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961-21에는 ‘어죽이네 천렵국’이란 식당이 있다. 이 식당 이름이 참 죽인다는 생각이다. ‘어(魚) 죽’, 즉 ‘물고기로 만든 죽’이라는 소리인지, 아니면 맛이 기가 막혀 ‘어! 죽이네’란 소리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수원사람들이 이 집을 잘 모른다고 하면, 그 사람은 수원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집이다.

 

이 집의 맛은 민물고기 매운탕도 일품이지만, 가끔 찾아가는 이유는 바로 철렵국이라는 어죽 때문이다. 천렵이란 시골의 냇가나 샛강 가에서 각종 민물고기를 잡아 솥에 넣고 끓여먹던 음식이다. 여기에 수제비며 국수, 대파, 마늘, 버섯, 홍고추 등을 집어넣어 맛을 더했다. 반주로 술 한 장 하기에도 적당한 음식이다.

 

 

저녁에 찾아간 식당도 만원

 

옛 기억을 되살리면 이 집이 가끔 생각이 난다. 예전에 춘원 이광수 원작의 ‘꿈’이라는 소설을 무용극화한 적이 있다. 국립무용단의 제24회 공연작인데 송범 안무, 김지일 극본으로 “꿈, 꿈, 꿈”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 무용극의 작곡을 맡았는데, 그 때 강원도 경강이라는 마을에 들어가 곡을 쓰고 있었다.

 

딴 부분은 다 써놓고, 한 대목이 생각이 나질 않아 이곳을 찾아갔다. 이 마을은 앞으로 맑은 내가 흐르고 있었는데, 내가 묵던 집의 아들(기억으로는 방위병이었다)과 함께 곡괭이와 삼태기를 들고 냇가로 나간다. 내가 삼태기를 냇가 바닥에 대고 있으면, 주인집 아들이 곡괭이로 냇가 바닥에 긁는 것이다. 그러면 삼태기에 미꾸라지며 모래무지 등이 잡히곤 했다.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이용해 주변 밭에서 깻잎 몇 장 따고, 고추 몇 개 따서 툭툭 잘라 넣고 끓이다가, 준비해간 고추장과 밥 한 덩이를 넣으면 기가 막힌 어죽이 되었다. 그 맛을 한참이나 잊고 있었는데, 이 ‘어죽이네 천렵국’에서 그 맛을 다시 기억해 낸 것이다.

 

이 집은 평일에는 오후 8시 40분까지 영업을 하고, 주말과 휴일에는 9시 40분까지 한다. 하기에 초저녁에 가도 손님들로 북적인다. 요즈음은 여름철이라 조금 덜하지만, 날이 쌀쌀해지면 자리가 없다. 모처럼 이 집을 가자는 아우 녀석이 은근히 고맙기도 한 것은, 이 집 천렵국의 맛을 알기 때문이다.

 

 

매콤한 국물, 밥을 말아 먹으면 제 맛

 

1인 분에 천렵국 한 그릇에 7천원이다. 요즈음 음식 값에 비해 그리 비산 편은 아니다. 이 집은 굳이 밑반찬이 필요치가 않다. 즉 한 그릇만 먹어도 맛이 있기 때문이다. 네 사람이 가서 4인분을 시켰다. 커다란 솥에 가득 담아 내온 천렵국. 그리고 밥 반 공기정도와 앞 접시 하나를 준다.

 

내다 놓은 솥의 어죽을 한 2~3분 더 끓인 다음 먹으면 된다. 앞 접시에 떠서 수제비, 국수 등을 먹다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밥은 반 공기 정도를 주는데, 그 양이 어죽을 남기지 않고 먹을 만한 양이다. 처음에는 이 많은 것을 어떻게 다 먹지 하고 생각을 하지만, 먹다가 보면 어느새 바닥이 보이는 것이 이 집 어죽의 맛이다.

