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에 모인 40여명이 모두 가족, 재능도 다양해 보는 재미 쏠쏠

 

30년이란 시간을 방송과 신문, 블로그 운영 등을 통해 글을 쓰느라 수많은 곳을 찾아다니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이런 곳을 취재한 적은 처음인 듯하다. ‘올케와 시누이들의 달달한 시낭송회14일 오후, 팔달구 지동 창룡문로에 소재한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 2층 전시실에서 열렸다.

 

그런데 시낭송회에 참석하기 위해 창작센터를 찾아오는 관객들이 심상치 않다. 십 수 년을 지인으로 생활하던 선배가 있는가하면, 시낭송가로 수원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낭송가도 있다. 거기다 어린이들까지 시낭송회를 찾아오고 있다. 알고 보이 이들 모두가 한 가족이라고 한다. 이날 창작센터에 모인 일행은 40여명이 넘었다.

 

그런데 이 시낭송회에 참가한 낭송가들이 모두 한 가족이라는 점도 놀랄 일이지만, 가족 모두가 다양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이날 모임이 17녀의 자녀를 둔 한 어머니의 97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고 한다. 이렇게 다복한 가정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가족 모두가 한 어르신을 정점으로 자신들이 있는 위치에서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더 놀랍다.

 

 

가족 모두가 출연한 시낭송회

 

시낭송회의 시작은 가족 중에 전MBC 기자출신으로 경기일보 사장,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큰 사위인 홍기헌 전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의 축사로 시작했다. “오늘 이 같은 자리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자리라면서 장모님의 97세 생신을 맞이한 뜻 깊은 자리를 모든 가족들이 모여 잔치를 벌일 수 있게 된 것은 기네스북에 오를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장녀 이화자의 시낭송으로 시낭송회가 시작됐다. 이화자는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낭송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는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낭송한 후에는, 이화순이 <국화 옆에서(사정주 시)>를 낭송했다.

 

이날 가족들의 시낭송회는 시낭송만 한 것이 아니다. 제각각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했는데, 사위 김진남은 색소폰 연주로 <갈대의 순정><울어라 열풍아>를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이순영은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를 낭송했고, 이귀영은 노사연의 <바램>을 불렀다.

 

 

이 가족, 도대체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아들과 딸, 며느리와 사위까지 총 출동한 가족 시낭송회. 이런 시낭송회도 처음이지만 참으로 대단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이 가족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사위 곽상헌은 <거지타령>을 불러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시낭송과 연주, 가요가 다가 아니었다. 이수영은 민요 창부타령에 맞추어 맨손 허튼춤을 추어, 가족들의 그칠 줄 모르는 다양한 재주를 보여주었다.

 

이어서 시낭송회에서 단골로 사회를 보는 이길자 시낭송가의 김도현 시인의 <그대에게 가고 싶다> 낭송으로 이어졌고, 외손녀인 조민정은 중국어 시낭송으로 <이 또한 모든 것>을 낭송했다. 김성호 가족은 팝송과 우리가요 <무조건이야>를 개사한 외할머니께 드리는 노래를 불렀으며, 아들 이부영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낭송했다.

 

수원의 유명한 시낭송가인 집안의 유일한 며느리 안혜숙 시낭송가는 딸 이소림과 함께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낭송했다. 이진영의 가족에게 드리는 기도문으로 이날의 가족 시낭송회를 마쳤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의 시낭송회는 가족이 무엇인지, 다복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가족 67명 중에 40여명이 모여 만들어낸 가족 시낭송회. ‘올케와 시누이들의 달달한 시낭송회를 마치고 나서 세상에 이런 가족도 있다는 것이 놀랍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런 시낭송회는 또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출연자 전원이 프로의식이 넘치는 열정무대 만들아 즐거움 배가

 

출연자 전원이 말 그대로 프로였다. 프로란 전문가들을 일컫는다. 어떤 분야가 되었던지 프로는 아름다운 법이다. 27일 오후, 수원남문로데오거리에 소재한 남문로데오아트홀 무대에 올려진 20회 재인의 향연무대. 춤과 소리, 굿 등 총체예술무대로 마련된 이 공연의 출연자는 고작 14명이었다.

