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 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바위 위에 정자를 짓고, 그 이름을 <옥류각>이라 붙였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정자가 있다. 대전 대덕구 비래동 산 1-11에 소재한 옥류각은 대전시 유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옥류각은 바위 위에 지어진 아름다운 정자다. '옥 같이 맑은 물이 흐른다'는 뜻으로 당호를 붙인 옥류각은 동춘당 송준길(1606∼1672)이 학문을 연구하던 2층 누각 형태의 건물이다.

 

조선조 인조 17년인 1639년에 계곡의 바위 위에 지은 건물이다. 이곳에서 송준길은 우암 송시열, 송애 김경여, 창주 김익희 등 당시의 훌륭한 학자들과 함께 학문을 토론하였다. 옥류각은 전면 3칸, 측면 2칸 규모이며 지붕은 팔작지붕이다. 계곡 사이의 바위를 의지하여 서로 다른 높이의 기둥을 세우고 마루를 짠, 특이한 하부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연사랑이란다.

 

자연 그대로의 바위를 살려 다른 높이의 기둥을 세운 정자. 정자를 지은 송준길의 자연사랑을 알 것 같다. 정자는 앞면이 계곡 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옆면으로 출입하도록 하였으며, 입구 쪽부터 2칸은 마루, 1칸은 온돌방이다. 현재 건물 위쪽에는 현재 비래암이라는 절이 자리하고 있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곳이라, 일부러 여행길에 송준길 선생의 흔적을 찾아 동춘당이며,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싶어 여정을 그쪽으로 잡았다. 좁은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비래사라는 이정표를 따라 들어간다.

 

 

송준길 선생의 마음을 만나러 가다

 

마을을 지나 산으로 오르면서 하산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절집이 어디쯤 있느냐고. 걸어가기는 좀 멀고, 차를 타고가면 절집 마당까지도 차가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차를 몰고 절집까지 갈 수가 있으랴. 천천히 산행도 즐길 겸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딴 곳이라면 몰라도 현장을 돌아보면서 나름대로 지키는 것이 있다. 절집과 정자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걷는 것으로 정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 정취를 더 음미하고자 함이다. 절집과 정자는 여느 문화재가 있는 곳과는 다르게 풍광이 뛰어난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저만큼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앞에는 커다란 고목이 한그루 서 있다. 보기에도 풍치가 있어 보인다. 걸음을 재촉해 가까이 다가갔다. 옥류각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찬찬히 주변을 돌면서 살펴본다. 어찌 이리 흐르는 계곡 위에 누각을 지었을까? 자연 그대로를 살려지은 정자가 더욱 멋이 있다고 느낀다.

 

주인을 그대로 닮은 옥류각

 

방 밑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맑기만 하다. 지금은 비록 퇴락한 주인 잃은 누각이지만, 한 때는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을까? 선생은 이 옥류각을 짓고 사람들에게 세상을 멀리하라고 가르쳤다. 그것은 험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이 계곡 물 위에 지어놓은 누각 하나가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송준길 선생의 앞을 내다보고, 후손들에게 당부를 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우리 문화재를 찾는 일을 계속하는 것도, 그 안에 많은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지, 그 안에는 변하지 않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옥류각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유난히 청아하게 들리는 것도, 오늘 또 작은 깨달음 하나를 얻었기 때문인가 보다.

 

벌써 옥류각을 다녀온 지가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금쯤은 어떤 모습으로 나그네를 반길 것인지. 시간을 내어 옥류각의 녹음을 보고 와야겠다.

정자는 어느 곳에 세울까? 당연히 경치가 좋은 곳에 세운다. 그리고 물이 있고, 숲이 있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정자의 입지조건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정자는 사람의 마음이다. 정자를 처음 그 자리에 세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닮는다. 때로는 허전한 벌판가에도 정자는 있을 수가 있다. 볏단으로 지붕을 인 모정같은 것은 논 한가운데 자리를 한다. 그것은 농사를 짓는 농군들이 쉴수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5년 동안을 돌았나보다. 지나는 길목마다 서 있는 정자에 들린다. 일부러 정자를 찾는 일은 거의 없지만, 지나는 길에 정자가 보이면 어떻게 해서든지 들려보고는 했다. 이제 그동안 들린 정자가 200곳은 넘었나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정자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중 올 가을 여행지로 좋은 곳 10곳을 둘러본다. 물론 올 가을이 아니라도 좋다. 정자는 사시사철 바라보는 그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강릉 해운정

강릉시 운정동에 자리하고 있는 보물 제183호이다. 정자가 보물로 지정이 된 예는 극히 드물다. 해운정은 그만큼 소중한 문화재이다. 뒤편으로는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고, 앞으로는 연꽃을 심었다. 요즈음에는 주변에 초당두부집들이 늘어서 있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저 주변만 둘러보아도 즐거운 곳이다.