 

 

요즘 같은 날이면 그저 영양식으로 제격이란 생각이다. 먹다가 보면 가시가 씹히기도 하는데, 민물고기를 갈아 넣지만, 그래도 이렇게 씹히는 맛이 더 일품이다. 저녁시간 영업이 곧 끝난 때인데도 식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장사를 해 와서 그런지 단골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니다.

 

가끔 생각이 나면 찾아가는 ‘어죽이네 천렵국’. 모처럼 더운 날 찾아간 집에서 땀 깨나 흘리며 저녁 한 그릇을 먹고 나서인가, 괜한 기운까지 솟는 듯하다. 그래서 ‘어! 죽이네’ 인지는 몰라도.

 

 

주소 :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961-21

전화 : 031-237-2288 / 010-6568-5535

특기 : KBS, MBC, 경기TV, OBS 등서 방영

아직도 오륜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어버이날이 되면 생각나는 옛 소리 하나가 있다. 예전 대전KBS에서 방송생활을 할 때 대전과 충남을 돌아다니면서 옛 소리를 채록해, 라디오 생방송을 할 때이다. 공주시 신풍면 백룡리에 거주하시던 강갑수(, 채록당시 80. 1988)어르신께서 들려주신 오륜가(五倫歌)’라는 소리였다.

 

'오륜가(五倫歌)'는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자식이 부모에게 해야 할 도리가 낱낱이 적혀있다. 이 오륜가는 어버이날만 되면 생각이 난다. 그리고는 한 평생 부모님들에게 제대로 효도 한 번 하지 못한 것을 늘 후회하게 만든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소리였다.

 

 

7~8세에 서당에서 배웠다는 소리

 

강갑수 어르신은 당시 마을회관에서 이 소리를 해주셨다. 어릴 때인 7~8세 때 서당에서 배우셨다는 이 오륜가를 연세가 그렇게 되셨는데도, 일일이 기억하고 계셨다. 거의 30분 가까운 시간을 오륜가를 읊어주시던 어르신. 아마 이 소리를 일찍 들었다고 한다면, 조금은 불효애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천지만물 생길적에 귀한것이 사람이라

무엇으로 귀하던고 오륜행실 그뿐이라

오륜자도 의미하면 천지중에 참례하고

오륜지도 모르며는 금수인들 비할소냐

부자유친 으뜸이요 군신유의 버금이라

안에들면 부부유별 밖에나가 붕우유신

형제간에 우애하면 장유유서 자연하니

다섯가지 하는일이 옛글에도 분명하다

조목조목 말씀하여 사람마다 일깨우세

 

강갑수 어르신의 이 오륜가는 이렇게 서두를 끄집어 낸 뒤, 부모님들이 자식사랑이 이어진다. 아마 수십 년 가까이 전국을 돌면서 만난 많은 옛 소리 가운데, 이렇게 사설로써 가치 있는 소리를 더 이상 들어보지 못하였다.

 

 

부모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이곳향당 아희들아 부자유친 들어보세

천지간에 중하기는 부모밖에 더있으랴

부모은혜 생각하니 태산이 가볍도다

아버님이 낳으시고 어머님이 기르시니

모태십삭 해임할때 신비하기 그지없다

 

목욕감겨 누일적에 금옥같이 다룬다네

한번울면 염려하여 쓸어보고 만져보고

진자리에 부모눕고 마른자리 골라뉘여

우울까 염려하고 배고플까 근심하네

홍진마마 가려낼때 부모마음 어떻드냐

음식이 맛이 없고 한 잠을 못이루어

천지에도 빌어보고 의술에도 의탁하여

주야정천 한마음이 아이에만 맺혀있어

병세만약 위독하면 인촌간장 다녹는다

 

 

어르신의 이 오륜가를 들으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파왔는지 모른다. 이 소리를 듣고 있을 때는, 이미 부모님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신 뒤였다. 그래서 이 소리가 더 가슴을 후벼 팠는지도 모른다. 고개를 들 수가 없고 세상을 바라다 볼 낯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뒤로는 부모님들이 자식을 키우면서 얼마나 정성을 쏟으며 많은 노력을 하는지, 구절구절 부모님의 마음이 이어진다. 공부를 시키고, 좋은 의복을 입히며, 좋은 것을 먼저 자식에게 먹이는 부모마음. 성혼이라도 할라치면 좋은 배필을 구해주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시면서 고생을 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이 글 안에 녹아있다.