 

14명의 출연자가 10종목의 굿과 춤, 소리를 감당해 낸 것이다. 한 사람이 많게는 5프로 이상을 소화해내며 꾸민 무대였다. 27일 오전 10시부터 무대를 준비한 출연자들은 오후에 한 차례 무대연습, 또 한 차례의 리허설, 그리고 오후 7시 공연까지 세 번의 공연을 감당해 낸 셈이다. 제인청의 프로그램이 일반적은 무대공연예술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출연자 일인당 두 시간 이상의 공연을 한 셈이다.

 

e수원뉴스 하주성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며칠 동안 퍼붓다시피 한 장맛비로 인해 극장 안은 냄새가 나고 여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은 끝까지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었다. 재인청 기본무로 시작한 이날 공연은 두 시간이 넘도록 진행되었으나 아쉽다라는 말로 이날의 공연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는지 알 수 있다.

 

 

재인들의 무대는 진행부터 모든 것이 다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분들은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알고 계신 분들입니다. 우리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는 공동체문화라는 점입니다. 일제가 1920년대 우리문화말살장책을 펼친 것도 우리문화가 바로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만드는 공동체 때문입니다. 오늘 여기 모이신분들은 재인의 향연 공연을 관람하시면서 바로 우리민족의 끈끈한 공동체를 배워 가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회자는 재인의 향연무대는 공부하는 공연이라면서 팸플릿 안에 모든 설명을 다 되어있으니 집에 가져가서 공부하라고 했다. 진행을 보는 순간에도 사회자는 프로그램의 설명보다 공연자들의 특징과 자랑, 그리고 우리문화의 자랑스러운 점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무대를 진행했다.

 

또한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공연관람 시 지켜야할 예절과 어떻게 공연을 관람해아 바로 본 것인가? 등에 대해서 알려주는 시간을 가져 기존의 무대공연에서 보던 진행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진행했다. 그런 색다른 진행을 일일이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관람객들까지 보여 재인의 향연 무대는 말 그대로 공부하는 공연임을 알 수 있는 무대였다.

 

 

최선을 다한 공연자들, 신명나는 무대 만들어

 

이날 무대에 오른 공연은 굿과 춤, 소리 등으로 구분됐다. 굿은 경기 안택굿 명인 고성주의 제석굿과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8호 안산잿머리성황제 이수자인 김진섭의 신장·대감굿이 순서에 선보였으며 반주에는 피리에 곽승헌, 바라는 전형길이 담당했고, 굿을 진행하는데 도움은 이은애와 전승훈이 도맡았다. 굿을 하는데 있어 장단은 전문적인 굿을 하는 무격이 맡아하게 되므로 고성주 명인과 김진섭 이수자가 번갈아 맡아했다.

 

가장 많은 종목이 무대에 오른 재인청 춤은 재인청기본무, 교방무, 엇중모리신칼대신무, 노들강변, 살풀이춤, 한량무 등이 무대에 선보였다. 재인청 기본무는 어려서부터 고 운학 이동안 선생에게 재인청 춤을 사사 받은 고성주 명인 외에 문하생인 김현희, 김미경, 박미애 등이 추었다. 이들 무대에 오른 공연자들은 모두 20년 내외의 춤을 춘 춤꾼들로 말 그대로 춤생춤사한다는 사람들이다. 이미 전국무용경연대회 등에서도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외에 살풀이춤과 한량무는 고성주 명인이, 교방무와 엇중모리신칼대신무, 노들강변은 김현희, 김미경, 박미애 등이 담당했다. 소리는 남도소리로 조진숙의 심청가 중 심봉사가 잔치에 가는 대목을 불렀으며, 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춘향가와 적벽가 이수자인 강승의와 문하생인 양용자, 조진숙, 이정은이 성주풀이 등 남도민요를 관객에게 들려주었다. 추임새를 넣어가며 신명나는 장단을 친 진민구 고수는 전국고법대화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한 판소리 전공을 한 실력자이다.

