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문 앞 수원천을 건너서면 세 곳의 재래시장이 나란히 있다. 큰 시장 같으면 모두 하나의 시장의 넓이 밖에는 안되겠지만, 이곳은 들어가는 골목마다 이름이 다르다. 우선 다리를 건너게 되면 만나는 시장이 순대타운으로 유령한 지동시장이다. 그리고 그 좌편으로는 미나리광시장이 있고, 그 옆으로는 다시 못골시장이 있다.

 

나란히 서 있는 이 세 곳의 시장은 나름대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 중 ‘지동(池洞)’의 우리말인 ‘못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그저 시골마을 어디서나 볼수 있는 장거리가 길게 형성이 되어있다. 나에게는 팔달문 앞에 있는 10여 개의 시장 중에서 가장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못골시장이기도 하다.

 

 

 

골목시장에 또 골목에 있는 집

 

못골시장을 돌다가 보면, 중간쯤 되는 곳 골목 안에 사람들이 드나드는 집이 보인다. 앞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하나 걸려있다. 잔치국수는 2,000원이고 손칼국수는 3,000원이란다. 불과 한 시간 전에 점심을 먹었지만 왠지 눈이 번쩍 뜨인다. 정말 착한 가격이다. 그런데 ‘싼게 비지떡’이라는데 맛이 괜찮을까 모르겠다.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 258번길 10-13에 소재한 ‘통큰 칼국수’ 집이다. 우선은 안으로 들어갔다 몇 분의 손님들이 시간 지난 점심이라도 드시는가 보다. 안은 말끔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잔치국수 두 그릇을 시켰다. 그런데 주문이 끝나기도 전에 국수를 갖다 준다. 김치는 셀프란다.

 

 

 

주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직접 해주는 손칼국수

 

국수 맛이 깔끔하다. 불과 한 시간 전에 점심을 먹었지만, 그래도 맛이 있는 것을 보면 이 집 그저 담백한 잔치국수 맛이 제대로 라는 생각이 든다. 국수를 먹고 있는데 누가 와서 칼국수를 시킨다. 시간이 걸린다고 조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주문을 하면 그때서애 밀가루를 직접 밀어 칼국수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 집도 ‘착한가격업소’이다. 요즘 수원에는 이런 착한가격 업소가 가는 곳마다 있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도 음식을 즐길 수가 있다. 주인장의 밀가루를 반죽하고 칼질을 해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런 광경을 보고는 그저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 우리가 아닌가? 바쁘게 조리를 하는데도 말을 붙여본다.

 

 

 

“이곳에서 국수 장사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딴 곳에서 하다가 이곳에서 시작한지는 6개월 정도 되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싸게 팔아도 남는 것이 있나요?”

 

그 질문에 대답이 시원하다.

“손님들이 많이만 찾아오셔서 많이 팔아주시면 남는 게 있죠. 주변 분들한테 홍보 좀 많이 해주세요. 저희는 정말 맛있고 깨끗하게 손님들께 대접을 합니다.”

 

어딜 보나 깨끗하다는 것도 인정을 한다. 그리고 맛이 있다는 것도 인정을 한다. 그런데 이 주인장 ‘파는 것이 아니고, 대접을 한다.’고 말을 한다. 그 말 한 마디가 기분 좋게 만든다. 맞는 말이다. 요즈음은 손님은 다 돈으로 보이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 손님들을 대접한다는 이 말이 정말 상도의를 아는 말이다. 2,000원으로 누리는 행복, 수원에 들릴 기회가 있으면 꼭 한 번 이집을 찾아가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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