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수원은 여기저기 정말 볼 것이 많다. 길거리마다 벌어지는 작은 공연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는 한다. 9월 22일 지동교 위에서는 영동시장에서 펼치는 공연 한 마당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오후의 길거리 공연을 즐긴다. 화성박물관에서는 풍물패 꼭두의 공연도 이루어진다고 하여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화성박물관을 가던 중 수원천변에 자리를 한 소머리국밥 집 앞에 ‘전어회’, ‘전어구이’를 한다고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금은 전어가 제철이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왕 옮긴 발걸음이니 전어회라도 한 접시 먹자고 안으로 들어갔다.

 

 

 

밑반찬을 보니 사람 끓겠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집은 불황을 타지 않는다고 한다. 요즈음 가는 곳마다 장사가 안된다고 하는데, 이 집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전어회를 먹겠다고 주문을 하고나니 반찬이 나온다. 그런데 이 집 밑반찬이 딴 집과는 다르다. 주인이 직접 반찬을 만든다고 하는데, 전어회를 먹겠다고 했는데, 밑반찬이 마치 밥을 먹을 때 반찬을 방불케 한다.

 

깻잎에 전어회를 싸서 밑반찬을 골고루 얹어 먹어보라는 것이다. 시키는 대로 해보았다. 입안에 감칠맛이 돈다. 나름대로 이 집은 전어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연구했는가 보다. 전어회 한 접시에 15,000원이란다. 가격도 그런대로 괜찮은 법이다. 전어구이 한 접시를 더 시켰다. 10,000원이란다.

 

 

 

그런데 전어구이를 시키니 딴 반찬이 한 가지 더 나온다. 고추무침을 주는 것이다. 전어의 맛과 이 고추무침이 더해지자 매운 맛이 가시면서 독특한 향이 입안에 가득찬다. 갑자기 이 집 음식이 궁금해진다.

 

 

“막걸리에는 부추전이 제 맛입니다.”

 

막걸리 한 잔과 함께 먹는 전어회와 구이. 그런데 이 집 주모(난 주인이기 보다는 주모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장사를 할 줄 안다. 막걸리 안주에는 부추전 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부추로 만드는 음식도 다양하다. 부추전에 부추김치는 물론이고, 부추잡채나 부추짠지를 만들어 먹거나 오이소박이의 속으로 넣어 먹기도 한다.

 

부추는 특이한 냄새가 나고 매운 맛이 도는 씨는 ‘구자’라 하여 한방에서 비뇨기성 질환과 건위에 쓰며, 또 ‘기양초’라 하여 강장제나 강정제로도 사용한다. 그만큼 부추는 남자들에게 좋다. 부추전 한 장에 5,000원이란다. 시간을 보니 공연관람도 틀렸다. 이왕이면 이 집 음식을 한 번 먹어보자고 생각한다.

 

 

 

부추전을 시켰다. 그런데 부추전이 나왔는데, 이 부추전 한 장이 또 사람을 놀라게 한다. 딴 곳에서 먹던 부추전으로 생각했는데, 이 집은 그렇지가 않다. 일부러 먹기 좋게 부추를 썰어 부쳤다고 하는데, 색부터가 전혀 다르다. 부추전을 먹을 때는 양념장이 다르다며 또 다른 장을 내어준다. 음식 한 번 제대로 할 줄 아는 집이다.

 

주모의 노력이 불황을 이겨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71 -1 에 소재한 ‘소머리국밥’집. 주모 김정희(여, 55세)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미모를 자랑하고 있다. 거기다가 음식 맛까지 이렇게 구색을 맞출 줄 안다. 가격도 딴 곳에 비해 싼 편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을 수밖에.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지 5년 정도가 되었다고 하는데, 가게 안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우리 집은 막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그 분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드려야 기운들을 차리죠. 그래서 반찬 하나라도 직접 신경을 써서 내어드리고는 해요. 요즈음 장사가 안된다고 말씀들을 하시는데, 저희 집은 전혀 불황을 타지 않아요. 아마도 정성을 드린 음식 때문인 듯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집 주모의 음식솜씨가 제대로이기 때문인 듯하다. 누구나 이런 음식을 먹어보면 또 다시 들릴 것만 같다. 역시 음식은 주모의 손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먹거리 집의 기본인 듯하다. (문의전화 (031) 253 - 6363)

먼 모닥불을 피워놓고 전어 회를 먹는다고?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데, 그럼 전어를 모닥불에 구워 먹었다는 소리인감? 그것도 아니면 전어회를 먹는 것을 구경이라도 했다는 것인감? 도대체 궁금하구0만, 어서 이야기를 풀어내 보셔.

성질 급할 것 없다. 말 그대로이니. 모닥불을 피어놓고 전어회를 먹었다는 이야기이다. 맛은 둘째치고 그 분위기가 사람을 잡았다는, 자랑 비슷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0월 1일 행사를 마치고 초대를 받았다. 물론 군 부대의 관계자분 집으로. 이 마을은 일반인들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는 곳이다. 집을 들어가니 마당에 잔디가 깔리고, 상이 거나하게 차려져 있다.


10월 밤 밖에서 먹는 전어회 맛

10월 초라고는 하지만, 며칠 째 날이 쌀쌀했다. 밖에서 전어를 구이와 회로 먹는다는 것 자체가 색다른 풍미이다. 그런데 날이 쌀쌀하다고 참나무 모닥불을 피워 놓았으니, 그 또한 운치가 상당하다. 전어 맛도 일품이려니와 모닥불에세 풍겨나오는 솔의 향이 그만이다. 술을 먹으면 안된다고 했지만, 한 두어잔이야 어떠랴.   



싱싱한 전어회와 상차림이다.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간다. 그런데 이 전어에다가 숯불로 지글거리며 굽고 있는 목살까지. 이런 분위기는 정말 최고였다.




전어회무침과 갓김치, 그리고 알타리김치. 모든 것이 무공해 웰빙반찬이다. 분위기 좋고 사람들이 좋은데, 어찌 술 한 잔 생각이 나질 않을까? 내일 산수갑산을 간다고 해도 한 잔 해야지



한 잔씩 하고는 모닥불가에 둘러앉아 그날 캔 고구마까지 호일에 싸서 구워먹었다. 이보다 더 풍성한 밤은 없을 터. 사람이 사는 것이 결국 이런 정 때문이 아닐까? 모닥불에 통으로 구워먹는 전어는 집나간 며느리가 아니라, 오래 전에 세상을 뜬 분들도 찾아올 듯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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