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꾸러미라는 것을 받는다. 매달 말일 경이 되면 어김없이 택배 상자가 하나 배달되어 온다. 그것을 받을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 때문이다. 물론 그냥 받는 것은 아니다. 가격을 정해놓고 받는 것이지만, 가격에 비해 터무니 없는 것들을 받기 때문이다.

 

벌써 이렇게 매달 받는 꾸러미가 4달째인가 보디. 그러는 사이에 집안에는 여기저기 도자기가 늘었다. 도자기도 아무 곳에서나 막 살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작가가 정성을 다해 빚어 장작 가마에 구워낸 것들이다. 가격으로 쳐도 만만치 않은 것들을 받는 것이 어찌 마음 편할 수 있겠는가?

 

 

벌써 둥지를 튼 지가 20년이 되었다니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골짜기 산 밑 마을을 즘골이라고 부른다. 즘골이란 이곳에 과거에 가마터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예전에는 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을 일러 즘놈이라고도 했다. 20년 전 작가부부가 이곳에 둥지를 튼 것도 알고 보면 하늘의 인연이란 생각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이 부부를 남들은 참 아름답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부부이다. 그저 술 한 잔 걸치면 속을 다 내어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속을 내주는 이 부부들이 나무와 풀과 꽃들과 풀벌레와 함께 살아가는 동안, 세상은 변하고 또 변했다. 그저 묵묵히 그 자연 속에서 살던 이 부부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 바로 이 꾸러미라는 상자이다.

 

 

세상과의 소통, 사람과의 소통이 되는 꾸러미

 

작가부부는 이 꾸러미로 인해 세상과의 소통을 하고 사람과의 소통을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꾸러미의 내용물을 보면 사람과 세상에 베푸는 것이란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지불하는 가격보다 몇 배나 되는 소중한 것들을 받기 때문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는 사람들은 받을 때마다 미안하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다.

 

이번 달에도 역시 자연에서 채취해 5년간이나 숙성시켜 만든 백초식초가 한 병 담겨있다. 120가지나 되는 식물을 5년 동안 항아리에 밀봉을 해 만든 식초이다. 이런 식초 한 병만으로도 소중한 것인데, 그 안에는 쇠비름나물과 건조야채, 자연산 달걀지단과 칡 꽃차 등이 담겨 있다.

 

칡 꽃차는 에스프로겐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기관지에 좋고 숙취해소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무공해 야채와 직접 로스팅한 커피도 함께 동봉이 되어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잘 포장이 되어오는 도자기들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했으면

 

이번에 들어있는 도자기들은 사과를 닮은 과일포크 꽂이가 들어있다. 거기다가 도자기로 만든 커피 드립이라니. 사람들은 흔히 커피를 내릴 때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도자기로 고민하여 만든 커피드립은 또 다른 멋을 자아낸다. 작은 찬기도 하나 들어있다. 이렇게 매달 받는 도자기류만 해도 지불하는 가격을 상회한다.

 

이 작가 부부의 바람은 소통이다. 더 좋은 사람들과 자연에서 채취한 올바른 먹거리를 함께 나누면서 세상의 즐거움도 함께 공유하자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꾸러미 안에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한 자연과의 소통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였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사실 그 바람 또한 미안한 일이다. 이 부부에게 그만큼 무거운 짐을 지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꾸러미 가격 / 10만원(한 달에 1회 배달)

주문 및 문의 / 010-2631-9584

계좌번호  / 우체국 102343-02-006428 장순복

 

꾸러미한데 싸서 묶은 물건을 말한다. 예를 들면 시렁 위에 산나물을 말린 꾸러미가 놓여 있다거나 옥수수 꾸러미가 처마 끝에 발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등이 있다. 행동에서 함께 하는 말인 할아버지는 커다란 선물 꾸러미에서 과자를 한 봉지 꺼내 손자에게 주었다거나 갑동이의 아내는 호롱불 밑에서 말린 도라지와 고사리를 한 움큼씩 꾸러미로 꾸리고 있다등의 예문도 들 수 있다.

