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 세월이 흘렀다. 이 글을 쓴 세월이. 그리고 오늘 20년 만에 우연히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는 글 두편을 찾았다.

 

살풀이

 

덩실덩실 풀어간다

이승에서 맺힌 고를

한 겹 한 겹 풀어간다

 

누구라 맺힌 마음

저리도 슬피 울어

찢어진 가슴 한 귀퉁이

바람에 휘날릴까

 

그저

목 놓아 울어본들

가시는 길이 북망이고

잠든 곳이 산천이라

 

풀어헤친 봉두남발

다소곳 갈기 모아

흰 천 손에 들고

플어내니 겁살(劫煞)이라

 

 

()랄 것도 없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끼적였을 뿐이다. 내가 시인도 아닌데 무슨 시를 쓸 것인가? 우리 춤인 살풀이 사진을 찍어대다가, 옆에 놓인 종이에 적은 글이다. 그리고 당시 플래닛이라는 나만의 공간을 올려놓았었다. 아침에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살풀이라는 글을 찾았다. 1994년인가 적은 글이니 꼭 20년 세월이 지났다. 그런데도 인터넷에 이 글이 남아있다.

 

물론 내 블로그는 아니다. 아마도 누군가 이글을 퍼다 자신의 블로그에 남겨 두었는데, 그 글이 내 눈에 띠였을 뿐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내친 김에 또 무엇이 있을까 하여 찾아보았다. 또 하나의 살풀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 보인다. 참 글 같지도 않은 글을 만났으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살풀이 2

 

먼 산 한번 쳐다보고

물동이에 올랐다.

무거운 다리는 천근이고

하늘은 그다지도 높았는지

아무리 올려다보아도

그 끝이 없다.

천겁 세월 찌들어 온 인생

그 안에 먼 살()이 그리도 많았는지

날마다 살을 풀어낸다 야단이다.

어미 아비 세상을 뜨던 날

살 풀어 저승원문 편히 가라고

그렇게 물동이 타고 훨훨 날았다.

 

 

26일 지동 시인의 벽을 취재하고 난 후, 기사를 쓰기 위해 검색을 하다가 발견을 한 두 편의 글. 참 글 같지도 않은 글을 찾아놓고 괜히 부끄러워진다. ? 이런 글을 적었을까? 살풀이는 우리 춤 살풀이를 보고 썼고, 살풀이2는 굿판에서 무당이 물동이에 올라 엉엉 우는 모습을 보고 적었던 기억이 난다.

 

생전 시라는 것은 써보지도 않았고, 시를 쓰는 법을 배운 적도 없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적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두 편의 글이 아직도 인터넷에서 검색되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참 아무 것도 모르는 인사가 끼적인 글도, 글이라고 나돌고 있으니 말이다.

3. 5 생태교통관련 기자회견 중 

 

사람들은 쉽게 이야기를 한다. ‘무슨 기사를 그렇게 많이 쓰세요?’라고. 글쎄다. 이런 질문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대답을 한다. ’기자가 기사 안 쓰면 무엇을 하나요?‘라고. 참 바보 같은 질문에 바보 같은 대답이란 생각이다. 기자는 당연히 기사를 써야 한다. 그것이 기자의 할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기자가 아닌, ‘시민기자’라는 것이다. ‘시민기자’, 한 마디로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일까? 난 늘 ‘시민기자도 기자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당당하게 취재를 하고, 당당하게 기사를 쓴다. 집 안에 가만히 앉아서 쓰는 기사가 아니라, 현장을 뛰면서 나름 노력을 하고 쓰는 기사이다.

 

일년동안 300개가 넘는 기사를 섰다. 시민기자는 한 달에 10개의 기사만 고료를 준다 

 

나에게 물었다. “미안하지 않으세요?”

