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팔달로 259번길 183층에 자리하고 있는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이곳은 화성의 북문인 장안문에서 조금 비켜 선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다. 2005년도에 경기전통문화연구소로 출발을 한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은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란 설립취지를 갖고 시작을 했다.

 

하늘이 주신 혜택은 땅이 주는 혜택만 못하고, 땅이 주는 혜택은 사람과 사람의 화합만은 못하다라는 취지로, 사람과 사람의 화합, 아시안의 문화적 소통을 이룩하고자 설립했다. 한 마디로 동아시아의 모든 문화를 교류하고자 하는데서 시작을 한 것이다. 상주하는 직원은 3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모두 무급직원으로 자원봉사자들이다.

 

 

아시아문화의 모든 것을 교류한다.

 

2009년에 사단법인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을 설립을 하면서 국제학술 세미나, 아시아 전통문화강좌, 한국 전통문화강좌, MOA(Mon of Asian), 아시아의 문화, 민속, 옛이야기 등을 출판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다문화로 열어가는 아시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시아 각국의 전통문화를 비교하여 아시안이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또한 각국의 전통연희를 중심으로 상호 비교하여 교류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청소년 모임과 아시안이 여성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꿈과 희망의 마당, 이주민들을 위한 한국의 전통문화강좌 등도 열고 있다. 더불어 다문화시대 한국인을 위한 아시아의 전통문화강좌 등 다양한 일을 함으로써,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에 맞는 사람과 사람의 화합을 추구하고 있다.

 

 

김용국 원장을 만나다

 

14일 오후,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을 찾았다. 연구원의 김용국 원장의 집무실은 국문학 박사답게 사무실 벽면이 온통 책으로 덮여 있다.

 

“2013년은 저희 연구원이 정말 많은 행사를 했어요. 2014년 전반기에도 많은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저희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은 현재 회비를 내는 회원이 40여 명 정도가 되고, 비회원까지 합하면 100여명 정도가 됩니다. 저희들이 행사를 할 때는 동아시아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주로 행사를 맡아서 도와주고 계시죠.”

 

수원만이 아니라 오산, 화성, 서울 등지에서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은 많은 행사를 담당하고 있다. 130일에는 한국에 와서 거주하고 있는 18000명의 네팔인 중 1000명 정도가 수원시민회관에 모여 친교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이주노동자들이나 결혼이주 여성분들은 쉬는 날이 아니면 전국에서 1000명 정도가 모이가가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설 연휴에 모이기가 어렵지만 날짜를 130일로 정했어요.”

 

 

일을 하기 위해 여건을 만든다.

 

“220일에는 오산 물향기 체육센터에서 키르키즈스탄 사람들 60여명이 모여 배구대회를 열어요. 이 나라사람들은 정말 배구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전국에 10개 팀 정도가 있다고 해요

 

323일에는 화성시 종합운동장에 키르키즈스탄 사람들이 2000명 정도 모일 예정이라고 한다. 체육대회를 열어 타국에 나와 있는 사람들끼리 안부도 묻고, 서로가 궁금했던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

 

저희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의 모든 행사는 사전에 미리 예산을 확보하지 않아요. 관공서 같은 곳에서 도와주지도 않고요. 그래서 여건을 먼저 만들어 놓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서 여건을 만들죠.”

 

그러다가 보니 늘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이사들이 내는 이사회비와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충당하기에는 어렵다는 것. 그래서 늘 원장 자신이 돌아다니면서 자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5회 국제학술세미나 미얀마에서 연다

 

저희들이 하는 행사 중에 가장 큰 행사는 국제학술세미나죠. 올 해는 5회째가 되는데 미얀마 양곤에서 열려고 합니다. 이번에 저희들의 세미나 주제는 아시안의 출생의례입니다. 그동안 3회 때는 아시안의 통과의례가 주제였고, 4회 때는 수원 선경도서관에서 아시안의 장례문화를 주제로 했습니다.”

 

2회 때는 몽골 현지에서 열었으며, 5회 세미나 때는 미얀마 양곤대학에서 아시안의 출생의례에 대한 주제로 세미나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장소를 미얀마로 잡은 것도 주변의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태국 등에서도 참가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것이라고 한다.