 

이러한 꾸러미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공급을 하고자 노력을 하는 사람이 있다. 시골생활이 벌써 20년째인 여주에 사는 아우부부는, 자신들이 시골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읽힌 시골생활이 정취를 도시에 사는 지인들에게 전하고자 이 꾸러미를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그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도 상당히 재미가 있다.

 

 

철따라 달라지는 꾸러미 내용물

 

아우부부가 사는 곳은 경기도라고 해도 아주 시골이다. 그동안 이런 시골생활에서 이 부부가 터득한 생활의 지혜라면, 바로 자연에서 얻는 소중한 먹거리들과 유기농 방법으로 지은 농산물로 식탁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주변에 지천으로 깔린 먹거리들은 늘 이집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부부는 이렇게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들을 이용해 차(=), 효소 등을 담가놓았다. 그리고 주변에 야생으로 자라는 돼지감자를 채취해 잘 닦고 말리고 볶아서, 그것도 돼지감자 차를 만들었다. 뚱딴지라고 불리는 돼지감자에는 인슐린이 많아서 부인병과 당뇨 등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봄이 되면 300평 정도의 밭에 갖은 채소를 심는다. 이런 채소 또한 꾸러미에 들어가는 품목이다. 벌써부터 풍성하게 자란 채소들이 식탁위에 올라 입맛을 돋우어 준다. 일체 화학비료는 사용하지 않는 이러한 맛깔 나는 채소들은, 이 집을 찾을 때마다 식탁 위에 올라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도자기와 커피 등도 꾸러미에 담아

 

아우부부가 준비하는 꾸러미는 도시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것들이 많다. 아우는 장작가마를 갖고 있다. 원래 미술이 전공인 이 부부가 장작가마에서 구워내는 도자기들은 모두 작품이다. 하기에 그 값이 만만치가 않다. 꾸러미 안에는 이런 도자기(물론 소품이지만)들도 함께 들어있다고 한다.

 

 

올봄에 토종닭 15마리를 갖다가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 닭들이 알을 품었다고 하더니 벌써 30마리가 넘는 병아리들이 닭장을 누비고 돌아다닌다. 사람이 가까이가면 어미의 품으로 달려가 숨어버리는 녀석들은, 숫자가 워낙 많다보니 어미의 머리 위까지 올라타고 있다. 개수가 되면 이 유정란도 함께 꾸러미에 담아낸다는 것이다.

 

시골 정취가 가득한 꾸러미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우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이, 요즈음 들어 이른 새벽부터 중장비의 굉음이 시끄럽다. 바로 제2 영동고속도로가 아우의 집 앞 1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고속도로가 완공이 되면 집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지날 것으로 보인다. 아우부부는 이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다가 꾸러미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일일이 주변에서 채취한 것들과 스스로 만들어 낸 것들을 갖고 준비하고 있는 아우부부의 꾸러미’. 그 안에는 도시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것들이 가득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도 그 안에는 시골의 맛이 그대로 들어있을 것만 같다. 거기다가 아우가 정성들여 만든 도자기들도 가끔 만날 수가 있다.

 

3개월에 한 번 정도는 직접 꾸러미를 받는 사람들과 이 시골의 정치가 배인 곳에 모여, 잔치를 하겠다고 한다. 물론 그 잔치에는 주변에서 채취한 먹거리들이 한 상 가득할 것이다.꾸러미를 받을 사람들에게 이번 주에 발송을 해야겠다고 부지런히 준비를 하는 부부를 보면서, 어떠한 물건들이 그 꾸러미 안에 들어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

 

주말이 되면 지동교 위에 몇 개의 부스가 자리를 한다. 그리고 영동시장의 아트포라 작가들이 준비를 한 즐길 것들이 함께 자리를 한다. 천원짜리 팥빙수에 커피, 그리고 나염과 서당까지. 사람들은 이곳으로 찾아와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커피도 직접 내려보고, 팥빙수도 준비해놓은 재료를 이용해 직접 만들어 본다.

