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같으면 화성 한 바퀴를 돌기 위해 한 켤레의 짚신이면 충분할 듯하다. 사실 요즈음 현대인들이 짚신을 신고 화성을 한 바퀴 돈다는 것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50회 수원화성문화제, 3일 째.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등에는 모두 자루 하나씩을 메고 있다.

 

짚신신고 수원화성걷기라고 쓰인 헝겊으로 만든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그 안에는 짚신 한 켤레와 완주를 하기 위해 화인을 받아야 하는 완주증, 그리고 윗옷 한 벌이 들어있다. 그 중에서 옷은 모두 입었으며 비가 오는 바람에, 비옷도 하나씩 챙겨들었다. 옷을 입은 사람들은 저마다 비옷을 착용하거나 아니면 우산을 쓰고 있다.

 

 

짚신은 왜 안 신으세요?”

 

사람들은 모두 짚신을 신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짚신만 신거나, 아니면 신발 위에 짚신을 덧 신기도 했었다.

 

짚신을 신지 않으셨네요?”

, 비가 와서요. 짚신을 신으면 짚신이 젖은 흙길에서 다 버릴 것 같아서 신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짚신을 주머니 안에 잘 챙겨 넣고 걷고 있었다.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친구끼리, 또는 직장의 동료끼리 모여들었다. 선착순 1,000명만을 사전에 미리 신청을 받았다고 한다. 29일 오후 130분에 사람들은 화성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길에 꼬리를 물며 걷기 시작하는 사람들.

 

 

비가 와서 불편하시겠네요?”

,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완주를 하려고요. 저는 이 대회를 올해 세 번째 참가를 하는데 참 의미가 있다고 봐요. 전라북도 고창군에서는 머리에 성돌을 이고 성을 한 바퀴 돌아보는 행사가 있던데, 그런 행사보다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 왔는데 친구들도 좋아하고요.”

 

성남에서 일부러 짚신신고 화성걷기가 하고 싶어 왔다는 이혜인(, 23)씨는, 밝은 미소를 보이며 친구들과 함께 화성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화홍문에서 벌어진 춤판

 

사람들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좀 늦은 시간에 참가를 했다는 한 가족은, 바삐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천천히 걷는다. 굳이 화성을 걷는데 빨리 가서 무엇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날 행사는 창룡문을 출발하여 장안문을 거쳐 서장대에 올랐다가, 화성 행궁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천천히 걸어도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화성을 따라 걷다가 보니, 화성의 북수문인 화홍문 누각 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누군가 그 위에서 춤판을 벌인 것이다. 참 볼 것 많은 화성문화제의 모습이다.

화성 걷기도 즐거운데 이렇게 가는 곳마다 볼거리들이 가득하네요. 정말 기분 좋습니다. 비는 약간씩 오지만, 차라리 이런 날이 덥지가 않아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복 받은 것이죠.”

걷기에 참가를 한 시민의 말이다.

 

 

오후 1시 반에 창룡문을 출발한 사람들은 최종목적지인 행궁광장 확인존 부스에서 완주증을 절취하여 제출하면 된다는 것이다. 오후 630분부터는 완주를 한 사람들을 위한 이벤트 행사까지 마련하였다. 화성문화제의 연계 행사로 펼친 짚신신고 수원화성걷기’. 비는 오지만 화성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은 마냥 행복해 보인다.

화성이 갑자기 황토색 물감을 칠한 듯하다. 사람들은 짚신을 신고 화성 안 여장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런 풍경은 또 처음이다. 마치 긴 황토색 천을 여장을 따라 늘어놓은 듯하다. 그 긴 황토색의 물결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을하늘과 성벽, 그리고 소나무와 사람들,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것만 같다.

 

제49회 수원화성문화제 셋째 날, 화성 동문인 창룡문 앞에는 1,500여명의 황토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그 발에는 모두 짚신이 신겨져 있다. ‘짚신 신고 수원 화성걷기’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기 때문이다. 가족 단위로 참가를 한 사람들은 옷과 짚신을 받아들고, 옷을 갈아입고 짚신을 신느라 야단법석이다.

 

 

 

가족들, 연인들이 참가를 한 짚신신고 걷기

 

오후 1시 30분에 창룡문을 출발한 참가자들은 방화수류정 - 장안문(화성 북문) - 화서문(화성 서문) - 서장대를 거쳐 행궁 앞까지를 돌아오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함께 행사에 참가를 한 수원시 지동 표영섭 자치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참가를 했다. 이런 행사를 일 년에 한번만 한다는 것이 아쉽다. 가족들과 함께 화성을 걸으면, 따듯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다. 가급적이면 분기별로 한 번씩 이런 행사를 열어주었으면 좋겠다.” 고 한다.

 

 

 

참가를 한 사람들은 염상덕 수원문화원장의 ‘출발’ 신호와 함께 풍물패의 인도로 길을 떠났지만, 성급한 사람들은 그보다 앞서 먼저 화성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연인과 함께 용인에서 왔다는 권아무개(남, 31세)는

 

“휴일을 맞아 화성에 놀러왔다가 짚신 신고 걷기라는 말에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이런 기발한 발상을 했다니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냥 화성을 한 바퀴 돌아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렇게 짚신을 신고 돌아볼 수 있다니, 정말 오늘의 이 행사를 평생 못 잊을 것만 같습니다. 내년에는 아이를 낳아 함께 돌아야겠네요.” 라며 걸음을 재촉한다.

 

 

 

 

푸짐한 경품까지 곁들여

 

사람들을 따라 함께 걷기 시작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걷는 화성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안양에서 친구끼리 참가를 했다는 김아무개(여, 42세)는

 

“얼마나 좋아요. 가을하늘과 바람, 그리고 다정한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떨면서 걷는 화성. 참 수원사람들이 부럽습니다. 이렇게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걷는다는 것도 가슴 뿌듯한 일인데,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니 이보다 큰 행복은 없을 듯하네요.” 라며 걸음을 재촉한다.

 

 

 

짚신 신고 화성을 돌아본 참가자들은 오후 5시 30분 화성 행궁 앞에 모여 푸짐한 경품잔치까지 벌였다. 경품잔치에는 배역을 맡은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까지 함께 해 경품추천을 하는 등 재미를 더했다.

 

‘짚신신고 수원화성걷기’는 많은 사람들이 참가를 한 가운데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행사를 마친 사람들은 행궁 공방 길로 몰려들어, 공방에서 차려 놓은 좌판에서 물건을 사기도 했다. 가을하늘과 화성을 즐기며 짚신을 신고 화성을 걸어 온 사람들. 많은 사람들은 그 재미를 평생 못 잊을 것 같다며, 내년에도 또 참가를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내년 제50회 수원화성문화제가 기다려진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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