 

오늘 어버이날을 맞아 이 오륜가를 다시금 생각해 내는 것은, 이 날만 되면 지난 옛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참으로 부모님들의 속을 무던히 썩이던 인사였기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바로 엊그제인 듯했다. 그런데 강원도 지방에는 폭설이 내려 길이 미끄럽다고 연신 화면을 하얗게 장식하고 있다. 참 시간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가보다. 경기도 지역에도 비가내렸다. 이 비가 그치면 날이 추워질 것이라고 한다.

아우네 집 마당을 나갔다. 빗줄기에 젖어있는 담벼락 밑에 서 있는 하루방들, 그런데 그 옆 단풍나무가 올해는 제대로 물이 들지 않았다. 그러던 단풍이 하루만에 비에 젖어 잎을 떨구었다. 비에 젖은 반쯤 물이 든 단풍잎이 그렇게 아름다운줄 몰랐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비를 맞으면 땅에 떨어진 단풍잎을 담아낸다.



그런데 돌하루방마다 단풍잎 한장씩을 머리에 붙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다가 그저 웃고말았다. 왜 꼭 한 장만일까? 아마도 저 하루방님들 욕심이 없는 것인가보다. 그런 자연 하나에서도 사람들이 배울 것은 참으로 많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장의 비에 젖은 단픙잎으로 멋을 내고 있는 돌하루방들. 그 모습에 여유가 묻어있다. 그저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러고보니 요즈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이사를 하고 난후 그 많은 CD를 자시 정리를 하느라고. 12월 2일 새벽 3시 27분, 이제야 정리를 마치고 허리를 편다. 찬 물 한 잔이 장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 좋다. 그동안 메말라 있던 장에 축축하게 젖어드는 느낌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어찌보면 말없이 서 있는 저 돌하루방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살겠다고 아우성을 쳐도 밥 한끼 배부르게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다. 그런데도 기름끼가 가득 낀 배를 매일 기름으로 도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눌줄 모르는 사람들. 죽어서도 그 많은 재물 때문에 아마 저승 길 조차 제대로 걷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다. 돌하루방은 낙엽이 된 단풍잎 하나를 갖고도 저리 만족을 하는데 말이다.



어제부터 무엇인가 달라졌다. 종편채널들이 일제히 방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고집스레 보는 방송 외에는 보기채널에서 모두 삭제를 시켜버린다. 들여다보았자 세상살이에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이다. 요즈음은 방송이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바람을 넣기도 하고, 불륜을 하라고 조장을 하기도 한다. 예전처럼 방송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권선징악'이란 것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제 더 많은 채널들이 앞다투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방송들을 해댈 것이다. 그저 혼자 걱정을 한다. 이넘 세상이 어찌 돌아가려는 것인지. 그저 돌하루방의 마음을 닮고 싶다. 단풍 한 장으로도 만족하는.   
  


난 원래 택시를 잘 안타는 편이다. 예전에야 택시를 타고 한반도의 반도 돌아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하는 일이 어린이 구호단체 NGO에 있다 보니, 택시를 탈 돈이면 아이들에게 몇 끼 밥을 따듯하게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급한 일로 택시를 탔다. 30분 정도 타고가면서 아이들에게 괜한 미안함이 앞선다. 그런데 택시기사분이 질문을 한다.