 

언제인가 잘 아는 시민기자 한 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 대답은 단호하다. “기자가 기사 쓰는데 왜 미안해야 하며, 미안할 일이라면 기자 그만 두어야죠.”라는 대답이다. 기자가 현장을 누비며 취재를 하고 그것을 기사화하여 올리는데, 왜 미안해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하긴 이런 말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기자들은 한 달에 기사가 10개로 제한이 되어있다. 그런데 한 달에 40개 가까운 기사를 쓰다가 보니, 온통 한 사람의 기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다. 같은 기사를 계속 올리는 것이 아니고, 그때마다 다른 기사를 올리고 있으니.

 

2, 25 특별공로기자로 염태영 수원시장으로 부터 위촉장을 받고 있다

 

e수원뉴스 시민기자, 자긍심을 가져야

 

사실 e수원뉴스 시민기자라고 하면, 명함을 받아 든 사람들은 처음에는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한 마디로 일간지가 아니라는 생각에서이다. 하지만 이들은 실시간으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리게 되는, ‘빠른 알리기’라는 e수원뉴스의 특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SNS시대이다. ‘누가 가장 현장에서 소식을 빨리 전하는가?’. 이것이 관심의 대상이다.

 

그런 점으로 보면 e수원뉴스야 말로 수원을 가장 빨리 홍보할 수 있는 보도매체이다. 더구나 180명이나 되는 시민기자들이 수원의 곳곳을 다닌다.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일이, 기사화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것을 가장 빠르게 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시민기자들이다. 사실 이런 시민기자들이야 말로 두려운 존재일 수가 있다.

 

남들이 가지 못할 곳을 다닐 수가 있고, 남들한테는 ‘이것이 무슨 기사가 되지’하는 것들이 기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게릴라식으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다양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시민가자들이다. 어찌 두려운 존재가 아니겠는가?

 

 

시민기자 1년, ‘나는 전업시민기자이다’

 

2012년 8월 13일, 처음으로 e수원뉴스에 기사를 올렸다. 그리고 이제 며칠 후면 만 1년이 된다. 그동안 수원 곳곳을 참 많이도 헤집고 다녔다. 1년 동안 300개가 넘는 기사를 썼다. 물론 그 중에는 사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사는 이야기조차 난 현장에서 기사를 썼다. 그것이 생리에 맡기 때문이다.

 

시민기자들은 대개 자신의 직업이 있다. 그리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쓴다. 하지만 나는 ‘전업시민기자’라고 이야기를 한다.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것이 내 일이다. “날도 더운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라는 바보 같은 질문도 받는다. 기자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데,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어떻게 기사를 쓸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동안 열심을 낸 덕분일까? 이제는 수원이라는 곳 어딜 가도 알아보는 이들이 많이 생겼다. e수원뉴스 시민기자이기보다는, 그냥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로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지난 1년 동안 나는 나와의 처절한 싸움을 해야만 했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날이 춥거나 찌는 듯한 더위이거나. 나는 현장에 있었다.

 

지난 일년동안 참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앞으로도 ‘시민기자’로서의 본분 다할 터

 

사실 나이라는 것은 속일 수가 없다. 요즈음 후텁지근한 일기로 한 두 시간만 돌아다녀도 땀으로 흠뻑 젖는다. 아침에 나갔다가 오후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가 저녁이 되면 몸에서 쉰내가 난다. 그렇게 매일 돌아다니다가 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천성이 집안에 편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현장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생태교통 수원2013’이 열리는 행궁동 일원에서 살다시피 한다. 그곳을 가야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이제는 행궁동을 가면 지니는 사람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내가 생각해도 ‘징한 인간이다’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수원의 자긍심을 세울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어찌 집안에서 편히 기사를 쓸 것인가? 당연히 현장을 돌아다니며 취재를 해야 옳다.

 

얼마나 더 열심을 낼 수 있을까? 사람의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난 이것 하나만은 꼭 지키고 싶다. 내가 e수원뉴스 시민기자로 기사를 쓰는 한은, 어벌쩡한 기사는 쓰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기자가 되자!.' 이것이 내가 시민기자로서 할 수 있는 나와의 약속이다.

