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아침부터 부산하게 준비를 하고 난 후 트럭에 대형 솥을 싣고 전주에 있눈 전주초등학교로 항했다. 전날 미리 눌러놓은 밀가루며 면을 삶아 낼 대형 솥 등을 차에 싣고 떠난 것은, 학교 급식소가 수리를 하기 때문이다. 도착하자 마자 준비를 하는데 이런 전기가 들어오질 않는다. 겨우 안으로 옮겨 면을 뽑기 시작한다. 땀을 흘리며 면을 뽑고보니 이번에는 영 가마솥에 물이 끓을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나. 기다리고 있는 전주 중앙동장님과 전주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이나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 겨우 면을 끓여 1학년 부터 배식을 시작한다. 처음으로 찾는 초등학교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신경이 많이 쓰인다.

 


면을 뽑고 배식 준비를 마친 봉사단과 중앙동 직원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1학년 어린이들 부터 '스님짜장'을 맛보러 온다. 어린 꼬마들이 식판을 손에 들고 다가와 짜장을 받아들고
"고맙습니다"라고 한다. 아마도 그 말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이렇게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식판에 짜장을 받아 이층 식탁이 있는 곳으로 올라간다. 나란히 줄을 지어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맛있어요?"
"예, 그런데 왜 고기가 없어요?"
"스님이 만든 짜장이라 고기를 넣지 않았어요"
"왜 스님은 고기를 먹지 않아요?"
"....."


어린이들 다운 질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까. 무엇이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스님들은 원래 고기를 먹지 않아요. 그래서 콩고기를 넣었어요"
"우리들은 스님이 아니라서 고기 먹어도 되는데요"
"아 그렇구나 그걸 몰랐네"



녀석들이 진땀을 빼게 만든다. 한 녀석이 질문을 하면 여러 녀석들이 동시에 질문을 퍼 붓는다. 이럴 때는 빨리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 밑으로 내려와보니 고학년 학생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30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처음으로 만들어 준 '스님짜장'.

아마도 애를 탄만큼 더 값진 봉사는 아니었을까? 배식을 다 마치고 난 후, 한 그릇 푸짐하게 비벼 먹으면서 생각을 하고 혼자 키들거린다.

'정말, 고기를 넣으면 더 맛있을 것도 같다'

6 14일 화요일, 아침 일찍 부산으로 출발을 했다. 10여명의 봉사단원들이 피곤한 아침잠을 설치며 봉사 길에 나선 것이다. 일찍 출발을 해서인지 시간에 쫓기지 않고 부산의 무료급식소에 도착한 것이 11시경. 급식소는 부산 지하철 구서역 출구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밑으로는 물이 흐르고 위로는 전철이 다니는 곳, 주차장 옆에 자리한 급식소.

이곳에는 하루 600여명의 어르신들이 찾아와 점심을 드신다고 한다. 무료급식은 부산의 불교기관에서 맡아 하고 있는데, 월요일에는 해인사 포교원에서, 화요일에는 노포동에 있는 혜일암에서 담당을 한다. 수요일에는 범어사 화엄회에서 주관을 하며,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바라밀회에서 급식을 담당한다.

'사랑실은 스님짜장' 버스가 14일 부산 구서 전철역 옆에 자장을 싣고 달려갔다.

봉사를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11시에 도착을 하여 짐을 풀었다. 새벽 5시에 자장을 볶아서 출발을 했기 때문에, 조금 일찍 배식을 하자고 했으나 시간을 12시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앉아서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이나, 뒤로 길에 줄을 늘여 서 계시는 분들에게는 죄스럽기만 하다. ‘스님짜장밥’을 해 주기로 약속을 하고, 남원 선원사에서 왔다고 소개를 한다.

한번 모든 자리가 차면 250~300분 정도의 어르신들이 음식을 드실 수 있다고 한다. 상 주변은 물론 주위에도 이미 자리가 없다. 그리고 밖으로도 점점 줄이 길게 늘어난다. 이곳에 모이시는 어르신들이 모두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는 얼핏 보아도 힘들어 하시는 분들도 계신 듯하다.



