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화성시로부터 보도자료 하나를 받았다. 내용은 2012년 3월 4일(일) 오전 10시부터 화성시 궁평항 특설무대에서 ‘2012 화성시 궁평항 풍어제’를 한다는 소식이다. 옛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며, 궁평항에 기점을 둔 많은 배들이 올 한해 풍어를 기원하는 지역 축제라는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아침 일찍 궁평항으로 달려갔다.

썰렁한 축제장, 날씨마저 방해를 놀아

며칠 동안 봄날 같은 포근한 날이 계속되었다. 뉴스에서는 남녘에는 벌써 꽃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고, 연신 봄이 다 온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3월 4일 궁평항은 바람도 불고, 날씨마저 차다. 행사장에는 축제장답지 않게 사람들도 많지가 않다. 이 날 궁평항 풍어제는 오전 10시에 ‘신청울림’으로 시작을 해, 오후 5시 50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짜여 있다.


그런데 순서를 보니 이상하다.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에서 풍어제(굿)를 한다고 하는데, 굿의 제차를 보니 경기도굿이 아닌 황해도 굿이다. 세경들이, 초감흥, 초부정, 영정거리, 땟배나가기, 타살굿 등 이런 거리 제차는 모두 황해도 굿에서 나오는 굿거리 명칭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특설무대에서는 황해도 만신들이 굿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기도 땅, 그것도 화성시의 궁평항에서 문화의 전승을 위해 마련한 풍어제에서, 얼토당토않은 황해도 굿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화성은 재인청의 무부들과 신내림을 받은 무녀들에 의해, 경기도 굿의 중심지에 서 있는 곳이다.


화성은 특별한 곳이다.

딴 곳이라고 한다면, 그저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화성이라는 곳은 경기도 내에서도 특별한 곳이다. 화성은 예부터 수원을 중심으로 한 재인청이 있던 곳이다. 재인청이란 굿을 하는 무부, 소리를 하는 창부, 재주를 부리는 재인, 그리고 옛 무기(舞妓)들이 교방청이 문을 닫고 난후, 그 무기들까지도 등록을 한 후에 기예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예인집단이 있던 곳이다.

재인청이란 조선조 말기, 세습 무녀와, 화랑, 재인, 광대 등 직업적인 민간 예능인들의 예능 및 사회 활동을 행정적으로 관장했던 조직체이다. 재인청은 광대청, 혹은 장악청이라고도 불렀으며, 그에 속한 인원이 많았을 때는 3만 여명이 넘었다고 하는 대규모 예인집단이었다. 그렇다고 이 재인청이 관 주도적인 조직이 아니었다. 이 재인청은 각 지역마다 재인청을 두었는데, 그 재인청의 우두머리를 대방이라고 하였다.


이 재인청들을 모두 관장하는 곳이 당시 화성재인청이었으며, 화성재인청의 대방을 ‘도대방’이라고 하였다. 3대를 재인청의 도대방을 지낸 이용우 일가가 살았던 곳이 바로 현 화성시요, 그 외에 수많은 무부들이 화성을 근거지로 살아왔다. 이런 화성시에서 전통문화 보존 운운하면서, 정작 굿은 황해도 굿을 하고 있다는 것은 도대체가 납득할 수가 없는 일이다.

‘갑신완문(1824)’에 팔도재인 편에 보면

「팔도 재인들은 병자년(인조 14년, 1636) 이후로 칙명을 가져오는 사신의 행차를 위해 좌우 산대를 거행한다. 재인 중에는 도산주라 불리는 소임을 가진 자가 있는데 각도와 읍에서 재인들이 도산주를 취하여 올려 보낸다. 이들은 각각에게 맞는 마땅한 준비로, 행사를 받들게 한다. 갑진년(정조 9년, 1784) 이후에는 좌우 산대가 설행되지 않은 까닭에 옛 법을 개선하여 준수하도록 할 계획으로 팔도 도령의 지위에 있는 자들로 (산대) 설행을 위한 대방 회의 후, 각도의 소임일 뿐이나 한 명씩 차별을 두어 정하기로 하였다.」

고 적고 있다. 지역에 전하는 재인청 이야기에 의하면 화성의 재인청에 속한 인물들이 정조의 능행차시 많은 연희를 담당하였다고 한다.(마지막 화랭이 이용우 증언) 이렇듯 화성시는 수원과 더불어 경기도 굿의 전승지역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러한 화성시 궁평항에서 전통문화 운운하면서 황해도 굿으로 풍어굿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경기도에서는 경기도 굿을 해야 마땅하다.

