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더위가 34도하고 한다. 올 들어 가장 무더운 날 오후 4시에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소재한 효원동원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더운 날씨에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 모인 까닭은, ‘24회 전국무궁화 수원축제1일부터 3일까지 이곳 효원공원 일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24회 전국대회를 하는 동안 수원은 3년 연속 무궁화축제를 개최한 도시가 되었다.

 

수원무궁화축제는 2012년 만석공원, 2013년 청소년문화센터에 이어 이번에 3년 연속으로 효원공원에서 개최를 하게 된 것이다. 오후 330분부터 식전공개행사로 51사 군악대 등의 공연을 관람한 다음 4시부터 개막식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는 산림청 김용하 차장을 비롯하여 김희겸 경기도 행정2부지사, 이주민 수원남부경찰서장, 경기도의회 의원 및 수원시의회 의장 및 의원 등도 함께 자리했다. 이 자리에는 이번 7, 30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영통구 박광온 의원도 함께 자리해 축하해 주었다.

 

유공표창 및 환영인사

 

이어서 무대에 올라온 염테영 시장은 무궁화축제 유공자 3인에게 시장 표창을 수여했으며 개막식의 인사말을 통해, 우리 무궁화의 끈질긴 생명력처럼 우리 민족도 그렇게 끊임없이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서 이렇게 3년간이나 우리 수원에서 전국 무궁화축제를 열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수원시민들의 애국심이 투철한 것이라고 하면서, 앞으로도 수원은 무궁화 꽃을 가장 사랑하는 그런 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서 김용하 신림청 차장은 요즈음 들어 무궁화 꽃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수원처럼 우리 무궁화 꽃을 잘 가꾸는 곳이 흔치않다. 앞으로 수원시민들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를 했다. 그 말을 들은 한 시민은

 

 

우리 수원은 일찍부터 만석 공원 등에 무궁화 꽃을 심고는 했다. 이렇게 무궁화 꽃을 좋아하는 이유도 수원은 정조임금께서 화성을 통해 효를 사람들에게 강조를 하셨기 때문에, 그런 뜻이 무궁화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무궁화의 그런 끈기가 없다면 어떻게 효를 제대로 행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효와 무궁화 두 주제를 갖고 수원을 온전히 알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한다.

 

많은 부속 행사도 열려

 

개막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테이프커팅이다. 개막식에 참석을 한 많은 인사들이 행사장에 마련된 테이프커팅 자리에 참석을 했다. 테이프커팅을 마친 후에는 권해연 박사로부터 우리 무궁화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과 품종 등에 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3일 동안 열리는 무궁화 축제에는 많은 볼거리와 체험행사도 풍성하다. 체험프로그램에는 무궁화 사진전시와 나무를 이용한 인두화, 무궁화 바로알기, 무궁화 음식과 차 마시기, 무궁화 꽃 누르미 부채 만들기, 얼굴 신체부위에 무궁화 꽃 그리기, 미니조경체험, 천연염료를 이용한 손수건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과 함께 구경을 왔다는 인계동에 거주하는 임모(, 39)씨는

우리 수원에서 이렇게 3년 연속으로 전국 무궁화 축제를 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3년 연속으로 전국적인 축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수원의 자랑이 아니겠느냐. 앞으로도 무궁화 꽃을 수원에 많이 심어 항상 무궁화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했다.

 

수원시 팔달구 교동 등을 다니다가 보면, 벽에 커다란 벽화가 그려져 있는 것을 만날 수가 있다. 팔달사 입구를 바라보고 좌측 건물의 온 벽면에도 그림이 있다. ‘좋은 사람들이라는 마을만들기를 하는 벽화작가 김영수(, 교동)씨의 작품들이다. 스스로 벽화 전문가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어요. 대학에 가서 미술을 전공하려고 영복여자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3년간 죽어라하고 그림만 그려댔죠. 그런데 어머니가 정말 무지 반대를 하시는 거예요. 옛날에는 부모님 말씀은 법이었잖아요. 지금은 어머니도 후회를 하고 계세요. 그때 그냥 미술대학에 보낼 것을 그랬다고요.”

 

 

벽화전문가로 거듭나

 

결혼을 하고나서 잠시 그림을 접었지만, 그림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벽화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 벽화에 대해 공부를 했다. 순전히 독학으로 이루어낸 벽화공부였다.

 

저 나름대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무척 노력을 많이 했어요. 나무 벽에는 어떤 물감을 써야하는지, 시멘트벽은 어떻게 해야 그림이 오래가는지. 그런 재질에 따라 사용하는 물감과 코팅제, 붓 등을 다 다르게 사용하죠. 혼자 연구를 하다가보니 사행착오도 많았어요. 길을 가다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벽화를 보면 짜증이 나기도 해서 새로 그림을 그린 적도 있고요.”

