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등 시인 30여 명 글 남겨

 

지동에 오면

어머니와

작은어머니의 말소리가 들린다

 

지동에 오면

춘옥이 할아범 생신날 설장구 소리가 들린다

성 밑 집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지동에 오면

두고 온 내가

나를 어서와 하며

맞아들인다

20131026일 고은

 

 

지동 벽화골목에 26일 오후 3시 시인 30여 명이 모여들었다. 고은시인을 비롯해 지동에 거주하는 아동문학가 윤수천 선생, 유선 시인, 경기시인협회 임병호 회장, 수원시인협회 김우영 회장 등이다. 수원시인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지동 벽화 길에 시인의 벽을 조성하기 위해 모인 시인들이다.

 

명사들이 자주 찾는 지동 벽화길

 

그동안 지동 벽화 길에는 많은 명사들이 흔적을 남겼다. 테마골목으로 조성이 되어가고 있는 지동 벽화 길은, 올해로 3년 째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5년 계획으로 조성을 하는 벽화골목의 총 길이는 무려 3km에 달한다. 그 중 올해까지 1.5km 정도가 완성이 될 계획이다. 벽화 길 중 가장 사람들의 눈에 띠는 도로변에 위치한 벽에, 시인의 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합죽선 깊은 뜻을

눈감아 짚어보면

가슴속 타는 정화(情火)

끄라고 보냈건만

물로도

못 끄는 불을

부채라고 어이끄랴.

 

가장 먼저 벽에 글을 쓴 유선시인의 부채라는 시이다. 열심히 골목 안에서 벽에 글을 쓰고 있던 시인 한 사람은

이렇게 유명하신 선생님들과 같은 벽에 글을 쓸 수 있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아마 이 벽화 길 중 시인의 벽으로 인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올 것으로 기대가 된다.”고 말한다.

 

 

 

그림까지 그려 벽화 명소 만든다.

 

지동 벽화길 조성 총괄작가인 유순혜씨는

시인 여러분들이 이렇게 지동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를 드린다. 더구나 고은 선생님 같은 분들이 우리 마을에 찾아와, 이렇게 직접 글을 써 주시니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시인들께서 쓰신 글에는 아름답게 그림을 그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보도록 조성을 하겠다.”고 한다.

 

 

고은 시인이 직접 벽화 길에 시를 적는다고 소문이 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지동의 주민 한 사람은

정말 영광입니다. 고은 시인 같으신 분이 우리 마을에 와서 벽에 직접 지동에 오면이라는 자작시를 적어주시다니. 이제 지동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벽화 길이 있는 마을로 소문이 날 것 같습니다.”라며 즐거워한다.

 

오늘 벽에 쓴 시들은 31일까지 화가들이 글에 맞는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때쯤이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동 벽화길 중 시인의 벽을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의 글께나 쓴다는 실력자들이 모였다. 97() 정조대왕의 어진을 모신 화령전.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원고지를 받아들고 여기저기 흩어진다. 수원시인협회(회장 김우영)가 주관하는 4회 정조대왕 숭모 전국백일장의 모습이다. 이 행사는 수원시가 주최하고, 수원문화재단, 경기시인협회, 경기일보가 후원을 했다.

 

화성행궁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후에 정조가 왕위에 오르면서 장헌세자라 하였고, 1899년에 의황제로 봉해졌다.) 혜경궁홍씨(사도세자가 의황제가 된 후 혜경궁홍씨도 의황후가 되었다)의 묘인 융릉에 전배하기 위하여 행행 때에 머물던 임시 처소이다. 정조 1310월에 이루어진 현륭원 천봉부터, 정조 241월까지 12년간 13차례에 걸친 원행을 정기적으로 행하였다. 이때마다 정조대왕은 화성행궁에 머물면서 여러 가지 행사를 거행하였다.

 

 

화령전은 정조대왕이 승하한 뒤 순조 1년인 1801년에, 행궁 곁에 건립하여 정조대왕의 진영을 봉안한 곳이다. 행궁은 사적 제478호로, 화령전은 사적 제115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화령전 안 운한각은 정조의 어진을 모신 전각이다. 화령전의 정전인 운한각의 앞쪽에는 악공들이 제사를 지낼 때 연주를 할 수 있는 월대가 있고, 장대석으로 쌓은 기단에는 세 곳의 계단이 놓여있다.

 

정조대왕을 기리며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시제가 발표되었다. 시제는 <자전거>, <100년 후>, <화령전>이었다. 아마도 생태교통 수원2013’ 기간이기 때문에 그 상징인 <자전거>를 시제에 포함시킨 듯하다. 열심히 휴대폰으로 검색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아마 화령전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시제에 백일장이란 제목이 있어 검색을 하는 듯하다.

