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겉돌기’라고 하니, 사람들은 화성에서 빈둥거리고 노는 줄로만 아는가 보다. 하지만 말 그대로 화성의 겉(밖)을 돌아본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화성을 이야기할 때 주로 안으로 돌면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화성을 보다가 보면, 그 밖으로의 경치도 만만치 않게 아름답다. 또한 성이라는 축조물의 특성상 밖이 성이 되기 때문이다.

 

그저 성곽만 보이는 성벽을 끼고 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냐고 묻는다. 그렇지 않다. 성은 밖으로 돌면서 지형지물의 이용이나, 축성의 형태, 또는 주변 경관 등을 논하지 않고는 온전한 성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 ‘화성 겉돌기’는 그래서 중요하다. 12회 정도로 나누어 돌아보는 화성 겉돌기를 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채석의 흔적이 있는 화양루 밖

 

수원시 팔달구 교동 3-3에 소재한 수원중앙시립도서관을 마주보면서 우측으로 조그만 소로 길이 하나 보인다. 팔달산 지석묘군을 향해 오르는 길이다. 이 길 위에는 화성의 남쪽 능선을 지키는 용도가 있고, 그 끝에 서남각루인 화양루가 자리한다. 숲길을 따라 오르면 여기저기 지석묘군이 있다.

 

지방유형무형화재로 지정이 되어있는 이 지석묘군의 주변에는 바윗덩어리들이 널려있다. 바위에는 돌을 쪼아내기 위해 구멍을 파 놓은 것들이 보인다. 화성을 축성할 때 이곳에서도 성벽을 쌓을 돌을 채석한 것이다. 화양루를 향해 오르다가 보면 여기저기 널린 바위들의 면이 똑바로 절개된 것들이 보인다. 아마도 돌을 떼어낸 곳인 듯하다.

 

 

 

그리고 보면 이곳의 바위와 성을 쌓은 돌의 색깔이 비슷하다. 멀리까지 갈 것 없이 바로 그 밑에서 떼어난 돌로 성을 쌓았는가 보다. 화양루를 끼고 성의 서쪽을 향해 걷는다. 이 길로 성길을 따라가면 서장대를 지나 화서문을 향할 수가 있다.

 

밖에서 보는 서남암문 과연 절경일세

 

9월 4일 오후. 비는 더 세차게 퍼 붓는다. 가끔씩 바람도 불어 땀을 씻어주는 것은 좋은데, 우산이 자꾸만 뒤로 넘어가잔다. 그래도 천천히 걸음을 걸으면서 숲 냄새를 맡아본다. 비가 오는 날은 숲은 더욱 더 냄새가 강하다. 심호흡을 하면서 성 밖의 소나무들을 본다. 이리저리 구불거리며 제 멋대로 자랐다.

 

 

 

아마 역사의 진저리를 저리도 몸으로 표현을 한 것은 아닐까? 용도 서편의 담이 유난히 낮다. 지금이야 이곳에 길이 생겼으니 이리 낮지만, 과거에는 이곳 밖으로 급경사였으니 굳이 성벽이 높아야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빗발이 점점 거세진다. 그저 아무렇게나 휘어진 소나무 숲에서 짙은 숲의 향이 코를 간질인다. 이런 분위기가 못내 좋아 이 길이 늘 정겹다. 조금 더 걸어본다. 새 한 마리가 비에 젖어 나무꼭대기에서 오글거리고 있다. 어찌 보면 저 새야말로 가장 행복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날개를 툴툴 털고 가장 편안하게 날아오를 수가 있을 테니까.

 

 

 

내가 화성 겉돌기를 하는 까닭이지

 

성곽 보수를 하느라 아래 위를 다른 돌로 쌓아올린 곳을 지나치다 보면 옛 분위기 물씬 풍기는 치(성 벽으로 기어오르는 적을 뒤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성벽에서 돌출시켜 만든 구조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서삼치, 서쪽에 있는 치 중에서 세 번째 치라는 말이다. 화성을 안에서 돌던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는다. 서삼치 앞에 늙은 노송 한 그루가 서 있다.

 

그 노송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먼 옛날 내가 이 자리에 있었을 것만 같은 생각이다. 저 나무는 그저 성벽을 타고 넘어 성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는지, 꽤나 키를 키우고 있다. 앞뒤로 보이는 서삼치의 풍광에서 첫 번째의 발길을 멈춘다. 그저 지나치기가 아쉽기 때문이다. 이런 풍광이 있어, 내가 화성 겉돌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 온누리49 2012.09.06 23:52 신고

    예약 송고한 글입니다
    6일에 글을 남겨놓고 7일 아침 일찍 안성으로 갑니다
    바우덕이의 후예를 찾아서^^
    다녀와 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날들이시기를 바랍니다.

  2. *저녁노을* 2012.09.07 06:26 신고

    늘 바쁘신 일상이군요.
    잘 보고가요.

    건강하세요

  3. 익명 2012.09.07 06:32

    비밀댓글입니다

  4. pennpenn 2012.09.07 07:17 신고

    성곽쌓는 기술이 정말 대단해요
    가을 기분이 감도는 주말을 잘 보내세요~

  5. 공감공유 2012.09.07 07:28 신고

    화성은 정말 어릴 적에 가고 가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보니 색다르네요 ㅎㅎ

  6.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9.07 07:35

    좋은 글 잘보고갑니다~^^

  7. 참교육 2012.09.07 07:54 신고

    요즈음 일상 탈출이라는 이름의 여행이 다 그렇더군요.
    구경을 하려면 요즈음은 화질도 깨끗한 TV가 훨씬 더 볼만 한데....
    앞다퉈가는 해외 여행을 보면 '화성 겉돌기'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공부 잘하고 갑니다.

  8. 익명 2012.09.07 08:17

    비밀댓글입니다

  9. Hansik's Drink 2012.09.07 08:22 신고

    잘 다녀 오시길 바래요~ ㅎㅎ
    멋진 하루를 시작해보세요~!!

  10. 행복끼니 2012.09.07 08:51

    넘 멋있습니다~~
    감상 잘하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11. 부동산 2012.09.07 09:09 신고

    정말 축조기술이 너무나 뛰어남을 알 수 있네요.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12. 솔브 2012.09.07 09:17

    이런 느낌이었다니... 화성 겉돌기. 한번 해봐야겠어요!

  13. 바닐라로맨스 2012.09.07 09:19 신고

    이야... 정말 저렇게 견고하게 만들다니 참 조상님들의 솜씨가 대단한것 같습니다.

  14. 귀여운걸 2012.09.07 09:31 신고

    이런 풍광 때문에 겉돌기를 할수밖에 없군요ㅎㅎ
    온누리님 덕분에 구경 잘하고 갑니다^^

  15.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9.07 09:53

    우리의 문화유산 잘가꾸고 보전해야 겠습니다

  16. 솔향기 2012.09.07 15:01

    아이들 어릴때 공부가 되라고 겉돌기 한번 한적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새롭고 그때의 일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오르네요
    덕분에 기분좋은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