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얼마나 변화를 할 것인가? 정말 궁금하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주민센터. 27일 오전 11시 경에 주민센터 3층을 찾아보았다. 20여명의 사람들이 무엇인가 열심히 만들고 있다. 한지공예, 전문가들이 만드는 것 못지않은 솜씨로 주민들이 한지를 붙이고 칠을 하고, 장식을 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지동 주민센터에서, 지동에 사는 주민 40여명을 교육을 시켰다. 기초부터 충실하게 배운 이들 중에서 15명 정도를 엄선해 직접 한지공예품 생산을 시도하는 것이다. 9가지나 되는 공예품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누가보아도 아마추어의 솜씨는 아니다. 세련된 형태의 한지공예품들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미니항아리, 장석보석함 등 생산

 

지동 주민들이 작가들과 함께 만드는 작품은 모두 9가지이다. 미니항아리, 다용도바구니, 세칸꽂이, 정리함바구니, 장석보석함, 신사각함, 세로메모장, 꽃과반, 미니이서랍 등이다. 한지공예작가이자 지도강사인 이연호(, 52)씨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한지공예품이 생태교통 때 판매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저희 지동 주민들이 만드는 공예품이 일반 작가들의 작품에 뒤처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판매가격도 시중 가격보다 20% 정도 싸게 판매할 계획입니다.”라고 한다.

 

주민 15명과 강사와 보조강사를 포함해 20여명이 한지를 붙이고, 탈색하고, 풀칠을 하고, 다시 덧칠하기를 반복한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3일 정도라고 한다. 모든 공정을 다 마치기 위해서는 마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을기업으로 키울 것

 

작품을 만드는 3층에 격려차 올라온 박찬복 지동장은 일일이 상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면서 작업을 하는 주민들을 격려했다. 기노헌 총괄팀장은 생태교통에 우선 한 종목당 20개 정도를 선보일 것이라면서

 

생태교통 때 구청 부스에 전시를 하고 판매를 할 계획입니다. 그 중에서 잘 나가는 상품이 있으면, 주민들을 통해 바로 제작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생태교통이 끝난 다음에는 이 작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여러 채널을 통해 판매망을 구축하려고요. 마을기업으로 키우려고 합니다.”라고 한다.

 

마을에서는 또한 전문 작가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 중에서 한지공예의 기술을 익혀 자격증을 따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주민들에게 기술 전수를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

 

저희의 생각은 마을기업입니다. 앞으로 이런 작품을 만들어 판매를 하면, 그 수익금은 주민들에게 배분할 계획입니다. 주민들이 무엇인가 생산을 할 수 있고, 거기다가 수익창출까지 가져올 수 있다면 그보다 바람직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많은 공정 끝에 완성된 작품 선보여

 

지동주민센터 3층은 그야말로 공산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방불케 한다. 풀을 칠하는 사람, 마감재로 바르고 작은 장식품들을 붙이는 사람, 하나하나가 모두 손으로 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눈도 돌리지 않는다.

 

저희들이 이 한지공예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가격은 일반 시중 가격보다 20% 정도 싸게 팔 계획입니다. 그렇다고 물건의 질이 낮은 것도 아닙니다. 대개 시중에서 미니항아리의 경우 20,000원 정도에 판매가 되는데 저희들은 15,000원 정도에 팔 생각입니다. 장석보석함 역시 시중가격은 40,000원 정도인데, 저희들은 35,000월 정도에 구입하실 수 있도록 가격을 낮췄습니다.”

 

시중가격보다 싸게 좋은 한지공예품을 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 연신 작업에서 손을 떼지 않는 강사들과 주민들. 앞으로 지동의 새로운 마을기업이 형성이 되어, 많은 소득을 올리기를 기원한다.

