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은 강원도 속초에서 지동 팸 투어 왔시요.”

 

13일 오후, ‘사랑의 김장담기를 마무리 하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 지동(동장 김종희)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멀리 강원도 속초에서 찾아왔다고 한다. 속초시 영랑동(동장 탁홍순)의 동장과 주영래 주민자치위원장 등 10여 명의 인원이 지동을 찾아왔다. 요즈음 지동에는 전국 각처에서 많은 지자체들이 방문을 하고 있다.

 

수능일인 13,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인해 김장을 하기가 영 어려울 듯하다.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약속을 했으니, 지동주민센터로 9시 쯤 찾아갔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는 영 다르다. 동장을 비롯하여 주민자치위원회 이용성 위원장과 지치위원, 통장협의회, 기동순찰대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 김장을 하고 있다.

 

 

모닥불을 피우고 김장 담아

 

추운 날임을 알 수 있는 것은 모닥불이다. 한편에 드럼통을 절개해 만든 화구에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그 옆에는 고구마도 굽고 있다. 사람들은 추운 것도 모르는 듯, 그저 웃어가면서 배추를 버무리고 있다. 도대체 이 추운 날 무엇이 그리 즐거운 것인지. 지동이라는 마을은 알다가도 모를 곳이다.

 

저희들은 매년 김장을 1000포기 정도 해요. 그런데 올해는 600포기만 준비했어요. 저희 동장님이 발품을 팔아 김장을 20kg들이 300상자를 확보해 놓으셨어요.”

 

 

이날 김장담기를 주관한 지동 새마을부녀회 김명순 회장이 은근히 지동 자랑을 한다. 지동은 지난 해 217가구에 사랑의 김장을 전해주었다. 올해는 이미 확보해 놓은 김장만 해도 엄청나다. 대한적십자사 10, 대주환경 25, 대한불교 진각종 20, 영통신협봉사대 20, 지구시민연합 23, 삼성전자 60, 사회복지협의회 30, 서수원로타리클럽 30, 미나리광시장 14, 수원시 새마을부녀회 107통 등, 20kg 상자 339통을 확보했다.

 

오늘 담는 김장까지 400상자 정도 됩니다. 저희들은 기초생활수급자 370 세대가 있고, 독거노인이 198명이 있습니다. 이들 가정에 300상자 정도 지원을 하고, 남은 것은 동지구대 및 경로당 등에 갖다 드리려고요김종희 지동장의 설명이다.

 

 

팔달구청장 등도 함께 해

 

한참 김장을 하고 있는데 김찬영 팔달구청장과 지역 시의원인 명규환, 한원찬 의원 등도 지동을 찾아왔다. 지역 새마을금고에서도 이사장과 직원들이 추운 날 고생을 한다고 음료수를 들고 찾아왔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김장담기를 마친 시간이 오후 1시경. 아침 7시부터 부지런을 떨어 일찍 마무리가 되었다. 추운 날에 김장을 담느라 고생들을 한다고 표영섭 마을만들기 추진위원장 등도 봉사자들을 챙기느라 바쁘다.

 

 

남들은 잘 몰라요. 지동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우리 지동은 막상 어려운 일이 닥치면 모든 사람이 똘똘 뭉쳐요. 지동이라는 마을이 원래 오래 사신 분들이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모두 낯이 익은 사람들이잖아요. 정말 이런 동네는 전국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어요.”

 

김장하는 것을 뒤에서 돕고 있던 주민자치위원회 이미경 사무국장의 말이다. 그렇게 담소를 하고 있는데,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 동장과 주민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식당 안에서 김장담기를 마치고 마무리를 하고 있던 일행이 모두 나가 밖에 상을 하나 차렸다. 서로 반갑게 인사들을 나누고 건배를 하고 난 후, 갈 길이 멀다고 걸음을 재촉하는 영랑동 사람들.

 

돌아가서 양미리하고 수산물 좀 보내드릴게요.”라면서 차에 오른다. 요즈음 지동은 사람향기 진한 화성 동쪽마을로 전국에 소문이 나있다. 전국 최장의 벽화골목이 있는 지동. 이들이 항상 즐거운 이유는, 주민 모두가 가슴이 따듯하기 때문이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1동 부녀회의 녹색가게를 방문하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정자로 130번지 20에 소재한 정자1(동장 김경태) 주민자치센터. 사무소를 들어가기 전 입구 좌측에 보면 조그마한 건물이 한 동 자리하고 있다. 이 작은 건물은 장안1동 부녀회(회장 박진이)에서 운영하는 햇살 가득한 녹색가게라는 현판이 문 위에 붙어있다. 건물 밖으로는 옷가지들이 정렬이 되어있고, 안에는 많은 물건들이 진열이 되어있다.

