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12김장’ 6,000포기 담아

 

수능을 앞두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길을 걸어도 찬바람 때문에 절로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이렇게 바람까지 부는 날 수원시에서는 사랑의 김장나눔행사를 가졌다.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에 소재하고 있는 수원시 공설운동장 한 옆에 자리를 마련하고 김장 나눔 행사를 가진 것.

 

이 행사는 수원시 새마을회가 주최를 하고 수원시 새마을부녀회가 주관을 했으며, 새마을협의회, 문고회, 교통봉사대 등이 동참을 했다. 전날 미리 절여 놓은 김장배추를 아침 일찍부터 물에 씻기 시작해, 10시 경부터 본격적인 김장을 시작했다. 수원시 각 주민센터에서 모인 500여 명의 새마을부녀회원등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닐 등으로 몸을 감싸 바람을 막으면서 김장을 했다.

 

 

이날 김장나눔에는 모두 6,000포기 정도의 배추를 준비했으며, 20kg들이 상자 1,500박스를 만든다는 것. 이 박스들은 각 주민센터 별로 분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고생해서 만든 김장김치는 각 주민센터 별로 골고루 배분해 드립니다. 지역의 인구수와 도움을 받을 분들을 감안해 나누어 드리는 것이죠.” 김장 나눔을 주관하고 있는 담당자의 말이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동참 해

 

이날 김장 나눔 행사에는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해, 김진우 수원시의회 의장, 박순영 의원, 한규흠 의원 등도 함께 김장하기에 동참을 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김장김치를 만들기에 앞서 오늘 이렇게 추운 날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을 해 주신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한다.”면서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하기도.

 

차가운 날 국밥으로 점심을 먹고 있던 시민 한 사람은 우리가 이렇게 추운 날 고생을 하면서 만든 김장김치를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면서 이 정도 추위야 봉사를 한다고 생각을 하면 참을 수 있다.”고 하기도.

 

 

결혼이민자 40여 명도 함께 김장을 해

 

이 날 모인 주부들 중에는 결혼이민자 40여 명도 함께 동참을 했다. 중국에서 12년 전에 결혼을 해서 한국으로 나왔다는 양봉씨는, 그동안 시집을 와서 집에서 김장을 담가 먹었다고 하면서 올해 두 번째로 김장 나눔 행사에 참여를 했다고 한다.

 

중국 천진에서 왔다고 하는 결혼이민자인 성정씨도 저도 결혼을 해서 한국에 온지 12년이 되었어요, 한국에 와서 아직 집에서 김장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여기 행사에는 올해 세 번째 참여를 하고 있어요.”라면서 김치찌개를 잘 만들고 잘 먹는다고 대답을 한다. 잠시 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김치까지 들어 보이면서 포즈를 취해준다.

 

 

몇 년째 이 김장 나눔 행사에 참여를 했다고 하는 장안구 연무동에서 산다는 주부 정아무개는, 이런 행사를 시 전체가 하고나면 각 주민센터 별로 또 김장 나눔 행사를 한다고 하면서

휴먼시티 수원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매년 많은 김장을 담아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어 사람이 행복한 곳입니다. 이제 시 전체가 이렇게 김장김치를 담아 배분을 하고나면, 각 주민센터마다 또 김장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그리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드리는 것이죠.”라고 한다.

 

날이 쌀쌀한 가운데서도 나눔이라는 즐거움이 있기에, 비닐로 온 몸을 감싸고 김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은 것은 바로 나눌 수 있다는 행복함을 알기 때문인 듯하다.

