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주민자치 센터의 자치기구 중에는 통친회라는 모임이 있다. 제대로 발음을 하자면 통장친목연합회라고 보아야 한다. 각 주민센터의 통장들이 모인 모임이다. 주민센터의 각 통의 통장님들이 모인 이 통진회는, 지역의 현안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접 주민들과 상담을 하고, 주민들의 속내를 가장 잘 아는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 장안구 경수로 757에 자리하고 있는 연무동주민센터. 그 뒤편으로 돌아가면 컨테이너 건물이 한 채가 있다. 문 옆에는 반딧불이 실버빨래방이라는 작은 간판을 달고 있다. 회원 45명의 통친회가 모여 봉사를 하고 있는 곳이다. 말 그대로 통장님들이 모여 빨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그 빨래방 이름이 바로 반딧불이 실버빨래방이다.

 

 

2012924일 개소를 한 빨래방

 

이 반딧불이 실버빨래방은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홀몸어르신들에게 희망과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고,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생활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컨테이너 안에는 17kg 형 드럼세탁기 4대와 건조기 2대가 자리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통장님들 6~7분이 나오셔서 오전 9시 정도에 홀몸어르신들의 빨래를 모아가지고 나오십니다. 그러면 빨래를 하고 건조를 해서 오후 3시쯤에는 세탁된 빨래를 다시 갖다 드리고는 하죠. 빨래 배달까지 마치시면 하루해가 다 가는 것이지만, 45명이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한 달반 만에 한 번씩 봉사를 하시는 꼴이죠.”

 

안내를 맡은 연무동 총무담당 조남진 주무관의 설명이다. 세탁실인 컨테이너 안은 봄맞이 정리를 하느라 부산하다. 몇 분의 통장들이 겨울 동안 사용을 하지 않던 장비며 세정제 등을 여기저기 정리를 하고 있다. 세탁기 4조는 연신 돌아가면서 소리를 내고.

 

 

홀몸어르신 등 124세대 사용

 

2012년에 처음으로 시작을 한 반딧불이 실버빨래방은 처음에 세탁기와 컨테이너 등을 마련하기 위해 11000천원을 조성한 후,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2013년에는 4200천원을 사용했다. 2013년 한 해 목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20회가 운영이 되었으며, 봉사자 211명에 이용자가 155명이었다.

 

세탁물은 주로 홀몸어르신들이 하기 힘든 이불빨래 등이 가장 많았으며, 514개의 세탁물에 총 세탁량은 2,485kg 이었다. 이 사업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와 홀몸어르신 등 124세대가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이제는 빨래감을 걷으러 가기 전에 미리 알아서 세탁물을 쌓아놓는다고 한다.

 

통친회 변명숙(연무동 11통장) 간사는 지금은 어르신들이 빨래를 해다 드리면 너무 좋아한다고 하면서

통장님들이 목요일마다 아침에 어르신들을 찾아가 빨랫감을 수거해 오세요. 그러면 빨래하고 건조해서 갖다드리고는 하죠. 너무들 좋아하세요. 이제는 기다리시는 분들도 생겼고요. 한 겨울에는 세탁기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아 못하지만, 어르신들이 무거워 하는 세탁물들만 아니고, 더운 물이 나오지 않는 집에서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양말이며 속옷까지 다 빨아다가 드리죠.”라고 한다.

 

 

주민위한 봉사 당연하다는 통친회 회원들

 

통장님들이라 조금은 생각이 다르다. 주민들을 위한 일인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매달 통친회 기금에서 10만원씩을 빨래방 운영기금으로 사용을 한다고.

 

빨래방 운영을 하다가보니 그 외에 경비도 만만찮아요. 처음에는 세탁기만 있었는데 시장님 순시 때 말씀을 드려서 건조기가 두 대 들어왔어요. 그런데 전기가 약해서 건조기를 사용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변압기를 한 대 더 다는데, 통친회 기금이 40만 원 정도 더 들어갔어요.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운영비는 통친회 기금으로 이용을 하고 있어요.”

 

연무동은 광교산에서 흐르는 수원천을 끼고 있다. 연무시장 등 구도심에 접한 구역이라 홀몸어르신들과 기초수급자들이 타 동에 비해서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자연 빨랫감도 많아질 수밖에. 통장님들은 이용을 하시는 집집마다 다니면서 빨래를 걷어오기도 하지만, 급한 빨래가 있으면 자신이 속한 조가 아니라고 해도 갖고 온다고 한다.

 

어르신들을 잘 모셔야죠. 그 분들이 정말 힘든 세월을 살아오셨는데요. 지금 연세가 드셔 빨래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해, 남들에게 추하게 보인다면 저희들이 더 죄스럽죠. 그래서 딴 일은 젖혀두더라도 빨래방 운영하는 날은 빠질 수가 없어요.”

