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다는 질이 우선하는 그런 모임이 되길 원한다. 그리고 이 모임과 같은 타 단체의 모임들과도 배척하거나 배타적이지 말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그런 마음이길 바란다. 앞으로 2 ~ 3년이 지난 다음에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이 모임이 잘 발전되어 나가기를 바란다. 축하한다.”

 

고은시인이 26일 늦은 7시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소재한 경기문화재단 3층 강의실에서 열린,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 발족식에서 축사를 하면서 한 당부의 말이다. 문학위원회 고문으로 추대를 받은 고은시인은 이 외에도 과거 민예총이 처음으로 발족 했을 때를 회상하면서, 개성이 강한 민예총이 정치적인 관변단체가 되지 않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족식에는 민예총 문학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추대를 받은 용환신 시인과 홍일선 시인도 자리를 함께 했으며, 이달호 전 수원화성박물관장, e수원뉴스의 주간인 김우영 시인 등도 함께 자리를 해 축하를 해주었다.

 

 

40여 명의 시인과 소설가 등 한 자리에

 

발족식에는 시인과 소설가 등 문학인들 4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이들은 경기도 각 지역에서 활동을 하는 시인과 소설가들이다. 문학위원회는 올 64일 용환신, 정수자 외 다수의 인원이 모여 1차로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를 발족할 것을 논의했다. 이 모임에서는 고은 시인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이 모시고, 한 두 차례 모임을 더 갖고 발족식을 치룰 것 등을 논했다.

 

6222차 모임에서는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로 명칭을 정하고 경기문학인 백서를 만드는 사업과 정관 등을 제정하는 일, 회원을 섭외하는 일들과 어떤 행사를 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였다. 그 뒤 두 세 차례의 모임을 더 갖고, 이날 발족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들은 발족식에서 109일 비무장지대인 DMZ(demilitarized zone)을 탐방하기로 했다면서, 그곳을 다녀 온 후 1222일 시와 사진 등을 곁들인 전시회를 열고 그 기록들을 취합해 자료로 남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초대 위원장에 정수자 시인을 추대

 

정수자시인은 1984년 세종대왕숭모제전 전국시조백일장에서 장원으로 등단한 후, 중앙시조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수원문학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 11월 시집 탐하다가 최우수도서로 선정되었으며, 222일 계간시조잡지 시조시학이 주관한 제4회 한국시조대상에 홍성란 시인과 함께 공동수상을 하시도 했다.

 

초대 위원장으로 추대된 정수자 시인은

올 한 해 가장 자주 만난 말은 잊지 않겠습니다.’ 였다. 목적어를 명시하지 않아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이 문장은 문학이 오랜 소임임을 일깨운다. 아프고, 슬프고, 외롭고, 힘없는 사람들을 더 기억하고 더 찾으며 그 편에서 더 뜨겁게 서왔던 문학의 준엄한 길을 돌아보게 한다.”면서

 

“‘홀로 또 같이라는 말처럼 우리 모두 홀로 깊고 높되, 같이 따듯하게 넓어지는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꿈도 서로 부추기며 신명나는 판을 통해, 경기도의 생명과 평화의 자유를 더 새롭고 더 아름답게 열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자고 취임사를 통해 밝혔다.

 

 

이 발족식에 참석을 한 시인 한 사람은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시인들이 어떻게 세상을 보듬고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깨닫는 문학위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은 선생님의 말씀처럼 양을 늘리는데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질을 높여 세상을 밝히는 붓을 든 문학인들이기를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참사로 인해 많은 행사 및 축제들이 무기연기 또는 취소가 되었다. 수원시의 경우에도 거의 모든 행사가 취소가 된 가운데, 국제적인 행사만 연기가 되었다. 이렇게 행사가 취소가 되었거나 연기가 된 18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매향로 49에 소재한 수운화성박물관 AV실에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딴 모임 같았으면 취소가 되었겠지만 수원평화비(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을 위하여, 영사기(영화사랑 세상읽기 / 회장 정수자)가 주관하는 수원평화비 영화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오후 430분부터 시작한 이 영화제는 1부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지지 않았다가 상영이 되었다.

