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천(兜率天)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우주의 중심은 수미산이며, 그 꼭대기에서 12만 유순 위에 도솔천이 있다고 한다. 유순이란 고대 인도의 거리 단위로 소달구지가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대략 11~15㎞라는 설이 있다.

 

도솔천은 육계(六界) 육천(六天) 가운데 제4천으로 미륵보살이 사는 곳이라는 것이다. 도솔천에는 내원과 외원이 있는데, 내원은 미륵보살의 정토이며, 외원은 천계 대중이 환락하는 장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내원과 외원이 전라북도 고창군 선운사 안 깊숙한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도솔산에 자리한 선운사

 

고창 선운사 안으로 들어가면, 선운산 깊숙한 곳에 도솔암이 자리하고 있다. 선운산은 높이 336m이다. 본래 도솔산(兜率山)이었으나 백제 때 창건한 선운사가 유명해지면서, 선운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선운산의 주변에는 구황봉(298m)·경수산(444m)·개이빨산(345m)·청룡산(314m) 등의 산들이 솟아 있다. 선운사를 지나 도솔암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그러고 보면 외원에서 내원으로 가는 길인가 싶다.

 

도솔암 극락보전을 지나쳐 위로 오른다. 극락보전은 아미타여래상을 주불로 모시는 곳이다. 흔히 극락전 혹은 무량수전이라고도 명명한다. 조금 오르니 눈앞에 펼쳐지는 기암괴석과 절경들. 순간 자연에 압도당한다. 나한전이 자리하고 있다. 도솔암 나한전은 아라한을 모시는 곳이다.

 

나한은 소승불교의 수행자 가운데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성자를 말한다. 아주 오랜 옛날 이곳 용문굴에 살고 있던 이무기가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혀, 인도에서 나한상을 모셔다가 안치하였더니 이무기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지어진 나한전은 현재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10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천년 세월의 마애불, 그 모습에 압도당하다

 

나한전을 지나면 깎아지른 바위 암벽에 새긴 보물 제1200호인 도솔암 마애불을 만난다. 아마 도솔천을 오르기 위해 이 모든 것이 도움을 주지나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마애불 중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되는 도솔암 마애불은 미륵불로 추정된다. 결국 미륵정토를 가기 위해서는 주변에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연결이 된다는데 놀랍기만 하다.

 

지상 6m의 높이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좌정하고 있는 미륵불. 그 높이가 5m, 폭이 3n나 되며 연꽃문양을 새긴 계단모양의 받침돌까지 갖추고 있다. 마애불의 머리 쪽을 보면 구멍이 뚫려 있고, 구멍 속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보인다. 아마 이 마애불을 보호하기 위한 전각이 있었던 것 같다. 동불암이라는 누각을 세웠던 자리라고 한다. 마애불을 올려다보면서 마음속으로 기원을 한다. 이 모진 세상에서 벗어나 피안의 세계인 도솔천으로 올라가겠다고.

 

 

 

도솔암 내원궁.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전각이 하나 보인다. 마침 사시예불 시간인지 염불소리가 청아하다. 상도솔암이라고 부르는 도솔암 내원궁은 바로 미륵정토인가 보다. 거대한 자연 바위 위에 초석만을 세우고 전각을 지었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본다. 주변 경관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고통 받는 중생들을 위해 지장보살을 모신 내원궁. 보물 제280호로 지정이 된 이 지장보살은 고려 후기의 불상 가운데 최고의 걸작품으로 손꼽힌다. 사후세계의 주존인 지장보살좌상을 모신 이 내원궁이야말로 인간이 고통 받는 사바세계에서 가장 이상형의 피안인 듯 하다.

 

 

 

누가 세상에 태어나 고통을 받고 싶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은 그저 사람이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복만이라도 소유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도솔암 내원궁에 올라 주변을 돌아보면서, 이곳이 바로 도솔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결국 마음 하나에 도솔천이 있음을 깨닫는다.

 

절에 가면 명부전 옆에 작은 조형물이 하나씩 있다. 흔히 절에서는 이를 두고 '소대'라고 부른다. 여러가지를 태우는 곳이다. 그러나 이 소대는 쓰레기 등을 태우는 곳이 아니다. 절에서 망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천도제를 마친 후에, 그 때 사용한 각종 번이나 망자의 옷가지, 천더제에서 사용한 각종 기물 등을 사르는 곳이다.

소대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절마다 나름대로 특색이 있는 모습으로 꾸민다. 대개는 벽돌을 이용하거나 황토 등을 이용해 웅장하게 꾸며 놓은 곳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그렇게 불을 많이 피우지 않는곳은 아담하게 꾸민다. 얼핏보면 아름다운 조형물과도 흡사하다.
 

   

울산 도솔암 소대의 아름다움

울산시 북구 회봉동 30번지에 소재한 도솔암. 넓지 않은 경내에는 대웅전과 삼성각, 요사 등이 자리하고 대웅전 앞에는 석탑이 자리한다. 도솔암을 들어가기 전에 이 작은 절이 색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우선 일주문인 불이문은 사람이 겨우 한 사람 비집고 들어가야 할만큼 작다. 그리고 그 우측에 새롭게 조성한 소대가 보인다.

소대는 기와와 황토로 꾸몄으며 앞에는 기대석을 하나 놓았다. 아마 제상으로 사용하는 듯하다. 암기와와 숫기와를 이용해 문양을 넣은 소대. 그리고 지붕은 이층으로 만들어 맨 위에는 옹기굴뚝을 올렸다.




소대의 변신은 무죄

절마다 있는 소대. 각양각색으로 꾸며진 소대는 그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조형물이 된다. 요즈음 절을 찾아다니면서 보면 이렇게 아름답게 꾸며진 소대가 많이 눈에 띤다. '소대의 변신은 무죄'라서 일까? 조금은 답답하기만한 절을 찾아 가노라면 이렇게 작은 소대 하나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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