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인가 했더니, 그동안 날씨가 영 꽃구경을 할 만큼 받쳐주지를 않았습니다. 비가 오는가 하면, 일기가 변덕스러워 일교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죠. 이럴 때는 꽃조차 마음대로 피고지지를 못합니다. 그런 기온이 모처럼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좋은 날을 만난 것이죠. 경기도청에서는 419일부터 21일까지 벚꽃축제를 한다고 합니다.

 

내일은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 중 도로와 나란히 가는 길이 목책 길로 조성이 되어, 첫 걸음을 걸을 수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18일 오후, 광교저수지 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내일 개통을 준비하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듯, 위쪽에서는 아직도 중장비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이 길보다 개인적으로 수변산책로를 좋아합니다.

 

 

계절별로 느낌이 다른 수변산책로

 

제가 이 수변산책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첫째는 흙을 밟고 걸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둘째는 길이 자연입니다. 광교저수지를 끼고 난 산책로는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하고 걸어야 합니다. 흡사 작은 바닷가에 난 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길을 즐겨 걷습니다.

 

이 길의 좋은 점은 사계절 모두 느낌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봄에 이 길을 걸으면 마치 새색시의 수줍음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여름이 되어 녹음이 우거지면, 푸른 숲과 푸른 물로 인해 장부의 기상을 느낍니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 연인의 시선을 이 길에서 느끼고는 합니다. 이 길을 계절별로 걷는 이유입니다.

 

 

수원의 길이라 칭하고 싶어

 

수원은 참 살맛나는 고장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길, 걷고 싶은 길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수원천을 따라 걷는 길, 화성을 따라 안팎으로 걷는 길, 광교산으로 오르는 길, 팔달산을 송림사이로 걷는 길, 만석거를 한 바퀴 돌아보는 길, 축만제를 제방을 따라 걷는 길 등 헤아릴 수 없는 길들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많은 아름다운 길을 다 걸어본다고 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런데 어찌 이 길 뿐이겠습니까? 숙지산 산책로가 있는가 하면, 일반인은 허락을 받아야 들어가는 여기산 오솔길, 거기다가 황구지천을 따라 걷는 길도 있습니다. 이 많은 길들 중에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저는 이 길 가운데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를 가장 좋아합니다.

 

 

봄에 걷는 수변산책로, 절로 콧노래가

 

그리고 여름이나 가을, 겨울보다 봄에 이 길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것은 수변산책로를 따라 산에서 내리 닫아, 물속으로 텀벙 뛰어드는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있기 때문입니다. 그 진달래를 구경하면서 걷다가 보면, 절로 콧노래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만큼 자연친화적인 아름다운 길이기 때문입니다.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햇살이 따듯하다싶은 오후에 천천히 이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몸을 잠시 비켜서야 할 만한 좁은 길입니다. 그런데 걷다가 보면 오르락내리락 재미가 있습니다. 조금 밋밋하다 싶으면 오르막이 나옵니다. 그리고 변화가 필요하다 싶으면, 바위가 길가에 삐죽 얼굴을 내밀기도 합니다.

 

 

 

수원의 시화(市花)인 진달래가 가장 멋스럽게 피어있는 길입니다. 한참 걷다 무심코 저수지의 물을 들여다보니, 물속에 진달래가 피어있습니다. 혼자 키득거리며 걸어갑니다. 바쁜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주변을 살피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길도 주어봅니다. 그러다가 보면 산책로에서 저수지 쪽으로, 뚝 떨어진 벼랑에 진달래가 절벽을 움켜잡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래서 2km 남짓한 이 길이 정말 좋습니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시는 임이 없어도 좋습니다. 한 아름 진달래를 따다가 길에 뿌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함께 따라 갈 임이 없어도 좋습니다. 터벅거리며 길을 걸을 때, 흙먼지가 폴폴 일어나 더욱 좋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 제가 봄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길, 하나에 놓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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