 

최고의 프로들이 만들어 낸 가장 아름다운 무대인 20회 재인(才人)의 향연. 2시간 20분이라는 긴 시간을 관람석 맨 앞자리에 앉아 끝까지 지켜 본 한창석 수원시 주민자치협의회장은 공연이 빨리 끝나버려 아쉽다고 했다. 이날 공연에는 남문로데오상인회 천영숙 회장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으며,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인사를 할 때까지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는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 마친 후 고성주 명인은 최선을 다했가 때문에 모든 것이 완벽한 무대였다고 했다.

 

춤에 대한 욕심이 지나친 것일까? 아니면 춤을 제대로 추고 싶은 것일까? 그저 혼이 나면서도 제대로 몸짓을 한 번 해보면 원이 없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춤꾼 김규미씨.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8호인 승무, 살풀이 이수자이자, 평택에서 지역을 위해 수많은 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6일 오후 2. 참 무더운 날씨다. 그저 조금만 걸어도 등줄기에서 땀이 흐른다. 이런 무더운 날 전통무용복을 입고 춤을 춘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것도 그늘진 곳도 아닌 화성 행궁 신풍루 앞 가설무대에서 북을 메고 춤을 춘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 이렇게 무더운 날 혹 불상사라도 나는 것은 아닌지 해서이다.

 

 

춤나래 무용단 토요문화공연

 

이날 오후 2시 신풍루 앞에서 열린 공연은 수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토요문화공연이었다. 2시부터 한 시간 정도를 오카리나 연주와 풍물패들의 무동놀이, 그리고 춤나래 무용단(단장 박혜숙) 단원 10명이 한영숙류 태평무와 부채를 들고 추는 화선무, 박병천류 진도북춤 등을 선보였다.

 

먼저 한영숙류 태평무를 6명의 단원이 추웠다. 그 더위에 구경하는 사람들도 물을 마시면서 헐떡이는데 춤을 추는 사람들이야 오죽할까? 그렇게 태평무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도 모두 박수를 친다. 그리고 이어서 세 명의 단원의 색이 다른 부채를 들고 나와 화선무를 추었다. 춤나래 무용단의 끝 공연은 진도북춤이었다.

 

7명의 단원이 북을 메고 양 편에 북채를 들고 신명나는 춤 한판을 보여주었다. 박병천류 진도북춤은 쌍북채로 연주하는 화려한 북장단과 즉흥성을 바탕으로 한 춤사위가 돋보이는 춤이다. 그런데 그 7명의 무용단원 중에 돋보이는 사람이 있다. 태평무와 진도북춤에 출연한 김규미씨이다.

 

 

기자협회에서 주최한 제1회 무영경연대회 대상도 수상해

 

공연을 마치고 잠시 자리를 마련했다. 화성 동남각루가 올려다 보이는 지동 순대타운 뒤편에 자리를 하고 앉았다. 무료하게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저 곡차 한 잔을 곁들이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속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춤을 추는 사람이니 이야기는 곧 춤 이야기로 넘어갔다.

 

김규미씨는 벌써 개인발표회를 3회나 열었다. 2010년서부터 춤판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김규미씨의 춤판에는 그냥 춤만 추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도 함께 출연해 민요를 들려주기도 하고, 태권도 시범도 보여준단다. 공연을 마치면 구경꾼들까지 모두 나와 한마당 흥겨운 뒤풀이는 빠트리지 않는다고.

 

그리고 지난해는 한국신문기자연합회에서 주최한 2013 1회 대한민국 한국무용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미 주변에서는 춤을 잘 추는 춤꾼으로 소문이 나 있지만, 아직 본인은 그런 칭찬을 받을만한 춤을 추지는 못한다고 겸손을 부린다. 그러다가 어떤 춤을 추고 싶은가를 물어보았다.

 

 

정말 혼이 담긴 춤이 추고 싶어요.”

