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아침 일찍 거창으로 ‘스님짜장’ 봉사를 떠났다. 그동안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정이 들었던 짜장이다. 막상 먼 곳으로 간다는 것이 그리 편안하지는 않은지라, 그래도 거창 ‘삶의 쉼터’에 가서 어르신들께 봉사를 하는 것이니 따라나섰다. 짐을 먼저 올려 보내고 간 길이지만, 마음이 조금할 이유가 없다.

일부러 봉사를 마치고 국도로 길을 잡았다. 함양으로 해서 남원 인월, 운봉으로. 오는 길이 함양서부터 지리산 일대에 봉우리마다 눈이 하얗게 쌓인 곳들이 보인다. 운봉에 오니 전날 눈이 많이 내렸는지 지리산 일대가 온통 하얗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눈이 쌓인 것 같지가 않다. 조금 가까이 다가가보니 ‘상고대’가 아름답게 얼어 붙었다.


아름다운 상고대, 멀리서 보아도 장관

여기저기서 상고대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령치로 갈라지는 길로 들어서니 사람들이 길가에 차를 세우고 구경을 하느라 법석이다. 마음 같아서는 정령치를 오르고 싶지만, 이삿짐을 먼저 보낸 사람이 마음이 편안할 리가 없다.

상고대란 영하의 기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이라고 한다. 이 작은 물방울들이 영하의 기온에 놓여 있는 어떤 물체와 충돌하여 만들어진다는 것. 이 물방울은 너무나 작기 때문에 충돌과 거의 동시에 동 결되어 상고대층을 형성한다. 이 상고대층은 입자들 사이에 공기를 함유하고 있는 작은 얼음 알갱이로 구성되어 있어서, 흰색을 띠게 된다는 것.



산을 반쯤 타고 내려온 상고대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그저 멀리서만 바라보아도 아름다운 상고대. 같은 산능선을 타고 내리면서도 등성이 일부만 하얗게 얼어붙은 상고대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지나가다 잠시 차를 멈추고 내렸다. 줌 렌즈라도 가져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이 모습이라도 전해주고 싶다.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바람도 심하게 불고, 차길에서 찍으려니 거리도 멀고, 엄청 흔들렸네요.
그래도 산 중턱까지 내려온 상고대만 잠시 구경하시라고... 

태풍이 올라온다고 한다. 이렇데 장맛비가 후줄근하게 내리는 날 지리산 선유폭포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면 참을 수 없는 성격 탓에 아우녀석을 졸라 정령치로 향했다. 남원에서 춘향묘가 있는 육모정 앞을 지나면 구불거리는 지리산 산길을 넘어 운봉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운봉 방향으로 가다가 다시 우측으로 접어들면 1,173m의 정령치로 오르는 길이다. 이 길로 접어들어 해발 600m.가 넘는 곳에 선유폭포가 자리한다. 선유폭포는 지리산의 빼어난 절경 중 한 곳이다. 선유폭포는 칠월칠석이 되면 선녀들이 이곳에 내려와 주변의 경치를 관람하고, 목욕을 하고 즐기다가 올라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나와 같은 분들 또 있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인데, 누가 이 선유폭포를 보러 올 것인가?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비가오고 나면 아무래도 폭포의 물이 불어 장관일 듯하다.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좋은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빗방울에 화면이 얼룩이진다. 하지만 위에서 만이 아니라, 아래서도 보여주어야 할 것만 같아 밑으로 내려간다.



누군가 인기척이 나 돌아보니 연인인 듯한 두 남녀가 선유폭포를 찾아들었다. ‘어~ 나와 같이 정신줄 놓은 사람들이 또 있네’ 라는 생각을 하면 피식 웃는다. 이 비에 웬 선유폭포 촬영이라니. 그나저나 빗속에 내리막길은 정말 위험하다. 조금만 잘못 딛어도 바위가 미끄러워 나자빠질 판이다. 그래도 엉금거리며 밑으로 내려간다.

2단으로 된 선유폭포. 아래서 보니 더욱 장관이다. 사진 몇 장을 찍기 위해 빗길을 달렸다. 돌아오는 길에 혼자 중얼거린다.

‘역시 난 제 정신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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