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혹은 언론사, 혹은 국가가 수여하는 상중에 봉사대상이라는 상이 있다. 그런 상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저마다 나름대로 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 그런 점에서는 수상을 한 사람들에게 이의를 제기할 필요는 없다. 철저하게 검증을 거쳐서 주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모르고 있는 봉사자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오히려 그 분들 중에서 봉사대상을 받아야한다는 것이 내 속 좁은 생각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매년 천만 원에서 억이 넘는 막대한 돈을 슬그머니 갖다 놓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라는 사람도 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해마다 자신이 많은 돈을 들여 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알지 못해야

 

진정한 봉사는 자랑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세상을 보면 별로 크지 않은(적어도 그 사람의 자산을 보면 큰 것이 아니란 생각이다) 것을 내놓고 있는 대로 내세우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세상은 자꾸만 각박해져 가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자신이 가진 것에 개미 눈곱만큼 내놓고도 엄청 선심을 쓰는 양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 참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는 생각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 남들은 이 사람을 그저 마음 착한 동네 이웃정도로 생각한다. 늘상 이 사람이 하는 일이 그랬다. 한 두 해가 아니다. 자그마치 30년이 넘는 세월을 늘 그렇게 살아왔다. 그저 혼자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남을 위해서 살아가는 생활도 30년 넘게 지속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년을 두고 보았다. 정월에는 떡국을 끓여 동네 어르신들에게 대접을 한다. 초복이 되면 삼계탕을 맛있게 끓여 온 동네 어르신들을 초청해 대접을 한다. 그 삼계탕에 200그릇이 넘는다. 삼계탕 집을 해도 이 정도 그릇을 채우려면 버겁다. 하지만 삼계탕만이 아니다. 음료수에 떡과 과일까지 곁들인다. 이렇게 봉사를 할 때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나와 봉사를 돕고는 한다. 그만큼 주변에서 인심을 잃지 않은 탓이다.

 

중복에는 육개장을 끓여 어르신들을 대접한다. 미처 먹지 못한 어르신들은 나중에라도 드실 수 있도록 그릇에 담아 갖다드린다. 가을이 되면 이 집은 김치공장을 방불케 한다. 웬만한 주민센터보다 김장을 더 많이 담는다. 그리고 그 김장을 한 것을 홀몸어르신들이 사는 집에 배달까지 해준다. 자그마치 700포기에서 1,000포기의 배추로 김장을 한다. 이렇게 30년 세월을 해왔다. 하지만 아직 이런 봉사를 지자체에서도 알지 못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년 경로잔치로 어르신들 위문해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번지(창룡문로 56번길 18)에 거주하고 있는 고성주씨(, 60). 이 집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성주씨의 하는 일은 신을 모시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무속인이다. 하지만 고성주씨는 그냥 무속인이 아니다. 춤은 물론, 소리까지 곁들인 당대의 재인이다. 그런 고성주씨의 한 해는 그야말로 봉사로 시작해, 봉사로 일 년을 마감한다.

 

매년 한 차례씩 이집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든다. 경로잔치를 하기 때문이다. 떡과 과일, 고기, , 전 상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차려놓는다. 그리고 소리꾼들이 모여 소리를 하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 모여 춤으로 흥을 돋운다. 어르신들도 흥이 나면 함께 춤을 춘다. 근동 어르신들은 고성주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주민센터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하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들어 온 쌀은 재포장을 해 이웃에 나누어준다. 오직하면 정미기계를 집에 마련해 두기까지 했을까? 그리고 동짓날이 되면 커다란 가마솥에 팥죽을 끓여낸다. 엄청난 양이다. 이날도 어르신들이 모여 팥죽을 드시고 한 통씩 싸들고 가신다. 한 사람이 일 년 동안 하는 봉사치고는 엄청난 경비를 사용할 것만 같다. 그럼에도 30년 이상을 계속했다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진정한 봉사왕은 바로 이 사람이다.

