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다니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랑실은 스님짜장을 만들어 주는 운천스님. 대한불교 조계종 천년고찰 남원 선원사 주지인 운천스님은 수원출신이다. 운천스님은 법호인 운천보다 오히려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하다. 운천스님은 선원사 주지로 부임한 이래로 벌써 13만 그릇에 가까운 짜장면을 만들어 봉사를 했다.

 

스님이 할 일이 무엇이겠어요.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를 하는 것이죠. 사찰에서 중생들을 상대로 포교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함께 그 아픔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천스님의 봉사행보는 끝이 없다. 벌써 4년 째 한 달에 10여 번을 차를 몰고 전국을 다닌다. 어려운 사람들, 아픈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스님이 직접 몰고 다니는 차 안에는 밀가루며 반죽기, 면 뽑는 기계와 짜장면에 들어갈 각종 야채들로 가득하다.

 

 

수원구치소 3000명에게 짜장봉사

 

지난 해 7월 대전교도소 사회복귀과 정병희 계장과의 인연으로 수원에 거주하는 김성원 씨와 함께 대전 교도소를 찾아 냉짬뽕 봉사를 한 운천스님이, 이번에는 수원구치소 3000명에게 스님짜장을 들고 찾아간다고 한다. 1월부터 수원구치소 측과 연락을 가진 운천스님은, 12일 수원구치소를 방문하여 스님짜장 봉사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지난 해 대전교도소 방문을 해보니 재소자들이 정말 좋아해요. 여름이라 짜장면보다는 냉짬뽕이 좋을 것 같아서 준비를 했는데 식욕들이 좋다고 해서 4500명분을 준비를 했어요. 워낙 많은 인원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했죠. 몸은 비록 힘들었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임하니 그리 힘든 줄은 몰랐어요.”

 

이번에도 그 정도는 준비를 해야겠다고 하는 운천스님. 12일 수원구치소 봉사에 이어 13일에는 우만종합사회복지관, 14일에 지동 못골 경로당, 15일에는 이목동 바다의 별에서 봉사를 한단다.

 

 

아무래도 남원에서 수원까지 올라온다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수원에 올 때는 한 번에 며칠을 잡아서 준비를 하죠. 토요일 이목동 바다의 별 봉사 때는 국민은행에서 함께 해 주실 거예요. 짜장면 외에도 그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 여러 가지를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저 봉사를 하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계신 운천스님. 4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봉사를 다닌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봉사의 행보는 그칠 줄을 모른다.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더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만 같다.

 

지난해는 네팔에 초등학교도 지어

 

운천스님은 해외봉사에도 남들보다 앞장을 선다. 어려운 동남아의 한 곳에 우물을 30곳을 파서 식수원이 모자라는 사람들을 도왔는가 하면, 변변한 교실 한 칸 없이 흙바닥에서 공부하던 네팔 룸비니 오지마을 어린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기도 했다. 지난 해 학교를 지어주기로 약속을 한 후 자신이 주지 소임을 맡아오면서 모아 놓은 보시와 후원자들의 성금으로 학교를 지었다.

 

 

룸비니는 부처님이 탄생한 성스러운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지만, 그 명성과는 동떨어진 오지마을이다. 인프라는 물론 교육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한 시골마을로, 대부분 주민들은 하루 1끼만 먹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 마을에 초가로 만든 바람벽도 없는 학교가 있었지만 폭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것.

 

그 소식을 들은 운천스님은 한 달음에 달려가 협약식을 맺고 선원사 초등학교를 지어준 것이다. 이렇듯 국내외를 돌면서 봉사를 하고 있는 운천스님. 고향이 수원이고 어릴 적 생활을 한 곳이 수원이라 남다르다고 한다.

이번 봉사는 급식자들이 많아 준비물도 많습니다. 미리 준비를 해 두어야죠. 수원의 봉사가 기다려지네요.”

‘사랑실은 스님짜장’의 주인공인 운천스님, 참 억세게도 전국을 돌아다니신다. 가는 곳마다 인기 만점인 이 스님, 혹 나중에 대권 도전을 하실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농담이지만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니시는데, 혹 누가 알리요. 아마도 지금 대권에 참가를 하셔도 꼴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이젠 유명한 스님이 되셨다.

 

짜장스님인 운천스님은 천년 고찰인 남원 선원사의 주지스님이시다. 하지만 사람들은 ‘운천스님’이라고 알기보다는, ‘짜장스님‘으로 더 잘 통한다. 늘 짜장면 봉사를 다니시기 때문이다. 더운 날은 짜장면이 상하기 쉬워, 잠시 주춤하셨다. 하지만 선선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서, 다시 봉사가 시작되었다.

 

 

 

짜장봉사 쉽지는 않은데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베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스님이 남들을 위해 베푼 짜장면의 그릇 수가 3만 그릇이 넘는다. 한 그릇에 4,000원이라고 계산을 해보아도, 1억 2천만 원 어치를 봉사를 한 셈이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다. 봉사를 할 때마다 따라간 봉사단원들의 인건비를 계산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이렇게 시간과 정성, 그리고 많은 땀을 흘리며 봉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먹는 것일 테죠. 생각해 보세요 배가 고픈 사람들이 가장 부러운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물론 저희가 다니는 곳 중에는 군부대도 있고, 먹고사는데 있어서 굶주리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려고 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죠. 그 분들에게 찾아가 짜장면 한 그릇을 드실 수 있도록 한다면, 작은 행복을 맛보실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쉽지 않은 봉사인데도 불구하고, 일 년에 50회 정도의 봉사를 한다. 많은 달은 한 달에 10회 이상을 봉사를 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하죠. 저야 그렇다고 쳐도 봉사단들은 정말 힘듭니다. 그렇다고 돈을 드리는 것도 아니고요. 그저 봉사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늘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죠.”

 

이제 짜장봉사는 일상이라는 스님

 

9월 22일, 전라남도 순천시 북정 2길 20에 소재한 순천북초등학교 강당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순천시 라이온즈 클럽 등이 주관하는 경로잔치에 많은 어르신들이 모이셨다. 이 자리에서 짜장봉사를 하시기 위해 일찍 순천으로 향한 짜장스님과 봉사단. 커다란 가마솥을 차에서 내려 짜장을 볶느라 부산하다.

 

 

 

강당 무대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각종 공연도 마련되었다. 모처럼 이런 행사에 참석을 하신 어르신들은 마냥 즐겁다고 하신다. 들통에 짜장을 담아 어르신들께 배식을 하는 짜장스님은 땀을 흘리시면서 열심히 나누어드린다.

 

“고기도 안들어 갔는데 정말 맛있구먼.”

 

어르신들의 그 한 마디에 쌓인 피로가 가신다고 한다. 500명 쯤 모이신 어르신들은 그렇게 강당 바닥에 발을 펴고 앉아 짜장밥을 드셨다.

 

“스님이 절에서 불경을 외고,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급식을 하는 것도 좋은 공양구죠. 이제 짜장봉사는 저의 일상입니다. 그리고 다 많은 분들께 해 드릴 수 있도록 해야죠. 가을이 되었으니 이제 돼지감자도 열심히 캐야 합니다.”

 

 

 

짜장스님이 지리산에서 야생하는 돼지감자를 캐는 것은, 그것으로 차를 만들어 파시기 위해서이다. 그 돼지감자를 판돈으로 짜장봉사를 다니신다. 하지만 그것만 갖고는 늘 부족하다. 그래도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스님은 밥차가 한 대 있었으면 더 많은 분들께 봉사를 할 수 있다고 안타까워하신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께 짜장봉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함께 나누는 것보다 좋은 공덕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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