 

저는 정말 보는 사람들의 혼을 빼놓을만한 멋진 춤을 추고 싶어요. 그런 춤을 추시는 선생님이 계시면 소개해주세요. 정말이지 그런 선생님이 계시다면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아가면서 배우고 깊어요. 그냥 보기에 예쁜 춤, 혼이 담기지 않은 그런 춤은 누구나 다 출수 있잖아요. 그런 선생님 밑에서 제대로 춤 한 번 배워보았으면 원이 없을 것 같아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김규리의 말에는 진한 고민의 배어있다. 평택 진위의 한 야산에 올라 소리를 알만하니 명이 다 되었다고 비 오는 날 소리 한 대목을 한 후에 피눈물을 흘렸다는 조선의 대명창인 이동백 명창. 아마도 그런 마음을 가진 스승 밑에서 공부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자리를 끝내고 일어서면서까지 부탁을 하는 김규리씨. 앞으로 취재를 하면서 그녀에게 제대로 춤이 무엇인가를 알려줄 수 있는 춤꾼을 찾아보아야겠다. 그리고 그런 호된 교육을 받은 김규리씨의 춤판을 기대해보아야겠다.

 

사람들이 남을 위해 봉사를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 춤으로 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기쁘고 남들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이송녀(, 56.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973-1)씨가 바로 춤으로 봉사를 하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춤을 춘지는 10년이 지났나 봐요. 처음에는 건강을 찾기 위해서 춤을 시작했는데, 춤을 추다가 보니 봉사를 할 일이 많아졌어요. 지난해는 한 20여 회 정도 춤 봉사를 한 것 같아요. 그 덕분에 경기도의회 의장님이 주시는 봉사상도 받았고요.”

 

상을 받기 위해 춤을 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봉사를 한 덕분에 상까지 받게 되어 오히려 부끄럽다고 이야기를 한다.

 

 

릴 때부터 추고 싶었던 춤

 

오래 전에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면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때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 한 분이 너는 춤태가 참 예쁘다. 이 다음에 고전무용을 하면 잘 출 것 같다는 소리를 듣고 늘 춤이 추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산향우회 사무직을 맡아하면서 늘 바쁘게 살아왔다는 것.

 

그러다가 몸이 나빠졌다. 심장이 약해 늘 고통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우연히 홍익스포츠센터를 지나는데 음악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들어가 보니 한국무용을 가르치고 있더라고요. 전 스포츠센터 같은 곳에서 춤을 가르친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그래서 춤을 배우기 시작했죠.”

 

 

그렇게 시작한 춤이다. 그리고 수원청소년문화센터에서 우리 춤을 배우다가, 우연히 고성주선생의 춤을 보고 바로 춤을 가르쳐 달라고 청을 했다고.

선생님의 춤은 그동안 제가 배워왔던 춤과는 전혀 달랐어요. 한 마디로 저렇게 아름다운 태를 가진 춤도 있구나하고 생각을 했죠.”

 

봉사를 하기 위해 춤을 춘다는 이송녀씨

 

저는 춤을 잘 추지는 못해요. 물론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춤을 추면서 건강을 되찾았기 때문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있어요. 해오름무용단이라는 봉사 동아리가 있는데 춤으로 봉사를 하고 있죠. 가끔은 혼자 독무를 추기도 해요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 그렇게 봉사를 하면서 남편과 아이들도 뒷바라지를 해준다고 한다.

 

저는 춤을 추면서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생각을 해요. 춤을 추다가 보면 마음도 편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춤을 추는 사람들 중에도 나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춤을 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요. 어떻게 아름다운 춤을 추면서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일까요?”

 

 

앞으로도 봉사를 계속할 것

 

수원문화재단의 동아리인 열림이라는 모임에서 무용분과장을 맡고 있다는 이송녀씨. 앞으로도 춤을 더 많이 배워 봉사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정말 열심히 가르쳐주세요. 그래서 더 많은 봉사를 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있죠. 춤은 나이가 먹어도 계속 출 거예요. 건강에도 좋으니까요

 

잠깐 동안 춤을 연습하는 모습을 보니, 어릴 때 선생님에게 듣던 이야기가 사실인 듯하다. 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아름다운 춤태를 갖고 있다. 고성주 선생과 함께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름다운 봉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춤까지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기안택굿은 경기도 지방 중 한수 이남에 전승이 되는 굿이다. 경기도의 경우 한수 이남은 전통적인 경기굿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한수 이북은 이북굿과 습합이 된 형태로 나타난다. 경기도의 굿은 크게 구분을 해 세습 화랭이들이 주관하는 도당굿, 강신무들의 굿인 안택굿이 있다.

