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 패션 1번가 신바람 노래교실

 

27일 오후, ‘수원의 전통시장 이야기에 수록할 막바지 사진촬영을 하느라 팔달문 앞에 자리한 남문 패션 1번가 사무실 앞을 지나는데 어디서 신바람 나는 노래 소리가 들린다. 이번 31일이 민족의 큰 명절인 설날이기 때문에, 전통시장은 그야말로 대목장을 보는 사람들로 인해 걷기가 힘들 정도이다.

 

사람들에게 시달리다가 잠시 쉬고 싶었던 터에 들려오는 노래 소리. 그 소리에 절로 이끌려 소리가 나는 곳을 향했다. 3층 한편에 노래교실이라는 안내문구가 보인다.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2시에 신바람 노래교실을 운영한다고 한다. 마침 월요일 오후 2시가 넘었으니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30여 명의 주부들이 정말 온몸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온몸으로 가르치는 강사 김유란씨

 

무대 앞에는 영상 화면에 노래 가사가 뜬다. 그리고 악보가 함께 나타나지만, 어디 이분들이 악보를 보고 부를 것인가? 그저 박수를 치면서 신바람 나게 부르면 되는 것을. 앞에서 노래를 지도하고 있는 노래강사인 김유란씨는 무보수로 이곳에 나와 지도를 하고 있단다. 노래 지도를 온몸으로 하고 있다.

 

곁에서 구경을 하고 있으면서도 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발이 장단을 맞춘다. 내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반응이다. 워낙 맛깔스럽게 지도를 하고 있으니,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것 같다.

 

 

어쭈 어쭈 어쭈구리 잘도났네 잘도났네

어떤사람 잘도났네 부러울게 하나없네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사주팔자로 만들어지는 세상

울어머니 나나실제 사주팔자 잘되라고

돈이라도 집어주고 부탁하지 그랬소

그랬으면 요놈의 사주팔자 상팔자가 되었을텐데

잘났어도 못났어도 세상살이가 고달퍼도

원망을 말자 한탄을 말자 나하기 달렸거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린다 했소(하략)

 

사주팔자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강사 김유란씨는 거의 지도가 아니라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연습을 하는 사람들 앞에 서서 온 몸으로 사람들을 가르친다. 연습을 하는 사람들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손뼉을 치면서 즐거워한다. 누구하나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이 없다. 그저 다들 노래를 부르면서 들썩인다. 그만큼 즐겁게 부르는 것이다.

 

 

이제 6개월 차 노래교실이 이 정도야.

 

저희 패션 1번가 신바람 노래교실은 지난 해 99일에 문을 열었어요. 이제 겨우 6개월이 들어섰는데 회원은 50명이 조금 넘어요. 40대에서 60대까지가 이곳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는데 정말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이곳 노래교실의 이순복(, 63세 탑동거주) 회장은 여러 곳을 보았지만 이렇게 열심히 가르쳐주는 곳은 없더란다. 그래서 이곳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는 것. 원래 고향이 서울 노량진인데 이제 나이도 먹었으니 즐기면서 살자고 수원으로 이사를 왔단다. 산을 주로 다녔지만 이렇게 노래에 빠져 일주일에 두 번은 이곳으로 나온다는 것.

 

저희들은 정말 즐겁게 노래를 불러요. 노래를 하다가 보면 치매에 안 걸리죠, 스트레스 풀리죠, 거기다가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난 뒤 함께 전통시장도 보고요. 또 함께 음식도 나누어 먹으면서 즐기는 것이죠. 인생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노래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이미 의학계에서도 인정을 하고 있다. 즐겁게 노래를 하다가 보니 매사에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명절 밑이지만 노래교실을 빠트리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노래는 계속해야죠. 이렇게 즐거운 것을 왜 그만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즐겁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자리에 앉아 있지를 않는다. 선채로 몇 시간이고 노래를 한다는 것이다. 원래 강습 시간은 오후 2시부터 두 시간이지만 5시가 되어도 안 끝난다고 한다. 그만큼 패션 1번가 노래교실은 흥겹다.