 

자아를 찾아가기 위한 관광 상품 교육현장

 

팔달구 지동에 269-23에 소재한 ‘되살림 발전소’. 낡고 비워져 있던 집을 주인에게 무상으로 장기 임대를 해, 리모댈링 작업을 한 후 말끔히 단장을 하였다. 이 되살림 발전소는 그야말로 지동 지역의 살림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로 마련이 되었다. 현재는 지동 벽화골목 프로젝트를 맡아 총감독을 하고 있는 유순혜 작가가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7월 11일(목), 지동주민센터 3층에서는 색다른 강의가 열리고 있었다. 주민 40여명이 열심히 신문을 손으로 오리며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손재주를 만들기 위한 기초적인 작업이라고 한다. ‘특색 있는 마을자립형 관광 상품 개발 · 판매’가 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한다. 그 사업을 실행하기 위한 첫 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먼저 자신감부터 찾아야 해”

 

“지금 이 자리에서 열심히 작업을 하고 계신 분들은 지동에 거주하시는 분들 중에서 몸이 조금 불편하시거나, 연세로 인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십니다. 이런 분들에게 마을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드리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은 이런 분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것을 치유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것. 처음에는 서먹해 하던 분들이 이제는 함께 점심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할 정도로 마음이 열렸다는 것이다.

 

 

“2개월 정도 주 2~3회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교육을 마치고 나면 이분들에게 한지공예나 피혁공예 등 전문적인 공예기술을 가르쳐 드릴 것입니다. 강사진도 이미 확보가 되었고요. 그리고 이분들이 만들어 내는 공예품은 되살림 발전소와 지동 제일교회 노을빛 전망대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판매를 해서 수익금을 이분들에게 돌려드릴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서툴기는 하지만, 교육을 마치고 나면 이분들 스스로 공예품을 생산해 판매를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죠.”

 

기초드로잉부터 공작까지 철저히 준비해야

 

어느 주민센터에서도 생각해 내지 못한 일들을 지동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곳에 거점을 두고 있는 인적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런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주민들과의 상호교류를 통해, 살기 좋은 지동을 만들겠다는 것.

 

 

“저희가 이런 교육에 눈을 돌린 것은 바로 이분들이 스스로 자아를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분들도 한때는 건강한 몸으로 자신의 일을 하던 분들이기 때문에, 그런 과거의 스스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것이죠.”

 

강습을 받는 분들에게 일일이 지도를 하고 있던 유순혜 작가는

“이 사업은 지역공동체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죠. 이분들이 기초부터 꼼꼼히 교육을 마치고 나면, 가죽공예나 합지골격 등을 활용한 공예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능교육을 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생산된 제품에 창작 작가들의 작품을 결합하여, 수원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을 생산해 자립형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죠,”라고 한다.

 

 

2012년 마을르네상스 사업으로 조성한 지동마을 ‘되살림 발전소’를 거점으로, 문화와 예술을 접목시킨 다양한 주민 커뮤니티 활동을 통하여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겠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드로잉부터 공작(오리기, 접기, 접합, 탈색 등) 등 교육부터 시켜야 한다고.

 

“하루 종일 집안에서 할 일이 없으니 짜증만 부리고는 했는데, 이렇게 나와서 무엇인가 골똘히 만들다가 보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교육을 잘 마치고 내 손으로 훌륭한 관광 상품을 개발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밝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 마음이 열려있다는 뜻이다. 이분들이 남은 생을 그렇게 되살려 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되살림 발전소’가 마을의 옛 영화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쳐가는 영혼까지도 되살려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絹五百 紙千年(견오백 지천년)’, 비단은 오백년을 가지만, 한지는 천년을 간다는 뜻이다. 그만큼 우리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글이다. 한지의 우수성은 조선 시대에 한지로 만든 지갑(紙甲)’이라고 하는 갑옷이 있었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가 있다. 지갑은 임진왜란 등 전쟁에서도 병사들이 착용하고 나갔다고 한다. <세종실록> <동국여지승람>, <국조오례의>에도 지갑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런 우리 전통한지를 갖고 공예품을 만드는 작업을 통칭 한지공예라 한다. 한지공예는 오색 색지공예또는 지함이라고 하며, 현재 박물관에 조선중기 이후의 유물들이 현존하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부터 구한말 까지 가장 성행했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공예의 하나이다.

 

 

15년 동안 오직 한지에만 매달린 정성

 

이혜순(, 54. 인계동거주)씨는 한지공예가이다. 200115()한지공예문화교육원에서 한지공예지도사범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도사범이란 남들을 가르치는 사범을 양성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지도자를 말한다. 그리고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작업을 하는 공방에는 땀이 맺힌 많은 작품들이 가지런히 전시가 되어있다.