 

다문화 시대를 맞이하여 주도적으로 많은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올해는 연구원의 회원들에게 다문화 강의를 중점적으로 하고, 회원들의 모임인 모아(MOA)를 통해 각급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에 많은 강사를 파견하여 활성화 시키겠다고 한다. 2014년 한층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밤에 만나는 여주 5일장은 어떤 모습일까? 30일(토) 날이 저물고 난 뒤 5일장을 찾아 나섰다. 한편에서는 파장 때라 짐을 챙기고 있는데, 아직도 장거리는 부산하다. 그 중에 눈에 띠는 것은 삼삼오오 무리를 이뤄, 5일장 거리를 누비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이다. 그들이 손에 봉지를 하나씩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5일장에 나와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한 것 같다.

 

'5일장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태국에서 왔다는 한 이주노동자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먹고 있다. 다가가보니 닭발 볶음이다. 그것을 맛있게도 먹는다.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먹는 모습이,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말 할 줄 알아요?"

"저 잘해요"

"5일장은 자주 나와요?"

"자주는 못 나와요. 일 끝나고 이렇게 밤에 나와요"

"장에 나오면 주로 무엇을 하세요?"

"친구 만나고요. 맛있는 것 사먹고요. 그리고 구경도 하고요. 정말 좋아요. 5일장"

 

이주노동자들이니 당연히 일을 마치고 나올 것이다. 한국에 온지 2년째라는 이분. 우리말도 꽤 잘 하신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다. 5일장이 최고라는 것이다.

 

5일장의 밤 거리에 모여있는 이주노동자들. 이제는 이들을 5일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감흥을 주는 곳

 

돼지껍질 요리를 하는 집을 찾아들었다. 이곳에도 역시 몇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는 5일장 어디를 가도 이주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가운데 끼어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먼 타국으로 온 사람들. 돼지껍질 볶음을 앞에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그들은 이제는 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것 좋아하나 봐요"

"맛있어요"

"소주도 잘 드시네요"

"좋아요"

 

아직은 우리말이 서툰 사람이다. 나이가 25살이라고 하는 필리핀에서 왔다는 이주노동자. 그저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날이 5일장 날이라는 것이다. 이날 나오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어, 이곳이 흡사 고향의 장 같다고 한다.

 

"저 사람들 장날마다 나와요"

"많이들 오시나 보죠"

"장날이면 우리 집에만 한 20여명 정도 오니까.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5일장이 저 사람들한테는 고향과 같은가 봐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을 떠나 멀리 온 사람들. 그들에게 5일장은 아마도 고향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제일 좋은 곳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많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 서로가 밀린 이야기도 하고 소식을 들을 수도 있을 테니.

 

돼지껍질과 닭발을 파는 가게. 그 안에도 소주잔을 기울이는 이주노동자들이 즐겨 찾고 있다.

5일장은 또 다른 고향

 

5일장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잔은 분위기가 다르다. 오래 전 잊었던 친구를 만나는 그런 느낌이다. 돼지껍질과 닭발, 그리고 막창 모듬을 앞에 놓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보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그래서 5일장은 늘 정겨운 곳인가 보다.

 

5일장에서 만난 많은 이주노동자들. 그들은 자연스럽게 5일장 속으로 스며들어 있다. 결국 그들도 같은 사람들이기에, 우리 5일장이 또 다른 고향이 되어가는 듯하다.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5일장의 분위기에 녹아든다. 우리가 하는 그대로를 하고 있다. 그래서 5일장에서 만나는 이주노동자들은 남 같지가 않다.

 

"아줌마 돼지껍데기 한 접시 더요"

 

5일장의 인심은 아직도 넉넉하다. 돼지껍질과 닭발, 그리고 막창 등을 놓고 막걸리를 한 잔 마시면, 그 무엇도 부럽지가 않다.

주인을 소리쳐 부르는 모습까지 우리를 닮았다. 피부색깔은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가 조금 다를 뿐. 5일장은 그들에게 고향을 느끼게 해주는가 보다. 아니 그들 스스로가 5일장의 구성원이 되어 가는가 보다. 그래서 5일장은 늘 많은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막걸리 한잔 마시고 나온 5일장은, 어느새 파장이 되어 캄캄하게 변해 있다.

처음에는 일지도 못하고 쓰는 것도 못했습니다.

지금은 음식도 잘하고 문화도 많이 배웠습니다.