 

통닭거리 하수구 안 악취 심해

 

수원의 통닭거리.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통닭거리는 수원만이 아니라 이미 전국적으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다. 수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 중 한 곳이 바로 통닭거리와 지동 순대타운이다. 18일 오후 이 거리에 늘 찾는 집이 있다. 딴 집에 비해 유난히 깨끗한 기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노릇하게 튀겨낸 닭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이 집을 찾아가면 마음 좋은 부부내외가 무엇하나라도 손님들에게 다 주려고 하기 때문에 가끔은 미안할 때도 있다. 18일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인들과 모여 통닭 한 마리를 시켜놓고, 시원한 생맥주 한 잔씩을 기울이고 있었다. 술을 마시면 기본적인 신진대사가 원활한 법. 밖으로 나왔다.

 

 

심한 악취에 지나는 사람들 찌푸리고 다녀

 

통닭거리는 하루에도 통행량이 많은 곳이다. 저녁이 되면 지인들과 어울리거나 가족, 혹은 연인이나 친구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그만큼 통닭거리는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보니 사람들이 맨홀 옆을 지나면서 코를 막는 모습이 보인다. 그 옆에서 장사를 하는 옷가게 주인도 하수구를 들여다보면서 무엇이라고 해댄다.

 

무슨 일인가요?”

누가 여기다가 김치 같은 것을 잔뜩 버려서 악취가 심하게 나네요.”

하수구에서 흘러온 것인가요?”

아닌 것 같아요. 양으로 보아서 여기서 버린 듯해요

 

들여다보니 정말 하수구 안에 묵은 김치를 내다버려 심하게 악취를 풍기고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끔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는 것. 음식물 쓰레기는 봉지에 담아 내다버리게 되어있으나, 그런 음식물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몰래 갖다 버린다는 것이다.

 

 

폐유를 하수구에 갖다버리는 사람

 

팔달문로 3번길 26은 옷가게이다. 골목 옆 지하에서 한사람이 무엇인가를 들고 나오더니 하수구에 붓는다.

그게 무엇입니까?”

기름인데요.”

기름을 하수구에 그렇게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

 

말없이 그렇게 기름을 하수구에 붓고는 지하로 들어가 버린다. 이곳 통닭골목에 있는 닭집들은 모두 기름을 수거해 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폐유를 가져다가 비누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집은 그렇게 하수구에 내다버리는 행위를 한 두 번 한 것이 아니라고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다.

 

 

환경을 지키는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날은 더워지는데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나 기름 등 온갖 것을 여기 하수구에 갖다버리니 악취가 심해 죽을 지경입니다. 이곳을 뚜껑을 해서 덮어주던지 아니면 팔달구에서 나와서 이렇게 버리는 사람들을 행정조치를 내려 다시는 못하게 하던지 해야지. 이래 갖고 어디 사람이 살겠어요.”

 

옆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 볼멘소리를 한다. 하수구 위 쇠창살에도 쓰레기들이 널려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이 내다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환경은 주민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사용하고 난 폐유를 내다버리는 사람들이 무엇인들 하수구에 집어넣지 않겠는가? 관할 행정부서에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할 듯하다.

 

난 이 사람을 볼 때마다 부끄럽다. 세상을 살면서 나름 열심히 산다고 생각을 하지만, 유독 이 아우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일 년 동안 이 사람이 하는 일은 그야말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말이 생각난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일이 아니고,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일 년 동안 하는 일을 좀 짚고 넘어가보자. 정월이 되면 쌀 몇 말을 떡을 뽑아 일일이 봉지에 담아 이웃의 홀몸어르신들께 나누어 준다. 정월에 떡국이라도 끓여먹으라는 것이다. 정월 대보름 전에는 온갖 나물에 오곡밥을 지어, 일일이 도시락 통에 담아 찾아오는 어르신들께 나누어 드린다.

 

 

초복이 되면 이 집은 식당이 된다. 삼계탕을 200그릇이나 준비를 한다. 그 준비하는 과정만 해도 만만찮다. 하루 전날부터 끓여대기 시작한다. 초복에는 집안이 온통 여기저기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삼계탕을 드신다. 거기다가 중복에는 육개장을 맛있게 끓여 대접을 한다. 동지에는 동지팥죽을 끓이고, 김장철이 되면 김장을 700~1000포기를 해 이웃 어르신들께 일일이 배달을 한다.