경주 독락당 계정

경주 안강읍에 소재한 독락당은 보물 제413호로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소재하고 있다..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1491년∼1553년)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지은 집의 사랑채이다. 이 독락당 한편으로는 계곡이 흐르는 곳에 계정이라는 정자가 서 있다. 이름 그대로 계곡에 서 있는 정자라는 뜻이다. 이 계정의 한편에는 방을 들이고, 부엌은 암벽 위 담에 두었다. 정자에 올라 앞으로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 기분은 어떠할까?


고성 청학정

고성 청학정은 고성 팔경의 한 곳이다. 앞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고, 그곳에 부딪치는 파도소리가 즐거운 곳이다. 멀리는 고기잡이를 하는 고깃배들이 까만 점처럼 보인다. 이 청학정은 고성에 있는 정자 중 한곳이지만, 관동팔경이라는 청간정보다 오히려 운치면에서는 뛰어난 곳이다.
    


남원 광한루


광한루에 대한 설명이야 굳이 필요가 없다. 춘향이와 이도령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보물 제281호인 광한루는 호남제일루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다. 정자는 입구에 층이 진 계단을 놓아 멋을 더했고, 앞으로는 삼신산을 꾸며놓았다. 한편에는 방을 들여 겨울에도 주변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사시사철 언제 찾아가도 그 멋을 잃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대전 옥류각

계족산을 오르다가 만나는 옥류각은 송준길(1606∼1672) 선생이 학문을 연구하던 2층 누각 형식의 건물이다. 조선 인조 17년인 1639년에 계곡의 바위 위에 지은 건물로, 골짜기에는 4계절 옥같이 맑은 물이 흐른다고 하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자는 계곡물이 흐르는 위에 자리를 잡았는데, 가을 은행잎이 물들때 찾아가면 정말 아름다운 옥류각을 만날 수가 있다. 대전시 유형문화재 제7호이다.


보성 열화정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강골마을에 있는 중요민속자료 제162호이다. 헌종 11년인 1845년에 이재 이진만이 후진양성을 위해 건립하였다. 영화당은 앞으로 연못을 두고 정자의 한편을 돌촐시켜 연정이라 이름을 붙였다. 영화촬영을 수차례 하기도 한 정자로 가장 아름다운 정자 중 한 곳이다. 열화정은 스스로가 자연이 되어, 자연 속에 파묻혀 있는 정자이다. 그만큼 스스로 드러내지를 않는다. 열화정을 제일로 손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주 취한대

영주 소수서원 입구를 들어서 송림사이를 지나는 길, 솔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이런 좋은 송림에서 사람들은 노송의 자태를 닮아 푸른마음을 가졌을까? 소수서원 건너편에, 내 건너 노송 몇 그루와 함께 어우러진 정자가 보인다. 취한대, 조선조 명종 5년인 1550년 당시 풍기군수이던 이황선생이 처음으로 지은 정자다. 이 아름다운 곳에 정자를 짓고, 소수서원의 원생들이 시를 지으면서 청운의 꿈을 키우도록 한 것이다. 취한이란 큰 뜻을 품으라는 것이었을까? 그 자태가 그대로 아름다움이다.


예천 병암정

예천군 용문면에 자리한 병암정. 황진이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낸 곳으로 더 유명하다. 정자는 커다란 수직의 암벽 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주변에는 노송이 서 있다. 정자 앞 암벽 밑으로는 연못이 있고, 그 앞으로는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그래서 이곳이 황진이의 촬영지로 선정된 것일까? 보는 눈은 누구나 동일하다. 이 아름다움에 어찌 손을 꼽지 않을 수가 있을까?


예천 초간정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대동운부군옥』을 지은 초간 권문해(1534∼1591) 가 세운 정자이다. 예천군 용문면 죽림리에 자리한 초간정은 권문해가 심신을 수양하던 정자이다. 초간정은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먹어 쉴만한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첫째로 꼽을만한 곳이다. 정자를 감싸고 있는 계곡이 아름답기도 하려니와 정자 끝에 모인 소 또한 맑은물이 고여있다. 어찌 이런 곳에서 낚시를 하지 않을손가? 정자의 난간에서 낚시를 내리고 싶은 곳이다.


함양 거연정

맑은 물이 정자를 감싸고 돈다. 정자 뒤편 낮은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은 깊은 소를 만든다. 그리고 그 바위 위에 그림같이 서 있는 거연정. 화림동 계곡에 서 있는 정자 중 가장 위편에 있는 거연정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숲길을 걸어 구름다리를 건너야 들어갈 수 있는 정자. 가을에 그 숲길은 또 어떤 자연의 멋을 보여주려나? 아름다움은 끝이 없다. 그래서 정자는 늘 그곳 바람결에 머물고, 난 발길을 그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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