 

가득 쌓인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서 한 통장이 하는 말이다. 날은 비록 쌀쌀하고 시간이 허기질 때이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돌아설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운 봉사를 하는 통친회 회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827일 오후 4. 지동 제일교회 외곽 주차장에서 지동시장 쪽으로 나가는 길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지동주민센터 박찬복 동장과 기노헌 총괄팀장, 지동주민자치위원회 표영섭 위원장과 그리고 자동의 통장들이다. 앞에는 폐기물을 담은 지루들이 가득 쌓여있고, 한편에서 열심히 흙을 고르고 있다.

 

이 곳은 원래 주택이 있던 곳을 허물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폐기물과 쓰레기들을 무단 투기하였다고 한다. 그 공한지에 누군가 고추와 상추, 가지 등 농작물을 심어 키우고 있었다. 수원시 팔달구에서는 주택가에 이렇게 쓰레기가 쌓이고 있는 공한지를 정리해 꽃을 심고 있다.

 

 

이틀 동안 정리한 폐기물이 1톤 트럭 3대분

 

지동주민센터에서는 이곳을 꽃밭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이틀간 인력을 동원해 정리를 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쓰레기들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위에 있는 폐기물만 걷어서 정리를 하면 꽃밭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위에 놓인 폐기물들을 정리하고 밑에 흙을 뒤집어 보니, 모두가 폐기물을 파묻어 놓은 거예요. 이틀 동안 작업을 했는데 이렇게 많은 폐기물이 나왔습니다.”

 

기노헌 총괄팀장이 폐기물을 담은 자루를 풀어 놓자 별별 폐기물이 다 들어있다. 유리조각이며 깡통, 건축자재 등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 것들을 자루에 담아 밭 한편으로 치워놓고 흙을 뒤집었다. 지동장 이하 각 통 통장들이 그렇게 흙을 정리한 곳에 꽃을 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에다가는 비료를 듬뿍 뿌리고 밟아주었다.

 

 

어떻게 사람들이 자기 땅이 아니라고 해서 이렇게 더럽게 폐기물을 갖다가 버릴 수가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것도 앞에 다세대 주택이 있고, 마을 한 복판인데 말이죠. 정말 양심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폐기물을 다 정리하고 맥문동을 심어 놓으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앞으로 잘 가꾸어야죠.”

 

꽃을 심던 통장의 이야기이다. 지동은 무슨 일이 있으면 주민자치위원회와 각 통의 통장, 그리고 방범순찰대 등이 앞장서서 일을 한다. 이날 역시 모두가 나와서 함께 힘을 보탰다.

 

 

윤건모 팔달구청장도 참석해 격려

 

한창 통장들이 맥문동을 밭에 심고 있는데, 윤건모 팔달구청장이 격려차 이곳에 들렸다. 팔달구는 이런 자투리땅에 쓰레기들이 쌓이는 곳을 찾아, 그곳을 정리한 후 꽃밭 조성을 하고 있다. 수원시가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선포한 후 달라진 마을의 모습들이다.

 

깨끗하게 정리가 된 텃밭은 언제 그렇게 폐기물이 많이 있었는가 할 정도로 말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근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밭을 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던 한 주민은

 

정말 깨끗하네요. 그동안 이곳을 지나면서도 참 불쾌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함부로 갖다 버리고 치울 줄을 몰라, 이것을 어떻게 처리를 할까 하고 많은 생각도 했거든요.”

 

 

이렇게 정리를 한 담당 공무원들과 통장들에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잊지 않는다. 전날부터 건축물 폐기물들을 다 치우고 난 뒤, 사람들은 기분까지 상쾌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폐기물을 치우고 정리를 해서 꽃을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다시는 이곳에 이런 폐기물들을 함부로 무단투기하지 못하도록 주민들이 늘 감시를 해야죠. 그리고 꽃이 잘 필 수 있도록 물도 주어야 하고요. 그런 것만 잘 지켜주어도 주민들의 삶의 공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이니까요.”

 

꽃밭 조성에 참가한 한 통장은 누가 어떻게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잘 지켜낼 것인가를 항상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한다. 수원시의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 시작 이후, 골목마다 그득하던 쓰레기들이 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것들을 보면서, 조금만 노력을 하면 어디나 다 아름다운 마을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고 한

 

수원시 팔달구 지동 일대의 골목길에 조성중인 벽화길. 그려지는 그림들도 테마를 주제로 해서 연결을 시키고 있지만, 그 벽화 길에서 만나는 조형물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지동은 화성을 가장 가까이 두고 조성된 마을이다. 건물의 높이 제한은 물론이려니와, 개, 보수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곳이다.