 

고성주씨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경로당과 불우한 사람들이 있는 곳을 즐겨 찾아다닌다. 그곳에 가서 춤도 추고 소리도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수원 연화장에 왔을 때, 고성주씨는 그곳에서 망자의 넋을 기리는 신칼대신무 춤을 추기도 했다. 누구도 선뜻 나서 춤을 추려고 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만큼 어디나 무엇이나 봉사로 따진다면 그를 따를 자가 없다.

 

그런데 세상은 참 이상하다. 남들에게 그렇게 많이 주는 상. 별로 봉사를 하지도 않은 듯한데 한 사람이 몇 장씩 갖고 있는 그 상장 하나가 없다. 한 마디로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상을 줄 수 있는 사람들 곁에 가서 침에 발린 소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이 좋아서 하는 봉사라고 한다.

 

상을 받기 위해서라면 소문이라도 내었을 것을. 30년 이상의 세월을 핸 해도 거르지 않고 절기에 맞추어 봉사를 하는 고성주씨. 진정한 봉사왕은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본인이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흔한 상 한 장 마련함이 옳지 않겠는가?(신칼대신무 사진은 뉴시스에서 인용)

 

연말이 되면서 부쩍 술자리가 늘었다. 지난해까지도 이렇게 잦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없는데, 올해는 유난히 술자리가 잦다. 수원에 올라와 벌써 햇수로 3년째. 아마도 그 동안 수원에서 꽤나 많은 일을 한 덕분인가 보다. 그러다가 보니 자연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되고, 연말이 되니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이어지게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송년회며 무엇이다 하면서 머시게 되는 술. 나이가 먹어가면서 이젠 술을 이겨내는 힘이 솔직히 달린다. 예전 같으면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그 다음 날 새벽이 되면 언제 술을 마셨나? 하면서 잊고는 했지만, 요즈음은 그 다음 날 하루정도는 영 맥을 출 수가 없다. 역시 나이란 못 속이는 것 같다.

 

 

'전복삼계탕 한 그릇 드세요'

 

가까이 있는 아우가 연락을 했다. 연말이라 힘도 부칠 텐데 조카가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한단다. 마침 저녁에 딴 약속이 없어 아우와 조카내외, 그리고 손녀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 소재한 경수산업도로 길가에 있는 착한전복체인점인 이 집은 밤 10시까지만 영업을 한단다.

 

들어가면서 보니 빈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테이블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마도 연말에 각종 모임에 가족모임까지 이 집을 택하는가 보다. 전복요리 전문점인 이 집은 항상 이렇게 사람들로 붐빈다고 한다. 하긴 우리나라의 외식산업으로 뿌리는 돈이 엄청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복삼계탕 특으로 네 그릇을 시켰다. 한 그릇에 2만원. 좀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전복이 들었다고 하니 기다릴 수밖에. 먼저 죽을 한 그릇 내어오고 나서야 주문을 받는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물김치와, 김치, 그리고 양파와 깍두기를 먼저 내온다. 물김치의 시원함이 이 집의 자랑이란다.

 

완도전복이 들어있는 삼계탕

 

삼계탕이 나왔다. 닭을 먼저 앞 접시에 꺼내 먹어본다. 작은 닭이라고는 하나 이집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는 듯하다. 육질이 부드럽다 못해 입 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그런데 밑에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꺼내보니 전복이다. 삼계탕 한 그릇에 전복이 네 개나 들어있다.

 

 

삼계탕 맛도 일품인데 전복도 네 개씩이나 들었다니. 값이 비싸다는 생각을 접는다. 맛도 일품인데다가 전복까지 적지 않은 개수가 들어있으니, 그 정도 값이야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래지 않아 그릇에 바닥이 보인다. 다 먹고 나니 작은 용기에 들은 팥빙수를 내다준다. 뜨거운 삼계탕을 먹고 거기다가 시원한 팥빙수라니.

 

마음착한 조카야 고맙다

 

삼계탕을 먹고 있는 동안에도 연신 사람들이 몰려든다. 잠시 후에는 번호표가 발급이 될 정도니다.