필리핀에 계신 엄마도 전화하면 한국에 있는 딸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합니다. 그래서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딸이 씩씩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 2009년 가을에 지날린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결혼이민자 지날린의 글이다. 그저 우리말과 글을 배워 자신의 현 생활을 이야기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글들이 도자기로 새롭게 태어난다. 도자기의 고장 여주로 시집을 온 외국인 결혼이민자와 취업을 한 이주노동자, 그리고 그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의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글을 적은 것을, 도자기에 담아 4개 종교단체를 돌며 전시회를 가질 것이라고 한다.

 

  
여주 이주민문학제에 선보일 도자기. 초벌구이를 한 접시에 글(전기중)과 그림(서종훈)을 그려 넣었다.

  
고우찌 마찌꼬의 충효예라는 글. 어찌보면 우리들보다 더 한국인다운 모습도 간직하고 있다

 

<여주이주민문학제>는 그렇게 준비가 되고 있다. 이주민문학제를 열 그림과 글을 도자기로 만들고 있다는 소식에, 여주읍에 있는 한 작업실을 찾았다. 여주의 민예총 등에 소속한 문화예술인들이 초벌구이를 한 둥근 접시, 사각 접시 등에 글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편에는 이미 가마에서 구워진 그릇들이 반짝이는 윤을 내고 있다.

 

여주이주민센터 진재필 사무국장은 '이번 전시가 그동안 우리말과 글을 배운 이주민들이 자신들이 배운 것을 자랑하는 계기를 만들어, 한국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하였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주민 각자가 자필로 쓴 종이에는 맞춤법도 틀리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웃다가도, 이렇게 한자 한자 배워서 쓸 때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를 생각하면, 그저 마음이 숙연해진다.

 

"말은 배워서 바로도 할 수 있지만 글을 배워 써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가진 목적의 하나도 글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이주민들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마음에서죠.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런 이주민문학제를 열어, 더 많은 이주민들이 우리말과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번 전시회가 끝난 후 심사를 하여 상을 줄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협찬을 받아서 일등에게는 자신의 고향을, 부부가 다녀올 수 있는 비행기표를 끊어주려고요"

 

준비에 여념이 없는 진재필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갓 구워 낸 도자기를 보고 있다가 문득 마음이 울컥해진다. 하호분교 김도희 학생이 쓴 '우리와는 다르다고'라는 글 때문이다.

 

  
김도희 학생이 쓴 '우리와는 다르다고'라는글은 우리들을 낯뜨겁게 만들었다

 

우리와는 다르다고 무시하지 마요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자기가 살던 나라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더욱 더 많이 알고 있는걸...

 

어린아이가 우리들보다 더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런 간단한 글 하나에 우리들을 질책하는 내용을 보고 낯이 뜨거워진다. 과연 우리는 그들을 온전히 우리와 같은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였을까? 어찌 보면 '다문화'라는 용어 '이주민'이라는 용어자체가 우리가 아니라는 속내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럽다.

 

  
이주민문학제에 선보일 도자기들. 처벌구이를 한 접시에 글과 그림을 그려 넣었다.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 비오레타의 글은 우리 어머니들의 심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비오레타의 염원이 이루어지길..

 

우리 남편 수술이 잘되고 빨리 나서 아이들을 봐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제가 회사에 다니고 돈을 벌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사주고

남편에게도 맛있는 음식해주고 필리핀 가족도 도와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힘들어도 우리 아이들 생각하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친정어머니 말씀대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우리가족들 매일매일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친정어머니께서 우리가족이 필리핀에 가는 날까지

기다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파이팅!

- 여주 점동면 당진리에서 희망을 갖고 사는 비오레타

 

필리핀출신 결혼이민자 비오레타의 글이다. 글의 내용으로 보아 남편이 수술을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는가보다. 그저 자신의 마음속에 가진 염원을 글로 적었다. 남편이 수술을 하고 아이들만 돌보아준다고 하면, 자신이 나가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마음. 바로 예전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결혼이민자라고 해서 무엇이 다를까? 언어와 피부색, 외형이 조금 다르고, 음식문화와 생활문화가 우리와 조금 다르다고 해서 남이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이번 여주이주민문학제에서 그러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카미 아야의 소원. 초벌구이를 한 사각접시에 쓴 글

  
우즈벡 출신 이주노동자 우르벡 보졸로프는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한국인들과의 교감을 글로 적었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