 

요즈음은 전통시장마다 나름대로의 활로를 찾기에 바쁘다. 단순히 어떤 물건을 팔고 사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무엇인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시장을 기억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주변에 많은 시장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그런 것에 뒤처지면 살아남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정조대왕이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왕이 만든 시장’. 수원 화성 팔달문 앞에 있는 팔달문시장 상인회(회장 조정호)는 나름대로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에게 무엇인가 남다른 것을 남겨주어, 그들이 팔달문 시장을 기억하고 발길을 이어지게 만들고자 함이다.

 

 

시장 3층에 문화교실 열어

 

팔달문에서 팔달문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건물 3층으로 올라가면 팔달문시장 문화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수원시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스포츠댄스, 경기민요, 난타, 노래부르기, 고전무용, 요가를 가르친다.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을 하면 배울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교실은 모두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15일 오전 문화센터를 찾았다. 마침 고전무용을 배우는 분들이 한삼을 손에 들고 열심히 강사의 가르침을 따라 배우고 있다. 연령층은 거의 50대 들인 듯하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서 조금 여유로워진 시간을 활용한다고 한 회원은 이야기를 한다.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다 좋아졌다는 것이다. 가정도 좋아지고 건강도 좋아졌다고 한다. 한 마디로 춤이라는 것을 배우면서 인생이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

 

 

노래교실 회원들 절로 어깨가 들썩

 

오후 4시 다시 이곳 문화센터를 찾았다. 그동안 강의 종목이 바뀌었다. 이번 종목은 노래교실이다. 70여 명의 회원들이 남, 여 두 명의 강사(박상민, 이혜숙)의 지도에 따라 신바람 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래교실의 회원은 원래 90여 명 정도가 가입이 되어있지만, 날이 춥다보니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모른다. 나이가 모두 50세 이상이라고 하는 여인들. 아이들을 키워놓고 이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나보다. 그 회원들의 사이를 누비고 다니면서 열심히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이 노래교실의 회장인 송계순(, 58)씨이다.

 

 

노래를 하면 가사의 주인공이 되죠.”

 

잠시 자리를 옮겨 송계순 회장과 대담을 가졌다. 노래를 부르면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기가 무섭게 대답이 술술 나온다. 그만큼 노래를 부르는 것이 즐겁다는 뜻이다.

 

저는 노래부르기를 시작한 지가 20년 정도 되었어요. 우선은 노래를 부르면 엔도르핀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사라지죠. 노래를 부르면서 스스로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 감수성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노래 속에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이 다 들어있어서,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생기죠.”

 

대담을 하면서도 연신 발장단을 맞춘다. 송계순 회장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가정적으로도 더 안정되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사회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매주 수요일에 모여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것.

 

집에서도 남편과 아이들에게 더 잘하게 되요. 노래를 부르는 날이 되면 집안일을 다 치우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더 부지런해졌고요. 또 노래봉사나 노력봉사를 하면서 생활의 활력이 생겼어요.”

 

송계순 회장은 병원이나 양노원 등을 찾아다니면서 노래 봉사를 한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장애인 복지센터 등을 찾아가 노력봉사도 한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을 찾아가 노래봉사를 하고나면 손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고.

 

정말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세요. 제가 좋아서 부르는 노래지만, 그 분들은 손을 곡 잡고 놓아주지를 않아요. 그리고 언제 또 오느냐고 묻고는 하죠. 그런 분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 아니겠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가정에 더 충실해졌고, 많은 봉사를 통해 행복하다는 송계순 회장. 그녀의 바람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노래교실에 찾아와 인생의 활력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래를 부르세요. 답답하던 세상이 밝아집니다. 노래를 부르세요. 건강을 지켜갈 수 있어요.” 헤어지는 자리에서 송계순 회장이 하는 말이다.

 

봉사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단다. 사업의 실패로 수원시 권선구에서 화성시 봉담읍 유리 기산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는 집안에만 있으니 심한 우울증에 걸렸단다. 그래서 시작한 봉사였다. 그렇게 1년 가까운 시간을 봉사를 하면서, 점차 우울증이 나았다고 한다. 문혜영(여, 49세)씨는 그렇게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봉사에 발을 디뎠다는 것.

