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오후까지 일을 보고 잠시 광한루원에 들렸다. 걸어서 20여분, 카메라 하나를 걸머메고 천천히 걸어 광한루원까지 가는 길에, 은행잎이 떨어져 온통 세상이 노랗게 변해버렸다. 광한루원은 명승으로 지정이 되어있는 곳이다. 광한루원이야 유명한 곳이고 수많은 소개가 된 곳이니, 구태여 여기서 또 다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광한루원 한편에는 ‘월매의 집’이 자리하고 있다. 언제 적에 조성한 것인지는 몰라도 춘향전에 나오는 정경을 본 따 축조를 했을 것이다. 담벼락 한편에 은행나무가 서 있어. 초가 위에 노랗게 떨어진 은행잎이 아름답다. 월매의 집은 대문채와 안채, 그리고 춘향이와 이몽룡이 사랑을 나누었다는 별채인 부용당으로 꾸며져 있다.


전형적인 민가를 잘 나타내고 있어

물론 월매의 집이 문화재는 아니다. 그리고 예부터 있던 집은 더욱 아니다. 그러나 이 집을 돌아보면, 예전 민가의 형태를 잘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월매의 집 앞에는 이런 안내판이 서 있다.


월매(月梅)집 - 조선시대 우리나라 고전 <춘향전>의 무대가 된 집이다. 남원부사의 아들 이몽룡이 광한루 구경 길에 올랐을 때, 그네를 타고 있던 성춘향에게 반하여 두 사람이 백년가약을 맺은 집으로 춘향 어머니의 이름을 따서 월매집이라고 하였다.

이 집은 돌담 위에 짚으로 이엉을 올렸으며, 대문은 네 칸이다. 안으로 들어서면서 우측 한 칸은 대문채인 하인의 방이고, 대문, 그리고 좌측 두 칸은 광으로 사용을 한다. 그 옆에는 한 칸으로 지은 측간이 자리한다.

그 측간위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어 노랑 은행잎이 떨어져 가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누가 가을은 붉다고 하였는가? 이 노랑 은행잎이야말로 가을을 알리는 가장 멋진 색이 아닐까 한다.

다섯 칸으로 구성한 안채 훌륭하네.

월매의 집 안채는 대문채를 들어서면 정면으로 자리한다. - 자로 서 있는 안채는 모두 다섯 칸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집을 바라다보면서 좌측으로부터 부엌이 자리하고, 부엌 옆에는 두 칸의 안방이 있다. 그리고 한 칸의 마루방과 맨 우측에 한 칸의 건넌방이 있다. 건넌방 앞으로는 높임마루를 놓고 정자와 같이 난간을 둘렀다.

뒤편으로 돌아가면 안방과 대청까지 연결하여 툇마루를 놓았다. 그리고 건넌방 뒤로는 문을 달아 불을 땔 수 있는 아궁이를 놓은 듯하다. 문마다 잠겨있어 안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이정도 집이라면, 민초들의 집 치고는 상당히 좋은 집이라는 생각이다.

안채의 앞면이다. 가끔은 앞에 굴뚝을 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 사진 좌측 부엌쪽에도 없다





이런 세상에 집을 돌아보니 굴뚝이 없네

옆에 서 있는 ‘부용당’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이 대문채와 안채만 갖고도 충분히 아름다운 초가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집을 돌아보다가 그만 실소를 하고 만다. 그래도 명승에 마련한 집이고, 더욱 춘향전에 나오는 대목으로 꾸민 집이다. 그런데 대문채를 들어서면 대문채 방 앞에 <행랑채 - 방자가 식사하는 장면입니다>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방자가 왜 월매네 집의 행랑채에 묵고 있을까? 그것이야 이도령이 부용당에서 춘향이와 사랑 놀음에 빠져있으니, 이 대문채 행랑방에서 방자가 밥을 좀 먹기로서니 무엇이 문제이랴. 그런데 안채를 돌아보다가 정말 어이가 없는 경우를 본다.

뒤켠에도 굴뚝이 보이지 않는다. 연도도 없다. 만일 연도가 있다면 축대와 비슷하거나 조금 아래로 내려가 지나가는 것이 보여야만 한다



안채 부엌에는 향단이가 불을 때고 있는 모형이 보인다. 이 안채의 구성으로 보아서 적어도 굴뚝이 두 개가 있어야 한다. 안방에서 나오는 굴뚝과 건넌방에서 나오는 굴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연도도 없고 굴뚝도 없다. 이런 모습을 보다가 피식 웃고 만다. 불 때는 향단이가 아마 질식해서 죽을 것이라는.

측면에도 역시 굴뚝이 보이지 않는다. 이 집에는 두 개의 굴뚝이 서 있어야 한다. 안방에서 나오는 굴뚝과 건넌방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나오는 굴뚝. 그런데 굴뚝이 없다. 보일러를 옛날에도 썼는지?


