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산다는 것이 참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살다가 보면 힘들 때도 있고, 가끔은 실패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에서는 무슨 이야기꺼리가 있겠느냐고도 묻는다.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 행복이라는 것이 날마다 내 주변에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길을 가다가 보면 의외로 허름한 집에서 호식(好食)을 할 경우가 생긴다. 생각지도 않고 들어간 집에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그 날은 괜히 횡재라도 한 듯한 기분이 든다. 아직은 세상을 많이 살아보지 못해서라고 늘 위안을 삼는다. 그런 것 하나가 세상살이를 조금은 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중화요리 신흥원의 사장님은 바쁘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297 - 21에 소재한 중화요리 신흥원. 겉으로 보기에는 어느 촌에 있는 중국집의 외형과 흡사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더욱 놀랍다. 벽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다. 이 소리는 곧 메뉴판이 없다는 소리이다. 그렇다고 장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신훙원의 박기수(남, 50세) 사장은 지동 31통의 통장님이다. 낮에는 일을 하면서 틈틈이 마을 일도 보아야 한다. 이곳에서 가깝지 않은 시장사람들이 주문을 많이 하기 때문에, 낮에 가면 얼굴을 보기조차 힘들다. 11월 15일 오후 7시가 넘은 시간에 신훙원을 찾았다. 마침 가족들이 모여 있는 시간이다.

 

잠시 대담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30분이면 족하다고 하였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배달을 하느라, 겉에 입고 있던 작업복을 갈아입지도 않았다. 그만큼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타면만 만들기 벌써 30년

 

“중학교를 마치고 집을 나왔어요. 그 때는 무조건 서울이라는 곳을 가야 성공을 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살기가 어려웠던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큰일을 좀 해보고 싶었거든요. 1969년에 집에서 가져 온 얼마 되지 않은 돈을 갖고, 동대문시장에서 가방 장사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사회 경험도 없는데다가 자금도 부족해 결국 손을 놓고 말았죠.”

 

그길로 군에 입대를 했다. 그리고 제대를 한 후 서울의 중국집에 종업원으로 들어가 중화요리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3년을 고생을 한 후 30년 전에 수원 지동으로 내려와 중화요리집을 차렸다.

 

“벌써 30년이 지났네요. 30살에 이곳에 들어와 정착을 했는데, 그동안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세월이 흘러버렸습니다. 참 이런 것을 보면 세월이 참 빠른 듯합니다.”

 

잠시 옛 일을 생각하는 듯 사색에 잠긴다. 이 집은 테이블이라고 해야 세 개인가 밖에 없다. 그저 시골의 어느 중국집과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도 단골들이 많다고 한다. 아마도 이집의 수타 자장면 맛이 일품이기 때문인가 보다.

 

“저희 집은 주로 주민들보다 시장상인들이 더 많이 찾습니다. 배달도 시장으로 더 많이 가고요. 지동 벽화를 보러 오셨던 분들이 들렸다가 가시면, 다음에 딴 분들을 모시고 오기도 합니다. 맛이 있다고 하시면서요. 그럴 때가 가장 기분이 좋죠.”

 

 

통장 일도 자영업이라 할 수 있어

 

영업하랴 마을 일 보랴 바쁘다. 그렇게 쉴 틈도 없이 바쁘다가 보면, 아무래도 건강에도 문제가 있을 것만 같다. 일찍 영업장으로 나와 준비를 하고, 점심시간 전인 11시부터는 영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시장 상인들은 아무래도 시간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주문을 하면 빠르게 음식배달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타로 자장을 뽑다보니 그도 만만찮다.

 

“자영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체력이 받쳐줄 때까지는 계속해야 하는데 탈이라도 나면 안되죠. 그래서 많이 피곤하면 쉬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희 집은 오후 7시가 되면 마감을 합니다.”

 

박기수 사장은 현재 지동 31통의 통장님이시기도 하다. 31통은 원래 지동 10통이었는데, 인구가 늘어나자 분통을 해 31통이 생겼다. 그리고 벌써 14년 째 통장을 맡아보고 있다.

 

“손님들이 찾아오셔서 옛날 짜장 맛이 난다고 하시죠. 그리고는 또 찾아오십니다. 그럴 때마다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요. 아들만 둘인데 이제 다 자랐으니 조금은 여유롭게 살고 싶어요.”

 

지동으로 와서 정착을 한지 30년 세월. 그리고 그 숱한 사연을 간직한 체 지동 한 편에 오롯이 자리를 잡고 있는 신훙원. 그곳에 불이 꺼졌다. 내일 또 신흥원에는 면을 뽑느라 들리는 소리가 정겨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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