“요즈음 텔레비전 보세요?”
“예 뉴스와 다큐멘터리는 봅니다.”
“드라마는 안보세요?”
“예, 저는 드라마는 잘 안 보는데요. 왜요?
“왜 안보세요?”
“드라마 같은 것은 별로 보고 싶지가 않아서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집밖에서 집이라고 하는 아내

새벽에 집을 나서면 밤늦게나 집에 들어가는 직업의 특성상, 하루에 몇 번씩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는 하는 것이 일과였다는 기사 분. 그런데 하루는 집 앞에서 전화를 걸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집이라는 대답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차피 점심시간도 되었고 해서, 집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고나가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그러나 집에 들어가 보니 집에 있다던 부인이 보이지 않더란다.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묻자, 이번에도 역시 집이라는 대답. 전화를 착신을 시켜 놓고 집밖에서 집이라고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기사 분은 어이가 없어, 여기가집인데 무슨 집이냐고 화를 냈더니 전화를 끊어버리더라고.

얼마 후에 집으로 들어온 아내를 보니 자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야한 옷에, 화장까지 야하게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도대체 어디를 갔다 왔느냐고 고함을 질렀더니, 친구들이 하도 가자고 졸라 성인 '○○택'인가를 다녀왔다고. 도대체 그곳이 어떤 곳인지를 몰라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부인이 한 대답은 그저 춤추고 노는 곳이라고.

“그래서 그 곳을 가보셨나요?”
“예, 정말 거길 가서보고 많이 놀랐죠. 그때부터 아내에 대한 불신이 생겼습니다.”
“왜요?”
“알고 보니 한 두 번이 아니었던 같아요. 들어가니 여기저기서 아는 체들을 하는 것을 보면”

드라마에서 보고 배웠다고.

도대체 왜 참했던 사람이 그런 곳을 다니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었다는 것이다. 부인의 대답은 날마다 하는 드라마를 보면 여자들이 딴 남자하고 데이트도 하고, 여기저기 놀러도 다니는 것이 많이 보여 호기심에 한 번 갔다 온 것이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요즘 방송사라는 곳은 불륜조장이나 하는 곳입니까?”
“방송이라고 다 그럴리가요.”
“아닙니다. 저도 쉬는 날 방송을 여기저기 돌려보지만 배울 것이 없어요. 그야말로 방송이 무슨 불륜공화국 같아요. 저도 운전을 하지만 정말 어떤 때는 별 여자 분들이 다 있어요.”
“그래도 사람들이 그런 것을 본다고 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생각해 보세요. 주부들이 아침에 남편 출근하고 나면 소일거리로 볼 수 있는 것이 TV드라마인데, 거기서 만날 막장 드라마나 보여주면, 그것이 머리속에 안 박히겠어요. 그러다가 보면 따라해 보고 싶기도 하겠죠. 저희 집사람도 텔레비전을 보고 그런 곳을 다니게 되었다는데요.”

글쎄다. TV가 문제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보고 배웠다는 말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누구나 다 보는 TV인데 왜 그분만 그렇게 되었을까? 택시에서 내리면서도 한 동안 생각을 해본다. 나야 드라마하고는 아예 담을 쌓은 사람이니, 어떤 내용인줄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끔 지나치면서 보게 되는 드라마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방송에서 그런 것들을 자꾸 조장하는 것 아닙니까?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베우나요? 매번 하는 일이 뉴스고 무엇이고 딸을 성추행했다, 어느 녀석이 부모를 때렸다는 이런 것들만 신이 나서 떠들어대니 무엇을 배우겠어요. 방송이 이런 것을 꼭 내보내야 하느냐고요”

점점 울화가 치미는지 소리가 높아진다. 괜히 내가 잘못이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방송이라는 것이 무덤덤한 것들을 하면 시청률이 오르지 않을 테고, 시청률이 나쁘면 광고가 붙지를 않을 테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장면이 빠질 수야 없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천편인률적인 막장은 좀 고려해보아야 할 것도 같다. 방송의 힘이라는 것을 안다면 말이다. 그 기사분의 말이 결코 빈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가 보면 그런 생각을 한 번 쯤은 해봄직 하기에.

“왜 답사가 어렵다고 생각을 하세요?"
“어렵죠, 날도 안 좋은데. 가만히 앉아서도 글은 쓸 수 있잖아요?”
“저는 앉아서 쓰는 그런 글을 쓸 줄 몰라요”
“아니 한 때는 방송국에서 일도 하셨다면서요?”
“예, 그러기는 했죠. 그래서 더욱 더 방송에 대한 글은 쓸 수가 없어요.”

