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지동 창룡문로 56번길. 집 대문 앞에는 경기안택굿보존회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안택굿은 집안의 안녕을 위해서 하는 축원굿으로, 이 집에는 4대째 대물림을 하면서 경기지역의 안택굿을 보존, 전승시키고 있는 고성주(, 60) 회장의 집이다. 23일 오후 집안에 북적인다.

 

한편에서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튀기고 있고, 집 안에서는 연신 덩이진 밀가루를 손으로 곱게 부수고 있다. 28일은 고성주 회장이 자신이 모시고 있는 신령들과 수양부리(자신을 따르는 신도를 일컫는다)들을 위해 맞이굿을 하는 날이다. ‘진적굿이라고도 하는 맞이굿은 신령을 섬기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굿이기도 하다.

 

 

자신을 비롯해 10여 명의 사람들이 준비를 하고 있는 약과와 다식은 바로 맞이굿을 할 때 상에 진설할 음식 중 하나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편하게 모두 사다가 사용을 하지만, 이 집은 40년이 넘는 세월을 한 번도 사다가 진설한 적이 없다. 직접 모든 음식을 조리를 하기 때문에 짧게는 5, 길게는 1주일 전부터 준비를 한다.

 

정성이 깃들지 않으면 음식 올릴 필요 없어

 

사람들은 참 이상합니다. 신령님들이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아요. 적어도 나를 주관하고 내 수양부리들을 잘 살게 만들어주는 신게 제물을 드린다고 하면서 약과나 다식도 다 사다가 쓴다면 무슨 정성이 깃들어 있는 것이 되겠어요. 저희는 40년 동안 한 번도 사다가 올린 적이 없습니다.”

 

 

23일 오후 내내 정성을 들인 약과와 다식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힘이 들겠지만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약과와 다식 등은 맞이굿을 마치고나면 모든 사람들이 다 싸들고 간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먹을 음식이기 때문에 더 정성을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방식 그대로 만드는 약과와 다식

 

약과는 조청, 계란노른자, 생강가루, 찹쌀, 들기름 등을 잘 반죽해 둥그렇게 누른 다음에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가운데 칼집을 내고 그 안으로 양편을 집어넣어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기름에 튀겨내면 다시 조청에 담가 잘 젖게 만든다. 채로 걸러내면 달라붙지 않게 고물을 뿌려서 말린다.

 

 

다식은 콩가루와 쌀가루, 조청 등을 혼합해 가루를 잘게 부순다. 가루가 곱게 부수어질수록 다신이 깨끗하게 만들어진다는 것. 거기다가 식용색소를 포함하여 색을 낸 다음에 다식판에 반죽을 둥글게 만들어 놓은 다음 손으로 힘을 다해 누른다. 다식판에 참기름 칠을 한 다음에 찍어내면 아름다운 문양이 있는 다식이 된다.

 

저희는 다식을 다섯가지 색으로 만들어요. 동서남북과 중앙의 오방을 뜻하는 것이죠. 많은 재료를 이용하지만 그 중 어느 것 하나 재료를 싼 것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야 나중에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건강에도 좋으니까요.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내는 약과와 디식은 사람들도 좋아하죠.”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요즈음은 기계로 쉽게 만들 수가 있지만, 음식을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년 봄, 가을로 올리는 맞이굿에 진설하는 음식은 모두가 직접 만든다고 한다.

 

 

저희 고성주회장님은 아직 한 번도 음식을 사서 하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아무리 힘이 들아도 정성을 올리는 음식을 사서 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맞이를 올릴 때는 보통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하죠. 맞이굿을 하는 날은 300명 정도의 음식 장만을 직접 하세요. 김치 담그고 나물 무치고, 전도 이틀 전부터 부치고요. 모든 음식은 집에서 직접 장만을 합니다. 그것이 손님을 맞이하는 예의라는 것이죠.”

 

아직 한 번도 사서 쓰는 음식을 신을 모시는 전안에 진설하거나 손님들의 상에 올려보지 않았다고 하는 고성주 회장. 전통방밥으로 만든 약과와 다식을 만들면서도 연신 잘 만들어야 한다고 독려를 한다. 정성을 들인 음식을 먹고 즐거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 집의 축제준비는 늘 웃음이 넘친다.