이 집은 밤 10까지만 영업을 하는데 오후 7시가 되면 자리가 없어요. 8시 이후에는 예약도 받지 않는데요. 종업원들도 하루 일하면 다음 날은 쉰다고 하네요. 정말 엄청나게 손님들이 많아요. 맛도 있지만 전복 가격에 비해 비싸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아우의 설명이 아니라고 해도 분위기라도 이 집을 알 수 있을 듯하다. 연말이 되어 술이 과해 비어버린 속이 오랜만에 뿌듯하다. 그릇을 비웠으면 더 이상은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문 밖에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 때문이다.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조카의 따듯한 마음에 감사를 하면서.

 

 

그동안 참 무더위가 어지간히 기승을 부렸다. 그런가하면 연일 그치지 않고 쏟아지는 비에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기도 하고. 이런 지루한 장마와 무더위에는 누구나 힘이 들 수밖에. 이럴 때 그저 딱 좋은 것이 바로, 한 여름 더위를 이겨내는 삼계탕이다. ‘제3회 삼계탕으로 더위 날려 버리기’. 이 행사의 제목이다.

 

제목 그대로 (사)수원시지체장애인협회(협회장 최종현)에서 주최를 하고 (사)수원시지체장애인후원회에서 후원을 한 삼계탕 잔치가, 24일 오전 12시부터 수원시 팔달구 월드컵 경기장 내에 자리한 수원월드컵컨벤션 웨딩홀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수원여성리더회, 수원중부 녹색어머니연합회, 한우리봉사회, 수원시의회봉사회, 하늘사랑봉사단 등이 봉사로 참여를 했다.

 

 

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삼계탕 준비

 

“오늘 한 600인분 정도 준비를 했습니다. 수원시 전체에서 장애인들이 모여, 이렇게 삼계탕으로 더위를 물리칠 수 있도록 준비를 했죠. 더구나 많은 분들이 협찬도 해주시고, 또 가수들과 벨리댄스, 하모니카 합주단, 한국무용, 민요 팀들이 자원을 해주셨기 때문에 흥겨운 한마당 잔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지체장애인협회 최종현 회장이 이야기를 한다.

 

삼계탕은 수원중부녹색어머니연합회 회원들이 아침 9시부터 나와 준비를 했다. 적십자 밥차와 수원자원봉사센터 밥차가 나와 삼계탕을 끓이는 것을 도왔으며, 많은 봉사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해 장애인들이 맛있는 삼계탕을 먹을 수 있도록 땀을 흘린 것. 한 자원봉사자는

 

“이렇게 저희들이 조금만 고생을 하면, 많은 분들이 행복해 질 수 있어서 좋습니다. 마침 오늘은 비도 그치고 해서, 정말 기분 좋게 봉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기도.

 

 

일일이 장애인들에게 찢어주고, 먹여주고

 

삼계탕을 배식할 시간이 되기 전에 이곳을 찾은 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경기도의회 오완석, 김재귀의원, 수원시의회 박순영, 염상훈, 최강귀, 심상호, 전애리의원 등, 그리고 정미경, 배은희, 이기우, 김용남, 김영진씨 등이 삼계탕 그릇을 일일이 장애인들의 자리까지 날라다 주기도. 삼계탕을 먹고 있던 한 장애인은

 

“이렇게 맛있는 삼계탕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고마운데, 좋은 공연과 노래까지 들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 지체장애인협회 회장님과, 또 의원님들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오늘은 정말 기분 좋게 삼계탕을 먹었기에, 올 여름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기도.

 

경품 추천을 하고 난 김진표 의원은

“여러분이 오늘 삼계탕을 맛있게 드시고, 그저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내시기를 기원한다. 우리도 늘 여러분이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장애인들이 삼계탕을 먹는 동안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수원여성리더회, 중부녹색어머니연합회, 한우리봉사회 회원들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상으로 찾아가, 일일이 삼계탕을 찢어주기도 하고 뼈를 발라 먹여주는 모습도 보였다. 수원여성리더회와 중부녹색어머니연합회에서는 방학을 맞은 자녀들이 함께 와서 봉사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다양한 재능기능봉사 무대에 즐거움 가득

 