지난 7월 18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4동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제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한 여배우가 고의성 노출논란에 휩싸여 항간에 오르내렸다. 여민정(본명 김민장)이라는 이 여배우는 레드카펫을 걸어가던 중, 왼쪽 어깨 끈이 흘러내리면서 가슴 부위가 드러났던 것.

 

그런데 이 여배우를 두고 네티즌들은 고의성이라고 열을 올리고 있다. 고의적이지 않다고 하면 어떻게 어깨 끈이 흘러내릴 것을 미리 안 듯, 유두에 누드톤 테이핑을 했느냐는 것이다. 또 걸어가면서 어깨를 손으로 만지작거린 것이, 결국엔 손으로 어깨끈을 풀었다고도 주장하기도 했다.

 

여배우들의 과다 노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많은 영화제 등에서 여배우의 노출이 문제시 되어왔다. 필요 이상으로 가슴을 내놓고 거의 속옷이 보일정도로 짧은 치마를 입거나, 긴 드레스를 입었다고 해도 옆트임을 지나치게 강조해 속옷이 보이는 등, 논란은 항상 끊임없이 이어졌다.

 

여배우들은 그동안 노출 경쟁이라도 하듯, 점차 대담한 의상들을 입고 레드카펫을 밟고는 했다. 지난 2012년 '제3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장에서 여배우인 하아무개양이 가슴골과 다리라인이 심하게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가, 드레스가 발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고의는 아니었다고 해도 가슴이 다 드러나고 말았다. 이후 이 여배우는 ‘꽈당 하○○’이란 별명을 얻기도.

 

여배우 배아무개는 지난 2012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서, 꼭 가려야 할 곳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과감한 디자인의 누드톤 드레스를 입고 등장에 시선을 집중 시켰다. 그러나 2011년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옆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오렌지 컬러의 드레스를 선보인 여배우 오아무개의 의상이 과다노출로는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이 여배우는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순식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신인 여배우의 설음도 힘든데

 

이런 여민정이라는 여배우에 관한 이야기가 심하게 인구에 회자가 되자, 본인이 오마이스타에 ‘안녕하세요. 배우 여민정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여민정의 본명은 김민정으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이기도 하다. 기고 형식으로 쓴 이 글은 <무명에 신인 여배우인 나, 남들처럼 좋은 드레스 입고 싶었지만>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기사를 읽어보면 여민정이란 이 여배우가 언론과 블로거 등에게 수없이 질타를 받은 것은, 순전히 한 신인 여배우가 남들처럼 예쁘게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인여배우들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알려주는 대목은, 처절하게 자신도 잘 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었기에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났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생애 첫 레드카펫이었습니다. 제가 출연한 영화 <가자, 장미여관으로>가 올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저도 '배우' 자격으로 처음 레드카펫에 섰습니다. 데뷔 3년차, 처음으로 주어진 자리에 얼마나 가슴이 설렜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소속사도, 무엇도 없는 무명 신인입니다. 남들처럼 몸에 맞춘 예쁜 드레스를 만들어 입고 싶었지만, 가격을 알아보곤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혼자 서울 아현동 웨딩타운을 돌며 레드카펫에서 입을 드레스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오마이뉴스 기사 인용>

 