명색이 명승 안에 마련한 집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그런 곳 안에 마련한 집에 굴뚝이 없다니. 굴뚝 하나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도 그렇다. 이런 경우를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그저 건성으로 대충 만들어 놓고 보여주는 전시행정. 참으로 멋진 월매네 집의 ‘옥에 티’란 생각이다.

  1. 로앤티프16 2011.11.07 12:21 신고

    안타깝군요.
    굴뚝 한 두개 만드는게 그리 어려운일도 아니였을텐데 말입니다.
    전시행정의 진수군요.

  2. 온누리49 2011.11.07 13:20 신고

    일보러 갑니다
    편안한 시간들이시기를.....

  3. 새라새 2011.11.07 13:28 신고

    사소한 부분을 소홀하였다 온누리님한테 딱~~ 걸렸네요..
    아마도 월매네는 수입산 보일러를 사용했을지도..ㅋ

  4. 꽃보다미선 2011.11.07 14:34 신고

    일반인이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굴뚝을 ㅎㅎ 온누리님에게 딱 걸렸네요 정말 ㅎㅎ
    옥의티 안타깝네요 ^^

  5. 로즈힐 2011.11.07 14:52

    정말 전시행정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6. 클라우드 2011.11.07 15:10

    지붕이 노랗게 지붕계량 했어요.^^
    전시행정 이지만,마음에 정겨움을 듬뿍 안겨 줍니다.
    행복하세요.^^

  7. Zoom-in 2011.11.07 17:28 신고

    옥에 티지만 온누리님만 발견할 수 있는 옥에 티입니다.

  8.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11.07 18:27

    ㅎㅎ
    윗님 말씀하신대루 ~~ 누리님만이 볼수있는 ,,,발견할수있는 .....그런 대목
    아마두 저두 구경하고 했다면 전체벅인 분위기만 살짝 훔쳐보고 지나쳤을꺼예욤
    많은것들을 보고 ,,배웁니다 .
    늘 감사해요~
    담에 요런거 발견하면 ...옆짝지에게 아는체좀 해야겟어요
    '굴뚝이없군 ,,쩝 ;;;이래서야 ㅉ ㅉ ㅎㅎ

    그나저나 은행잎들을 보니 ...누가 가을을 붉디붉은색이라 햇는가~~~
    너무 시적인 표현이예욤 ~~~~~
    울 아파트 앞 풍경도 노란은행잎들이 길바닥천지에 깔여있어 ~
    오늘에서야 가을정취 흠뻑 느끼며 작업실로 갔지요 ^^

    맞아요~~가을은 노란은행잎들로부터 전해져옴을 ^^

  9.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11.07 18:58

    정말 아쉬운 부분 이네요..첨에 봤을때 참 예쁘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참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10. 파리아줌마 2011.11.07 21:16

    신경을 세심하게 쓰지 않은듯하군요,
    온누리님이시니깐 아셨겠지,
    전 굴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둘러보았을것 같습니다.

  11. 익명 2011.11.07 21:47

    비밀댓글입니다

  12. 아빠소 2011.11.07 21:56 신고

    사극 드라마 한편 촬영해도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듯 이런 옛집 하나 조성할때도
    많은 신경을 썼으면 좋았겠네요. 저도 파리아줌마 말처럼 굴뚝 없다는 생각도 못했는데! ㅡㅡ;

  13. 부동산 2011.11.07 23:07 신고

    아 그렇군요
    옥의 티라고 해야할까요 단순히 무성의라고 해야 할까요 ㅎ
    좀더 성의 있게 했으면 좋을것 같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14. 저녁노을 2011.11.08 05:35

    시골집....하면 굴뚝이 떠오르는데 말이죠.ㅎㅎ

    잘 보고가요

  15. 바닐라로맨스 2011.11.08 07:29 신고

    아... 디테일하시군요!+_+
    저는 이상한점을 몰랐는데...ㅎ

  16. 익명 2011.11.08 08:07

    비밀댓글입니다

  17. 돈재미 2011.11.08 08:12 신고

    난방은 예나 지금이나 핵심중에 최곱니다.
    단순히 불때서 난방이 아니라 옛날에는
    식구들의 밥을 만드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굴뚝이 없다는 것은 밥도 않해먹고
    겨울에 난방도 않했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즉 현재로 설명하면 집은 그럴싸 하게 지어놨는데
    보일러를 않놓고 싱크대와 가스를 설치 하지 않은것과
    같은 일입니다.
    어리석은 자들이 공무원을 하니 이런 결과가 나온것 같습니다.

  18. 실비단안개 2011.11.08 08:54

    잘 읽었습니다.
    토요일에 남원쪽으로 가기에 시간이 나면 춘향골에 들려볼까 하고 클릭했더니 온누리님의 포스트네요.
    남원 문화관광과 뜨끔하겠습니다.

    건강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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