사실 황해도 굿이 경기도에서만 굿 행위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황해도 서해안 풍어굿’을 ‘서해안 풍어굿’으로 지정을 하고 난 후, 충청도와 전라도까지 서해안 지역이 황해도 굿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각 지역에 따라 굿의 제차가 다르고, 지역적인 특색을 가진 굿이 전승이 되어 온다.

황해도는 황해도 굿, 경기도는 경기도당굿과 강신무굿인 경기안택굿, 충청도와 전라북도는 독경자에 의한 앉은 굿, 전라남도 지역은 씻김굿, 남해지역은 남해안 별신굿, 동해안 지역은 동해안 별신굿, 그 지역마다 모두 지역 나름의 특징적인 굿이 전승이 되고 있으며, 이 지역의 특징적인 굿들은 각기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어 있다.


한 지역의 전통문화유산을 전승, 보존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 나름의 전통적인 것을 찾아 그것을 전승시켜야 마땅하다. 요즈음 지역 축제들이 기획사라는 곳을 선정하여 행사를 맡기고 있는 가운데, 정작 지역의 문화유산은 홀대를 받고 있다.

적어도 전통문화를 계승, 보존하기 위한 것이라면, 전문적인 지식을 자문 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지역과는 전혀 무관한 황당한 굿거리 제차를 보면서, 또 하나의 문화가 변질이 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인다. 그것도 재인들의 중심지였던 화성시라는 곳에서.

  1. 주리니 2012.03.05 07:00

    지역마다 그리 틀리군요?
    저라면 그런가보다... 이러며 봤을텐데 정말 예리하십니다.

  2. 참교육 2012.03.05 07:20 신고

    지역문화의 보존, 정말 심각한 문제지요.
    전통문화에 대한 애착도 그렇고...
    서울문화가 표준문화가 되고 지역문화가 열등문화가 되는 세태가 안타깝습니다.

  3. 여강여호 2012.03.05 07:38 신고

    고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인가요..
    아니면 방언을 무시해 버린 표준어정책처럼
    그런 무지의 결과인가요...
    황당합니다. 각 지역마다 전승대는 문화를 제대로 지켜나가지 못하고 있다니..

  4. 아이엠피터 2012.03.05 07:40 신고

    황해도 굿을 경기도에 한다니.. 참으로 뻔뻔한 일이기도 합니다.
    일부러 사라져가는 황해도 굿을 하는 것이면 몰라도..

  5. 모과 2012.03.05 07:48

    화성에 재인청을 알았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굿은 미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

  6. 탁발 2012.03.05 07:48 신고

    음..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풍어제를 한 곳이 항구라면 황해도굿에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황해도굿은 워낙 뱃사람들과 함께 해왔으니까요. 반면 도당굿은 주로 내륙쪽의 굿을 담당했죠.
    황해도굿은 달리 배연신굿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배 위에서 굿을 하는 것을 뜻하죠.
    전라도까지는 아니어도 경기, 충청도 해안가는 황해도 무당들이 더러 굿을 해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좀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온누리49 2012.03.05 08: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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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화성일대는 도서지역도 모두 재인청의 무부들이 굿을 해왔죠
      인천 동막도당도 해안가인데 1980년대 중반까지 도당굿의 화랭이들이 굿을 했습니다. 재인청의 무부들이 꼭 내륙만 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경기도 화성은 대방과 많은 재인청의 재인들이 살던 곳이라 황해도 굿이 들어올 수가 없던 곳이죠

  7. 광제 2012.03.05 08:18 신고

    그렇습니다...
    옷은 몸에 맞는옷을 입어야지요..
    한주...힘차게 시작하십시요...

  8. 朱雀 2012.03.05 08:42 신고

    경기도에서 황해도 굿을 하다니...좀 안타까운 일이네요. --;;;

  9. 신기한별 2012.03.05 09:48 신고

    경기도에서 황해도굿을 하다니 황당합니다

  10. 아빠소 2012.03.05 10:35 신고

    드라마에서만 제대로된 역사의 고증없이 촬영하는줄 알았는데 이런 지역 민속행사도 고증이 부족했나
    봅니다. 풍어굿을 기획했던 실무부서의 각성이 필요하겠어요~

  11. 익명 2012.03.05 15:37

    비밀댓글입니다

  12.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3.05 15:43

    지역축제가 상업화와 전시성으로 오염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더니
    이런 희한한 일도 생기는군요.

  13. 더공 2012.03.05 16:56 신고

    처음 알았네요.
    굿도 각 지방마다 다르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저런 행사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네요.
    정말 봐도 봐도 알아야 할게 너무 많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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