 

수원의 명물이 있다. 명물이라고 하니 무슨 상품이나 장소 등을 생각해선 안된다. 그 명물은 바로 사람이다. 수원시 팔달구 창룡문로 58번길에 거주하는 고성주씨(, 60). 이 사람을 굳이 명물이라고 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남자이면서도 여자가 하는 일을 한 가지도 못하는 것이 없다. 오히려 여자들보다 더욱 여성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41일 오후. 고성주씨의 집안 마당이 시끌벅적하다. 무슨 일인가 해서 가보았더니 열심히 기름에 무엇인다를 튀기고 있다.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약과란다. 집에서 약과를 만들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보던 약과와는 다르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큰 행사가 집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음식을 직접 준비해

 

고성주씨는 신을 모시는 사람이다. 이들에게는 단골들의 안녕을 빌러주는 굿이 있다. 비로 진적굿이다. ‘맞이굿이라고도 하는 이 진적굿은 신을 모시는 사람들이 하는 굿중에 가장 큰 굿이다. 보통 3년에 한차례씩 하지만, 고성주씨는 매년 봄, 가을로 이 굿을 한다. 그만큼 단골들에게 정성을 쏟아 붓는다.

 

이 약과도 그 맞이굿을 하는 날 상에 올릴 음식 중 하나이다. 아침부터 부산하게 준비를 하더니 기름을 튀겨내는 것으로 완성이 된다고 한다. 고성주씨는 큰일을 앞에 놓고 늘 이렇게 며칠씩이나 준비를 한다. 이 약과도 아침부터 몇 사람이 준비를 한 것이다.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가 궁금해 하는 방법을 물었다.

 

 

갖은 재료로 만들어 진설해

 

밀가루와 맵쌀가루를 섞어 만드는 약과는 모양새도 특이하다. 파는 것은 동그랗지만 이 집의 약과는 길에 반죽을 자르고 그 가운데에 칼집을 낸다. 그리고 양편을 가 칼집이 난 곳으로 집어넣어 뒤집는다.

 

처음에 내림을 받고나서 바로 이렇게 배웠어요. 10년간은 굿을 할 때 모든 굿거리 제차와 음식을 하는 방법 등을 배웠죠. 참 힘들게 배웠어요. 신을 모시는 사람이 신령께 음식을 올리면서 어떻게 사다가 할 수가 있어요. 하나같이 직접 준비를 해야죠. 그러다가 보니 며칠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요.”

 

 

기름에 약과를 튀겨내면서 하는 말이다. 그 방법은 약과를 만든 밀가루와 멥쌀가루를 섞어놓고 계란노른자. 생강, 기름, 조청, 정종 등을 적합한 비율로 집어넣고 반죽을 한다고. 그리고 그것을 방망이로 밀어서 넓게 편 다음 길게 잘라 모양을 만든다는 것이다. 모양이 완성되면 기름에 튀겨낸다.

 

단골들이 다 챙겨간다는 약과

 

기름에 튀긴 것을 다시 조청에 담가 골고루 조청이 속에까지 배어날 수 있도록 놓아둔다. 마지막으로 통깨를 뿌려 식히면 완성이 된다는 것. 준비하는 양이 워낙 많다보니 아침부터 하루 종일 매달려 있다.

 

 

예전에는 색을 입히기도 했어요. 그런데 본 맛이 가시는 것 같아 올해는 색을 입히지 않았어요. 진적이 끝나고 나면 단골네들이 다 싸갖고 가세요. 그래서 많이 준비를 해야 돼요.”라고 한다. 함께 준비를 하고 있던 단골 한 사람은

정말 엄청난 양을 준비해요. 진적굿을 할 때는 단골네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거든요. 어림잡아도 수백 명이 이 날 오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먹을 음식까지도 일일이 다 준비를 하세요. 아마 보통 사람들 같으면 병이 날거예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일이 손수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아요.”란다.

 

본인을 믿고 따르는 단골들이 잘 살고 평안하기를 바라는 진적굿. 신령을 제대로 위해야 단골들이 복을 받을 것이 아니냐면서 음식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이 사람이 못하는 것이 과연 있기는 할까?’라는 생각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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