 

매주 토요일이 되면 아트포라 작가들과 함께 하는 체험. 물총으로 의자 위에 컵을 밀어 떨어트리면, 팥빙수 한 그릇도 먹을 수 있다. 꼬마들에게는 인기 최고다. 잘 안되면 슬그머니 의자의 끄트머리로 컵을 옮겨다가 놓기도 한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해 6시까지 두 시간동안 사람들은 즐기기만 하면 된다.

 

 

가족들이 즐겨 찾는 지동교

 

토요일에는 아트포라 공방에서 운영하는 체험에 이어 팔달문 앞 시장에서 돌아가면서 하는 토요문화공연도 함께 이루어진다. 그야말로 토요일이 즐거운 지동교이다.

 

저희는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가 팥빙수 한 그릇씩을 먹었어요. 우리들이야 단돈 천원으로 직접 팥빙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즐겁지만, 이렇게 장사를 해서 무엇이 남을까 모르겠어요. 작가 분들이 이렇게 고생을 하시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 너무 고맙죠.”

 

인계동에 거주한다는 함아무개(, 46)씨는 전통시장을 보러 나왔다가 좋은 체험을 하게 되어서 즐겁다고 한다. 그러나 팥빙수 한 그릇에 천원만 받으면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걱정도 한다. 아트포라 토요체험에 참가한 한 관련자는

 

팥빙수는 솔직히 처음부터 남는 것이 아닙니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것이죠. 처음에는 그저 날이 더우니까 한 번 해보자고 했던 것인데, 사람들이 하도 많이 찾으니까 이젠 어쩔 수 없이 천원에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있는 것이죠.”라고 한다.

 

 

아트포라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 중

 

토요일마다 영동시장 작가들의 모임인 아트포라에서 지동교에 체험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주말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지동교를 단골로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그동안 새집 만들기, 한과 만들기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한 체험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토요일에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와요. 아이들이 졸라대기도 하지만, 이렇게 찾아와서 재미있는 구경도 하고, 나온 김에 장을 볼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로 이곳은 사람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졸라서 장도 볼 겸 나왔다는 오아무개(, 39)씨는 아이들보다 정작 본인이 더 즐거워하는 것만 같다. 지동시장상인회 최극렬 회장은

 

올 해 화성문화제 기간 중에 그동안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새집을, 매향교부터 지동교까지 걸어 놓는 행사를 하려고 합니다. 새집을 만든 사람들의 이름을 적혀 있기 때문에, 만든 사람들 각자가 새집을 걸어 놓는 행사를 하면. 이곳이 또 새로운 새들의 낙원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물고기들과 오리 떼, 그리도 날아드는 새들이 함께 아우러져 사는 생태하천이 되는 것이죠.” 라고 한다.

 

토요일이 즐거운 지동교. 아트포라 작가들의 신선한 체험 한마당이 주는 재미가 즐겁다. 그리고 팔달문 앞 시장들이 매주 번갈아가면서 꾸며주는 무대가 즐겁다. 지동교가 딴 곳과는 달리 즐거움이 있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즐길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예전에 MBC - TV 프로그램 중에 ‘행복주식회사 10,000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만원의 한계를 극복하는 초특급 프로젝트로, 스타들이 출연을 해 만원으로 한 주간을 버티는 프로그램이었다. 사회에서 돈의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으로, 연예인들이 출연을 해 재미를 더해 준 프로였다.

 

요즈음 장을 보러나가면, 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만원을 들고 장을 보라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말았다. 하루에 만원을 갖고 살라고 해도 힘든 지경이다. 밥 한 그릇을 먹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정도이니, 만원의 행복이란 그저 꿈같은 이야기이다.

 

 

단돈 만원으로 하루를 살 수 있을까?

 

아마도 이런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루가 행복하려면 목욕을 해라,

일주일이 행복하려면 이발을 해라,

한 달이 행복하려면 결혼을 해라,

일 년이 행복하려면 새집을 구하라,

일생이 행복하려면 정직하라’

 

라는 말을. 사람들은 적어도 이발을 하고나면 일주일이 행복하다고 한다.

