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시 동명동 565 - 40에 소재한 ‘풍년 육개장’.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영랑호 방향으로 걸어가다 사거리를 지나면 바로 우측에 있다. 식당 앞에는 ‘매일 육개장을 직접 끓입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양양에 들렸다가 소문을 듣고 찾아간 식당 안은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조금은 한가로운 모습이다.


‘시장이 반찬’이라 말은 이 집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말끔하게 정리가 된 주방과 홀. 그리고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준다. 육개장 3인분을 주문해 놓고, 벽에 걸린 가격표를 보았다. 육개장과 비빔밥은 7,000원, 소고기 수육 대(大)는 30,000원 중은 20,000원이란다.

 

 


육개장 전문집인 속초시 동명동 풍년육개장

    

이 집은 많은 음식을 하지 않는다. 육개장 전문집이다. 육개장과 수육, 그리고 비빔밥이 이집의 메뉴 전체이다. 그만큼 전문 음식점의 맛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메뉴가 많지 않네요?”

“예, 한 가지를 해도 제대로 손님들에게 대접을 하려구요”

“아침마다 직접 국물을 끓이시나요?”

“전날 9시면 문을 닫고 밤새 끓도록 놓아두어야 진국이 우러나죠.”


이야기를 하는 동안 찬이 나왔다. 백김치와 콩나물, 멸치볶음 등, 보기에도 정갈한 상차림이다. 하기야 육개장을 먹는데 많은 반찬은 필요하지 않다. 문제는 육개장의 맛이기 때문이다. 큼직한 뚝배기에 담긴 육개장과 밥 한 그릇을 차려놓는다. 보기에도 푸짐하다. 양양으로 행하면서 휴게소에 들려 먹은 라면과 김밥이 아직 꺼지지도 않았는데...

 

 

 


탕 그릇에 담긴 건더기를 건져본다. 고기가 푸짐하다. 이 집 주인의 인심을 알만하다. 밥을 말아 먹어본다. 국물이 정말 진하다. 많은 집에서 육개장을 먹어보았지만, 이렇게 진한 맛이 감도는 집도 드물 것이란 생각이다. 함께 식사를 한 지인들도 정말 진국이란 말로 덧붙인다.


맛집에 소개를 해도 좋을 '풍년 육개장'


전국을 답사를 하면서 그동안 만난 식당을 생각하면 아마 꽤나 많을 듯하다. 하루에 두 곳을 들린다고 해도 한 번 답사를 나가면 4곳의 식당을 찾아간다. 한 달에 네 번만 나갔다고 해도, 한 달이면 16곳을 식당을 들리는 셈이다. 그것이 일 년이면 192곳의 식당을 드나들었다.

 

 


그렇게 20년이면 자그마치 3,840곳이다. 그 중에는 정말 맛이 있는 집도 있었고,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 그대로 계산을 하고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나온 집도 있다. 물론 사람마다 입맛이 각각 다르니, 내가 맛있는 집이라고 해도 상대방에게는 별로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 많은 음식점을 드나들면서도 음식에 대한 글을 별로 쓰지 않았다.


요즈음 들어 가끔 맛집에 대한 포스팅을 하는 것도, 꽤나 조심스럽다. 신문사에서 취재를 다니다가 보면, 일주일에 10여 곳의 식당을 들어가 끼니를 해결하지만, 정말 맛이 있거나(이것도 물론 내 입맛이지만), 아니면 특별하지 않으면 소개를 하기를 꺼려하는 나이다. 같이 동행을 한 일행에게 맛을 물어보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모두가 다 맛이 있을 때, 그 집의 음식이 정말 맛이 있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다 배들이 불렀지만 남가지 않고 그릇을 비운 것을 보면, 이 집의 육개장이 나만 맛있었던 것은 아닌 듯하다. 여름철 휴가 때 혹 속초로 가게 되면, 이 풍년육개장에 가서 진국인 육개장 한 그릇을 권하고 싶다. 며칠 동안 쌓인 피로와 숙취가 싹 가시는 듯한 맛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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