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상인연합회 회장단들이 4일 째 수원역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25일 수원역과 화성 팔달문 앞 지동교 앞에서 롯데쇼핑몰 수원 입점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회장단이 전날부터 단식 농성을 시작한 것. 이들은 벽 가리개도 없는 천막 하나만을 의지하여 노천에서 단식투쟁 중이다.

 

롯데쇼핑몰이 수원에 입점을 하면 22개 인정시장들이 받는 피해액이 약 5천억 정도 된다고 합니다. 10여 년 전에도 애경백화점이 수원에 입점을 했을 때 저희 전통시장들이 받은 피해는 말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동공화가 돤 건물들이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상태인데, 롯데 쇼핑몰이 들어오면 저희 22개 시장들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는 것이죠.”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단식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상인회장단 중 한 명의 말이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수원시 전역에 있는 22개 인정시장이 받을 손해를 롯데가 나누어 분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5천억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야 할 저희 22개 인정시장이 받을 손해액의 10%500억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형 주차장 등을 갖춘 롯데쇼핑몰과 저희가 비교가 되겠습니까? 그런 주차장 건설과 화장실 등 저희들의 환경 개선에 조금만 투자를 해주면 그래도 저희들이 함께 공생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죠.”

 

 

두 번은 죽을 수 없다는 인정시장들

 

사실 이 싸움은 이미 10여 년 전 수원역에 애경백화점이 입점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수원의 상인회원들은 무슨 손해를 그리 볼 것인가? 라고 방관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극장이 6개나 되었던 젊은이들이 즐겨 찾던 남문 로데오거리는 젊은이들이 역전 통으로 떠나버리고 그 많던 극장도 모두 문을 닫아버렸단다.

 

순식간에 거리는 황폐해지고 젊은이들이 떠난 거리는 동공화가 되어 10년 세월을 그렇게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각 시장마다 수많은 노력을 해서 겨우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상권을 또 다시 거대기업에게 먹힐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것,

 

대책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희들도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저희 수원시 상인연합회 5천여 회원들이 죽기를 작정하고 시장을 지켜내야죠. 그래도 이 시장에서 대물림을 하면서 지켜온 저희들입니다. 정조임금께서 화성을 축성 한 후 내탕금을 내주어 강한 국가를 조성하기 위해 장사를 연 수원입니다. 벌써 200년 이상을 저희들이 수원을 지켜왔습니다. 그런 장시를 이렇게 대기업에게 속수무책으로 내어줄 수는 없습니다.”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

 

22개 인정시장 상인회장 중 유일한 여성상인회장인 매산시장 상인회장은 20년 넘게 매산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면서, 지난 애경백화점 때도 피해를 많이 보았는데 이번에 분당선이 연결이 되고나서 매출이 30%나 떨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이곳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희 매산시장은 바로 역전시장과 인접해 있습니다. 그런대 이곳에 다문화 식당들이 문을 열면서 젊은이들이 들어오지를 않아요. 한 마디로 무엇인가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는 것이죠. 이래저래 저희시장은 어려움에 처해있는데 이번에 또 롯데쇼핑몰까지 들어온다고 하니까 벌써부터 가게를 내 놓은 사람들이 있어요. 지난번에 되게 당했다는 것이죠. 가게를 내놓아도 소용이 없어요. 장사가 안 될 것을 뻔히 아는데 누가 들어오겠어요.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거대기업과 승산 없는 싸움을 해야 하는 수원의 22개 인정시장 상인회원들 벌써부터 지치고 초췌한 모습으로 변했지만, 이번에는 물러설 수가 없다고 한다, 물러설 곳도 없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어떻게 해서든지 전통시장을 지켜내야 한다는 그들의 다짐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 제3호인 수원화성은 그 축성을 규장각 문신 정약용이, 동서양의 기술서를 참고하여 만든 「성화주략(1793년)」을 지침서로 하였다. 재상을 지낸 영중추부사 채제공의 총괄아래 조심태의 지휘로, 조선조 정조 18년인 1794년 1월에 착공에 들어가 1796년 9월에 완공하였다.

