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분위기에 약하다고 한다. 그 분위기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그리고 그 분위기 때문에 왜 사람들은 곧잘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잘 넘어가는 것일까? 누군가 이런 말을 한다. 이성간에 가장 쉽게 넘어가는 것은 겨울바다도 아니고, 분위기 좋은 카페도 아니다. 이성 간에 가장 분위기에 빨리 넘어가는 것은, 바로 붉게 물든 단풍 숲이라는 것이다.

왜 단풍 숲에 잘 넘어갈까?

사람들은 흔히 분위기가 음침하고 어두운 분위기 좋은 카페나, 조금은 썰렁하게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있는 영화관의 후미진 자리 등에서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그릇된 생각이다. 밝은 곳으로 나오면 그런 곳에서 한 이야기는 쉽게 잊혀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단풍 숲에서 이성에게 한 말은 잊혀지지가 않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 것일까? 단풍이야 가을철에 드는 것인데, 어째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가을을 기다려야만 하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조금은 터무니가 없다는 생각이기도 하다.

사람은 붉은 색에는 남다른 감정을 갖는다고

단풍이란 것이 가을철에만 든다고 하지만, 그 아래서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잊혀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 계절이 올 때마다 새록새록 그 분위기에 젖게 되기 때문에, 그 애틋한 마음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 그래서 가을철 산행에서 가장 많은 이성간의 교제가 이루어지고, 가끔은 그런 아름다운 단풍놀이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탈선도 하게 된다는 것.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단풍이 아름답다는 곳을 찾았다. 금요일과 토요일(지난 주) 몇 곳을 돌아다녀 보아도 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과연 모두가 다 가족일까? 아마도 정말 오래도록 사랑하는 사이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겨우 잡은 숙소에서 들은 해괴한 소리

일곱 군데나 돌아다녀 겨우 숙소 하나를 잡았다. 마침 목도 컬컬하던 차라 맥주를 몇 병 시켰더니, 맥주를 가져다주는 남자가 묻는다, 혼자 왔느냐고.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이런 곳을 오늘 같은 날 왜 혼자 왔느냐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 하니.

낮에 산에 가면 사람들이 많은데, 웬만하면 말만 몇 마디해도 다 넘어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철만 되면 주말에는 방 하나 잡기가 힘들다는 것. 이렇게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는 처음 만난 사람들도 꽤 많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했더니, 이 생활을 오래하다가 보면 한 번만 보아도 알 수 있다는 것.


그레서 가을 단풍철만 되면 여름에도 방을 구할 수 있는 바닷가에서 방이 없다는 것이다. 하기야 늦은 시간도 아니고 9시 밖에 안되었는데, 방이 없다고 하는 집들이 대부분이었으니 그런 말도 일리가 있는가 보다. 단풍이 이성에게 가장 잘 넘어가는 분위기를 만든다니. 그것참 그것이 심리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하나의 자기방종을 합리와 시키기 위한 핑계는 아닌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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