 

지동시장에서 제일교회로 올라가 창룡문(화성의 동문)쪽으로 난 마루 길을 흔히 ‘용마루길’이라고 부른다. 이 길을 사이에 두고 화성 쪽으로 난 곳은,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화성으로 인해 모든 규제를 받는 곳이다. 골목은 비좁고 음습하며, 집들은 30년을 훌쩍 넘긴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지동을 벽화로 새롭게 변화시키면서, 지동이 날마다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딴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구조물들

 

지난 해 조성한 2년 차의 벽화 골목은, 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창룡문 방향으로 화성을 바라보고 조성중이다. 이 벽화 길의 총 감독을 맡은 유순혜 작가는 테마가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저 처음 지동 벽화골목을 돌아보다가 보면, 조금은 밋밋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 해 그림이 그려진 600m의 벽화골목 중에는 아직 미완성 된 부분들이 있다. 그런 미완성 된 부분도 차츰차츰 정리 중에 있다. 그리고 새로운 IT골목 벽화가 조성 중에 있다. 올해는 더 많은 느낌이 있는 벽화길이 조성된다고 한다. 기대가 크다.

 

 

그런데 지동 벽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그런 그림보다 더 눈에 띠는 것들이 있다. 바로 골목길에 조성 중인 구조물들이다.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과 유순혜 작가에 의해서 조성 중인 이 구조물들은, 골목길을 찾아온 사람들의 눈길을 붙들고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그야말로 다양한 변화를 하고 있다.

 

벽에 붙은 평상, 담장 위에 꽃 등

 

지동 벽화골목을 찬찬히 돌아보면 재미있다. 어느 집 담장 밑에는 나란히 화분이 놓여있다. 그 화분들이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화분이 아니고, 목조로 특별 제작한 화분들이다. 초록색에 가까운 목조 화분 위에 핀 꽃들이 더욱 싱그럽게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담장 위에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한 화분들도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나 지동 벽화 길에는 또 하나의 압권이라 할 만한 곳이 생겨났다. 아직은 짧게 한 구간만 조성을 했지만, 앞으로는 많은 길들이 이렇게 바뀐다고 한다. 보도블록을 예쁘게 깔아놓고, 그 한편에 작은 꽃들을 심어 꽃길을 걷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리고 보도블록 사이에는 잔디를 심어, 그 길을 걷기만 해도 행복함이 밀려온다.

 

벤치마킹 일 순위로 떠 오른 지동 벽화길

 

지동만의 벽화 길. 지동만의 아름다운 골목, 그리도 지동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조형물들, 지동 벽화 길을 찾는 사람들이 날마다 늘어나고, 지동은 찾아와 벽화 길 조성을 배워가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동의 모든 벽화 골목 조성이 다 끝나게 되면, 아마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골목길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6월 25일 오후. 제일교회에 지동 36개 통장들이 모였다. 지동 벽화 길을 들러보기 위해서이다. 박찬복 지동장의 설명을 듣고 난 뒤 기노헌 지동주민센터 총괄팀장의 안내로 들러보기 시작한 벽화골목. 통장들은 미쳐 돌아보지 못한 벽화길 조성에 연신 감탄을 한다.

 

“우리 통도 이렇게 해주세요.”

“우리 통은 언제 이렇게 할 거예요?”

 

저마다 벽화 길을 둘러보면서 하는 말이다. 제일교회에서 시작한 벽화길 탐방은 되살림발전소에서 끝이 났다. 골목을 돌아본 후에 한 통장은

 

 

“정말 지동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렇게 길게 조성이 돈 벽화 길은 어디에도 없을 듯 하네요. 거기다가 옥상음악회 등 우리 지동만이 갖고 있는 자랑은 아마 우리 아이들이 커서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듯합니다. 정말 이런 동네가 어디 있겠어요?” 라고.

 

삼성전자 연구원들 무더위 속 벽화작업 강행

 

30도를 웃도는 더위라고 한다. 날이 꾸무럭한 것이 오히려 이런 날 땀이 더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동을 찾았다. 바로 삼성전자의 연구원들이다. 팀별로 교대로 지동을 찾아와 벽화작업을 하고 있다.

 

올 들어 벌써 여러 번 팀별로 찾아온 연구원들이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벽화 길은, 내리막 차도가 있는 지동 270-222번지 인근과 제일교회에 새로 마련한 주차장이다. 이곳을 'IT골목‘이라고 이름을 붙여, 원시인들을 그리고 있다. 차도 양 옆 벽은 물론 골목길까지 원시인들이 벽에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 다 완성이 된다고 하면, 꽤나 특색 있는 벽화길 하나가 생겨날 듯하다.

 

 

제일교회 주차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있던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은

 

“이곳 주차장이 화성 서장대에서 보면 환히 내려다보이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노을빛 음악회를 열고, 이 주차장을 아름답게 꾸며 지동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딴 곳과는 차별을 두자는 것이죠.”라고 한다.

 

날마다 달라지고 있는 지동 벽화길. 그리고 벤치마킹 일 순위로 떠오르고 있는 지동. 그동안 100여 곳의 지자체에서 다녀갔다고 한다. 모든 골목의 벽화가 다 끝나고 나면, 암울했던 기억마저도 함께 사라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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