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82-6에 소재한 대안공간 눈’. 1전시실는 18일까지 황희정의 문명고양이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지원 공모 선정 작가인 황희정의 개인전은 한 마디로 기존의 작품이라는 관념을 송두리째 깨고 있다.

 

황희정 작가의 ‘civilization cat’은 고양이를 소재로 한 전시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니라, 버려진 종이박스를 테이프를 붙여 만든 허술해 보이는 종이박스 집과 그 안에 흰 헝겊으로 만든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걸쳐 있는 모습의 고양이 인형들이 보인다. 그런 모습이 작품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길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를 묘사

 

황희정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집 앞 골목을 걷다가 길 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헤집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골칫덩이였을 거다. ‘골목이 자꾸 지저분해지니까,’ 며칠 뒤, 골목 안 그 곳 쓰레기 더미 앞에 길 고양이 두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문명은 가장 위대한 공동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문명이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는 문명 속에 속한 이들뿐이다. ‘골목이 자꾸 지저분해지니까,’ 길 고양이 두 마리는 죽었다. 단지 누군가의 골칫덩이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고양이 두 마리가 죽은 것이다. 거대한 사회의 발전에 자연스럽게 밀려나는 존재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숨어 지내는 이들이 있다. 이번 작업은 이들이 바라보는 문명에 대한 시각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현 문명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연결되려고 하는 시선과 그 시선 속에 내재된 불안한 감정들, 이들이 품고 있는 힘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했다.‘고 한다.

 

작가는 죽어있는 고양이, 그리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길거리의 고양이를 통해 이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숨죽이고 있는 존재들을 표현하고 있다. 허름하게 지어진 종이 집 안에 걸쳐있거나, 그 주변에 널브러진 고양이들. 사회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아픔을 작가는 문명고양이라는 제목으로 표현을 했다.

 

 

두 번째 개인전을 연 작가 황희정

 

황희정 작가는 2011년 국립 창원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하였으며, 2007년부터 작품 활동과 전시회를 갖고 있다. 현재 아트스페이스 이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황희정 작가는 남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황희정 작가는 2007 비상구 프로젝트 (국립창원대학교 중앙도서관, 창원), 2008 유쾌한씨의 공동프로젝트 (파티마병원, 창원), 2009 Young Art (규슈 나가사키 우라카햐카 센터, 일본), 2011 하얀 다락방 (스카이연 갤러리, 서울), 2012 부바르와 페퀴셰 (남송 미술관, 경기), 2013 spary of space (gallery bonun, 서울), 2014 공존하는 차이 (잠월미술관, 함평), 2014 터닝테이블 (스페이스 SSEE, 대전), 2014 ongoing (오픈스페이스배, 부산) 등의 단체전을 가졌다.

 

개인전은 2014 회복에 대한_ 편린 (스페이스이드, 청주)2014 황희정의 <civilization cat>(대안공간눈, 수원)으로 두 번째이며, 2014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오픈스페이스 배, 부산)에 참여를 했다.

 

 

전시 관람을 하고 있던 한 관람객은 작가의 표현력이 놀랍다. 작가의 의도를 모르고 작품을 보았더라면, 도대체 작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를 수밖에 없을 것만 같다. 이렇게 문명 세계에서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고양이를 소재로, 소외된 사람들을 표현했다는 것이 새롭다.”고 한다.

 

미술학과를 졸업하기 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황희정 작가. 박스로 만든 허름한 집과 그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고양이들은 작가의 상상력을 떠나 관람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무엇인가 이 사회의 모순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문수스님의 소신공양(燒身供養) 소식을 접한 것은 5월 31일 오후 4시께였다.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밤 10시 쯤 전주를 출발해 군위 삼성병원에 도착한 것은 6월 1일 새벽 한 시께. 스님 몇 분과 신도 몇 사람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스님을 처음 뵌 것은 아마 한 15년 전인가 보다. 항상 말씀이 없으시고 과묵하신 스님은, 언제나 뵐 때마다 웃음으로 인사를 하고는 하셨다. 그렇게 강직하던 분이셨는데, 이렇게 빈청에 마련된 영정을 보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지금이라도 '세상은 그저 강직하게 살아야만 해요. 세상에 나왔으면 할 일은 하고 가야지'라고 말씀을 하실 것만 같다.

 

문수 스님, 지난해부터 많은 고민 해와

 

"스님께서는 지난해부터 말이 없어지셨어요. 원래 과묵하신 분이신데 전혀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깊은 생각만 하고 계셨습니다. 3년 전부터는 공양도 하루에 한 끼 밖에는 들지 않으시고요. 배불리 먹는다는 것이 죄스럽다고 하시면서. 어제까지도 저와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소신공양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문수 스님과 지보사에서 함께 생활을 해 오셨다는 스님의 이야기다. 부여에서 먼 길을 달려오신 한 도반스님은,        

 

"문수 스님은 말씀이 없으신 분이죠. 그래도 가끔은 농담조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스님이 되어서 법랍 30년이면 살기가 편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날이 갈수록 어렵다고 하셨죠.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치던 것이 이제는 발걸음 하나도 마음대로 뗄 수가 없다고요. 발 밑에 개미라도 한 마리 있으면 어쩌느냐는 것이죠. 그리고 지난해 부터는 4대강 개발을 두고 많이 고민을 하셨습니다. 스님이 되어서 세상 사람들처럼 싸울 수도 없고, 차라리 한 몸을 불살라 소신공양이라도 하고 싶다고요."

 

▲ 유서 문수스님이 자필로 쓴 유서. 4대강 개발 중지와 부정부패 척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아마 스님께서는 이미 작정을 하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강직한 성격 탓에 불의와는 타협을 할 줄 모르는 스님이셨다. 언제나 말을 앞세우는 것을 싫어하시던 그 마음이 소신공양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하셨나보다.

 

서민들의 고통을 멈출 수만 있다면

 

"스님의 또 한 가지 고민은 바로 서민들의 고통이었습니다. 국가가 정책을 잘 펴서 없는 사람들이 편해야 하는데, 어떻게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느냐고 늘 노엽게 생각하셨죠. 소신공양 이야기 하실 때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되신다'고 했는데도, 결국 이렇게 소신공양으로 세상을 떠나셨네요. 스님의 소신공양은 순교라고 생각합니다."

 

스님이 자필로 쓴 유서에는 4대강 개발 중지와 부정부패의 척결 그리고 서민생활을 위한 정책을 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친필로 쓴 유서는 수첩에다가 쓴 것이다. 그리고 스님이 평소 입으시던 삼베 법복에도 유서와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늘 강직하시던 문수 스님. 오늘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군위 삼성병원 문수 스님의 빈소에서 말을 잃었다. 그저 하릴없이 스님의 영정만 바라보고 있는데 한 남자분이 이야기를 한다.

 

▲ 법복에 쓴 유서 명주로 지은 법복에 쓴 유서.

 

"문수스님의 법구를 보고 놀랐습니다. 스님의 법력이 대단하시다고 느꼈죠. 사람이나 짐승이나 불에 타면 신체가 오그라드는데, 스님께서는 일자로 꼿꼿이 숨지셨습니다. 가슴께로 두 손을 모으신 채로요. 몸이 타는데도 정신을 잃지 않으셨다는 것이죠."

 

이야기를 들으면서 억장이 미어지는 듯하다. 4대강은 인간들만을 위한 것이지만, 그 많은 생명들은 다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하시던 문수 스님. 소신공양으로 인해 스님의 그 큰 뜻이 이루어질 수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 201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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