 

 

이날 기금을 모으기 위한 본 행사인 2부에서는 개막인사와 수원시장 등의 인사말에 이어, ‘다시 필 수 있을까?’라는 시낭송과 죽은 자들을 위한 진혼굿이 이어졌다. 진혼굿은 망자의 넋을 달래는 살풀이와 엇중모리 신칼대신무에 이어 망자의 상을 놓고 바리공주 신복을 입은 만신이 상을 돌아 망자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길 가르기로 이어졌다.

 

슬픔이 더 진하게 밴 진혼굿

 

내 눈에 늘 흐르던 흰 구름을 안고

맨발로 끌려 온 그 들에 닿고 싶어

어머니 눈물로 넘칠 그 개울에 놀고 싶어

군홧발에 으깨진 몸 눈물로 씻고 씻어

그리운 하늘빛에 오래오래 비추면

, 하얀 도라지처럼 다시 필 수 있을까

나직한 산을 닮아 순한 바람들아

설음이 너무 깊어 꽃씨로나 가리니

그 중에 가장 순결한 새 향을 넣어주오

 

 

정수자 시인의 시 다시 필 수 있을까 - 어느 위안부 소녀의 노래를 김애자 시인이 무대에서 낭송을 하자 분위기는 사뭇 엄숙해지고, 누군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사회를 맡아 본 시인 우은숙은

오늘 이 진혼굿은 어린 나이에 먼 타국으로 끌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스러져간, 모든 위안부들을 위한 마음을 담은 정성이다. 이 진혼굿이 엊그제 진도 앞바다 찬 물속에서 아까운 젊음을 잃은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도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고 하자 객석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53일 수원시청 건너편 올림픽 공원 내에 건립 예정인 평화의 소녀상건립기금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마련한 수원 평화비영화제. 인사말에 나선 영사기 정수자 회장은

일본의 침략전쟁에 종군위안부라는 이름으로 끌려간 많은 소녀들. 전쟁터에서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하며 인생을 빼앗긴 조선의 여성들. 참혹하게 유린당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간절히 바란다. 치욕의 역사 앞에서 우리들은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하지만 우리는 말만 그렇게 할 뿐 지속적인 기억으로 그들을 생각해내지 못했다.”면서

 

이 영화제는 뜻 깊은 동참이 있어 가능했다. 위안부 문제를 다큐멘터리영화로 일깨워 준 변영주 감독과, 흔쾌히 문하생들과 함께 진혼굿을 맡아준 고성주 만신, 후원에 선뜻 이름을 적은 많은 분들,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며 격려의 박수를 보내준 여러분들 모두가 있어 가능했다.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연화장으로 오는 어린 죽음을 경건하게 맞이해야

 

바쁜 일정에 오후 7시부터 열린 진혼굿에 잠시 자리를 함께한 수원시장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원시의 모든 행사들을 취소 및 무기한 연기를 시켰다. 작은 모음이라도 인사말이나 축사를 하지 않지만, 오늘은 전쟁 통에 끌려가 어린나이에 이국땅에서 숨져 간 모든 위안부들을 위한 모임이라 인사를 드린다.”면서

 

내일(19)부터 수원 연화장으로 세월호에서 아깝게 목숨을 잃은 학생들의 시신이 들어올 것이다. 그들을 우리 모두가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유족들과 힘께 슬퍼하고 애통해하자. 또한 실종자들의 무사함을 모두가 기원하자.”고 했다.

 

이날 영화제에는 김이환 이영미술관장을 비롯하여 경기도의회 김상회 의원, 박은순 수원평화비 건립 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원미향 정대협 대표, 이덕재 수원화성박물관장 등도 함께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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