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인터넷에서는 ‘원자현’이란 이름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원자현은 1983년 생으로 만 28세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원자현의 프로필을 보면 MBC리포터이자 MC이기도 한 여성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을 나온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원자현이란 여성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연일 기사화 되는지 궁금하다.


‘원자현’이란 이름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원자현. 원자현 가슴사이즈, 원자현 비키니, 원자현 학력, 원자현 가슴수술, 원자현 몸매, 원자현 의상논란, 원자현 허리, 원자현 22인치, 원자현 망언 등, 수도 없이 많은 연관검색어가 보인다. 그만큼 원자현이란 여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일 게다.(문제 붕대의상 사진은 방송화면 인용)

 

 

관심은 관심으로 그쳐야


‘방송인’ 혹은 ‘연예인’ 들이라고 하는 호칭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요즈음은 인터넷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블로거들은 물론, 각종 인터넷 매체의 언론까지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때로는 필요이상의 도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현의 트위터 캡쳐

 

원자현이란 여성이 요즈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의상논란이다. 런던올림픽 소식을 전하면서, 조금은 보기에 부자연스런 의상을 착용했다는 것이다. 원자현의 트위터를 검색해보니 그런 의상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닌 듯하다.


방송인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위해 다양한 의상을 입는 것은 결코 흉이 될 수가 없다. 그 의상의 형태가 보기에 민망하다거나, 노출이 심하다거나 하는 것을 들어 뭇매를 가한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단 생각이다. 이번에 원자현의 의상 중에 ‘붕대의상’이란 옷이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름 보기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의 관심이 이슈화가 되고, 그것이 한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가 있다고 하면 그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저 관심을 끄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 보아주면 될 것이다. 마치 내 생각이, 보는 사람들 전체의 생각인 양 끌고 간다는 것은 조금은 그렇다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얼굴, 그럴수록 조심해야


아침부터 원자현의 허리가 약간 보이는 옷에 또 말들이 많다. 원자현이 트위터와 미니홈피를 살펴보았다. 본인 스스로도 그런 말들에 대해 상당히 상처를 받은 듯하다.


「피곤하지만, 보람차고 아프지만 괜찮다. 잡음 따위에 굴해서야 어찌 큰일을 할 수 있겠어.... 그것도 그렇지만 그런 잡음들에 상종할 가치도, 겨를도 없다ㅡ


모든 정보와 멘트를 내 머릿속에 집어넣고 들어가ㅡ 렌즈만을 응시하며 다하나씩 차곡차곡 입으로 꺼내 정리해내야 한다ㅡ 지금은 여기에 집중력 쏟는 것 만으로 넘 벅차고 피곤한데. 뒤로하는 태클이나 끄적임 따위에 일일이 신경 쓰는건 너무 쓸데없는 소모. 매일 혀에 혓바늘이 돋고 혀가 붇는다. 팔다리가 저릿하고 눈이 절로 감겨도 그러나 괜찮고 그러나 행복하다. 그러니 더 힘내자 9일만」

 

원자현의 미니 홈피에 올려진 글

 

8월 4일에 원자현의 미니홈피에 적힌 글이다. 글쎄다, 만일 입장을 바꾸어 내 사랑하는 가족이 혹은 자녀가 이런 세상의 논란에 휩싸였다고 한다면 어떨까? 물론 검색을 하는 도중 원자현이란 사람이 가끔은 논란꺼리가 될 만한 말을 하기도 했다. 인터넷이란 매체로 인해 과거까지 속속들이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전혀 무관한 지난 일까지 끄집어내어 공격을 한다면, 도대체 누가 자유로울 수가 있을까?

    

원자현이란 사람은 정치인도, 경제인도 아니다. 그녀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검증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원자현은 방송에 나와 소식을 전하고 프로를 진행하는 사람이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허리가 보이는 의상을 갖고 말을 만들 것인지. 그냥 관심으로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은 원자현의 트위터 및 미니홈피에 올려진 것을 인용하였음)

경기도 오산시 지곶동 162번지 일대에 소재한, 사적 제140호인 독산성과 '세마대지(洗馬臺址)'. 이곳은 몇 번이고 가본 곳이다. 이곳을 자주 찾는 것은 남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산 위로 올라가면 주변을 훤히 볼 수가 있어, 가슴이 후련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은 국민학교(우리 때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 불렀다)에 다닐 때, 교과서에 실린 권율장군의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다.