 

그런데 요즈음 시골 장터에 가도 이발비가 최하 8,000원을 주어야 한다. 이발을 했다고 해서 일주일이 행복하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만원을 들고 이발을 했다고 하면, 그 다음 배고픔은 어떻게 해결을 할까? 그리고 하루를 무엇으로 소일을 할 것인가?

  

사실 요즈음 단돈 만원을 들고 하루를 보내라고 한다면, 그 누구도 하루 종일 소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곳이 있다면 휴일 날 집안에서 전전긍긍하는 남자들에게는,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단 돈 만원으로 과연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가 있을까? 문제는 이발까지 하고 말이다.

 

 

단돈 만원으로 하루 종일 행복해 질 수 있는 곳

 

단 돈 만원을 들고 하루를 소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벽화 길로 유명해지고 있는 수원시 팔달구 지동이다. 실제로 11월 25일(일), 단돈 만원을 들고 오전부터 지동을 걷기 시작했다. 지동시장 순대타운 곁에 자리한 주차장 건너편 팔달새마을금고 영천지점에서 미나리광시장으로 들어가다가 보면 수원식품(수원시 지동 400-8) 옆으로 작은 이발소 하나가 보인다.

 

‘즐거운 이발’이란 이 집이 바로 이발을 하는데 3,500원이다. 세상에 요즈음 이발료를 3,500원을 받는 곳이 어디 있을까? ‘즐거운 이발’의 주인은 이발경력이 45년이 지났다. 12살 어린나이에 이발소에 취직을 해, 사람들의 머리를 감기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요즈음처럼 사람들이 살기가 힘든데, 이렇게라도 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이발료를 싸게 했다는 것이다.

 

다만 즐거운 이발소에서는 면도를 해주거나 머리를 감겨주지 않는다. 머리는 본인이 직접 감아야하는데, 머리를 감을 경우 물 값과 수건사용료 500원을 더 내야한다. 그렇게 해도 이발료가 4,000원이다. 아침에 나가 이발을 하고 나니 시간이 점심때가 다 되었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바로 옆 못골 시장으로 들어갔다.

 

 

국수 한 그릇 먹고 즐기는 벽화길

 

못골시장 안에는 ‘통큰 칼국수’집이 있다. 이 집에서는 잔치국수는 2,000원, 칼국수는 3,000원이다. 칼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이발을 하고 점심을 해결하는데 들어간 돈이 7,000원이다. 그리고 칼국수집을 나와 천천히 지동 벽화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발을 해서 기분이 좋은데다 칼국수 한 그릇을 먹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그리고는 바쁠 일이 없다. 어차피 만원을 갖고 하루를 소일해 보려고 나선 길이다. 천천히 지동 벽화길을 살피면서 돌아보니, 날마다 달라지고 있는 벽화골목이 행복감을 더해준다. 가다가 다리를 쉴 수 있는 평상 등이 있어 더 좋은 벽화길이다. 벽화 골목길을 돌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세상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 벽화골목 구경을 하고 나오는 곳에 핑퐁음악다방이 있다. 그곳에 들어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의 향에 취한다. 커피 값이 3,000원이다. 단돈 만원짜리 한 장을 들고 하루가 행복하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돌아본 ‘지동의 행복’은, 그렇게 만원으로 나를 기분좋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지동이 좋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만원으로 즐길 수 있는 행복. 만원으로 이발을 하고, 점심을 먹고, 벽화길 구경하고, 커피까지 마실 수 있는 곳. 이곳이 진정한 만원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할수록 기분 좋은 마을이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은 참 재미있는 곳이다.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이곳은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수가 있다. 매일 달라지고 있는 벽화 길도 재미지만. 그것보다 여기저기 딴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우선은 골목에 놓인 나무로 만든 화단이 있는가 하면, 담벼락에 붙은 평상이 골목 길에 놓여있기도 하다.

