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안택굿은 경기도 지방 중 한수 이남에 전승이 되는 굿이다. 경기도의 경우 한수 이남은 전통적인 경기굿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한수 이북은 이북굿과 습합이 된 형태로 나타난다. 경기도의 굿은 크게 구분을 해 세습 화랭이들이 주관하는 도당굿, 강신무들의 굿인 안택굿이 있다.

 

안택굿은 말 그대로 가내의 안과태평을 기원하는 굿이다. 도당굿이 예술성에 치중했다고 하면, 안택굿은 신성과 예술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소리도 도당굿이 판소리처럼 소리를 하는 판배개 창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면, 안택굿은 경기민요를 닮은 소리로 흥이 넘친다. 안택굿을 영위하는 강신무들은 기본적으로 춤과 소리를 익혀야만 제대로 된 굿을 할 수가 있다.

 

 

영험은 신령이 주지만 재주는 배워야 한다.’

 

흔히 굿판에서 옛 구 만신들이 하는 소리이다. 내림을 받고나면 점을 보거나 하는 일들은 신령이 하지만, 굿은 신령이 하는 것이 아니다. 무격(巫覡) 스스로가 신령을 상징하는 의대를 입고 소리를 하고 춤을 춘다. 등걸 잠방이에 쾌자 하나를 걸치고 하는 도당굿과는 달리, 안택굿은 거리마다 신을 상징하는 무복을 착용하게 된다.

 

조선시대에 그려진 경기지역의 무의식을 그린 무당성주기도도차서에 보면 경기지방에서 나타나는 굿의 제차가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그 순서를 보면 지금의 경기안택굿과 다름이 없다. 이런 점으로 볼 때 현재 경기안택굿의 전승은 이미 조선조 때부터 꾸준히 이 지역에서 전승이 되어 온 굿거리 제차임을 알 수 있다.

 

경기도 안택굿의 절차를 제대로 다 배우고자 하면 아마도 10년은 족히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할머니 때부터 고모, 신어머니를 거쳐 4대 째 경기안택굿을 배우면서도 소리와 춤을 따로 학습을 하는 등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예전 큰 만신들을 따라 다니면서 굿거리를 배울 때는 정말 식모나 종과 다름이 없었죠.”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에 거주하는 고성주(, 60)는 벌써 신내림을 받은 지가 43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봄, 가을로 단골들을 위하는 진적굿을 해왔으며, 경기안택굿의 보전, 전승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0년 넘게 전승에 땀을 흘려

 

고성주의 뿌리는 이천군 대월면 송라리이다. 그곳에서 조모가 당지기를 하면서 굿을 했다. 그리고 고모는 팔달산 화성 성곽 옆에 거주하면서 수원과 송라리를 다니면서 굿을 해주었다. 13일 오후에 송라리를 찾아보았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마을 어르신들 중 고성주의 가계에 대해서 알고 있는 분들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마을에서 고모를 직접 본 사람들도 있고, 그 내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4(친족으로 3)를 이어오면서 경기안택굿의 전승에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 13일 오후 지동 고성주의 집 지하연습실에서는 5명의 문하생들이 경기안택굿의 학습에 열중을 하고 있다. 무가연습, 거성(굿 의식 중 춤사위), 거기다가 실전을 익히는 도구 사용 법등을 고성주의 가르침으로 학습을 하고 있었다.

 

 

경기안택굿은 정말 흥겹습니다. 그만큼 소리와 춤에 기본기가 닦여져 있어야 배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오래 배운다고 해도 기본기가 없으면 제대로 된 굿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그렇게 지루한 학습을 배우려고 하질 않습니다. 남들은 돈을 싸들고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 그냥 가르쳐준다고 해도 제대로 배우지를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죠.”

 

일주일에 2, 하루에 3시간씩을 공부를 한다고 해서 실력이 부쩍 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학습을 하고난 후 굿판에서 실연을 할 수 있도록 한단다. 그러면 몰라보게 나아진 것을 느낀다는 것. 화성 축성 때부터 수원 팔달문 인근 장시로 모여 든 많은 대만신들. 그들의 흥겨움이 넘치는 굿거리 한 판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인 경기도당굿은, 경기도 일원의 각 마을 도당에서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안과태평을 위한 마을굿이다. 경기도당굿은 한수 이남의 경기도 전역과 현 인천광역시의 섬까지 걸쳐 연희가 되던 마을 제의로, 화랭이라고 하는 세습무들에 의해서 전승이 되어왔다.

