기도’, 수원 지동 벽화길, 퉁영 동피랑을 넘을 수 있을까?‘, ’벽화그림 하나가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등이다.

 

지동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보습. 골목길에 주민들이 자리를 깔고 삼겹살을 구우며 담소를 하고 있다


 

책은 봄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했다. 땅 속 깊숙이 굴을 파고 들어간 짐승들이 잠을 잔다. 그리고 또 다시 봄을 맞이했다. 그 계절의 모든 작업들이 하나하나 소개되어 진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생태 골목에 심다’는 앞으로 영원히 지동 사람들과 함께, 또 다른 새 계절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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