 

 

백일장에는 오후 1시가 조금 넘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행궁 앞 안내소에는 연신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바쁘게 움직인다. ‘100명 정도가 모일 듯해요라고 오전에 시인협회 김우영회장이 이야기를 했지만, 정작 시간이 되자 그 배가 되는 사람들이 백일장에 참가를 한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많은 사람들이 화령전 여기저기 흩어져 글을 쓴다. 풍화당 안에도 찾아들었다. 정조대왕의 어진을 모신 운한각의 뜰에도, 사람들은 열심히 시어(詩語)를 떠올리기 위해 고민을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장원은 제가 차지해요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학생이 보인다. 중학교 1학년이라는 남자아이는 진지하게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시제를 무엇으로 잡았느냐고 물으니, 화령전이라고 한다. 화령전이라는 제목은 어린학생이 감당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듯하다. 잘 쓸 수 있겠느냐고 몰었더니, 이 학생의 대답이 걸작이다.

 

 

장원은 이미 제가 맡아놓았어요. 저는 그동안 전국 백일장에서 여러 번 수상도 했고요.” 이 학생의 자신감이 도가 지나치는 듯하지만, 그런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 대견하다. 그만큼 어려운 시제를 갖고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부인 듯한 한 사람은 연신 검색을 한다. 무엇을 검색하느냐고 물으니까, 자전거를 제목으로 잡았는데, 생태교통에 대한 검색을 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제4회 정조대왕 숭모 전국 백일장. 한 낮의 햇살이 아직도 따가운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저마다 열심히 글을 적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누가 장원을 차지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참가를 했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한 학생의 말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소재한 수원갤럭시 웨딩홀 3층. 6월 22일(토) 오후 7시 이곳에서는 색다른 행사가 열렸다. 시인인 선생님을 둔 제자들이 시인이 되어, 선생님에게 시집을 헌정하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날 주인공인 수성고등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친 운암 유선 시인이었으며, 시인인 제자 8명이 선생님께 시조선집을 헌정한 것이다.

 

팔달산 저 산자락을 온종일 날고 있어

제 산은 온통 청정 심연처럼 고요한데,

이제 막 고목 위에서 할딱이는 새 한 마리

속리산 깊은 숲속 마냥 놀다 올 것이지

그 옛날 맑은 공기 실켯 마셔 둘 일이지

네 목젖 매연에 감겨 욱신대고 있고나.

널 닮은 사람 하나 행궁동에 사는 환자

기침이 도지는 소리 엊저녁을 넘겼을까

반도가 앓고 있구나 수원 새도 앓는구나

 

유선 시인의 ‘수원의 새‘이다. 이 헌정 시집은 수성고등학교를 졸업한 시인인 윤승기, 이경렬, 김우영, 최영선, 홍승갑, 김준기, 이강석, 이달영 등 8명의 제자가 스승을 위해 발간한 헌정시집이다. 시집에는 1부는 스승인 운암 유선의 시조선집으로 묶여있고, 2부는 제자 8명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8권의 시집을 출간한 유선시인

 

유선 시인은 충북 보은 출생으로 국제대와 경기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그동안 8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세월의 강을 건너며(‘86), 메아리치고픈 내 목소리(’92), 겨울 나무로 서서(‘98), 꽃 피고 지는 사이(2000), 신귀거래사(’04), 전원일기(‘08), 간이역 풍광(’10), 남한강 유역의 창(‘12) 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이 날 ‘수원의 새’ 출판기념회는 윤수천, 임병호 등 문인들과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하여 노 시인의 출판기념을 축하해 주었다. 내빈소개에 이어 제자인 김우영 시인이 스승의 약력소개를 하였으며, 시집헌정과 헌정사와 답사, 꽃다발과 기념패 증정 및 축사, 시낭송 등으로 이어졌다.

 

 

시인 최영선(수성고등학교 19회 졸업)은 권두시에서

‘(전략)용서하소서

저희들의 늦은 귀향을

선생님께도 몇 번

가슴 찢어지는 아픔이 있으셨지요.

땅이 무너지고 하늘이 내려앉는

고통의 시간도 있으셨지요.

그럼에도 묵묵히

그저 묵묵히 그 고통을

詩作으로 감내하시며 한결같이

초연한 미소로 우리들을 맞아주시던 당신은

푸른 소나무 위의 고고한 백학이십니다(하략)‘이라고 했다.

 

 

답사에 나선 유선 시인은

“올해가 77세라는 나이를 먹었다. 그동안 8권의 시집에 수록된 1304편의 시작과 100여편의 시를 함께 묶어 출판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자랑스런 수성고등학교의 사랑하는 제자 8명이 이렇게 압축된 시집을 출판하였다. 이 시집에는 내 시와 함께 8명의 제자들이 쓴 시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더욱 뜻이 깊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스승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헌정 시조선집 ‘수원의 새’는. 제자들의 시와 함께 스승의 시를 묶어 세상을 빛을 보게 된 의미 있는 시집이다. 이 출판기념회가 더욱 뜻이 깊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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