결국 여민정은 레드카펫에서 입을 드레스를 찾아서 여기저기 가게를 돌아다녔고, 억지로 드레스 한 벌을 마련할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신인여배우가 생애 처음으로 레드카펫을 밟는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마음에 설레었을까? 하지만 그 설렘도 맞춤옷이 아니기 때문에, 가는 실로 억지로 고정시켜 놓은 끈이 끊어지고 옷이 흘러내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무리 신인 여배우라고 하지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고의가 아니라고 보고 싶다. 경제적으로 허락지 않는 신인 여배우가 생전 처음 밟아보는 레드카펫에서, 얼마나 얼굴을 붉혔을까? 그리고 그 가슴은 얼마나 미어졌을까? 그런 일을 생각하면 여민정이라는 이 신인 여배우에게 박수를 보내 용기를 돋아주고 싶다. 그리고 나도 돌을 던지는 그런 글에 댓글을 달았음을 사과하고 싶다. 나 스스로도 진의를 알기도 전에 댓글을 달았으니.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남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헐뜯을 일이 생기면 굶주린 짐승들처럼 달려든다. 그런 것을 부추기는 일부 언론들도 있다는 것이 참 부끄럽다. 언론은 모든 정황을 정확히 파악을 한 후 내용을 적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노출사고로 인해 신인 여배우 한 사람이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끝으로 신인 여배우 여민정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

 

“가난은 죄가 아닙니다. 이제는 더 이상 마음 쓰지 말고 연기에만 몰두해 정말 연기로 평가를 받는 배우가 되어주세요. 그리고 당당히 레드카펫을 밟을 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나오신 모습을 보여주세요.”(사진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사진을 인용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887427&CMPT_CD=S5031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887388&PAGE_CD=N0001&BLCK_NO=3&CMPT_CD=M0020

(주) 앞으로 3일간 글 발행하지 않습니다.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에서 벌어지는 올림픽이 심판들의 오심, 거기다가 일부 나라를 편드는 개 걸레같은 짓거리. 올림픽의 정신마저 잃어버린 이런 올림픽을 보면서 열 받았습니다. 물론 제가 이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당연하죠. 일부 가진넘들 빼고는 다 힘없는 백성에,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나라 아닙니까? 거기다가 우리는 허벌한 외교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 대신 열심히 하고도 아픔을 당한 선수들에게, 머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것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혼자 3일간 길을 걷겠습니다. 

 

 

 

하필이면 찌는 더위에 일이 많아졌다. 살다가 보면 어디 좋은 계절에만 일이 생기라는 법이 있을까? 그저 가만히 있어도 찜통인 이 복중에, 왜 그리 장거리 여행할 일이 많이 생기는 것인지. 아마도 타고난 일복 때문인가 보다. 일복이 터진 것이야 그런 데로 괜찮다. 무료하게 세월을 사는 것 보다는 한결 바람직한 일이니까?

 

요즈음 영동고속도로는 몸살을 앓고 있다. 고속도로는 꽉꽉 막히고, 차들은 거북이처럼 느리게 움직인다. 그나마 조금씩이라고 움직이니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이 더위에 갑갑한 차 안에서 불쾌감까지 돋우는 일들은 정말 참기가 힘들다.

  

버스는 대중교통인데, 예의는 지켜야지.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면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다. 우선은 경비절감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승용차를 한 대 타고 여행을 하면 기름 값이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버스야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좋다. 또한 버스를 타면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아니면 아이폰으로 인터넷 접속을 하여 이것저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가 있다.

 

매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나로서는 에어컨이 시원한 버스 안에서 곧잘 잠을 청하고는 한다. 보통 2~4시간 정도의 장거리 여행을 하기 때문에, 30분 ~ 1시간 정도 잠을 잘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시간을 방해를 받을 때는 정말 불쾌하다. 물론 대중교통이라는 것이 나 혼자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중교통에도 지켜야 할 예의는 있지 않을까?

 

가장 짜증을 유발하는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차를 타자마자 전화를 걸기 시작하면, 그칠 줄을 모른다. 그렇게 오랜 시간 전화를 해대면서 목소리는 왜 그리 크게 내는지. 아마도 자신이 인맥이 많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기저기 쉴 새 없이 전화를 걸어댄다.

 

기사 양반 내 생명 맡기지 못하겠소.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는 20여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다. 다행히 갈 때와는 달리 전화를 거는 사람들도 없고, 시끄럽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없다. 가끔 아이 하나가 칭얼거리는 소리를 빼고는, 모처럼 여유로운 여행길이란 생각이다.

