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과 5일 전국적으로 많은 마을에서 임진년 대보름 한마당이 펼쳐졌다. 이번 대보름은 포천시로 찾아갔다. 도심에서 보는 대보름 한마당은 아무래도 밀집된 공간이나, 주변에 건물들이 들어차 있어 시원하지가 않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포천시 소흘읍 고모저수지 공터에서 열리는 ‘제10회 노고산성 정월 대보름 축제’장을 찾았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행사장으로 모여든다. 올 해로 10회째를 맞는다는 소흘읍 대보름 축제는 뒤편에 고모산을 두고, 앞으로는 꽁꽁 언 저수지가 있어, 다양한 축제를 볼 수 있었다. 도시와는 전혀 다른 풍취를 느끼게 하는 노고산성 대보름 축제, 그 재미에 빠져본다.


일년 신수도 보아준다고

작은 부스들이 나란히 있는 앞에서는 떡을 치느라 난리들이다. 누군가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런 것 하나만으로도 도심과는 틀리다. 심한 농을 해도 말을 한 사람도, 들은 사람도 웃고 넘어간다. 바로 이웃들이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권커니 자커니 막걸리를 한 잔씩 주고받는다. 포천이야 막걸리로 유명한 고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떡메를 치는 앞쪽에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무슨 일인가해서 보았더니, 지역에서 무업(巫業)을 하는 사람들이 주민들의 일 년 신수를 보아준다는 것이다. 공짜로 보는 일 년 신수라니. 사람들이 줄을 설만도 하다. 이 행사는 포천왕방산도당굿연구보존회의 이지선회장(여, 53세)과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저희들은 지금이 가장 바쁜 시간입니다. 모두들 정월 홍수막이를 할 때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모이면, 그 중에 답답한 사람들도 있을 테고요. 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속 시원한 말을 해 드리는 것도, 다 선행이란 생각입니다. 그래서 바쁜 중에도 이렇게 7~8명이 시간을 내어 나왔습니다.”


서커스까지 분위기를 한 몫 거들어

인심이 후덕한 곳이라서 인가, 그저 술 한 잔 나누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편에서는 널을 뛰고, 단단히 얼음이 언 저수지에서는 썰매타기도 신이난다. 난장을 방불케 하는 축제장에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한편으로 사람들이 몰려간다. 70년 전통의 동춘서커스단이 이곳에서 재주를 보인다고 한다. 접시돌리기며 줄타기, 골중 그네타기 등 화려한 재주를 선보인다. 연신 “와~!” 소리를 내며 박수를 치는 관중들의 열기가 뜨겁다. 훌라후프를 갖고 아름답게 연출을 하는 단원의 자태에 연신 감탄들을 하며 눈을 떼지 못한다.

달집에 불을 붙인다고 한다. 사람들이 달집 곁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즐거운 잔치에 꼭 찬물을 끼얹는 순서가 하나 있다. 바로 지루하게 호명을 하고 한 사람씩 나가 잔을 올리는 그런 식순이다. 사람들이 달집에 불을 붙이려고 모여 있는데, 무슨 사람들을 그리도 불러 잔을 올리라고 하는 것인지.




제발 어딜 가나 꼭 해야 되는 것도 아닌 이런 순서는 언제나 없어지려는지. 그래도 달집에 불이 붙었다. 사람들마다 홰에 불을 붙여 흔들면서 같이 소원을 빈다. 일찍 떠 오른 달은 벌써 중천이다. 그렇게 노고산성 대보름 한마당축제는 흥을 더한다.


음력 정월 보름을 대보름이라고 한다. 정월 대보름은 우리의 풍속에서는 설날과 추석 다음으로 치는 큰 명절이다. 이렇게 정월 대보름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정월의 모든 놀이문화가 이 대보름을 기해 마무리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월 대보름은 입춘이 지나서 맞이하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일 년의 시작을 준비하는 때이기도 하다.

정월 대보름 하루 전날은 다리밟기, 달집태우기 등 각종 놀이가 행해진다. 이 중에서 달집태우기는 정월 15일이 아닌, 하루 전인 14일에 행해진다. 달집태우기는 전국을 통해 연희가 되었던 놀이이다. 그만큼 우리들에게는 정월 대보름 전에 하는 달집태우기가 상당한 의례에 준하는 놀이였다.


달집태우기는 겨울을 녹인다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광지원리에서는 ‘해동화(解冬火)놀이’라고 달집태우기를 부른다. 이 말은 ‘겨울을 녹이는 불’이란 뜻을 갖고 있다. 혹은 ‘해동홰놀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 역시 ‘겨울을 녹이는 홰’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홰’란 막대나 짚을 이용해 만든 불을 말하는 것이다. 즉 짚을 길게 묶어 불을 붙이는데, 그것을 홰라고 부른다.

광지원리의 해동화놀이는 일제강점기에도 계속되어졌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하루를 즐기는 놀이로 발전을 하였다. 이러한 달집태우기는 그 외에도 ‘액을 태운다’는 속설을 갖고 있다. 정월 열나흘 날이 되면 사람들은 소나무와 대나무 등을 갖고 달집을 만든다. 이 달집에 생대나무를 이용하는 것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생대가 타는 소리에 놀란 잡귀가 달아나

우리 풍습에는 섣달 그믐날 생대를 태우는 습속이 있다. 이것은 일 년 동안 집안에 묻어 든 잡귀를 쫒아내기 위함이다. 즉 대나무가 불에 탈 때 ‘탁탁’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에 놀란 잡귀들이 도망을 간다는 것이다. 정월 대보름에 달집을 만들 때도 소나무와 대나무를 사용하는데, 바로 그런 속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이에 자신이 필요한 기원을 적는다. 그리고 달집에 묶어놓은 새끼줄에 그 길지를 달아 놓는다. 달집이 타면 그 기원지가 함께 타면서 서원을 이룬다는 것이다. 달집태우기는 달맞이에 이어서 하게 된다. 손에 작은 홰를 들고 달맞이를 하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달을 본 사람이 ‘망월(望月)이요’를 외치면서 달집으로 달려가, 손에 든 홰를 이용해 불을 붙이는 것이다.


서로가 연결되는 정월의 민속

정월의 민속의 특징은 하나하나가 따로 떨어져 있지만, 그 내용은 모두가 연관이 지어진다. 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 달을 바라다보면서 가장 먼저 소리를 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처녀가 먼저 보면 그 해에 시집을 가고, 총각이 먼저 보면 그 해에 장가를 가게 된다는 것이다.

임신부가 먼저 보고 소리를 치면 아들을 낳을 수가 있으며, 몸이 아픈 사람이 먼저보고 소리를 치면 병이 낫는다는 속설이 있다. 하기에 저마다 홰를 손에 들고, 먼저 달맞이를 하려고 애를 쓴다. 이렇게 다양한 정월의 큰 대동놀이는 사실 달집태우기로 막을 내리게 된다.


요즈음은 대보름의 놀이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달집태우기 등 많은 대보름 놀이가, 올해는 구제역으로 인해 취소가 되었다. 하지만 달집이라는 것이 그리 어렵게 만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조그맣게 만들어 놓고 개인놀이라도 해보는 것이 어떨지. 겨울을 녹이고 일 년 간의 액을 막는다는 사고는, 꼭 집채만 한 달집이라야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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