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잘 가는 집이 있다. 광교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다가 보면 출출하기도 하다. 그럴 때면 산 밑 버스 정류장 바로 위에 있는 식당을 찾아간다. 이 식당을 자주 찾는 이유는 자연 속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갑갑한 건물 안을 벗어나, 나무 밑에서 한 끼 식사를 즐기는 여유. 말로만 설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족한 듯하다.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47-2에 소재한 ‘광교헌’. 한마디로 이 집에서 늘 즐겨먹는 것이 보리밥이다. 보리밥에 나물 몇 가지 넣은 후 고추장과 참기름에 비벼서 먹는다. 함게 나오는 된장과 우거지선지국 또한 이집만의 별미이기도 하다.

 

 

어느, 시골의 툇마루 같은 집

 

20년 넘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답사를 계속하다 보니, 이젠 겉으로 집 모양만 대충 보아도 그 집의 손맛을 알 정도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자그마치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 20년이 넘게 전국 방방곡곡을 발품을 팔았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다.

 

물론 음식이라는 것이 ‘시장이 반찬’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왕이면 정이 가득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그 또한 맛있는 반찬보다 낫다. 하기에 난 겉으로 보기에 으리으리한 집은 왠지 불편하다. 그것보다는 그저 마음 편하게 다리 쭉 뻗고 가끔은 지인들과 곡차 한 잔을 하면서 떠들 수 있는 자리가 좋다.

 

 

 

초가집의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그저 숲 속에 길게 늘어놓은 탁자가 마치 시골 집의 툇마루와 같이 정겹다


광교헌은 들어가면서부터 기분이 좋다. 이름 그대로 광교에 있는 마루라는 뜻이다. 마루란 무엇인가? 그저 길을 가다가말고 편안히 다리를 뻗고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내가 이 집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어느 시골집의 툇마루와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난 늘 이 광교헌을 이렇게 비유한다.

 

뙤약볕 길을 걷고 있다가 만난 깊은 산골마을의 시골 길. 발을 옮길 때마다 먼지가 폴폴 나는 시골길을 걷다가 만난 초가집 한 채. 사립문조차 닫을 필요가 없는 산골 집에 툇마루. 그 툇마루에 털썩 주저앉아 안마당에 있는 우물에서 시원한 냉수 한 그릇으로 땀을 식히는 그러한 기분이 드는 광교헌이다.

 

 

 보리밥을 비벼 먹을 수 있도록 내주는 나물과 아주 시골스런 반찬들


아주 시골스런 밥상에 군침을 삼키다.

 

나무를 그대로 마당에 두고 길 탁자를 놓은 곳. 그곳이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한 편에선 고기를 숯불에 굽고 있지만, 훤히 터진 곳이라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한편 나무가 가까운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는다. 주문을 하고 나면 내오는 반찬들. 참 시골스럽다. 직접 만든다는 묵과 두부, 그리고 생김치와 정구지무침, 된장과 우거지 선지국. 그리고 쌈과 고추 등이 이 집 반찬의 다이다.

 

보리밥 한 그릇에 비벼먹을 수 있는 나물 몇 가지. 그것을 모두 큰 보리밥 그릇에 집어넣고 썩썩 비빈다. 그리고 한 숟갈 크게 떠 입안에 넣는다. 보리라고 해서 조금은 껄끄럽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입안에 가득한 나물과 보리의 향이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룬다.

 

 

 이 집에서 내주는 우거지 선지국은 막걸리 한 잔을 함께 하기에 딱 좋다


아마 답답한 실내에서 이 음식을 먹었다면, 이보다 맛이 덜할 듯하다. 그저 시골의 초가 집 툇마루와 같은 곳에서 먹는 음식이기에 그 향이 더한 듯한 것일 테지.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산 새 한 마리가 푸드덕하며 날아간다. 저 새도 밥 때가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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