 

 

그렇게 벽화를 그리기 시작해 지금은 수원 시내 학교, 건물, 골목의 벽 등 43곳에 김영수씨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교동 일대에 벽화를 그리기 위해 아예 교동 11-31에서 거주를 할 정도이다.

 

정말 그동안 연구를 많이 했죠. 저는 그림을 그릴 때 남들을 잘 시키지 않아요. 그저 작업을 하는데 칠 정도만 남을 시키죠. 제 이름을 걸고 그리는 벽화이기 때문이죠. 그림도 남들이 1주일이 걸릴 것 같으면 저는 2일이면 끝내요. 그래야 벽화를 주문한 분도 경비절감이 되니까요.”

 

 

벽화전문가라도 말을 하는 것은 빈말이 아닌 듯하다. 골목에 벽화를 그린 곳이 있다면서 안내를 한다. 교동 미술학원이 밀집해 있는 뒷골목이다. 골목 안 벽에 무궁화 등이 그려져 있다. 만일 이 골목에 그림이 없었다고 하다면, 퍽이나 보기 흉하고 지저분한 골목이었을 것이다.

 

아이들 선도를 위해 그린 벽화

 

이 골목이 정말 아이들의 범죄 소굴이었어요. 담배 피우고 침 함부로 뱉고, 학생들 끌고 들어와 휴대폰을 뺐기도 하고요. 심지어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모여서 이상한 그림들을 그려놓기도 하고요

 

그래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신청해 골목에 벽화를 그렸다. 지난 해 6월에 시작해, 긴 골목 전체를 1주일 만에 끝냈다고 한다. 그리고는 방범 CC카메라를 달아달라고 했으나 영 대답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시장님께 직접 청원을 드렸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다녀간 후 6일 만에 방범 CC카메라가 달렸다. 그리고 밑에는 비상벨까지 달아놓았다.

 

이렇게 해 놓으니 아이들이 이곳에서 나쁜 짓을 하지 않아요. 그리고 아이들을 만나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죠. 아이들 고민을 듣는다고 해서 제가 해결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면 아이들 속이 좀 풀리는 듯하죠.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음료수 등을 사주기도 하고요.”

 

 

그렇게 1년 이상을 아이들과 친하게 지냈다. 아이들은 김영수씨를 이모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아이들이 남의 돈을 빼앗지 못하도록, 꼭 돈이 필요하면 자신에게 달라고 하라고 시켰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잖아요. 이제는 다 컸지만요. 아이들이 본래 나쁜 애들은 없다고 봐요. 가정이 원만하지 못하고 부모님들이 매일 싸움이나 하면, 그런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나빠지는 것이죠. 아이들을 무조건 나무라기보다는 타이르고 선도를 해야죠.”

 

 

내년에도 마을만들기 사업을 신청해 골목에 마저 그림을 그리겠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그리고 싶던 그림을, 마음껏 커다란 벽에 그릴 수 있어 행복하다는 김영수씨. 벽화 그림 전문가인 그녀로 인해, 어둡고 침침하던 골목이 밝고 아름답게 변하가고 있다.

나라꽃이라는 무궁화 110만 송이가 수원 만석공원을 수놓았다. 8월 17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수원 만석거 주변의 공원에서 열리는 ‘제22회 전국 무궁화 축제’는 수원시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만석공원에 무궁화나무 860여 그루를 식재하고, 무궁화 분화 1천 800여 그루를 전시했습니다.

 

무궁화는 나라꽃으로 오래전부터 우리들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궁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그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무궁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축제장에는, 소나기가 뿌리는 가운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꽃잎의 모양에 색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무궁화 꽃

 

무궁화 꽃은 그 형태에 따라 각기 이름이 다르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정도로 많은 종류가 있다. ‘단심계’란 꽃의 중심부에 묽은 색 또는 자색의 무늬가 있는 것을 말한다. 단심계 중에서도 ‘백담심계’는 흰꽃의 중심부에 붉은 무늬가 있는 것을 말한다. ‘배달계’란 단심이 없는 순백의 흰꽃을 말한다. ‘아사달계’는 꽃잎 가장자리에 무늬가 있는 것을 말한다.

 

 

 

무궁화의 원산지는 우리나라의 서해안 지방과 중국의 라오뚱 반도이며, 꽃이 아름답고 추위에 강해 지금은 세계적으로 널리 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로부터 무궁화 꽃이 많은 나라라는 뜻으로 ‘근역(槿域)’ 또는 ‘근화향(槿花鄕)’이라고 하였다. 동양 최고의 지리서인 <산해경>에는 ‘군자의 나라에는 무궁화가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강인한 정신을 상징하는 꽃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무궁화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다.