 

독산성은 '독성산성'이라고도 한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선조 26년인 1593년, 권율장군이 전라도로부터 병사 2만 여명을 이끌고 독산성에 주둔하여, 가토가 이끄는 왜군 수만 명을 격퇴시킨 곳이기도 하다.

 

 

쌀로 말을 씻긴 세마대

 

산성에 오르면 보적사라는 절이 있다. 그 절 뒤편에 지금은 정자가 서 있다. 정자에는 '세마대'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이 세마대에 전하는 전설이 바로 국민학교를 다닐 때,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었다.

 

1593년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권율 장군이 이끄는 병사 2만 여명이 독산성에 주둔하고 있었다. 가토(加藤淸正)가 이끄는 왜군이 이 벌거숭이산에 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 한 지게를 산 위로 올려 보내 조롱하였다. 그러나 권율은 물이 풍부한 것처럼 보이기 위하여, 백마를 산 위로 끌어 올려 흰쌀을 말에 끼얹어 목욕시키는 시늉을 하였다고 한다. 이를 본 왜군은 멀리서 보니, 그 모습이 꼭 산꼭대기에서 물로 말을 씻기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산성 안에 물이 풍부한 것으로 오판하고 퇴각하였다고 한다.

 

 

 

바로 이렇게 흰말과 쌀로 왜군을 속여 물리친 곳이 세마대이다. 사적 제140호는 독산성과 함께 말을 씻긴 장소라는 세마대지를 지정하고 있다.

 

도성을 지키는 요충지인 독산성

 

독산성을 언제 쌓았는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전하지 않는다. 다만 백제시대에 처음으로 쌓은 성을,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시대에도 군사상 중요한 거점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독산성은 도성으로 향하는 길목을 지키는 성으로, 용인의 석성산성이나 광주의 남한산성 등과 연계하여 도성을 에워싸 방어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선조 27년인 1594년에는 백성들이 산성을 쌓고, 1595년에는 성벽의 돌출된 치에 포루의 시설이 갖추어졌다. 1597년 2월에는 왜병의 조총을 방어하기 위하여, 평평한 집을 성벽 안에 짓고, 거기에 성의 아래로 향한 창문을 시설하였으며, 석차와 포차를 배치하였다. 임진왜란이 끝난 선조 35년인 1602년에도, 당시 부사 변응성이 성을 다시 보수하였다.

 

그 후 정조 16년인 1792년에도 성을 보수하였으며, 정조 20년인 1796년에는 수원읍성인 화성을 축조할 때 함께 개축하여 성을 단단히 하였다. 이렇게 독산성을 보수하고 단단히 쌓은 것은, 도성을 지키는 길목에 있는 군사적인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봄바람을 맞으며 독산성을 걷다

 

독산성의 둘레는 3240m이다. 성에는 문이 4개이고 암문이 있다. 정조 당시에 성을 개축할 때는 성의 둘레가 1800보였으며, 성벽은 외면이 장방형이나 방형이 되도록 다듬은 석재를 이용했다. 성벽은 안으로 약간의 기울기가 있도록 쌓아 매우 견고하게 축조가 되었다.

 

성안에 자리한 보적사에서 시작해 성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황사가 심하게 낀 날이라고 하지만, 모처럼 맞은 따듯한 휴일이라 그런지, 성곽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세마대를 거쳐 동쪽으로 성벽을 밟고 걸어본다. 단단하게 쌓은 성벽에 돌출된 치가 보인다. 아마도 저 곳에 포루를 설치하고, 밀려드는 왜적을 향해 포를 쏘았을 것이다.

 

 

 

산성 주변을 모두 잡목을 제거하여 성벽이 훤히 보이도록 하였다. 3월의 봄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식힌다. 문지였을 것 같은 곳에는 성벽이 유난히 단단해 보인다. 뒷짐을 지고 걸어보는 독산성. 성벽 틈에 아래로 꺼진 곳, 그곳에 암문이 자리하고 있다. 적의 배후를 기습적으로 공격을 하거나, 적이 모르게 군수물자를 옮기기 위해 만든 문이다.

 

가파른 산비탈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 아마도 저 곳에 수만 명의 가토가 이끄는 왜병들이 주둔을 했을 것이다. 독산성의 위치만으로도 오르기 힘든 곳이거늘, 거기다가 이렇게 견고한 성이 자리하고 있었다니. 왜병들도 이 성을 공략하기란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한 시간 남짓 돌아본 독산성. 옛날 옛적 교과서에서 배운 전설 같은 이야기를 기억하며, 산자락에 걸린 성을 뒤로한다.