아는 분이 전화를 하셨다. 늘 블로그를 보고 있다는 분이다. 그런데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 분은 나를 보고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남들처럼 약지 못하다고 퉁명스레 이야기를 한다. 남들처럼 약은 짓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홍성군 홍주성 안에 소재한 여하정

난 내 길을 가렵니다. 그냥 놓아두세요.

언젠가도 그랬다. 죽어라하고 발품을 팔고 적지 않은 경비를 들여서 글을 쓰면, 이건 만날 저 꽁다리에서 허우적거리기가 일쑤다. 하루 종일 방문객이라고 해보았자. 고작 100명 안팎이다. 슬그머니 열도 뻗치고 성질 급한 내가 참기도 어려워, 가끔은 불쾌한 이야기를 내뱉기도 했다. 그러나 대안이 없지 않은가?

배운 것이 무엇이라고, 내가 할 일은 그것뿐이다. 그리고 판단은 그것을 운영하는 분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 한 사람이 들어와도 좋단 생각이다. 그저 꼼꼼히 글을 읽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 문화재에 대해 조금만 이해를 더 해줄 수만 있다면 만족한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 여기저기 광고를 붙이는 것도, 다 부질없음을 알고 있다. 어차피 방문객도 저조한 블로그에 무슨 딱 부러진 수입이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원주 부론면 정산리에 있는 석장승. 눈이 쌓여도 답사는 계속된다.

푸념은 늘 즐겁답니다.

난 가끔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아마 그것마저 하지 말라고 한다면, 열이 뻗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요즈음 우리들은 우리의 문화재나 전통문화에 대해서는 참으로 남의 것을 들여다보듯 한다. 그런데 비해 드라마나 연예인의 이야기에는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러다가 보니 그런 기사를 메인에 띠우고. 그것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영업이다. 영업은 당사자들의 고유권한이다. 이러쿵저러쿵 침범을 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연예기사는 TV만 보고도 쓸 수 있잖아요?”
“아뇨. 그것도 무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머리도 아프고요”
“그래도 그런 것을 쓰셔야 득이 될 텐데요.?”
“그 득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데요?”
“....”

괴산 삼방리 마애여래좌상. 눈길에서 죽을 뻔한 일도 수 십차례이다.

물론 그 득이란 수입을 말하는 것인 줄도 안다. 하지만 난 그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문화재를 답사하고, 그것을 잘 다듬어 글을 쓰는 것이 좋다. 그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책을 쓴 것이 20여권이 넘는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쓴 것은 단 한 권도 없다. 그저 한 사람이라도 더 우리 것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문화재란 우리의 정신적인 지주이기 때문에, 오늘도 그 줄을 놓지 않으려는 혼자만의 아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그것이 나이길 바란다.

이번 답사에도 비가 오네요!

답사를 하는 날이 다 좋을 수많은 없다. 어떤 날은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강행군을 해야만 한다. 때로는 태풍이 오는 날 답사를 나갔다가 길까지 잃은 적도 있다. 눈이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차 있어도 들어가야 한다. 때로는 길이 사라진 곳도 있다. 그래도 들어간다, 그것이 답사의 어려움이자 묘미이기도 하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로 들어가는 길. 한 겨울이라고 답사를 멈추면 무슨 글을 써야할까?

이번 답사에도 비를 만났다. 이 계절이면 늘 만나는 비다. 이젠 그 비도 반갑다. 함께 동행을 할 수가 있으니. 차라리 비가 내리는 날이 더운 날 몸에서 쉰내가 나는 것보다는 좋지 않을까? 그렇게 답사를 하고 정리를 해서 글을 쓴다는 즐거움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그런 행복이 있어 남들이 들려주질 않아도 답사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항상 갓 찌어낸 찐빵처럼 따끈한 기사를 쓰기 위해서.

송강 정철이 속미인곡을 집필했다는 담양 송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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