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집에는 커다란 개가 몇 마리가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라도 나가면 마을 분들은 곧잘 '개아범'이라는 호칭을 쓰기도 했다. 진돗개, 불독, 포인타 등이다. 그런 녀석들을 집 안에 가득 키운다는 것이 나름대로 즐거움이기도 했는가 보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그 많은 녀석들이 줄줄이 사고를 당해, 몇 녀석이 목숨을 잃었다. 딱이 특별한 사고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녀석들에 대한 생각이 나서인가 나 스스로가 개를 집에서 키우지를 않았다. 후이 말티즈를 한 마리 키웠는데, 이 녀석은 종견이었다. 머리가 비상해 사람의 지능을 능가할 정도였다. '마루'리고 이름을 붙인 이녀석, 내가 정말 힘들 때 곁에서 즐거움을 주던 녀석이다.

처음으로 새끼를 낳은 깜순이 일가. 이 녀석들을 딴 집으로 보내고 다시는 녀석들에게 정을 주지 않기로 했다.

마루에 대한 기억, 애들을 볼 때마다 새롭다

정말 힘들고 괴로울 때 곁에 있던 마루. 이 녀석은 정말 많은 즐거움을 주던 녀석이다. 여주 아우네 집에 머물면서 일을 보러나가면 항상 곁에 두고 다니던 녀석이다. 이 녀석은 몇 시간을 차 안에 두고 일을 보아도, 한 번도 차 안에 실례를 한 적이 없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이우의 집에 두고 일을 보고 들어왔더니 말가 발을 절룩거리고 다닌다. 놀라서 무슨 일인가 하고 들여다보는데, 아우녀석이 한 마디 한다.



"마루 저 놈은 개가 아녀. 저 녀석 사람인지 알아"
"왜 애가 다리를 저냐?"
'아이들에게 함부로 하길래 혼을 냈더니, 형이오니까 맞았다고 다릴 절고 있네. 형 오기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녔는데"

그럴 정도로 머리가 비상한 녀석을 떠나보내고 난 후, 참 오랜시간 마음이 허전했다. 그리고는 다시는 이렇게 마음 아픈 일은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새끼를 잃고 식음을 전폐한 깜순이

속초애 있을 때 늘 블로그에 올리던 녀석이 있다. 유기견이었는데 절집으로 들어와 돌보기를 몇 달, 이녀석이 새끼를 나았다. 세 마리가 늘 어미와 함께 붙어다니다가, 새끼들을 다른 집으로 보냈다. 그런데 깜순이 녀석 며칠을 밥도 먹지를 않고, 새끼를 찾아 여기저기 찾아 돌아다닌다.  

그런 깜순이가 나에게는 정말 아픔이었다. 아무리 달래도 녀석 낑낑거리기만 하고, 도통 먹지를 않는다. 그런 녀석을 보고 있는 나도 마음이 아프다. 녀석의 눈이 흡사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는 것 같다.

"너도 네 자식 남에게 줘봐라. 가슴이 미어지지"


사람이나 짐승이나 무엇이 다를까? 사람들은 자기 생각만 하다. 녀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질 않는다. 그 녀석들도 생각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이후 나는 녀석들에게 절대로 정을 주지 않는다. 또 다른 아픔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참 매정하다고 한다. 그러나 몇 번을 당해본 아픔. 그것을 알리 없는 사람들의 하는 말이지만, 오늘따라 녀석들이 그립다.답사길에서 만난 조그만 녀석들 때문이다.     

8월 24일,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데, 오후 늦게 연락이 왔다. 장수풍뎅이의 애벌레를 고른다는 것이다. 애벌레를 고른다니? 의아한 생각에 쫒아가 보았다. 톱밥은 듯한 검은 가루를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가면서 헤쳐 본다. 그 안에서 조그마한 하얀 것들이 나온다. 장수풍뎅이의 알이라고 한다. 그리고 애벌레가 된 것들도 있다.