 

그런 지동을 한 바퀴 돌다가 보면, 지동 292-17번지에, 핑퐁음악다방 1호점이란 간판을 붙인 집을 발견할 수가 있다. ‘핑퐁’은 ‘탁구’를 말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탁구를 치고,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다방이라는 곳이다. 옛 기억에 다방이라고 하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마담이, 테이블 사이를 날렵하게 돌아다니고는 했던 기억이 먼저이다.

 

 

낮에는 탁구를 즐길 수 있는 다방

 

핑퐁음악다방은 지난 3월 16일에 문을 열었다. 대표인 송주희(여, 32세)가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기업의 일환으로 문을 연 것이다. 이곳은 저녁에는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시니어바리스타 양성교육을 수료한 어르신들이 직접 내려주시는 핸드드립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처음에 지동과 만나게 된 것은 지동에 있는 화성의 성벽 밑으로 난 굴이 있어요. 그곳을 빠져 나왔는데 정말 옛 기억을 해낼 듯한 동네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빈 집도 많고요. 이란 곳이라면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마침 도배를 하는 집을 보고 계약을 해버렸죠. 아마 그게 인연이 된 것 같아요.”

 

 

11월 15일 오후 5시에 찾아간 핑퐁음악다방에는 마침 서울 강동구에서 내려 왔다는 사람들이 송주희대표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들도 사회적기업의 협동 등을 배우러 왔다고 한다. 또한 강의를 마치기를 기다리는 어르신들도 계셨다. 시니어바리스타 교육을 받기 위해 오셨다고 한다.

 

주변의 도움으로 낸 핑퐁음악다방

 

“이곳을 들어올 때는 제가 가진 돈 500만원과,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돈 500만원을 합해 문을 열었어요. 이곳은 지동 주민들이 언제나 찾아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어르신들이 지나가다 들여다보시면 모시고 들어와 차를 대접하고는 합니다. 돈이 없다고 하시면 나중에 달라고 하고요. 그렇게 시작을 한 것이 요즈음엔 어르신들이 여러분을 모시고 오기도 하고요”

 

다방 안은 협소하다. 한 편에 주방을 마련하고 그곳엔 커피를 내리기 위한 도구가 있고, 그 뒤편 작은 책장 안에는 탁구 라켓과 LP판, 그리고 그 옆에는 접이식 탁구대가 자리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기분 좋게 커피향이 배어나온다. 그리고 벽에는 도움을 주신 분들의 이름이 나무명판에 새겨져 걸려있다.

 

 

“저희도 다방이잖아요. 가끔은 벽화 길을 걷던 분들이 들어와 차를 마시고는 하죠. 저희는 커피 한 잔에 3,000원을 받는데, 마을 어르신들과 학생들에게는 50% 할인을 해서 1,500원을 받아요.”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간이고 싶어

 

장사는 잘 되느냐는 질문에 ‘망하지만 않고 오래도록 주민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면서 크게 웃는다. 아직은 주민들도 낯설어 하기 때문이다. 송주희 대표는 대학에서는 동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광고홍보를 전공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늘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고는 한다.

 

“한 번은 지동에 노인정 회장님들이 함께 저희 다방엘 오셨어요. 그분들이 봉투를 내어놓는 거예요. 이러시면 안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을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 고마워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이런 것을 보면 이젠 지동 주민들도, 저희들에게 마음을 연 것 같아 행복하죠.”

 

지동에 사는 주민들은 부지런하다고 한다. 물론 가진 것이 많지 않다보니,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송주희 대표는 그런 지동주민들에게 문화혜택을 드리고 싶다고 한다. 척박한 삶에 향기로운 커피의 향과 같은 삶을 느끼게 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다고. 한 사람의 노력은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노력이라면, 주변의 사람들이 동참을 하게 된다. 핑퐁음악다방의 송주희 대표는 그것을 믿는다고 한다.

 

“지나시는 길이 있으면 들리세요. 맛있는 커피 대접할게요. 동네 안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해요. 그 행복을 나누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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