 

이 물건들은 대개 부녀회원들이 기증을 한 것입니다. 이것을 판매를 해서 부녀회에서 홀몸어르신들도 돕고, 청소년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있어요. 대개는 기부를 받은 품목들이고 쌀국수나 김 같은 것들은 저희들 부녀회에서 매입을 해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판매를 하고 있던 박정애(, 64)의 설명이다. 녹색가게는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자원의 재활용 운동을 기반으로 지역의 녹색소비 생활양식을 정착시켜 지역사회 공동체의 정체성 회복과 자원의 순환역활을 도모하는데 있다고 한다.

 

지난해 문을 연 '햇살 가득한 녹색가게'

 

녹색가게는 지난해 문을 열었다고 한다. 회원 30여 명을 갖고 있는 정자 1동의 부녀회는 19878월에 설립이 되어 그동안 많은 일을 해왔다. 2회 사랑의 반찬 만들기를 비롯하여, 2회 사랑의 집수리봉사, 김장 담아주기, 어르신 초청 복달임 행사, 홀몸어르신 돌봄 사업, 폐 현수막을 이용한 그린장바구니 만들기 등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녹색가게를 운영해 모인 기금으로 청소년 3명에게 30만원씩 장학금을 주었고요, 홀몸어르신 6분에게 10만원씩 지원해 드렸어요. 저희 녹색가게는 매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에 마감을 합니다. 법정공휴일 등에는 공무원들과 같이 쉬고요

 

가게 안에서 일을 보고 있던 부녀회 정점자(, 53) 회원의 설명이다. 많은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가게 안에는 이윤선 회원이 직접 만든 작품과 밖에 전시된 다육이 식물 등은 무상으로 받아 판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익금을 지역사회에 환원시키는 알뜰함

 

녹색가게에서 판매를 하는 물건들이 다양하다.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을 보니 의류와 신발부터 유아용품, 잡화, 도서, 체육용품, 환경상품 등 많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 물건들은 모두 생활용품 등을 기증받거나 적절한 가격으로 평가하여 매입을 한다는 것. 그리고 중고 생활용품도 저가로 판매를 한다고 한다.

 

직거래 농산품을 구입하여 이문을 거의 남기지 않고 저렴하게 판매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의류 같은 것은 모두 부녀회원 등에게 기증을 받은 것이므로 판매대금이 100% 남는 것이지만 김이나 쌀국수 같은 것은 저희가 구입한 금액에서 500원이나 1000원 정도를 더 받습니다. 그래도 딴 곳에서 구입하는 것보다는 싼 편이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던 한 회원의 말이다. 녹색가게는 연신 물건을 구입하러 온 사람들이 이어서 들락거린다.

 

생활용품을 다시 쓰고 바꿔 쓰는 공간,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위한 공간, 미래를 생각하며 녹색소비 운동을 실천하는 공간, 자원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친환경적인 공간인 햇살 가득한 녹색가게’. 정자1동 부녀회 회원들이 아름답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이렇게 모든 자원을 팔아 이익금을 지역사회에 환원을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김치를 담는 못골 사람들과 김명순 부녀회장

 

매년 이맘때가 되면 수원의 각 동마다 떠들썩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판을 벌린다. ‘판’이라고 하면 ‘먹자판’이나 ‘놀이판’으로 생각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각 주민자치센터에서 벌이는 판은 바로 ‘김치판’이다. 수십 명이 모여 1,000포기 정도의 김치를 담는다. 물론 자신들이 먹을 것은 아니다.

 

11월 23일 아침 일찍 수원시 팔달구 지동 주민자치센터(동장 박찬복) 주차장에도 판이 벌어졌다. 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앞치마를 두르거나, 혹은 비닐을 앞에 대고 고무장갑을 끼고 있다. 그리고는 너른 판 위에 있는 속을, 열심히 절인 배추에 집어넣는다. 배추 잎을 하나씩 들춰가며 속을 가득 채운 배추는, 금방 붉은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웃사랑의 본보기 보여주는 행동

 

말로만 하는 이웃사랑은 사실 사람들만 더 피곤하게 만들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렇게 날이 쌀쌀한데도 3일씩이나 고생을 하며, 몸소 실천하는 이들이야 말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벌써 3일째 김장에 매달린 사람들이 무려 100여 명에 달한다. 첫날은 배추밭에 가서 배추를 뽑고, 둘째 날은 배추를 다듬어 절였다. 그리고 셋째날인 11월 23일에는 김장을 한다.

 

오늘 지동자치센터 앞에 모인 사람은 지동의 8개 단체가 모두 모였다. 오늘 김장담기의 주관모임인 새마을부녀회를 비롯하여, 주민자치위원회, 통장협의회, 새마을지도자회, 바르게살기협의회, 심지어는 방법기동대까지도 합세를 했다. 한편에서는 배추를 나르고, 한편에서는 속을 넣고, 또 한편에서는 상자에 담아 하나씩 정리를 한다.