요즈음은 장수풍뎅이를 양식을 한다는 것이다. 장수풍뎅이는 풍뎅이과의 곤충으로, 일본에서는 투구벌레나 투구풍뎅이라고도 한다. 큰 활엽수에 구멍을 파고 사는 장수풍뎅이는, 6 ~8 월에 성충이 나타나 썩은 가랑잎이나 두엄 밑에 알을 낳는다.


세 번 탈피를 하는 장수풍뎅이

장수풍뎅이는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타이완 등 주로 동남아시아에 분포를 한다. 몸길이는 30 ~ 85㎜로 매우 굵고 뚱뚱하며, 몸의 색깔은 전체적으로 검은 밤색을 띤다. 수컷은 광택이 나지만, 암컷은 수컷보다 검고 광택이 없다. 수컷은 굵고 긴 뿔이 나 있으며, 암컷은 세 개의 짧은 돌기가 있다.

수컷의 뿔은 매우 굵은데 몸길이의 절반 정도가 된다. 그 끝이 갈라져 있어 사슴의 뿔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충이 자라나는 동안 세 번의 탈피를 한 뒤 월동을 한다고 한다. 이 세 번의 기간 동안 1령은 약 12일, 2령은 15~20일 정도를 걸쳐서 탈피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3령은 120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하얀 것이 알이다. 알과 유충을 구분하여 놓는다. 유층은 작은 것은 1령, 큰 것은 2령이라고 한다


월동을 한 유충은 다음 해 초여름에 땅 속으로 들어가 20여일 뒤에 성충으로 변한다. 양식으로 장수풍뎅이를 키우는 경우에는, 온도를 28도 정도로 맞추어 놓으면,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한다.

서로 먹이로 삼는 장수풍뎅이

알과 유충을 분리하는 것이 이상해서 물어보았다. 왜 그렇게 일일이 분리를 하는 것인가를. 그랬더니 장수풍뎅이 수놈이 알을 먹어버린다는 것이다. 또 애벌레 1령짜리들을, 2령짜리가 먹어치울 수도 있다고 한다. 같은 암놈에게서 나온 알들이지만, 자연의 생존법칙은 비정한 것인가 보다.



알과 유충을 골라내고 있다. 숟가락에 있는 것이 1령짜리 유충이다


장수풍뎅이는 힘이 매우 강해서, 자신의 몸무게에 50배가 넘는 물건도 들거나 끌 수 있다고 한다. 가히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장수풍뎅이는 참나무나 상수리나무의 수액을 먹고 산다. 장수풍뎅이 수컷과 암컷이 짝짓기를 하면, 암컷은 알을 30~100개 까지도 낳을 수 있다고. 그리고 산란을 모두 마친 암컷은 명을 다한다는 것이다. 죽음을 전제로 한 번식이란 것에 조금은 마음이 씁쓸하다.

자연이 자연을 키우다.

남원시 사매면 ‘뒷밤재솔바람길’ 입구 앞에는 ‘문화충만’이라는 곳이 있다. 휴게소처럼 생긴 이곳은 문화공연도 하고, 생태체험과 자연치유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여러 가지 곤충을 키우고 있다. 주변에는 인가가 한 채도 없이, 덩그러니 이 문화충만 하나가 자리를 할 뿐이다.


장수풍뎅이의 숫컷과(위) 암컷(아래) 외형으로도 구별이 된다


저녁에는 갖가지 음식도 팔고 있는데, 이집에서 장수풍뎅이와 장수하늘소 등을 키우고 있다. 벽에는 갖가지 곤충들의 표본이 걸려있고, 곤충들의 전시와 생태체험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남원을 여행하는 길이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볼만한 곳이다.

자연 속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곳. 그곳을 가면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숲길과(뒷밤재솔바람길),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가 있다. 자연(숲, 바람)이 자연(생명)을 키우는 곳. 이보다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충만과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 각종 곤충들(문화충만 / 063-626-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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