 

19901010일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로 지정이 된 경기도당굿은 보유자인 고 조한춘과 고 오수복이 세상을 떠난 뒤, 아직도 보유자 지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는 경기도당굿보존회에서 모든 행사 및 각 도당의 제의를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전승에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경기도당굿 남부지부 승경숙 지부장을 만나보았다.

 

 

처음에는 낯설기 만한 경기도당굿

 

현재 경기도당굿 이수자인 승경숙 지부장은 1986년 내림굿을 받은 후, 주로 한양굿을 배워 굿판에서 나름 잘 불리는 무녀였다. 그러다가 1993년 경기도당굿 보유자인 오수복 선생님의 권유로 경기도당굿의 전수생으로 입문을 하게 된다.

 

“1993년에 처음으로 당시 경기도당굿의 보유자이신 오수복 선생님을 뵙고 도당굿에 첫발을 내딛었어요. 당시는 경기도당굿에 이름만 들어도 내로라하는 분들이 모두 문하생으로 있었죠. 거기서 함께 끄트머리에 서서 무녀제 도당굿의 제차를 배웠어요. 오수복 선생님께서는 도당굿에서 무녀가 맡아하는 부정, 제석, 군웅 등 여자가 할 수 있는 굿거리를 저희들에게 알려주셨죠.”

 

처음에는 경기도당굿이 낯설기만 했다고 한다. 경기도의 판소리인 판배개 창으로 불러대는 도당굿의 소리가 따라 하기조차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힘든 도당굿의 춤사위며 장단, 소리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전수교육조교인 고 방돌근 선생 때문이라고. 고 방돌근 전수교육조교는 이 시대의 마지막 전악이라고 할 만큼 도당굿의 장단과 경기 시나위를 구가하고 있던 악사였다. 할아버지가 경기도의 대금 시나위의 창시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의 유지 받들어야

 

낮에는 오수복 선생님께 도당굿의 굿 제차를 배우고, 저녁에는 방돌근 선생님께 도당굿의 장단과 무가를 배웠어요. 경기도당굿은 신이 나지도 않고 까다로운 장단과 사설로 인해 고통을 받기도 했죠. 배우다가 보니 점점 그 깊이에 빠져들게 되고, 나중에는 도당굿의 소리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어요.”

 

그렇게 경기도당굿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도당굿의 모든 행사에서 거리를 맡아 자신이 가진 재주를 선보였다고 하는 승경숙 지부장. 기획 공연만 해도 50여회에 도당굿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개인공연도 2회나 가졌다.

 

선생님들께 그냥 받은 재주잖아요. 열심히 할 수밖에요. 그동안 많은 곳에 공연을 다녔어요. 선생님들과 함께 전국을 다니면서 수많은 공연을 했죠. 때로는 박물관에서 때로는 산사에서, 어디든지 도당굿을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달려가서 공연을 했죠. 당시 연세가 많으신 오수복 선생님께서 노구를 이끌고도 도당굿의 전승을 위해 애를 쓰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런 선생님들이 이젠 한 분도 세상에 있지 않다고. 모두 세상을 떠났다. 고 방돌근 선생은 첫 개인발표회를 며칠 앞두고 세상을 하직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기도. 보유자이신 오수복 선생도 20111217일 세상을 하직했다.

 

선생님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후,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산의 굿당에서 선생님의 지노귀굿을 해드렸죠. 두 분의 선생님이 그렇게 세상을 떠나시고 난 뒤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들께 배운 재주를 널리 퍼트려야 하겠다고. 그래서 오산에 경기도당굿 남부지부를 개설했어요.”

 

 

그동안 50여명의 전수생 키워내

 

20121월부터 6개월 과정으로 경기도당굿의 기본적인 학습을 시작한 전수생들은, 그동안 114, 28, 316, 415명 등 53명에 달한다. 경기도당굿은 그 특성상 일반 굿과는 제차가 다르기 때문에, 6개월 과정으로는 배울 수가 없다. 하기에 꾸준히 학습을 하고 행사에 자주 참석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동안 오산에서 전수생들을 학습시키다가 보니 이동거리가 멀어 전수생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수원 팔달구 인계동 지하에 20여 평 정도 되는 연습실을 마련했어요. 선생님들께 배운 것을 온전히 전수시키고자 마음을 먹었죠. 이달 16일에 전수소를 개소하려고요.”

 

전수소의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 인계동 지하에서 만난 승경숙 지부장. 경기도당굿의 온전한 전수 보전을 위해서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한다. 남들은 어렵다고 배우기를 꺼려하지만, 선생님들께 배운 재주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서 어려움을 참아내야 되지 않겠느냐며 각오를 다진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된 경기도당굿이 온전히 전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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