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순 80, 최선예 81. 그림을 그린 할머니들의 이름과 연세가 적혀있다.

성한 곳이 없는 손으로 밭을 일구어 가꾼 푸른 보리밭 물결을 바라보는 농부의 미소에는 행복이 가득합니다. 투박한 손으로 일구어 낸 들녘의 생명들은 농부의 숨결이며 삶인 까닭이지요. 고단함을 고단함으로 여기지 아니하고 삶의 이야기로 그대로 드러낸 농부의 손이 아름다운 것처럼, 삶의 고단함을 이겨낸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에는 지나온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중략)

 

한 곳을 향해 온 정성을 다하는 마음은 휘어진 손가락을 만들고. 그 휘어진 손가락은 다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평생을 고단하게 삶을 이겨내고 자식들을 모두 독립하도록 뒷바라지 하고. 이제는 노년이 되신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으로 소박한 크레파스가 다시 피어납니다.

 

삶의 모습이 제각각인 어르신들의 삶에서, 사람을 그리고 풍경을 그려낸 모습이 모두 다르지만, 그 안에 담겨진 삶의 이야기와 사랑은 투박한 손을 따라 그려진 그림 안에 고스란히 전해져 눈물이 됩니다(하략)

 

휘어진 손가락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글귀이다. 13일부터 17일까지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수원사랑, 효사랑 기획전을 설명하는 글귀이다. 이 기획전은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가 주최를 하고 있다.

 

7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그린 그림전

 

이 그림을 만났을 때는 의아했다. 어느 그림은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인 듯한데, 어느 그림들은 전문가의 솜씨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장화홍련을 연작으로 그린 그림도 있다. 그런데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들의 설명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림을 그리신 분들의 연세가 모두 80이 가깝거나 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렇게 연세가 많이 드신 분들이 이렇게 그림을 그리셨을까? 여기 이 그림은 정말 우리가 마을에서 본 풍경을 그대로 묘사를 하고 있네. 할머니들께서 아트센터에서 그림을 그리시더니, 정말 이렇게 전시까지 하시네.”

 

전시가 되어있는 그림을 관람하던 몇 사람의 주부들이 박수를 치며 감탄을 한다. 그림 중애는 그림 안에 글을 같이 써 놓아 보는 사람들이 편하게 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어르신들께서 젊은이들이 잘 알아보지 못할까봐 배려를 하신 것이나 아닌지. 아마도 어르신들은 평생 부모의 마음을 갖고 계신 것은 아닐까? 혹여 후손들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까 봐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셨다.

 

 

어르신들의 그림 놀라워

 

마을가꾸기로 달라진 효 영 실버 아트센터 - 영 실버 아트센터가 달라진 후 눈을 즐겁게 해준다고 우리들 보고도 고맙다고 한다. 우리 역시 자부심을 갖고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 2013, 12, 2 최선예 81

 

마을가꾸기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그림에 적힌 내용이다. 영실버 아트센터는 수원시 권선구에 소재하고 있다.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와 3세대문화사랑회가 주관이 되어 매년 아동미술대회 및 어르신들의 그림을 기획전시하고 있다. 이번에 열린 수원사랑, 효사랑 기획전역시 이렇게 준비된 그림들이다.

 

 

정말들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께서 수원을 사랑하는 마음과 효를 주제로 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전시를 한다는 것이. 이런 그림전은 단순히 한 번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학교마다 순회를 하면서 전시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효와 마을사랑에 대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구경을 하던 한 시민의 말대로, 이 그림전시는 많은 사람들이 만나볼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모든 어르신들의 안녕을 함께 기원한다.

 

한바탕 무대가 요란하다. 모듬북을 배운 수강생들이 신바람나게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면서 북을 치고 있다. 조금은 박자가 어긋나 우지직거리기도 하지만, 그것이 무슨 대수랴. 그저 한바탕 땀을 흘리면서 북을 두드리면 되는 것을. 7일 오후 2시 팔달산 자락에 자리한 수원문화원대강당에서는 제22회 수원사랑 큰잔치가 열렸다.

 

수원문화원이 매년 연말이 되면 마련하는 수원사랑 큰잔치는 문화원에서 수강을 받는 문화학교 13개 팀과 동아리 10개팀, 민속예술단까지, 문화원에서 재능을 배우고 있거나, 함께 재능을 키워가는 사람들의 잔치이다. 흔히 자신들만의 잔치라고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랴? 즐기면 되는 것을.

 

 

문화는 서로가 향유하는 것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은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근본이 됩니다. 수원문화원의 회원들은 예술적 재능을 계발하고 발전시켜 인문학 도시 수원의 문화인으로써 활발한 활동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문화학교와 동아리 활동을 통해 배우고 익혀온 기량을 선보이는 오늘, 여러분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오늘 여러분 모두를 축하합니다.”

 

염상덕 수원문화원장은 이날 모인 문화학교 회원들과 동아리 회원들을 축하하는 인사말을 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수원시장은

 

여러분들이 오늘 이렇게 잔치를 갖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수원문화원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곳은 우리 수원의 상징과 같은 곳입니다. 새로 지으려고 해도 이곳은 철거를 하면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왜 새로 건물을 지어주지 않느냐고 하시지만, 그런 이유로 인해 구조변경 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라며

 

인문학의 도시, 문화의 도시인 수원은 오늘 벌써 일곱 번째의 도서관을 착공했습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는 곳이 아니라, 이곳에서는 문화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여러분들이 열심히 실력을 닦아 이렇게 많은 도서관에서 함께 문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시기를 바랍니다.”라면서 파이팅을 외치기도.

 

 

갈고 닦은 기량 선보여

 

이날 대강당을 꽉 메운 회원들은 일년간 활동을 한 모습들을 영상으로 만난 다음, 2부에서는 각 동아리들의 실력을 뽐내는 무대도 마련하였다. 그 전에 라비에서는 한복을 직접 만드는 전통의상 만들기 반, 맥간 공예반, 꽃꽂이 반, 규방 공예반 등이 마련한 작품들을 전시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구경하고 있던 한 문화학교 회원은

정말 대단합니다. 저는 예반인데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각 문화학교 회원들의 실력을 보니,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내년에는 저도 무엇인가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기도.

 

 

수원사랑 큰 잔치를 구경하러 왔다고 하는 어르신 한 분은

문화원에서 이렇게 실력을 갈고 닦은 분들이 무대에서 한바탕 자랑을 하는 것을 보니 저도 배우고 싶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배움이란 것은 나이도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 듯하네요. 오늘 이렇게 자랑을 하는 분들에게 축하를 드립니다.”라고 했다.

 

수원문화원에는 경기민요반, 규방공예반, 꽃꽂이반, 노래부르기반, 도자기공예반, 맥간공예반, 모듬북반, 사물놀이반, 서예반, 서예반 장안구분원, 전통한복 의상만들기반, 하모니카반, 한국무용반 등 13개 문화학교와 문미회(유화), 비르투오조, 수원 화성소리사랑, 여상타악 난장, 춤사랑, 태평소 애체, 한땀두땀 우리한복, 하모니카 동아리 소리뜰, 오카리나, 사계절봉사회 등 10개 동아리와 수원민속예술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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