 

 

‘2012 사랑의 김치’를 담는 사람들

 

부녀회원들과 함께 열심히 김장을 담고 있는 지동새마을부녀회 김명순(58세) 회장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챙기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그런 와중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김포댁이 지동으로 시집을 온 것은 벌써 35년. 그동안은 부녀회에 대해 관심도 없었다. 그저 남편(정광수, 65세)과 남매의 뒷바라지만 열심히 하는 것이, 현모양처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자식농사는 반듯하게 지은 것 같아요(웃음). 남매를 다 유학까지 보내고, 큰애가 아들인데 가정을 꾸렸고, 딸애는 유학 가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요. 제가 부녀회를 맡은 지는 3년이 조금 지났어요. 지동 부녀회가 있다가 해체가 되었다고 하는데, 동장님과 여러분이 계속 부녀회를 맡으라고 종용을 해도 거절을 했죠.”

 

 

 

그러다가 반 강제로 부녀회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연신 부녀회원들이 ‘회장님’을 찾아댄다. 2012 사랑이 김치는 모두 150 박스 정도를 마련한다고 한다. 이렇게 담군 김치는 홀몸어르신(예전에는 독거노인이라고 했으나 요즈음은 명칭이 바뀌었다)들의 겨울 식량으로 보내드린다는 것이다.

 

“와서 가져가실 수 있는 분들은 오늘부터 와서 가져가시고요. 하지만 대개 어르신들이 거동이 불편하시기 때문에, 동직원분들과 통장님들이 배달을 해 주시죠. 이렇게라도 해야 겨울에 반찬 걱정을 좀 덜하고 사실 수가 있으니까요. 한 달에 한번은 저희들이 밑반찬을 만들어서 갖다 드리기도 하고요”

 

봉사를 하다 보니, 세상이 달라져 보여

 

그동안 몰랐었다고 한다. 지동이 지금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지동에 거주하는 주민들만이 갖고 있는 ‘정’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지동에 산다고 하면 이상하게 무시를 하는 투로 대했다는 것. 거기다가 지동은 ‘꼴통동네’라고 하기도 했단다.

 

“처음에는 정말 화도 많이 났어요. 그런데 살다가 보니 지동처럼 정이 넘치는 마을이 없는 것 같아요. 지동 분들은 떡을 해도 나누고, 하다못해 수제비를 떠도 이웃과 함께 나눌 줄 아는 분들이죠. 저희들이 어려운 이웃을 돌보려고 도움을 요청하면, 한 분도 거절한 사람들이 없어요. 오히려 저희에게 힘을 되는 말들을 해주시고는 하죠.”

 

 

부녀회를 맡고나면서 점점 지동에 빠져든다고 한다. 사실 김명순 부녀회장 부부는 지동에서는 봉사를 잘하는 부부로 유명하다. 부녀회에서는 결손가정돌보기, 홀몸어르신 찾아뵙고 도움주기, 불우한 이웃돕기, 김장담기 등 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회원들이 만나 함께 일을 한다고 한다.

 

결손가정 아이들에게 부모처럼 대하고 싶어

 

김치를 담느라 바쁜 일손을 오래 뺐을 수는 없다. 부녀회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어르신들도 물론 도와야 하지만, 결손가정 아이들을 저희들이 부모처럼 따듯하게 함께 해주고 싶어요. 그런데 이 이아들이 영 마음을 열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보았죠. 왜 그러느냐고. 그랬더니 아이들 대답이 ‘얼마 안 있으면 또 우릴 떠날 텐데’라면서 고개를 떨구는 거예요. 아이들 마음속에는 친 부모도 자신들을 버렸는데, 남이 언제까지 우리들을 끼고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나 봐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을 그냥 놓아둘 수가 없어 동사무소에 부탁을 해 주차장 옆에 가건물을 하나 지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그곳에서 반찬도 만들고 함께 밥을 먹으면서 마음을 열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이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잖아요. 부모도 없이 저희끼리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이렇게 혼자 자라나는 아이들이 잘못 된 길로 들어서도, 누구하나 신경을 쓰지 않으니까요. 저희들이 앞으로 이런 결손가정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그 아이들이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베풀고 싶은 것이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마당에는 김치상자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부녀회를 비롯하여 100여 명의 정성이 가득한 사랑의 김치. 이 김치를 받아서 고마워할 어르신들의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수고를 하는 분들을 위해 여러분들이 많은 것을 보내주었다고, 꼭 ‘고맙다’라는 말을 빼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는 김명순 회장.

 

“세상에 우리 지동 같은 마을은 없어요. 정말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곧 거듭날 것입니다. 그 때 다시 한 번 찾아오세요.” 라고 한다. 오늘따라 유난히 날이 푹하다. 가슴이 따듯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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