 

그렇게 일 년이면 철마다 이웃 어르신들을 공경한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은 날을 잡아 경로잔치를 베푼다. 경로잔치를 할 때면 고기며 과일, 떡에 음료수, 술까지 내어놓는다. 이 날만 해도 300분 정도가 경로잔치에 와서 즐기고는 한다. 어느 단체가 하는 일이 아니다. 개인이 일 년 동안 하는 일이다. 돈으로 환산해고 아마 수천 만 원은 될 것이다.

 

 

대보름에 맛있게 드시라고 준비 했어요

 

13일 오전, 취재를 나가 있는데 전화가 왔다. 도와달라는 전화다. 그러고 보니 이 날이면 이 집은 상당히 분주해진다. 대보름에 홀몸어르신들이나 마을에 어르신들이 드실 수 있도록 음식을 준비하는 날이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에 거주하는 고성주(, 60). 집에 들어서자 음식냄새며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왁자하다. 몇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한편에선 오곡밥을 시루에 쪄내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또 한편에서 도시락에 나물이며 오곡밥, 식혜와 햇김치, 물김치 등을 담아 포장을 한다. 어르신들이 찾아와 봉지 하나씩을 들고 가신다. 그 안에 나물이며 오곡밥 등이 들어있다. 오늘 준비한 것만 해도 100여 분의 어르신들이 가져가신다고 한다. 이웃까지 합하면 족히 300인분은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대보름에는 원래 묵은 김치를 먹는 것이 아녜요. 그래서 햇김치를 새로 담갔어요.”

사람들과 열심히 용기에 이것저것 담고 있던 고성주씨가 하는 말이다. 일일이 손을 가야 하는 나물만 해도 10여 가지가 넘는다. 취나물, 콩나물, 호박나물. 시레기, 가지나물, 도라지, 시금치, 거기다가 김에 나박김치, 햇김치, 식혜를 정성스럽게 용기에 담아 포장을 한다.

 

누구에게 보이려고 이런 일 하나요?”

 

이렇게 철마다 남에게 베풀고 있는 햇수가 자그마치 30년이라고 한다. 그 오랜 세월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이웃에 대접을 하고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밖에는 안돼요. 남들처럼 많은 돈을 기부를 할 수도 없고요. 이렇게 철마다 정성을 들여 음식으로 어르신들께 나누어 드리고는 하는 것이, 모두 저희 자식들을 위하는 길이거든요.”

 

 

고성주씨는 흔히 시회에서 사람들이 말하기를 박수라고 하는 무속인이다. 이렇게 철마다 남에게 베푸는 것은, 다 자신을 찾아오는 수양부리(단골들은 신도라는 말 보다는 수양부리라고 하여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맺는다. 물론 신의 부모와 자식의 관계이다)들이 잘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봉사를 하면서도 한 번도 자기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다. 남들 같았으면 벌써 자랑을 해도 골백번은 했을 일이다.내가 자식들을 위해서 베푸는 일인데, 누구에게 잘 보이거나 소문을 낼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저 이렇게 베풀면 우리 수양자식들이 다 잘되니 그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어요?”

말을 하면서도 연신 손은 쉬지를 않는다. 곧 점심시간이 되면 어르신들이 몰려올 것이라면서 바쁘게 재촉을 한다. 고성주씨 앞에서 내가 작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이 지치고 힘이 없을 때는 그저 보약이 따로 없다. ‘밥이 바로 보약이다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역시 정답이다. 더운 날 돌아다니다가 보면 사람이 지치기도 하고, 그것이 누적이 되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런 무더운 날이 계속되다가 보니, 자연히 입맛도 떨어질 수밖에.

