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12일까지 수원시 팔달구 매향동 49에 소재한 수원화성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전통단청강좌 수료생 작품전인 오색빛깔의 미전이 열리고 있다. 멋스러운 전통 한옥의 전각에 화려한 옷을 입히는 단청은 우리나라 전통 미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에 들어 전통 한옥이 점차 사라지면서 멋스러운 전통 단청 역시 그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화성박물관에서는 그러한 아름다운 단청의 멋을 이어가고자 우리나라 단청의 문양과 그 위에 칠해지는 오방색의 조화를 배우는 실기강좌를 개설한 바 있다. 지난 3월부터 5개월 간 전통 단청 실기강좌를 통해 수강생들은 몸소 우리 단청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몸소 배우고 체험하였다.

 

 

수강생들이 그동안 닦은 기량으로 정성을 들인 그 결과물인 작품을 모아 작은 전시회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이제는 일반 집에서는 찾아보기조차 힘든 아름다운 오방색의 향연인 단청은 사찰이나 궁궐과 같은 곳에서나 만날 수 있다.

 

광물성 안료인 진채로 채색하는 단청

 

단청은 광물성 안료인 진채로 건조물이나 조상품, 또는 공예품에 색을 입히는 것을 말한다. 단청은 단호, 단벽, 단록, 진채, 당채, 오채, 화채, 단층 등의 별칭이 있으며, 이에 종사하는 사람도 화원, 화공, 가칠장, 도채장이라 했다. 승려의 경우에는 다른 명칭을 사용하는데 금어, 또는 화승(畵僧)이라 불렀다.

 

단청의 무늬에는 긋기단청, 모루단청, 금단청, 모루긋기단청, 금모루단청, 갖은금단청 등이 있다. 무늬의 종류에는 화문, 쇄문, 비선문, 비조문, 주수문, 운문, 훈문 등으로 구분된다. 이 종류는 또 다시 여러 형태로 구분이 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단청은 천변만화의 극채색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에는 경기도무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이 된 단청장 김종욱(, 77)옹이 거주하고 있다. 김종욱 단청장은 19991018일자로 단청장 보유자로 지정이 되었다. “내 나이가 77세니 꼭 65년을 단청에만 매달려 왔다면서 어머님이 한양 용화사 신도회 일을 보셨기 때문에 그동안 한 번도 한눈을 팔지 않고 단청에만 매달려 왔다.”고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이렇듯 단청은 오랜 습학을 거쳐야만 온전한 기술로 아름다운 채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 등 다섯 가지 색을 기본으로 사용하여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입히는 단청, 지도강사들과 함께 전시를 하고 있는 수강생들의 단청 전시는 한 마디로 오색빛깔의 아름다움이었다.

 

 

다양한 단청 모습을 만나볼 수 있어

 

2일 아침 박물관이 문을 열기가 무섭게 전시실을 찾았다. 마침 박물관 앞에는 타지에서 수학여행을 온 듯 많은 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니 다양한 형태를 띤 단청들이 전시가 되어있다. 그 중 수강생들이 연합으로 제작을 했다는 기와에 그린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고기와에 그림을 그리는 단청장들을 몇 명 보아온지라 그 그림들이 반갑다. 요즈음에는 기와에 단청으로 그림을 그린 아름다운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가 있다. 지도강사인 최윤경의 ‘108 동자도가 눈길을 끈다. 김현순의 귀면궁창초(부조)의 아름다움이 발길을 붙든다. 비천도, 흉배를 응용한 단청, 손거울, 목어 등 많은 단청 작품을 만날 수가 있다.

 

 

단청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지 몰랐어요. 정말 우리나라의 단청은 채색의 극치란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전시를 하고 있는 것들이 수강생들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정말 아름다워요. 기회가 된다면 저도 한 번 배워보고 싶어요.”

 

아이와 함께 단청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왔다고 하는 신아무개(, 44. 정자동), 보면 볼수록 아름다움에 빠져들 것 같다고 하면서 이 가을에 화성박물관을 찾아 우리 단청의 조화로운 미를 마음껏 느껴보시라고 권유한다.