식사를 하는 동안 경품 추첨도 이어졌다. 선풍기, 선크림, 야구공, 우산, 세재 등 많은 경품이 주어지기도. 무대에서는 민요에 이어 장구춤 등 한국무용과 아이리스 팀의 벨리댄스, 그리고 많은 가수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재능기부로 즐거움을 배가시키기도. 무대를 마치고 내려 온 한 가수는

 

“이렇게 장애인들 앞에서 재능기부를 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가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도.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봉사를 하고,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의 재능기부로 꾸며진 ‘삼계탕으로 더위 날려 버리기’는 두 시간 가까이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많은 봉사자들의 정성과 땀으로 인해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장애인들. 올 여름 내내 더위를 이기고 건강하기를 바란다.

 

지동 고성주씨 초복마다 삼계탕으로 어른 공경

 

지동이란 마을은 참 흥미롭다. 그렇게 잘 사는 동네도 아니건만, 인정 하나는 샘 솟듯 하는 마을이다. 매년 초복 날이 되면(올해는 7월 13일), 지동에 사는 노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호인 ‘경기전통굿연구원’이란 간판을 달고 있는 고성주씨(남, 57)의 집으로 모여든다. 이곳에서 매년 초복 때 잔치를 열기 때문이다.

 

이른 시각인 새벽 5시부터 집안을 정리한 후, 곧바로 삼계탕에 들어갈 육수를 끓인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닭 100마리를 삶아낸다. 오늘은 지동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 100분에게 삼계탕을 대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11시가 조금 지나자 어르신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주변 주민들 중에는 이럴 대마다 찾아와 봉사를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매년 경로잔치 등도 열어

 

고성주씨는 신(神)을 모시고 있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춤과 소리를 문화재급 선생님들한테 학습을 받았지만, 그 길을 걷지 못하고 17세에 신이 내렸다. 그 뒤 매년 남을 위하는 잔치 등 공연도 하고 있다. 자신이 가르친 춤 제자들과 함께, 경로당 등을 순회하면서 노인위문공연을 하고 있기도.

 

그것뿐이 아니다. 매년 한 차례 집에서 경로잔치를 연다. 이렇게 잔치를 열 때는 춤도 추고, 소리도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제자들과 동료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이 집에는 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는다. 자신이 신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고성주씨. 이제는 나눔이라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고 한다.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움직인 덕분에 마을의 어르신들은 맛있는 삼계탕 하 그릇씩을 드실 수가 있게 되었다.

“고선생은 참 본 받을 만한 사람이죠. 매년 이렇게 동네잔치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은데, 언제나 어르신들을 살갑게 대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야 한 그릇 와서 잘 먹고 간다고 하지만, 이렇게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이 더위에 말이죠.”

 

지동에 사시는 한 어르신이 하는 말씀이다. 늘 이곳에 와서 복다림을 하고 가신다는 이 어르신은, 그래서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다고 호탕하게 웃으신다.

 

 

따듯한 마음이 넘치는 곳, 지동.

 

“아버님 술 한 잔 드실래요?”

“아니, 그냥 이 삼계탕 한 그릇 먹으면 배가 너무 부를 것 같아요.”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누구에게나 정감이 가는 말투이다. 그렇게 바깥, 거실, 지하연습실 등에 마련한 상에 푸짐하게 차려진 삼계탕 한 그릇씩을 드시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시는 어르신들이다.

 

“지금 우리는 어른 공경을 제대로 할 줄 몰라요. 그분들이 젊으실 때 그 수많은 고생을 하시지 않으셨다고 하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편히 살 수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분들은 당연히 대접을 받아야 하고, 저희들은 그런 우리 부모님들을 위해서 무엇인가 해드릴 것을 찾아보아야죠. 어른 공경이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요.”

 

 

여기저기 음식을 나르랴, 어르신들께 필요한 것을 갖다 주랴 옷이 땀으로 다 젖었다. 그래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단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매년 이렇게 나이를 먹은 저희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주시는 고성주 선생께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한 그릇을 다 드셨다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돌아서시는 어르신들. 매년 이렇게 이어가고 있는 따듯한 마음이 있는 곳, 지동마을. 이렇게 따듯한 마음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지동이라는 곳은 참 살만한 마을이다.