 

원래 먹는 것을 갖고 탓하지 않는 사람이라, 웬만한 음식은 그저 말없이 잘 먹는 편이다. 하지만 무더위에 매일 두 세 시간씩 뙤약볕 아래서 땀을 흘리다가 보니, 건강도 점차 고갈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러다가 보면 입맛도 떨어지게 된다. 사람이 심신이 피곤하다 보면, 이것저것 다 귀찮아지기도 한다.

 

 

허름한 식당, 외부만 보고 판단은 금물

 

글쎄다. 밖의 모습을 보고 무엇을 판단하지는 않는 사람이다. 겉모양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려하면 그것보다 위험한 것이 없다. 매사에 마찬가지 일 것이란 생각이다. 요즈음은 모든 것을 외모로만 판단하는 경우가 잦다. 좋은 집에 좋은 차타고 외모가 번듯한 사람이 잘 차려 입으면 그 사람은 참 잘난 사람으로 평가를 하는 세상이다.

 

그와 반대로 초라한 몰골에 차려입은 것도 변변치 않다면, 아무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해도 우선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이렇다 보니, 그저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한이 있어도 우선은 치장부터 하려고 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인간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일까?

 

 

저녁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다는 것도 참 우습다는 생각이다. 골목을 누비며 찾아간 식당은 입구부터가 좁고 허름하다.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일대는 거북시장이다. 그런데 이 일대에 요즈음 간장게장 집들이 부쩍 늘었다. 외부로도 크고 화려한 집들이 꽤나 있는데,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간 집은 참으로 허름하기 짝이 없다.

 

차려진 음식은 완전한 반전

 

전라도 백반. 우선은 전라도라는 문구에 안심을 한다. 당당히 이렇게 붙였다면 음식 맛이 있는 집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더구나 동행을 한 아우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하지 않았던가? 그 집 밥이 너무 먹고 싶은데 길을 못 찾았노라고. 간장게장 일인분에 9,000원이라고 메뉴판에 걸려있다. 보통 잘 나간다 그러는 집을 보면 15,000~ 20,000원인데.

 

먼저 기본 찬을 갖다가 상에 놓는다. 그런데 밑반찬이 다르다. 정말이지 시골밥상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찬들이다. 벽을 본다. 김치를 주문받는다고 한다. 그만큼 이 집의 밑반찬은 자신이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일행이 하는 말이, 아직 다 나오려면 멀었단다.

 

 

그리고 이 집의 자랑인 간장게장과 잡채, 조기구이가 나왔다. 조기는 노릇하니 먹음직스럽다. 살도 통통하게 올라 정말 입맛을 다시게 한다. 이런저런 것은 다 그렇다고 치고, 간장게장의 장맛을 본다. 일품이다. 이집 자랑을 할만 하단 생각이다. 이곳에서는 이런 바닷게를 바카지라고 부른다.

 

입 안에 가득한 게살과 싱싱한 향이 일품

  

밥을 먹어본다. 깨물면 게살이 입안 가득하다. 그리고 게 특유의 향이 그대로 살아있다. 전에 바카지 간장게장을 잘 담구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그 뒤 그런 맛을 보질 못했는데, 이집의 게장 맛이 바로 그 맛이다. 어느새 밥이 한 그릇이 다 비워졌다. 속으로는 한 그릇 더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항상 식사량을 일정 량 이상은 절대 먹지 않는 사람이라서, 딱 그 만큼에서 멈추었다. 밥도둑이라고 하더니. 정말 이 집 게장이야말로 밥도둑이 확실하다. 이런 좋은 식당 하나를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아직 난 속물임이 확실하다. 먹을 것에 미련을 갖는. 이나저나 이 전라도백반집이 있어 당분간은 행복이 넘칠 듯하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물론 사람이 살면서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걱정을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인사는 늘 그렇다. ‘밥은 먹고 사냐?’ 라는 질문이다. 물론 밥을 굶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질문 속에는 혼자 생활을 하면서 혹 귀찮다고 제 때 끼니를 때우지 못할까봐 걱정스러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날마다 취재한다고 밖으로 싸돌아다니고, 저녁이 되면 거의 술자리에 있는 나를 보고 걱정스러워 하는 말일 것이다. 혹은 저것이 밤에 술을 먹고 아침에 귀찮다고 혹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질문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소리 정말 듣기 좋은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항상 “왜 그러고 혼자 사냐?” 라는 속내가 있기 때문이다.