 

화성은 정조 이산이 당쟁에 의한 당파정치 근절과, 강력한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한 원대한 정치적 포부가 담긴 정치구상의 중심지로 축성되었다. 또한 아버지인 장헌세자를 향한 효심과, 수도 남쪽의 국방요새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축성 이전부터 몰려든 상권

 

성을 쌓기 위해서는 많은 물자와 인력이 필요하다. 화성은 축성을 할 이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축성이 시작되자 그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생필품은 물론, 물자조달을 위한 장거리가 형성이 되었다. 팔달문 앞에 있는 상권은 이미 정조 이산이 화성을 축성하기 이전부터, 이곳을 기점으로 난전을 형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수문을 복원하고 있는 곳에서 그 위편 매향동 방향으로 수원천을 따라 올라가다가 보면, 개울가에 세워 놓은 그림을 그려 넣은 안내판이 눈에 띤다. 팔달문시장에서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그림안내판은, 팔달문시장의 개장배경과 함께 정조 이산의 꿈이 이곳 상권에 함께 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정조 이산이 직접 6만냥이라는 밑천을 대주어 이룩한 시장. 남문인 팔달문 앞에 전국 각처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몰려들어 시장을 일으킨 것은, 바로 이러한 정조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이었다. 정조는 이 시장으로 인해 경제를 살리고 더욱 강한 왕권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한 것이다.

 

전국의 선비상들이 몰려든 수원

 

유상, 일반적인 장사치들이 아니다. 유상이란 수원 팔달문 앞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선비들이었다. 물론 이 유상이란 말은 버드나무를 심은 수원을 ‘유경’이라 부른데서 비롯한 용어이다. 이들을 새롭게 조명해서 부르는 용어가 바로 유상이며, 전국 각처에서 모인 선비들로 이루어진 장사치들을 뜻한다. 그래서 이 유상들은 정조의 효심과 장조의 강한 왕권을 기반으로 한 국가를 건설하려는 뜻에 동참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 유상들 중에는 윤선도 가문의 후손들을 비롯하여, 전국의 내노라하는 선비들이 참여를 하였다. 정조는 이들에게 갓과 인삼의 유통권을 주었다. 갓과 인삼의 유통권을 갖는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수원 팔달문 시장의 우리나라 시장경제의 중심에 섰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유상의 근거지인 수원의 팔달문 시장. 지금도 이곳은 팔달문시장을 중심으로 주변에 7~8개의 시장이 모여 있는 상권의 중심지이다. 수원시는 이곳을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업비 12억원(국,·도비 포함)을 투자해, 유상박물관과 팔달문시장 문화센터, 조형물 설치, IT 콘텐츠 제작 등 1차 사업을 완료했다. 또한 2차 사업은 12월까지 10개월에 걸쳐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팔달문 시장 등 재래시장 경쟁력을 키워주어야

 

그러나 이런 제반의 행위들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수원시는 수원역사의 AK백화점을 비롯하여 역세권 상권을 조성한다며 대형 롯데쇼핑물 등을 허가를 내주었다. 거기다가 호매실 등에는 대형 매장인 홈플러스 등이 속속 입점을 위한 공사에 착수를 했다. 이러한 대기업의 물량공세에 과연 기존의 상권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어찌보면 시가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유상선포식’ 등을 하고 재래상권을 살리겠다고 하지만, 이곳에 있는 상인들은 그리 마음이 편치가 않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러한 대기업의 물량공세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야한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대형마트 등의 영업시간을 한 달에 두 번정도 쉬는 날을 제정하고, 영업시간을 단축한다고 하지만, 그도 '눈 가리고 아웅' 이라는 것이다. 집집마다 대형 냉장고 등을 갖추고 있는 작금에 하루 정도 대형마트 등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재래시장으로 상권의 중심이 옮겨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재래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가 준비되지 않는다면, 이산 정조의 꿈은 220년이 흐른 지금 끝이 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세상은 변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지켜져야 할 것은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유상선포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유상들이 옛 선조들의 당당함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단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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