11시인데도 미리 와서 자리를 잡고 계시는 어르신들과 자원봉사자들(가운데)

12시가 다 되자 속속 봉사를 할 봉사자들이 도착을 한다. 오늘 봉사는 혜일암 봉사단을 위시하여 한국전력과 대한적십자봉사단, 그리고 부산교통봉사단가지 합세를 했다. 한국전력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봉사를 하는데, 자신들이 쌀까지 담당을 한다고 한다. 이런 봉사자들의 따듯한 마음이 모여, 어르신들의 맛있는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있다는 것에 마음 한편이 훈훈해진다.

따듯한 마음이 담긴 점심 한 그릇

배식이 시작되기 전 봉사자들은 떡과 요구르트를 비닐에 하나씩 싸기 시작한다. 어르신들 께 드릴 후식이라는 것. 배식소를 꽉 채운 어르신들은 봉사자들이 줄을 서서 자리까지 날라다주는 짜장밥을 맛있게 드신다. 이런 것 하나가 그동안 이곳에서 얼마나 오랜시간을 이렇게 봉사를 했는지 알게 한다.




짜장을 배식하고 있는 운천스님과(위) 줄을지어 자장을 나르는 봉사자들(두번 째) 그리고 맛있게 스님짜장밥을 드시는 어르신들
 
사진이나 잘 찍으면 되겠지 하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봉사자들과 점심을 드시는 어르신들을 담기에 바쁘다. 위로 전철이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환경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점심을 드실 수가 있어서 좋다는 어르신들이다. 한쪽의 어르신들이 점심을 드시고 자리를 뜨자, 밖에 줄을 서서 계셨던 분들이 바로 자리를 꽉 채운다. 이렇게 두 세 번이 바뀌어야 점심을 마친다는 것이다.

눈물을 훔치시는 할머니의 사연, 가슴이 아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앞에서 밥을 드시는 할머니가 자꾸만 고개를 숙이신다. 처음에는 눈이 나빠 그러시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연신 눈 가까이 손을 가져가신다.


급식소 밖으로도 줄을 지어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시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녀 집에 계신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그만”
“할아버지께서 왜요?”
“짜장면을 좋아하는데 거동을 할 수 없어서 혼자 나왔어”
“그럼 자녀분들은 아무도 안 계세요?”
“연락이 끊어진지 오래되었어. 할아버지하고 둘이 사는데 오늘 짜장면을 해준다고 해서 나왔는데, 자꾸만 할아버지가 마음에 걸려”

마음이 아프다. 사연을 듣고 보니 할아버지와 두 내외분이 사신다고 하신다. 그런데 그동안 먹고 싶었던 자장을 해준다고 해서 나오셨다는 것이다. 물론 할아버지는 거동을 하실 수가 없어 집에 두고 할머니 혼자만 나오셨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봉사자들은 쉴틈이 없다. 그릇을 닦는 자원봉사자들(위)과 봉사를 마치고 뒤늦게 밥을 먹고 있는 한국전력 자원봉사자들

그러데 짜장밥을 먹다가 보니 집에 혼지 누워계시는 할아버지 생각에 목이 멘다는 것. 이야기를 듣고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듬뿍 떠 드렸으면 좋겠지만, 남은 것이 없다. 그런 사연을 가지신분들이 한 두 분도 아니다. 연세가 드셔서 거동도 불편하신 두 내외분이 그렇게 의지를 하고 살아가신다는 갓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일까? 자식들이 있어 도움도 받지 못한다고 말씀을 하시는 할머니.

내가 그분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떡 한 봉지를 더 드릴 수 있는 것뿐이라니. 괜히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무겁다. ‘스님짜장’ 봉사를 다니다가 이렇게 마음 아픈 사연을 접하면, 기운이 다 풀려버린다. 그래서 더 험하고 그늘진 곳을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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