 

1. 늘 부지런하면서도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 - 이는 무궁화는 이른 아침 늘 새로운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민족의 근면성과 진취적 정신을 표상한다.

2. 청렴하고 결백한 민족정신 - 꽃이 소박하고 깨끗하여 백의민족의 청렴한 민족성 표상

3. 강인하고 끈기있는 민족정신 -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력이 강하며, 한결같고 강인한 끈기있는 민족성 표상

4. 이웃과 서로 좁는 겨레의 얼 - 꽃잎이 각각 떨어져 있으나 근원은 하나로 어떤 고난이 있어도 협동하는 민족정신 표상

5. 자기완성 뿐 아니라 세계로 - 5개의 꽃잎이 5행 상생으로 협력하여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지향하는 박애정신 표상이라고 한다.

 

 

 

제22회 무궁화 축제는 수원시 인구 110만 명을 의미하는 '110만 송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주제로 3일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전국 무궁화축제는 나라꽃 무궁화의 위상을 바로 알리고, 무궁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체험하도록 하는 뜻으로 마련하였다고 한다. 수원시 조원동에서 아이들과 함께 참석을 해다는 문아무개(여, 38세)는

 

“이런 행사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우리 꽃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 시간을 내어 참가를 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축제장에 나와 우리 꽃 무궁화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아갔으면 한다.” 고 했다.

 

 

 

부대행사도 알차, 하지만 옥에 티도 있어

 

축제장에는 많은 체험부스가 준비되어 있다. 그 중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무궁화로 만든 음식을 맛보는 참사랑봉사회에서 마련한 ‘무궁화음식’과, 비누 거품을 갖고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드는 ‘매직버블’. 활 만들기 체험과 독도 만들기 체험 등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런가하면 동물들의 탈을 만드는 ‘폼 클레이’와 ‘나도 표지모댈’ 등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3일간 다양한 행사를 기획한 주최 측에서는 여러 가지 공연 등도 준비를 했으나, 시간이 연이어지지 않아 행사장을 찾은 일부 참가자들은 무료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안산에서 참석을 했다는 정아무개(남, 47세)는

 

“3일 동안이나 하는 축제장에 공연이 너무 빈약한 듯합니다. 그래도 축제라면 무엇인가 볼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행사계획을 보면 공연이 별로 없어요. 그것도 하루에 지역 동호인들이 참석하는 공연 정도인 듯합니다. 전국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한 듯도 하고요. 다음에는 이런 것도 좀 짜임새 있게 꾸려주었으면 합니다.” 라고 한다.

 

 

 

나라꽃 무궁화를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는 전국무궁화축제. 벌써 22회를 맞이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지만, 3일간이나 하는 행사치고는 규모가 크지 않다. 우리 꽃 무궁화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무궁화 꽃 축제. 19일까지 계속되는 행사장을 찾아, 우리 꽃 무궁화에 얽힌 이야기를 만나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바람직하다.

열차 안에 무엇이 날아다닌다. 창 밖으로 나가고 싶은가 보다. 창에 붙어 안간힘을 쓴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다. 어떻게 이곳까지 들어온 것일까? 하기야 날아다니는 곤충이 못 갈 곳은 없다. 하지만 어떻게 열차 안가지 들어왔을까?

어제 저녁 남원에서 전주로 올라오는 열차를 탔다. 자리에 앉았는데 무엇인가 창에 붙어 퍼득거린다. 날개 짓을 할 때마다 안 좋다는 흰 가루가 나른다. 자꾸만 나에게로 날아오니 짜증스럽다. 마땅히 잡을 것도 없다. 나방이다. 그것도 가루를 엄청 떨구는.
 


처음에는 그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날아다니면서 사람에게로 달라붙는다. 짜증이 난다. 여수에서 출발을 해서 용산으로 가는 열차인데, 도대체 열차안에 이런 것이 왜 들어와 있을까? 몇 번을 잡으려고 했지만 잡히지도 않는다. 


 
창 밖으로 풍경이 보인다. 나방이는 여기저기 날아다니다가 내 자리 옆으로 와 앉는다. 날때마다 가루가 심하게 날린다.

기분 좋게 떠난 길인데 초장부터 나방 한 마리가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든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너는 얼마나 힘들겠냐. 비록 창 밖으로 나가려고 가루를 날리고는 있지만, 그 창을 뚫을 수 있는 힘은 없을 것이고. 혼자서 키득거리다가 사진을 찍는다고 헸더니, 아우녀석 친절하게 휴대폰까지 꺼내 불까지 밝혀준다.  

