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세는 힐링치유이다. 힐링이 곧 치유이니 다를 바가 없다. 힐링이란 자연에서 치유를 한다는 말로 해석을 하면 될 듯하다. 우리는 자연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받았다. 만일 우리 주변에 자연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인간은 과연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자연에서 우리는 삶의 고단함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인간들은 자연을 너무 훼파하고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방치를 하고 있다. 그냥 방치만 해도 자연은 스스로 치유를 하면서 살아갈 수가 있다. 그런데 어쭙잖은 인간들이 마치 자신들이 무슨 커다란 권력을 가진 양 설쳐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불안하기까지 하다.

 

 

자연에서 받은 만큼 자연을 지켜야

 

지자체마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원은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선포했고, 서울 등지에서는 인천 검단 쓰레기매립장이 더 이상 쓰레기의 반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해서 온통 난리다. 자칫 이러다가 전 국토의 쓰레기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쓰레기 같은 짓거리들을 마구 행하고 있다.

 

엄연히 분리해야 할 쓰레기들. 그리고 정해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아무 곳에나 갖다가 휙 집어던진다. 그리고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다는 둥 손 탁탁 털고 돌아서버린다. 그 쓰레기는 과연 어디로 갈까? 비라도 온다고 하면 쓰레기에서 줄줄 흘러나온 물이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날이 무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원지라는 곳을 찾아간다. 전국 어디나 경계나 좋거나 물이 좋으면 사람들도 바글거린다. 산길에는 연신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그런데 정말 몰지각한 일은,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몇몇 사람들로 인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연에 버린 쓰레기, 누가 피해자가 되나?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곳을 찾아가면, 어김없이 검정 비닐봉지들이 눈에 띤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자신들이 먹고 남은 것들이나 집에서 가져와 사용을 하고 난 것들을 그 안에 집어넣어 버리고 간 것이다. 그것들은 여기저기 바람에 날려 쏟아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주변은 너저분하게 변한다.

 

문화재 안에도 쓰레기들이

 

어디 그것뿐이랴? 종교행위를 한답시고 깊은 골짜기를 찾아 들어간 사람들이, 음식이며 천이며 나물이며 마구 버리고 간다. 심지어는 고깃덩어리들도 던져놓았다. 종교행위에 사용한 기물까지 너저분하기도 하다. 어쩌자는 것일까? 그렇게 버려두고 간 음식물찌꺼기며 비닐 등이 그냥 냄새를 피우며 썩어가고 있다.

 

이제는 자연을 힐링시켜야 할 때

 

자연은 스스로 치유를 하면서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누가 간섭을 하지 않을 때의 상태이다. 그런 자연을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간섭을 시작한 것이다. 강의 물 흐름을 바꾸어 놓고 유속을 마음대로 조절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날벌레들이 기승을 떤다. 어디 그것뿐이랴? 산을 마구 파헤쳐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얼마나 쓰레기들을 무단으로 버렸으면...  

 

거기다가 힐링을 한다고 하면서 산에 길을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다니면서 오염을 시키고 있다. 그동안 인간에게 주기만 했던 자연이다. 그 안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얻어 낸 인간들이다. 그런 인간들이 이젠 자연을 힐링시켜 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 자연은 인간에게서 무엇을 바라고 있지 않다. 다만 스스로 치유를 할 수 있도록 관심만 가져달라는 것이다.

 

엊그제 산을 오르다가 보니, 누군가 건축물 폐기물을 잔뜩 갖다 버린 것이 보인다. 참 인간이란 존재들이 이렇게 허접하다.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하는 수원. 거리마다 쌓여만 가는 쓰레기들과 진동하는 냄새. 어쩌자는 것일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대로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그런 짓일랑 그만 접고, 자연도 스스로 치유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때이다.