 
















말하지 말아야 할 때에 말을 하는 것은 그 죄가 작지만

말을 해야 할 때에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죄가 크다.

未可以言而言者, 其罪小
可以言而不言者, 其罪大

홍재전서 - 정조

어제 밤서 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어제 모임이 있어 중국집에서 독하디 독한 53% 짜리 술을 하고, 2차로는 간단하게 먹자고 생맥주 집으로 향했다.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시간이 참 빨리도 간다. 1월 중에 연천으로 주상절리를 보러가자고 약속을 한다. 여름에는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지만, 겨울에 강이 얼면 트레킹을 할 수 있다니, 사뭇 기대가 크다.

이야기를 한창 하고 있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잠시간에 길이 온통 미끄럼틀이 되었다. 조금씩은 두어번 내렸지만, 이렇게 많이 내리기는 처음인 듯하다. 서둘러 해어지고 1월을 약속하는 수밖에. 길을 걸으면서 내일은 화성답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화성의 여장위에 흰 눈이 소복히 쌓였다.

눈 내린 화성 아름다워

아침에 출근을 했다가 서둘러 만두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우고 화성답사에 나섰다. 동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보니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썰매를 갖고 간다. 아마도 썰매타기라도 할 모양이다. 화성에는 눈이 오고나면 자연적인 썰매장이 여기저기 생겨난다. 화성 안쪽으로도 성 밖으로도 경사가 있어, 겨울철 썰매타기에는 제격이다. 눈이 오고나면 썰매를 타는 아이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그동안 화성을 연재하면서 여름에 찍은 사진을 갖고 글을 쓰려니 영 성의가 없어 보인다. 무엇이나 현장과 시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나로서는, 이런 호기를 마다할 수 없다. 길을 미끄럽고 손은 떨어져 나가는 듯 하지만, 카메라를 둘러메고 화성 답사를 시작한 것이다.

화성의 경사진 곳에서 썰매를 타는 아이.(이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함)

아이들의 말에 어이가 없어

사내녀석들은 짓궂다. 아래서 타니 조금은 심심했나보다. 경사가 급한 성벽 가까이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거기서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 소리소리 지르면서 타고 내려오는 썰매타기. 보기만 해도 즐거워 보인다. 그런데 이 녀석을 말소리를 좀 들아보자.

"야 거기서 타니까 재미있지?"
"엉, 졸라 재미있어"
"그러니까 위로 올라가서 타야 해"
"정말야 졸나 재미있어. 야 너희들도 여기섶 타봐 졸라 재미있다"


어이가 없다. 도대체 저런 말을 어디서 배운 것일까? 어른이 해도 상스러운 말이다. 그런 말을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은 아이들이라도 함부토 혼을 낼 수가 없다.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훈시만 해도 눈에 쌍심지를 돋우고 덤벼든다.   
  


도대체 이 아이들이 저 말이 욕인줄은 알고 있을까? 안다면 저렇게 함부로 말을 할까? 어디서 저런 말을 듣고 사용을 하는 것인지. 그러고 보면 어른들이, 그리고 정말 웃기는 방송 등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다.

"이놈들 그런소리 하면 혼난다"
"우리가 왜 혼나요. 졸나 재미있는네"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다. 어른이 무엇이라고 해도, 두려워하지 않은 아이들. 이것이 요즈음의 현실이다. 참 마음이 아프다. 인기리에 방영이 되던 TV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끝이났다. 나랏말을 창제한 세종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많은 후기를 남겨 놓았다. 백성들이 이 글을 깨우처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창제의 이유였을 것이다. 그 언어를 우리는 지금 사용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요즈음 아이들이 언어를 제데로 익힐 만한 곳이 없다. 본 제목을 줄여서 간단하게 처리하기, 이상한 말 양산해 내기. 뜻이 애매모호한 말을 만들어 퍼트리기.

이런 것들이 블로그나 방송, 혹은 신문이나 잡지 들을 통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말을 하기를 바랄 것인가?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진 엉덩이보다 더 아픈 것이, 바로 이런 아이들과 접하고 있는 요즈음의 현실이다. 누구를 탓하랴, 나도 그 중 하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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