여름철에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보양식을 먹는 것이다. 남들이야 보신을 하기 위해 즐겨 먹는 것이 있지만, 난 그런 것을 먹을 수 없으니 늘 말로만 즐기는 편이다. 그래도 초복도 지나고 중복이 지났는데, 그까이꺼 삼계탕이라도 한 그릇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여름을 나기 위해 체력보강을 하려면, 더운 날임에도 산으로 올라 자연산 더덕을 캐고는 한다. 우선 자연산 더덕은 오삼 중 하나로 '사삼'이라 한다. 그 사삼을 먹으면 몸안에 열기를 가시게 하기 때문에, 이 여름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더덕을 캐서 먹는다.

이건 머? 남들이 자연산 산삼이라고... 

더덕을 캐러 갔다가 만난 횡재

사람들은 때 아닌 것을 얻었을 때, '횡재'를 했다고 한다. 꼭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얻어야 횡재는 아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 외에 소득이 생겼을 때도 횡재가 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기어 오르고, 다시 물이 있는 계곡 쪽으로 내려가 더덕을 찾는다.

더덕은 물가 가까운 곳에 주로 많이 서식을 한다. 고산지대부터 계곡 근처까지 폭 넓게 자라는 더덕이다. 어딘 들 더덕이야 다 있지만, 향이 좋은 것은 아무래도 고산지대에서 캐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 지리산이 있으니, 지리산을 뒤질 수 밖에. 

한 참이나 그렇게 산을 뒤지며 더덕을 캐기에 바쁘다. 많이만 캘 수 있으면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시간 여나 옅은 비를 맞으며 땀을 흘렸다. 땀인지 빗물인지 구별도 안된다. 거기다가 여름에는 유난히 뱀들이 기승을 떤다. 자칫 뱀에 물릴 수도 있다.

이끼를 덮어 잘 갖고 내려오긴 했는데....

그런데 이게 먼가. 낯 익은 것이 눈에 띤다. 어디서 많이 보던 풀이다. 잎이 다섯개, 그리고 가느다란 줄기. 이거 산삼이 분명한데. 먼저 손을 모아 잠시 감사를 한 후, 찬찬히 흙을 뒤집어 본다. 오~ 정말이네. 작기는 해도 산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여름에 보신을 하라고 산신령이 주시는 것인가 보다.

자연산 산삼을 캐긴 했는데, 이건 머

사람들은 평생 산삼 한 뿌리 먹기도 힘들다고 한다. 산삼이 어느 집 아이녀셕 이름도 아닐테니, 그리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다가 일부러 씨를 뿌린 것도 아닌, 자연산이 아니던가. 한 뿌리를 캐고 주변을 돌아본다.

"오 ~ 산신령님 감사합니다. 불초소생 이걸 먹고 이 더운 여름에 힘좀 쓰겠습니다. 땡큐 산신령님"

여기저기 산삼이 눈에 띤다. 여기도 저기도 보인다. 이 정도면 더덕은 뒷전이다. 무릎을 끓고 열심히 캐어본다. 작다. 상품으로야 얼마나 가치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산삼은 분명하다. 내가 전문 심마니도 아닌데, 더 세월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땀을 흘리며 열심히 캐서 돌아오기는 했다. 이끼를 잘 덮어 내려왔다. 잎이라도 시들까 보아서.

                                       나에게는 '그림의 떡' 그럼 이걸 어떻게 해?

그러나 이건 머시람? 지난 번에 이것보다 작은 거 하나를 먹고 난 후, 열이 뻗쳐 죽는 줄 알았던 기억이 난다. 벌떡증이 생겨 거의 초죽음이 되었었다. 눈 앞에 보이는 산삼을 놓고, 한 숨만 내쉰다. 이걸 어쩌지. 다시 갔다가 심어야 하나?

먼 좋은 방법이 있음 알려나 줘 보셔. 누가 알아 횡재할 일이 생길지. 

덧글 / 이 것은 상품가치가 없는 이쑤시개 삼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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