함양군 안의면 금천리에는 중요민속자료 제207호인 안의 금천리 윤씨 고가가 있다. 일명 ‘허삼둘 가옥’으로도 불리는 이 고가는, 영남지역 상류주택으로서의 면모를 간직하고 있는 집이다. 지난 번 10월에 함양을 돌아볼 때는 이 집을 빠트려, 이번 12월 11일의 답사에서는 먼저 찾아가 본 집이기도 하다.

허삼둘 고가는 기백산을 뒤로하고, 덕유산의 지맥을 따른 진수산에 형성된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이 마을은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고 하여, ‘쇠부리’라고 부른다. 마을 앞으로는 내가 흐르고 있어, 배산임수의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집이기도 하다. 허삼둘 고가는 약 70여 년 전 윤대흥이 진양 갑부인 허씨 문중에 장가를 들어, 부인 허삼둘과 함께 지은 집이다.


멋들어진 사랑채의 구성

허삼둘 가옥은 대문채, 행랑채, 사랑채, 곳간, 안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좌측으로 행랑채가 있고, 그 옆으로 ㄱ자로 구성된 사랑채가 자리한다. 사랑채 앞에는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넓은 공지인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이곳에 정원이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사랑채는 마주보면서 우측으로 한 칸을 빼내어 누정으로 삼았다. 난간을 두르고 기둥을 세워 정자와 같은 모양으로 꾸며 놓았다. 이단의 돌을 쌓은 기단을 놓고, 그 위에 사랑채 건물을 지었다. 중앙을 빼고 좌우로도 난간을 둘러 멋을 더했다.



함양 허삼둘 가옥의 전경(위) 솟을대문과 사랑채 누정(아래)

특이한 안채의 구성은 놀라워

안채로 들어가면 ㄱ 자로 꾸며졌는데, 7칸의 집에는 특이하게 중앙에 부엌을 두었다. 이 안채는 꺾인 부분에 좁은 판자문을 두어 마루로 나올 수 있도록 꾸몄다. 안채는 여느 집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건축방법을 택했다. 우선 중앙에 부엌으로 통하는 판자문도 특이하지만, 까치구멍을 넓게 ×자형으로 달아낸 것도 그렇다.

대청은 이중으로 꾸며, 문을 달아낸 뒤로도 다시 마루를 놓았다. 아마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이중으로 대청을 구성함으로써 여름이면 해를 막은 뒤편에 그늘을 만들고, 겨울이면 따듯하게 보호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특이한 집의 구성으로 인해 중요민속자료 제207호로 지정이 되었다.




ㄱ 자형으로 꾸며진 안채. 꺾인 부분에 문을 낸 특이함. 그리고 X 형으로 구성된 까치구멍과 이중으로 된 대청
 
불탄 흔적 그대로 방치가 되

이렇게 잘 꾸며진 허삼둘 가옥을 보면서 참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 담장은 무너져 내리고, 사랑채와 안채는 불에 튼 흔적이 그대로 있다. 행랑채가 보수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안채와 사랑채의 불에 탄 흔적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것도 일부만 그렇게 탔다는 것이 더욱 의심이 간다.

안의면 담당자와 통화를 해보았다. 5년 전인가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는 것이다. 문화재는 아무리 국가에서 지정을 했다고 해도, 개인소유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손을 댈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즈음에 안의면에서는, 정자를 비롯한 몇 채의 한옥에 불이 났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의도적인 방화일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에 탄 흔적이 있는 사랑채와 무너진 담장

그 후 문화재청에서는 이 가옥을 사서 보수를 하려고 했으나,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가 않아 아직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어느 집보다도 특이한 형태로 꾸며진 집이, 이렇게 방치가 되어있다니. 이럴 때는 강제로라도 보수를 할 수 있는 법은 없는 것인지. 그저 집안을 돌아보면서 답답할 뿐이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한 곳이라도 더 돌아보려고 길을 나서지만, 자꾸만 그 불탄 모습이 눈에 어른거려 쉽게 발을 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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