 

안택굿은 말 그대로 가내의 안과태평을 기원하는 굿이다. 도당굿이 예술성에 치중했다고 하면, 안택굿은 신성과 예술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소리도 도당굿이 판소리처럼 소리를 하는 판배개 창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면, 안택굿은 경기민요를 닮은 소리로 흥이 넘친다. 안택굿을 영위하는 강신무들은 기본적으로 춤과 소리를 익혀야만 제대로 된 굿을 할 수가 있다.

 

 

영험은 신령이 주지만 재주는 배워야 한다.’

 

흔히 굿판에서 옛 구 만신들이 하는 소리이다. 내림을 받고나면 점을 보거나 하는 일들은 신령이 하지만, 굿은 신령이 하는 것이 아니다. 무격(巫覡) 스스로가 신령을 상징하는 의대를 입고 소리를 하고 춤을 춘다. 등걸 잠방이에 쾌자 하나를 걸치고 하는 도당굿과는 달리, 안택굿은 거리마다 신을 상징하는 무복을 착용하게 된다.

 

조선시대에 그려진 경기지역의 무의식을 그린 무당성주기도도차서에 보면 경기지방에서 나타나는 굿의 제차가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그 순서를 보면 지금의 경기안택굿과 다름이 없다. 이런 점으로 볼 때 현재 경기안택굿의 전승은 이미 조선조 때부터 꾸준히 이 지역에서 전승이 되어 온 굿거리 제차임을 알 수 있다.

 

경기도 안택굿의 절차를 제대로 다 배우고자 하면 아마도 10년은 족히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할머니 때부터 고모, 신어머니를 거쳐 4대 째 경기안택굿을 배우면서도 소리와 춤을 따로 학습을 하는 등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예전 큰 만신들을 따라 다니면서 굿거리를 배울 때는 정말 식모나 종과 다름이 없었죠.”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에 거주하는 고성주(, 60)는 벌써 신내림을 받은 지가 43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봄, 가을로 단골들을 위하는 진적굿을 해왔으며, 경기안택굿의 보전, 전승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0년 넘게 전승에 땀을 흘려

 

고성주의 뿌리는 이천군 대월면 송라리이다. 그곳에서 조모가 당지기를 하면서 굿을 했다. 그리고 고모는 팔달산 화성 성곽 옆에 거주하면서 수원과 송라리를 다니면서 굿을 해주었다. 13일 오후에 송라리를 찾아보았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마을 어르신들 중 고성주의 가계에 대해서 알고 있는 분들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마을에서 고모를 직접 본 사람들도 있고, 그 내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4(친족으로 3)를 이어오면서 경기안택굿의 전승에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 13일 오후 지동 고성주의 집 지하연습실에서는 5명의 문하생들이 경기안택굿의 학습에 열중을 하고 있다. 무가연습, 거성(굿 의식 중 춤사위), 거기다가 실전을 익히는 도구 사용 법등을 고성주의 가르침으로 학습을 하고 있었다.

 

 

경기안택굿은 정말 흥겹습니다. 그만큼 소리와 춤에 기본기가 닦여져 있어야 배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오래 배운다고 해도 기본기가 없으면 제대로 된 굿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그렇게 지루한 학습을 배우려고 하질 않습니다. 남들은 돈을 싸들고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 그냥 가르쳐준다고 해도 제대로 배우지를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죠.”

 

일주일에 2, 하루에 3시간씩을 공부를 한다고 해서 실력이 부쩍 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학습을 하고난 후 굿판에서 실연을 할 수 있도록 한단다. 그러면 몰라보게 나아진 것을 느낀다는 것. 화성 축성 때부터 수원 팔달문 인근 장시로 모여 든 많은 대만신들. 그들의 흥겨움이 넘치는 굿거리 한 판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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