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오후 4시부터 남한강 둔치에서 열린, '2010 남한강 대보름 대동 한마당'에는 빗방울이 뿌리는 가운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대보름 한마당을 즐겼다. 많은 행사가운데 남한강에 줄다리기를 한 줄을 띄워 보내는 '액송의식'이 진행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구동성으로 한 마디씩 한다.

 

"이것이 대보름 행사입니까? 이것은 예술입니다"

"정말 이렇게 줄을 강에 띄워 보냈나요? 그런데 이런 줄다리기가 어째 문화재 지정이 아직 안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정말로 제가 본 대보름 행사 중에 최고입니다"

"오마이 뉴스에서 기사를 보고 설마하고 왔는데,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습니다."

 

전국에서 남한강 대보름 한마당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모여 좋은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물기가 있는 모래밭에 눕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 줄다리기 여주의 줄다리기는 많은 사람들이 적은 액송기를 꽂고 한다. 줄에 꽂힌 무수한 액송기들
ⓒ 하주성
액송기

  
▲ 남한강 줄다리기를 마치면 줄을 메고 남한강으로 나간다
ⓒ 하주성
줄다리기

 

액송기를 꽂고 하는 줄다리기

 

여주의 줄다리기는 작은 액송기에 자신의 소원을 적은 액송기를 꽂는다. 대보름 한마당에 참가를 한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한 가지 염원을 적어, 줄로 달려가 좋은 자리에 기를 꽂기 위해 아우성이다. 그렇게 수없이 기가 꽂힌 줄을 당기는 사람들도 신이난다. 온 힘을 다해 줄다리기를 하고나면, 그 액송기가 꽂힌 줄을 강으로 메고 나간다.

 

액송 줄과 기원을 적은 촛불 뗏목이 강에 도착하면, 한마당 살풀이가 펼쳐진다. 올 해 살풀이는 여주민예총 교육정책연구소장인 김원주(남, 49세. 화가)가 맡아서, 액을 소멸시키는 살풀이를 추었다. 들고 춤을 추던 흰 소창에 불이 붙자, 사람들은 저마다 박수를 치며 탄성을 지른다. 멀리 부산에서 남한강 대보름 한마당을 보기 위해 달려왔다는, 사진작가 한분은 '너무 대단해 눈물이 난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살풀이를 추면서 남한강 찬물로 뛰어 들어간 김원주 소장은 기원을 담은 촛불 뗏목과 줄을 남한강으로 띄워 보내기 시작했다. 모든 액과 기원을 담은 액송 줄과 뗏목이,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천천히 떠내려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손을 모으고 기원을 한다.

 

  
▲ 살풀이 줄을 보내기 전에 모든 액을 풀기 위해 여주민예총 김원주 교육정책연구소장이 살풀이를 추고 있다.
ⓒ 하주성
살풀이

  
▲ 남한강 살풀이는 수건에 불을 붙여 남한강 안으로 들어가자 최고조에 달한다
ⓒ 하주성
남한강

 

액송기를 띄워 보내는 마음들

 

기에는 삼재소멸, 건강발원, 사업번창 등의 글들이 보인다. 그런데 그 중에는 재미난 사연도 많다. '방보리 오빠, 현욱이 군 생활 건강히'라는 글과 그 옆에 나란히 '무사귀환 승희야 사랑해'라는 문구도 보인다. 아마 연인들이 적어 놓은 듯하다. 어느 누구는 '2010년 예능대학 합격'이라고도 적었고, '올 경인년에는 꼭 배지를 달게 해 주세요'라는 것으로 보아, 어디 출마라도 하려는가 보다.

 

이런 저런 사연이 많이 적힌 액송기들. 그 기를 꽂은 액송 줄이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떠내려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두 손을 모으고, 마음속으로 기원을 한다. 그렇게 불이 붙은 촛불 뗏목과, 액송기를 가득 꽂은 두 개의 줄이 강물이 흐르는 대로 흘러가고 있다.

 

"정말 이런 대보름 한마당은 처음입니다. 이건 대보름 한마당이 아니라, 진정한 종합 예술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 액송 줄 액송줄을 강에 띄워 보내는 의식을 하고 있다.
ⓒ 하주성
액송 줄

  
▲ 촛불과 줄 기원을 적은 촛불과 줄이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 하주성
남한강

 

천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참가했다는 김이완씨(남, 52세. 천안시 쌍룡동)는 이런 대보름 한마당을 볼 수 있게 해주어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한다. 내년에도 꼭 다시 참석하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하고 가는 사람들. 그러나 내년에도 이 둔치에서 대보름을 맞이할 수 있으려는지. 이 액송 의식을 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액송 기에 이런 글을 적어 보냈다.

 

"천년만년 이곳에서 달맞이를 하고 싶다."


 

  
▲ 액송 줄 액송 기를 가득 꽂은 액송 줄이 강물에 떠내려간다.
ⓒ 하주성
액송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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