 

“남편과 함께 수원에 살면서 봉사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데 2년 전에 사업의 실패로 인해, 집까지 이사를 하게 되었죠. 화성시 봉담으로 이사를 한 후, 사업 실패의 후유증으로 인해 심한 우울증이 왔어요. 그런데 그렇게 보낼 수가 없어 봉사를 다시 시작했죠. 봉사를 하는 시간은 모든 것을 잊을 수가 있으니까요. 봉사를 시작한 후 우울증도 사라지고, 이제는 옛날처럼 제 스스로를 되찾았다고 보아야죠,”

 

 

자신을 치료하기 위한 택한 봉사

 

봉사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말로만 하는 봉사야 누구든지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문혜영씨의 봉사는 그야말로 ‘살신성인’이라는 말이 적합하단 생각이다. 하루에 4시간, 봉담 인근의 18개 요양원을 한 달에 두 번씩 다닌다고 하니, 줄잡아도 하루에 한 곳 이상을 다니면서 봉사를 하는 셈이다.

 

그렇게 봉사를 하면서 차츰 우울증도 가시게 되었다니, 문혜영씨의 봉사는 자신과 남을 함께 살린 폭이 되었다. 요양원에 찾아가면 어떤 일이나 가리지 않고 했다. 청소부터 어르신들 목욕시키기, 심지어는 화장실 청소까지 맡아서 했다. 어르신들을 안마를 해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르신들께 다가서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았어요. 그러나 이제는 어르신들을 내 부모님처럼 대하다가 보니, 정말로 좋아들 하시죠. 안마도 해드리고 발 마사지도 해드리고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발 마사지를 해드리다가 아마 간지러우셨나 봐요. 할머니께서 대뜸 욕을 하시는 거예요. 간지럽다고요. 조금은 당황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정말 고맙다고 하시데요.”

 

딸자식 보다 낫다는 봉사자들

 

화성 나눔에 봉사단의 회원은 모두 30~40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16명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봉담의 요양원을 다니면서 하루에 4시간씩을 봉사도 하고, 노래교실도 운영한다고. 봉사를 하러 다니면서 어르신들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들어주어야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할머니들이 저희가 봉사를 가면 오히려 아들, 딸보다 낫다고 하세요. 자신들이 낳은 자식들도 찾아오질 않는데, 한 달에 두 번씩 찾아와서 청소도 하고 목욕도 시켜드린다고요. 그래서 가끔은 자식 대하듯 스스럼없이 대하시기도 하시고요”

 

그렇게 봉사를 하면서도 김장봉사도 하고. 농촌봉사를 나가 2만 여 평에 양배추를 돕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봉담 나눔에 봉사단’은 인원을 많지 않지만, 그래도 많은 일을 감당해 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봉사를 하면 경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어떻게 조달하느냐고 물었다.

 

“저희들은 원칙적으로 남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저희가 해결을 하고 있어요. 2만 원씩 회비를 걷어서 그것으로 점심도 먹고, 만원은 남겨 두었다가 년 말에 장학금을 주기도 하고요”

 

천성이 봉사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드는 문혜영씨.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전혀 힘들지 않다고 대답한다.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하요. 저도 나중에 나이가 먹으면 요양원에 들어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항상 내가 올 곳이기에 더 열심히 봉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죠. 지금 이곳에 계신 어르신들이 결국 나중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노인에 관한 자격증은 모두 다 땄다고 한다. 요양사 자격증을 비롯하여, 자살방지, 노인상담 등 8가지가 되는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것. 이렇게 자격증을 딴 것도 노인들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야 올바른 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계세요. 그래서 이 분들이 저에게는 더 많이 소중하게 느껴지죠. 앞으로도 요양원 봉사는 꼭 하려고요. 시간을 내서 더 많은 봉사를 하고 싶기도 하고요”

 

 

봉사를 하겠다는 욕심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가 없을 듯하다. 이야기를 하다가 말고, 봉사를 하러 가야한다고 총총히 걸음을 옮기는 문혜영씨. 오랜 장맛비로 꿉꿉하던 마음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햇볕에 모두 가시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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