비천도(飛天圖). 손목에 묶은 ‘표대’(혹은 복대라고도 한다)를 바람에 날리며, 그 표대로 하늘을 날면서 바람의 방향과 이동하는 방향을 알 수 있게 만든다. 생명에 없는 차디 찬 돌에 새겨진 비천도로 인해, 돌이 생명을 얻는다. 아마 비천인들은 그린 많은 화공이나 조각을 하는 장인들은, 그들 스스로가 하늘을 날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비천도는 범종에 많이 장식되지만, 법당의 천정이나 석등, 부도, 불단, 또는 전각의 외부 단청 등에도 나타난다. 비천은 ‘불국(佛國)’을 날며,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춘다. 때로는 두 손에 공양물을 받쳐 들기도 하고, 꽃을 뿌려 부처님을 공양을 찬탄한다. 천의(天衣) 자락을 휘날리며 허공에 떠 있는 비천상은, 도교 설화 속의 선녀를 연상케 한다.


 

여주 신륵사 보제존자 석종 앞 석등에 새겨진 비천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 온 비천상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인 허균의 글에 따르면(2005, 1, 14 불교신문) 2000여 년 전 불교가 인도로부터 중국으로 전래될 때 비천도도 그 뒤를 따랐다. 불교의 중국 전래의 통로였던 돈황 막고굴 벽에 그려진 비천은, 인도신화의 건달바나 긴나라의 괴이한 모습이 아닌 도교의 여신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상반신은 배꼽을 드러낸 나체이고, 하반신은 비단처럼 부드러운 속옷 차림이다. 표정 또한 요염하고, 손동작은 유연하고 섬세하다.

이렇게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신한 비천상이, 4세기 말경 우리나라의 삼국 시대에 불교와 함께 전해졌다. 불교미술에 수용이 된 비천상은 약간의 양식적 변천을 거치며 한국적 비천상으로 정착됐다고 한다. 이후 한국 불교의 모든 곳에서는 비천상이 불교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으면서 나름대로 변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

화성 용주사 보물 범종에 새진잰 비천인

비천상은 나름대로 중요한 우리 미술의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으며, 어느 절을 찾아가도 비천도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불화 중의 하나다. 이 비천도가 요즈음에는 현대적인 것과 우리 전통예술과 접목이 되면서 나날이 변화를 하고 있다. 요즈음에 그려지는 비천도는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이 되고 있다.

동종에 새겨진 비천도를 보고 반해

아름다운 천인을 그려내는 비천도는 불교미술에서는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야 미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니, 어디 이렇다 저렇다 할 자격이야 있겠는가? 그저 보고 느낀 바를 적는 것이다. 내가 비천도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상원사 동종 등 사인비구가 제작한 보물 제11호 동종에 나타나는 비천도를 보고나서 부터이다.

작가 김선옥의 그림 비천인(2007년 작)

그 다음 절마다 찾아다니며 비천도를 유심히 보고 사진에 담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인가 절집에 들리면 먼저 벽화며 탱화에 그려진 비천도를 찾는 것이 일과처럼 되어 버렸다. 그것은 비천도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그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새 나 자신이 천인이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음악을 전공한 나로서는 부처님을 찬양하는 천인상이라는 비천도가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가 요즈음 현실적으로 많이 발전한 비천도를 보면, 비파를 타거나 횡적을 불거나 아니면 춤을 추는 비천도도 있다. 심지어는 무당춤을 추는 비천도까지 그려질 정도니, 나날이 변화를 해가는 천인상인 비천도는 이제 종교의 굴레에서 벗어나 한 장르로 발전을 하는 것인 아닌지 모르겠다.


비천도를 보며 마음은 불국토를 향해

비천도 그 자체만 보면 아무런 감동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그저 표대를 바람에 날리며 때로는 앉아있기도 하고, 때로는 날아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그 비천상이 주는 느낌은 볼 때마다 달라진다. 어느 때는 그 비천상을 바라보며 함께 하늘을 날기도 하고, 어느 때는 비천인과 함께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그런 비천상을 만날 때마다 달라지는 기분은, 스스로의 마음이다. 비천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당시의 느낌이 바로 나란 생각이다. 불교의 교리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그저 전각에 들어서면 절로 머리를 조아리고 참례를 한다. 그리고 비천상을 물끄러미 쳐다보기가 일쑤이다. 하늘을 날고 있는 그 비천인의 모습에서, 굳이 내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불국토가 따로 있겠는가? 그 비천상을 따르는 마음 하나가 불국토가 아닐는지. 오늘도 마음 한 자락 허공에 띄워 비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세속의 답답함을 훌훌 떨쳐내고, 어디론가 가을바람에 실려 떠나가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려니.(위 사진은 고기와에 그려진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인/ 김선옥 작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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