 

12월 23일(일) 아침 상

 

걱정마라 아침은 세상없어도 해 먹는다

 

여기저기 기사를 쓰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보면, 아침 이외에는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그래서인가 아침은 세상없어도 꼭 챙겨먹는 버릇이 생겼다. 천성이 그래서인가는 모르지만, 밥을 먹을 때 반찬을 통째로 내 먹기가 죽기보다 싫다. 그런 것 하나가 내가 괜히 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끔 TV 등에서 방영을 하는 것을 보면,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찬을 그릇째 먹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화면을 볼 때마다, ‘나는 저렇게는 살지 말자.’고 늘 생각을 한다. 물론 아직은 남들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찾아오지는 못하고 멀리서 걱정만 수 없이 하는 지인들. 그들에게 나 잘 살고 있으니 걱정을 하지 말라고 전해고 싶은 마음이다.

 

나, 이렇게 먹고 산다.

 

예전에는 밥을 먹을 때 부친께서 국이 없으면 꼭 물이라도 한 그릇 곁에 두어야 식사를 하시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도 나이가 먹어가면서 ‘국’이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 나도 늙어 가는가 보다. 성격이 까다로워서인지 찬은 꼭 용기에 덜어서 차려 먹는다.

 

지난 일요일부터 왜 아침 밥상을 찍고 싶었을까? 아마도 지인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보다. 전날 아무리 술에 떡이 돼서 들어와도, 아침은 일찍 일어나 꼭 챙겨먹는다. ‘밥심‘이라는 말을 철저하게 신봉하는 나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25일)까지 3일간 내가 챙겨먹은 아침밥상은 이렇다.

 

 

일요일 아침밥상(12월 23일)

 

밥이야 아침마다 해 먹는 것이니 늘 따듯한 밥을 먹는다. 항상 하는 말이 얼마나 더 먹겠다고 식은 밥을 먹느냐고 반문을 하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에 국은 미역국을 끓이고 찬은 항상 4~5가지 정도를 차린다. 이날 찬은 김, 오징어 채 무침, 된장에 넣었던 깻잎, 그리고 파김치였다.

 

 

월요일 아침밥상(12월 24일)

 

전날 과하게 마셨더니 입이 칼칼하다. 이런 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묵은지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다. 이상하게 묵은지 찌개를 먹으면 속이 확 풀리는 듯하다. 참 식성마저 남다른 것인지. 월요일 아침에 반찬은 김(워낙 좋아하는 고로)과 연근뿌리, 장조림, 그리고 꼴뚜기젖으로 아침을.

 

 

화요일 아침밥상(12월 25일)

 

밤이 새도록 책 교정을 보느라 새벽 4시가 넘어서 눈을 부쳤다. 6시 정도에 눈을 떴으나 머리가 조금 무겁다. 몸살 기운도 있는 것 같아, 북어국을 끓였다. 먹을 때 고춧가루를 치면 몸살기운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찬은 고추장아치와 조개젖, 김치와 계란부침이다. 가급적 반찬은 매일 다르게 먹는 편이다.

 

그래도 이렇게 냉장고 한 가득 반찬은 많은 이유는 주변의 덕이다. 살다가 보니 아직 인심은 크게 잃지 않았는지, 여기저기서 걱정들을 하고 찬이라도 한 통씩 갖다가 주신다. 아마도 주변에 그런 좋은 이웃이 있어 꽤나 버티고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에게 밥은 먹고 사냐?는 질문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보다 잘 먹고 살고 있으니. 그러고보니 우리 집 냉장고에 반찬이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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