 

일부러 버스를 탈 때는 표를 구입할 때 맨 앞자리를 달라고 한다.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길이 막히거나 가다가 사진을 꼭 찍을 일이 생기면, 바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자꾸 들린다. 마치 연인과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리는 소리가 신경을 자극한다.

 

그 소리의 범인은 바로 버스 운전기사였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한 손으로는 소형 마이크가 부착 된 줄을 잡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버스 기사 분들 중에는 ‘교통정보원’이 있다. 가다가 길이 막히거나 하면 ‘교통방송’에 곧 그 사실을 알리고는 한다. 그런 경우에는 운전석 위에 교통정보원임을 알리는 아이디카드를 부착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알 수가 있다.

 

처음에는 그렇게 교통정보를 알리는 것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대화 내용을 보니 그런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핸들은 한손으로 잡고, 한 손으로는 소형 마이크를 잡고 연신 통화를 한다.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아마도 한 시간 이상은 통화를 하는 것 같다.

 

물론 사고 없이 종착지에 도착을 하기는 했지만, 오는 내내 불안하다. 저렇게 한 손으로 운전을 하다가 자칫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더운 여름 날 그런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 20여명이나 되는 승객들의 안전은 무시한 체, 줄기차게 전화를 해대는 모습에서. 

‘스카우트’라는 말을 인터넷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우수한 운동선수 또는 연예인, 특수 기술자와 같은 인재를 물색하고 발탁하는 일.」이라고 적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직장을 가져보았다. 그 직장 하나하나는 그래도 꽤 보람찬 일을 할 수 있었던 곳이라, 나름대로 의미를 두고 싶다.

그러나 나이가 먹어가면서 점점 마음이 조금해지는 것은, 지금은 내가 어느 곳에 얽매어 살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우선은 몸이 예전 같지가 않다. 한 시간 정도만 걸어도 숨이 차고, 다리가 뻐근하다. 아직 찾아갈 곳이 많은 나로서는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왜냐하면 난 아직 ‘60이 갓 넘은 소년’이기 때문이다.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바로 ‘문화재답사’이다. 난 항상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답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이 이 세상에 나에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늘 생각을 한다. 물론 문화재라는 것이 내 전공분야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 문화재가 내 생활을 윤택하게 만든 것은 더 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문화재답사에 목을 매는 것은,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 때문이다. 문화재를 찾아다니고 그것을 사진을 찍어 글을 쓰는 것이, 어쩌면 이제 나에게는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다. 소중함이야 더 할 나위없지만, 점점 시간이 간다는 것이 마치 숨통을 조여 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

그러다가 수원에 있는 신문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며칠간 곰곰이 생각을 하다 보니 어쩌면 이 자리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은 취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반가운 일이고, 그 다음에는 잘못된 것을 지적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글이란 써서 힘을 받아야만 한다. 그 힘이 생긴 것이다.

이제 60을 넘긴지도 몇 년이 지났다. 예전 같으면 그런 나이에 새삼스럽게 직장을 갖는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60은 소년, 70은 청춘’이라는 시대가 아닌가. 결국 난 아직도 소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소년의 마지막 열정을 이곳에서 지내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수원인터넷뉴스> 내가 새로 시작한 언론사의 명칭이다. 아직은 창간이 된지 1년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후원을 하고 눈여겨보는 인터넷신문이다. 곧 지면으로도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수원인터넷뉴스’가 나에게 주는 의미

꼭 ‘이것이다’라고 말을 할 필요는 없다. 우선은 취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을 기사로 적었을 때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구 110만의 수원시 안에서만 국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넷뉴스란 특성상,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면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기사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 60이 넘은 소년이 다시 찾아 둥지를 트는 이곳. 난 이곳을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끝에 몸을 의지한 곳으로 삼고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을 이곳에서 다 할 생각이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들뜨고 힘이 넘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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