 

한지공예는 두꺼운 종이나 나무로 골격을 만들고, 한지를 여러 번 바르고 오색 색지를 발라서 완성 하게 됩니다. 또 그 위에 갖가지 전통문양을 오려 붙여 모양을 내고, 전체적으로 풀칠을 한 다음 마감 처리를 하여 여러 생활 용품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공정은 상당히 까다롭기도 하지만, 많은 노력을 요하고 있다고 한다. 이혜순 작가가 한지에 매료되어 공예를 시작한 것은 올해로 15년째라고 한다. 그동안 강산이 한 번 반이 바뀌었다. 결혼을 하고나서 수원에 정착한 후, 우연히 만나게 된 한지공예가 지금은 삶의 전체가 되어버린 듯하다.

 

사실 결혼을 하고나서 한지공예를 시작했지만, 여기까지 올 줄은 저도 몰랐죠. 저는 90이 가까우신 시부모님들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이런 공예품을 만드는 작가활동을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동안은 작품을 만들기보다 후학들을 가르치는 것에 더욱 많은 사간을 할애했죠.”

 

 

한지의 매력에 빠져버린 이혜순 작가

 

한지공예는 한지를 재료로 제작되기 때문에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과 함께, 오랫동안 지녀도 싫증이 나지 않으며 정감을 줍니다. 한지를 주재료로 하여 제작되는 한지공예는 다른 공예품에 비하여 작품 자체가 매우 가볍습니다. 또한 전통적인 여러 가지 문양의 활용과 더불어 현대 감각에 입각한 새로운 형태로의 재구성을 통해, 전통 문화의 창조와 계승,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지에 대한 자랑은 끝이 없다. 그만큼 이혜순 작가에게 한지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창작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작품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섬세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 한지공예는 육체적인 고통을 수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몰입을 하다가 보면, 어느 사이에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한다.

 

그렇게 고통을 받으면서도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몰입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 사람은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라는 것을 느끼게 되죠. 아마 지금의 내가 바로 그런 듯합니다.”

 

 

어려서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는 이혜순 작가는, 서예를 하다가 한지를 접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종이는 약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여러 겹으로 배접하면 화살도 뚫기 어려운 질기고 견고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반해 시작을 한 것이다.

 

작품을 돈으로만 계산하는 사람들 아쉬워

 

한지공예는 작품 제작을 위한 재료의 구입이 용이하며, 기법 또한 어렵지 않아서 누구든지 조금만 배우면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실내장식을 위한 조형미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품으로서의 실용성을 함께 갖추고 있어 누구나 배울 수가 있죠.”

 

한지를 만질 때마다 그 질감이나 신축성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혜순 작가. 마침 공방에 외국인들이 찾아들었다. 그들은 작품들을 돌아보다가 전등갓에 마음이 끌리는지 얼마인가를 물어본다. 우리 돈으로 12만원이라고 대답하자, 그냥 가버린다, 아마도 그들에게 비싼 가격이었던 것 같다.

 

 

저분들은 외국인들이라 우리 것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여기저기 싼 것들도 많거든요. 저들에게는 작품이라는 개념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더 슬픈 것은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죠. 한지의 소중함을 알고, 우리한지의 우수성을 깨달아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부아가 치민다. 1m 50cm 정도의 삼단 농을 하나 만드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한 달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가격을 이야기를 하면 한 마디로 비싸다라고 말을 한다는 것. 작품을 갖고 가격을 논하는 것도 아쉬운데, 정작 사람들은 작품으로 보지 않고 상품으로 보고 가격을 논한다는 것이다.

 

한지공예는 주로 여성들이 많이 한다. 섬세함을 요구하는 것도 있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한지공예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르죠. 우선은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요. 시간과 많은 노력을 요구하고 있죠. 그리고 한지공예는 작품을 완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요하고 있어 주변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또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강인해야죠.”

 

 

아름다움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한지공예는 그런 아름다움을 보이기 위해, 작가의 땀과 정성을 필요로 한다는 것. 한지공예가 이혜순 작가는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한 제9회 대한민국 한지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활동을 했다.

 

그리고 각종 기예능 경진대회의 심사를 맡아보았다. 아직 개인전을 갖지 못했다는 이혜순 작가의 개인전이 열릴 날을 기대하는 것도, 누구보다 한지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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