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가 70세 이상 되신 분들은 괜한 눈물방울이 맺힌다. “그래도 이때가 정겨웠지. 사람 사는 것 같았잖아”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지긋이 눈을 감기도 하고, 연신 “맞아, 맞아”를 외치기도 하신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그리 감탄을 연발하는 것일까?

수원시 영통구 청룡대로 265. 예전 주소로는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1088-10번지이다. 이곳에는 ‘수원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수원박물관 이층에 자리 잡은 한 전시실. 이곳에는 1960년대 팔달문 근처의 장시가 재현되어 있다. 그 당시의 점포 등을 그대로 옮겨 복원을 시켜 놓은 것이다.


수원박물관 이층 전시실에 마련되어 있는 1960년대 팔달문 인근의 점포들. 당시의 점포를 옛 모습 그대로 복원을 시켜 놓았다. 아레 사진은 시계방향으로 담배가게와 공설목욕탕(공중이 아니다), 그리고 그 밑에 어물전과 수원양념갈비의 시조인 화춘옥


담배 가게 아저씨와 극장 매표소 아가씨

예전에는 담배를 팔아 자녀들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아마도 당시에 어떤 담배가 있었을까? 1960년대 초반에는 나비(1960), 재건(1961), 파고다와 모란(1961), 새나라(1962), 상록수(1963), 희망과 전우(1964), 신탄진(1964), 금잔디(1975), 백조(1965), 자유종(1966), 새마을(1966), 타이거(1966), 수연(1966), 한강(1968), 여삼연(1968), 청자(1968), 금관, 해바라기, 스포츠 등 많은 담배가 있었다.

그런 많은 담배를 팔아서 아이들을 공부를 가르쳤다고 하니, 아마도 지금보다는 이문이 많았을 때였는가 보다. 당시는 담배를 팔아 나라에서 많은 수세를 했을 때니 말이다. 그 당신 팔달문 옆에는 중앙극장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1960년대의 중앙극장 간판. 1961년에 신상옥 감독의 작품인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선전판이 걸려있다. 아래는 팔달문 인근에서 유명했던 예쁘다 양정점과 대창라사 


팔달문 인근에 있는 중앙극장도 아주 오래된 풍물의 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에 상영하던 영화의 종류가 1961년에 제작이 된, 주요섭의 원작소설을 신상옥 감독, 임희재 각색으로 최은희와 김진규 등이 주연을 맡았던 흑백영화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해 관람권을 구입하던 시대가 아니었으니, 중앙극장 앞에 줄을 서서 표를 구하는 수밖에.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풍경

예전에는 숙녀복이나 신사복 한 벌을 맞춘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예쁘다 양장점과 대창라사 등은 팔달문 옆에서 그래도 잘 나가던 가게였다. 예쁘다 양장점은 1960년대 초반 영동시장 안에 개설한 점포였다. 주인 박창원씨는 남문의 양재학원을 졸업하고 단층건물을 세를 내어 양장점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양장점에서는 소화국민학교와 영복여고의 교복을 디자인 하였으며, 1980년대 까지 있다가 문을 닫았다. 예전에는 목욕탕을 간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일 년에 몇 번 밖에는 목욕탕을 갈 수가 없었다. 집에서 물을 데워 대충 닦는 것이 고작이다. 그럴 즈음인 1954년 10월 27일, 팔달로 2가 45번지에 문을 연 공설목욕탕과 이발소는, 당연히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꺼리를 제공하였을 것이다.

수원 양념갈비의 원조 화춘옥

전시실 한편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화춘옥’. 바로 유명한 수원의 대표음식이 된 ‘수원양념갈비’의 시조이다. 1940년대부터 1979년까지 영동시장 안에 자리했던 화춘옥은, 창업주 이귀성씨의 대를 이어 아들 이영근씨가 운영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화춘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들렸다가 갈비 맛에 반해 소문이 났고, 그 뒤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집이 되었다.


위 사진은 시계방향으로 화춘옥에서 창업당시에 사용하던 실제 주전자. 그리고 전파상의 모습과 대창라사. 그 앞 흐릿한 가로등 밑에 과일을 팔고 있는 상인이 보인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주전자는 창업주 이귀성씨 당대에 사용하였던 것을 기증을 받아 전시를 해놓았다. 건너편으로는 생선가게, 싸전, 그릇집, 전파사 등이 자리를 하고 있다. 1960년대 팔달문 주변에 실제로 있었던 점포들을 재현해 놓은 시장통. 아마도 연세가 드신 어르신들은 이 모습을 그냥 넘기지 못할 것이다.

시대는 급변하고 있지만, 그래도 옛 풍물에서 느끼는 정은 남다른 것. 어르신들이 이곳을 들려 눈시울을 붉히는 것은, 누구나 아련한 기억들을 갖고 살기 때문이다. 추운 날이 조금 풀리는 날, 수원박물관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찾아보는 것 또한 효도란 생각이다. 효도란 꿈 많은 시절의 기억을 선물하는 것이 아닐까?

 

(주) 수원박물관의 1960년대 장시는 조명으로 새벽부터 밤까지의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다. 위 사진들은 밤의 가게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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