열차 창 밑에 붙어 있는 나방. 앞으로 앞 좌석의 팔걸이 등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을 쓰면 승객들이 기분좋게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을. 이렇게 기분 찜찜하게 만들어야만 할까? 생전 나방이하고 함께 하는 열차여행은 또 처음이다. 여행 첫날부터 '옴 붙은 것'아 아닌 '나방 붙었다'.
 
이런 벌레 한 마리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또 열차 안에 벌레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왜 하필 내가 앉은 자리에 이런 것이 따라 붙었을까? 아마도 내가 블로거라는 것을 알고, 글 소재 하나를 주려고 했나보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무엇이 재미있는지 키득거린다. 오랫만에 마음 편하게 며칠간 떠나는 여행에서 오는 여유인가 보다.


둘째 주와 네 째주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달아서 쉬는 날이다. 요즘말로 ‘놀토’가 된다. 이렇게 두 번째 주와 네 번 째주는 세상없어도 가방을 둘러메고 답사를 떠난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아니면 바람이 불어도 길을 나선다. 내일(12월 11일)은 바람도 불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일기예보에서는 이야기를 하지만, 이렇게 이틀 동안 답사를 하지 않으면 철지난 자료를 이용해 글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월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참을 만하다. 폭설이 내려 무릎까지 눈이 쌓인 산길을 걸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남들이 돈을 줄 테니 이런 날 답사를 하라고 하면, 죽어도 안한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주는 남원과 함양, 산청을 돌아보리라고 미리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서둘러 길을 나섰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답사

오후 5시 30분이 근무를 마치는 시간이지만, 30분을 먼저 서둘러 길을 나섰다. 요즈음은 금요일이 되면 유난히 길이 많이 막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전주에서 남원으로 내려가 남원에서 묵고, 아침 일찍 답사를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여름 같으면 충분한 시간이 되지만 요즈음은 5시만 되면 벌써 어둑해져, 아침 일찍 나서야 하나라도 더 돌아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미리 예매를 하지 않는 것은 전주에서 남원은 40분이면 내려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장소를 이동할 때는 가급적이면 기차를 타는 것도, 막히지가 않기 때문이다. 오후 5시 54분 차를 겨우 집어 탈 수가 있었다. 이 차는 익산에서 여수로 가는 무궁화 열차다. 아마 출퇴근시간에 맞추어 운행을 하는 열차인 듯하다. 빈자리가 없어 입석으로 표를 끊었다.

요즈음은 열차에 카페 칸이 있어, 그곳에 들어가 차 한 잔을 마시면 남원까지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카페 칸은 기차의 한편에 좁게 자릴 잡고 있고, 의자는 고작 5개가 전부였다. 이런 낭패가 있나. 그곳에도 사람들이 많아 서 있을 자리도 만만치가 않다.


화장실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분, 도대체 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옆을 보니 넉넉하게 자리가 비어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보이지를 않는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그곳으로 갔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무슨 복에. 그 앞이 바로 열차의 화장실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하지 않을 수밖에. 그러나 40분만 서 가면 되고, 급할 때는 바로 해결을 할 수가 있으니 이곳이 명당이란 생각이다.

기차가 출발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이를 데리고 한 분이 오신다. 아이가 칭얼대는 것을 보니, 소변이라도 급한 것인가 보다. 그런데 정작 화장실 앞에 선 분이 문을 열지 않는다. 아이는 발을 굴러댄다. 화장실이 비어있는데 무슨 일일까?


사용 중이면 불이들어오는 안내등. 문 앞에서서 문이 열릴 때를 기다리다가 아이가 옷을 적시고 말았다. 사진은 좋지 않은 휴대폰으로 촬영을 해 화질이 좋지 않다. 

“아이가 급한 모양인데 왜 안 들어가세요?”
“예,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요”
“거기 표시등이 꺼져 있잖아요.”
“문이 안 열려서 그래요”
“문을 열어야 열리죠.”
“예, 열어야 해요? 어떻게요?”

문을 열어 주었는데, 이미 때가 늦어버렸다. 괜한 애만 갖고 나무란다. 이 분 화장실 앞에 서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줄 알았는가 보다. 아마 화장실 문을 자동문으로 착각을 하신 것이나 아닌지. 세상 참, 무궁화 열차 처음 타보셨나? 그래도 그렇지 화장실 문이 자동으로 열리기를 기다리다니. 괜한 어린아이만 옷을 버렸다. 자동문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기차여행을 하면서 가끔은 이런 재미도 쏠쏠하다. 차에서 내려 혼자 넋 빠진 사람처럼 비실거리고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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